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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의 세기 Century of Birthing
라브 디아즈 | 2011년 | 360분 | 필리핀 | 시네마 스케이프
두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영화감독 호머의 이야기고, 또 다른 하나는 “세상에서 유일한 건 집의 사랑뿐”이라는 신앙을 가진 이교도 집단에 속한 여자의 이야기다. 몇년째 무소식인 호머는 영화제 프로그래머로부터 영화를 빨리 완성하라는 독촉을 받는다. 그러나 호머는 “대체 시네마가 무엇인가. 아직도 시네마의 의미를 찾고 있다”라며 스스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찾는다. 한편, 여자가 이교도로부터 탈출하면서 이교도 내부는 발칵 뒤집어진다. 이같은 방식으로 <출산의 세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각각 전개된다. 우리가 익히알고 있는 영화라는 매체는 이렇다. 약 2시간 동안 주인공이 어떤 사건을 겪으며 변화하는 내용이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의 순서에 따라 전개되는 것이다. 그러나 라브 디아즈 감독은 전형적인 서사 전개는 물론이고, 영화라는 매체를 자신만의
형식을 파괴하고 서사를 해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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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쪽 Southwest
이두아르두 누니스 | 2011년 | 128분 | 브라질 | 국제경쟁
여자의 운명에 관한 영화만의 대답을 담은 작품이다. 브라질의 어느 해안 마을에 자리한 여관에서 클라리세란 여자가 아이를 가진 채 죽는다. 산파는 아이를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집에서 키운다. 성장한 아이는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을 클라리세로 소개한다. 그곳에서 소녀는 성인이 되고 한 남자의 아이를 가진다. 다시 길을 떠난 여자는 어느새 중년이 되고, 곧 노인이 된다. 이 모든 게 단 하루 동안에 벌어진다. 두 여자의 이야기인 동시에 한 여자의 이야기고, 일생을 그리는 영화인 동시에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하루를 담은 <남서쪽>은 영화만의 시간과 공간을 탐구한다. 영화에서 시간은 편집을 통해 확장될 뿐만 아니라 소녀와 엄마와의 관계, 소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말들을 통해 다른 차원에서 흘러가는 또 다른 시간을 상상하게 만들고 있다. 1:3.66비율로 촬영된 영상은 영화의 시간을 다시 공
번뜩이는 신인의 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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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레벤 Dreileben
크리스티안 펫졸트, 도미닉 그라프, 크리스토프 호흐호이슬러 | 2011년 | 270분 | 독일 | 불면의 밤
지금 현재 유럽에서 가장 문화적으로 뜨거운 곳은 베를린이다. 모든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여들어 거대한 화학작용을 이뤄내는 이곳의 열기는 독일 영화계에도 스며들었다. 이른바 ‘베를린파’라고 불리며, 나치와 통일 등 선배 감독들이 벗어날 수 없었던 거시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독일인들의 삶에 맞닿아 있는 흥미로운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이 있다. <드라이레벤>은 이러한 ‘베를린파’ 감독 3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옴니버스영화다. 제목대로 각기 다른 ‘세명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등장인물과 플롯을 서로 공유하기도 하는 이 작품은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장르영화다. 크리스티안 펫졸트의 <비츠 빙 데드>는 성공을 위해 사랑스런 연인 대신 의사의 딸을 선택하는 의사 지망생 남자의 이야기다. 도미닉 그라프의 <돈 팔로 미>에선 첫 영화의
세계가 주목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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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날씨가 계속된다면, 그건 달력을 확인해야 할 날이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화창한 봄날과 함께 전주국제영화제가 찾아왔다. 4월26일부터 5월4일까지 열리는 13회 영화제는 상영편수를 줄인 대신 개별 부문 안에 소규모 특별전을 마련하고 게스트 큐레이터를 섭외하는 등 내실을 꾀하는 모습이다. 이같은 변화를 반영해 엄선한 15편의 추천작을 소개한다. 지난해 유수의 국제영화제를 뜨겁게 달군 화제작부터 패기와 도전정신이 돋보이는 신성의 작품들, 영화의 지평을 넓히는 미지의 영화들까지 다양한 반찬을 차려놓았으니, 이제 수저를 들 차례다.
화창한 영화의 봄을 만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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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이 <아는 여자> 개봉을 앞두고 썼던 제작기를 인터뷰 전에 다시 읽었다. 그는 대략 다음과 같은 대화를 글의 한쪽에 옮겨놓았다.
장진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정재영 헤헤 왜 이래… 술 먹었어요?
이나영 감독님, 술 잘하세요? 근데 우린 왜 회식 같은 거 안 해요?
장진 십년 동안 한 남자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여자는…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르는 사랑을 하는데 말이야…. 자신의 사랑에 대해 어떤… 희망을…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나영 우리 밥 안 먹어요?
정재영 시켜먹자 그냥….
이나영 난 짬뽕… 오빠 짜장 시켜요… 갈라먹게….
장진 살면서 어느 순간엔가 누군가에게 ‘아, 이게 바로 사랑이구나’라는 확신을 느낀다면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그 사랑을 잡을 수 있을까?
정재영 헤헤, 왜 그래 자꾸? … 나 결혼했어….
이나영 오빠 애가 몇살이랬죠?
정재영 네, 네살이던가? …가만,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다. (전화 끊으며) 우리 아들 네살 맞대.
이나영
아는 남자, 아는 여자 이렇게 웃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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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어느 봄날의 오후, 정우성과 이정재가 잠수교를 걷는다. 한가롭게 잠수교 주변을 산책하던 사람들이 그들을 목격하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든다. 사람들의 환호성과 카메라 플래시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던 두 톱스타가, 최소한의 스탭만 대동한 채 인적이 드문 잠수교 위를 걷고 있는 풍경이 영락없이 초현실적이다. 14년 전에도 이들은 바람 부는 잠수교를 걸었다. 하와이언 셔츠와 은갈치 양복을 걸쳐 입고,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힌 채 소리를 지르는 <태양은 없다>(1998) 포스터 속 도철과 홍기의 모습으로. 오직 권투만이 인생의 전부였던 우직한 권투선수 도철(정우성)과 ‘인생은 한방’이라고 믿는 흥신소 직원 홍기(이정재)의 우정을 다룬 <태양은 없다>는, 스물여섯 동갑내기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의 눈부신 육신과 젊음을 봉인한 영화였다. 관객이 길거리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몰래 떼어가며 그들의 청춘을 소유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무렵, <비트>와 &l
기적같은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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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두 시간의 예술이다. 주인공이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우리가 그를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두 시간이다. 가끔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인생의 바닥을 경험하고도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농담을 지껄이던 두 남자는 잘 살고 있을지. 또는 ‘아는 여자’를 향해 관중석으로 야구공을 던진 엉뚱한 투수는 그 뒤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보고 싶은 동창을 찾는 기분으로 사랑했던 영화의 주인공들에게 만남을 요청했고 <태양은 없다>의 정우성, 이정재와 <아는 여자>의 정재영, 이나영이 그 요청을 수락했다. 영화의 러닝타임을 훌쩍 넘은, 그들의 재결합을 지상중계한다.
그때 그 장면처럼 우리 다시 만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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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이은 이때 나는 다른 일로 바빴고 순전히 TV로 실제 경기를 봤던 심재명 대표가 밀어붙인 영화다.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시나리오 초고 보고는 응원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심재명 MK픽처스 시절 개발했던 영화라 이때는 회사에 참모가 많을 때였다. 몇몇 참모들은 ‘진 게임의 아줌마들이 나오는 영화를 누가 봐’ 하는 분위기였다. (웃음) 그런데 이은 대표가 이거 400만 영화라고 흔들림 없이 가라고 했다.
<파주>
이은 나 역시 마음에 든 작품이었지만 수익을 내긴 힘들어 보였다. 이리저리 계산해보니 4억원 정도 적자를 볼 것 같았다. 그래서 아예 프로덕션 자체를 4억원 적자 선에서 맞추고 들어갔던 영화다.
심재명 시나리오를 읽고는 좋았는데 손해는 뻔해 보였다. (웃음) 그래도 하고 싶은 영화였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을 봐도 알 수 있듯 명필름에서 두번 정도
두 사람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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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필름은 <씨네21>처럼 올해로 17주년을 맞게 된다. 이은, 심재명 대표가 결혼한 이듬해 1995년 창립작으로 <코르셋>(1996)을 만들면서 <접속>의 장윤현 감독, <조용한 가족>(1998)의 김지운 감독 등 신인감독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기도 했고 <공동경비구역 JSA>(2000)와 <바람난 가족>(2003) 등을 제작하며 각각 어느덧 ‘칸 패밀리’가 된 박찬욱, 임상수 감독의 현재를 만드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기도 했다. 당장의 ‘트렌드’보다는 ‘책임’과 ‘가치’에 걸맞은 작품들을 추구하는 가운데 충무로에 ‘웰메이드’라는 표현이 자연스레 스며들게 했다.
그사이 변화도 있었다. <태극기 휘날리며>(2003)를 제작한 강제규필름과 2004년 통합하면서 ‘MK픽처스’로 변경했다. 이은 대표의 주도로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인 세신버팔로와 계약을 맺고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 것. 당시 CJ엔터테인먼트나 시네마
명필름의 17년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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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메이드 명가(名家)라 불려온 명필름의 행보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름만큼이나 어딘가 밝고 명쾌해 보인다. 언제나 꾸준히 그리고 강하게 움직여온 제작사로서, MK픽처스라는 이름을 거쳐 지난 2007년 다시 ‘명필름’으로 통합한 이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시작으로 변함없는 존재감을 각인시켜왔다. 명필름표 멜로드라마를 향한 뚝심을 보여준 <시라노; 연애조작단>과 아름다운 도전이라 부를 만한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거쳐, 현재 250만 관객을 돌파한 <건축학개론>에 이어 5월10일에는 투자, 배급, 마케팅을 맡은 <두레소리>가 개봉한다. 제작을 지원하고 마케팅을 맡았던 <부러진 화살>의 놀라운 성공도 빼놓을 수 없는 순간이다. 정말 숨가쁜 지난 1년이었다. 1995년 명필름을 설립하고 언제나 함께해온 이은, 심재명 대표를 함께 만났다.
<건축학개론>은 ‘찌질한’ 남자의 옛사랑 이야기라는
클래스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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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적 로드무비의 탄생
◈<빛의 여행> Journey of Light
강연하 / 한국 / 2011년 / 99분 / HD / 컬러 / 드라마
떠나간 남자의 이름은 ‘재현’이고 남겨진 여자의 이름은 ‘빛나’다. 재현은 시인이고 빛나는 무명 배우다. 이유는 알 수 없고 어느 날인가 떠나간 재현으로부터 빛나 앞으로 소포 하나가 배달된다. 그 안에는 한적한 시골 마을, 파란 대문집 하나가 촬영된 CD가 들어 있다. 빛나는 이제부터 그 파란 대문을 찾아 혹은 애인 재현을 찾아 혹은 자기 자신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빛의 여행>은 그 여행길에 오른 빛나의 이야기이며, 빛나는 뭔가 사연에 얽혀 삼척항을 찾게 된 아일랜드 한국계 청년을 만나 잠시 동행하기도 한다. 주인공의 주변을 둘러싸는 풍경과 그 위로 흐르는 음악의 어우러짐이 인상적이다. <빛의 여행>에는 우회적인 상징 관계들이 곧잘 등장하며 전체적으로는 저음과 무표정이 주된 느낌을 이루고 그것으로써 은은한
여성만의 시선, 놓치면 후회할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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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를 만들며 고민했던 많은 것들 중 그녀(들)의 목소리, 그녀(들)의 언어를 어떻게 만들까 하는 부분이 있었다. 원작 <화차>는 그녀(들)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개인의 역사를 통해 당대의 일본을 읽으려는, 혹은 나는 누구로 인해 아내를 잃고 다리에 부상을 당했는가를 성찰하는 형사가 주인공이었다. 그래서 교코(영화에서는 차경선) 혹은 쇼코(영화에서는 강선영)는 붕괴되어버린 일본의 경제처럼 부유하거나 얇은 결로 기억되는 존재다. 작가는 그녀를 기억하는 친구나 동료의 현재를 세밀하게 묘사하거나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여성의 범죄를 통해 욕망의 주체인 여성을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그런데 영화 <화차>에서 내가 바라보는 경선 혹은 선영의 모습은, 자기 연민의 끝에서 마주쳐 붕괴되는 자아이거나, 실현 가능한 듯 보이는 욕망이 끝내 점점 더 나에게서 멀어지면서 오히려 욕망의 크기는 더욱 커지는, 어떤 환경 그 자체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에게 주입한 현실의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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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적으로 흐르는 인물의 감정을 차분히 주시하도록 만드는 영화들이 있다. 말레이시아 감독 탄추이무이의 데뷔작 <사랑은 이긴다>(2006)가 그런 경우였다. 낯선 사내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그에게 이용당하는 여인의 이야기. <사랑은 이긴다>는 신파적인 설정을 넘나드는 다소 설익은 느낌의 작품이었지만, 뜨거운 감정이 남긴 초라한 잔해에 쉽게 연민을 보이거나 냉소하지 않는 단단한 영화이기도 했다. 이 영화로 탄추이무이 감독이 부산영화제와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지도 5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지금 탄추이무이는 동료들과 설립한 다후앙 픽처스의 핵심 일원으로서, 그리고 말레이시아 독립영화계를 이끄는 감독이자 프로듀서, 작가로서 활발히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탄추이무이의 영화에는 힘든 현실조건 가운데 수동적인 패배자로 남은 캐릭터들이 두드러진다. 단편 <탄중말림의 나무 한 그루>(2005)의 남자주인공은 심지어 캐릭터의 이름이 “아름다운 루저”다.
서툰 진심이 녹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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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바, 요코하마 사토코의 필모그래피는 2005년작인 단편 <치에미와 고쿤파초>에서 시작된다. 무려 50분 분량의 이 영화는 도쿄필름스쿨의 졸업작품인데, 감독의 고향인 아오모리현이 영화의 배경이다. 뒤에 장편 <울트라 미라클 러브 스토리>(2009)에도 이 마을은 등장하는데, 시골스러운 느낌의 순박한 분위기 덕분에 영화 속 캐릭터의 독특한 행동이 조금 상쇄되는 효과를 준다. 이 밖에 <치에미와 고쿤파초>에서 눈여겨볼 점은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다. 캐릭터의 기묘함과 더불어서 요코하마의 영화에서 ‘가족의 테마’는 줄곧 중요한 방점으로 작용하는데, 이는 최신작까지 이어지는 일관된 경향이다.
한편 장편 데뷔작 <저먼+레인>의 주인공은 청소년기의 소녀 ‘요시코’다. 그녀의 꿈은 가수인데, 그를 둘러싼 외모나 환경 등의 요건이 그다지 훌륭하진 않다. 가족을 떠난 뒤로 요시코는 아이들에게 리코더를 가르치는 일을 맡는데, 이를 통해서 싱어송라이터의
범상치 않은 캐릭터의 가족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