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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에는 <야간비행>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폭력을 줄기차게 말해온 이송희일 감독이 <야간비행>으로 학교 속 폭력의 먹이사슬을 들여다봤다. 그곳의 학교는 폐쇄되어 있고 그 속의 소년들은 모두 다 외롭고 아프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들은 모두 잘 살아가고 있을까. 영화 속 소년들을 대신해 누구보다도 그들을 이해하려 애썼을 출연배우 다섯명을 만나보기로 했다. 청춘배우들의 입을 빌려 그들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듣다보면 자연스레 <야간비행>의 아이들도 살아 움직이지 않을까. 이송희일 감독이 전해준 영화에 관한 짧은 코멘터리와 배우 5인방이 꼽은 <야간비행> 명장면도 덧붙인다.
우등생 용주(곽시양)는 같은 반 친구이자 일진인 기웅(이재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품고 있다. 이들과 중학생 때부터 친구였던 기택(최준하)은 반장 성진(김창환) 무리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 한편 용주를 마음 깊이 아끼는 준우(이익준)
결핍을 채우는 건 결국 우정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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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시키지 않는다. 본인은 특별히 잘하는 장르는 없다고 겸양을 보이지만 어떤 장르라도 본인의 색으로 소화해버린다. 적어도 오락영화가 지녀야 할 감에 있어서 이만큼 확실히 믿음이 가는 감독도 드물다.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으로 돌아온 강형철 감독은 또 한번 본인의 감각을 증명했다. 젊고 새롭게 태어난 <타짜2>에는 강형철 감독 특유의 인장들이 곳곳에 박혀 있다. 강형철의 <타짜2>가 장르의 장벽을 넘나들며 잘 만든 오락영화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본다.
-2편이 나오기까지 8년이 걸렸다. 전작의 흥행은 물론이고 스타일이 워낙 명확해 부담이 적지 않았을 텐데 <타짜2>의 연출을 결심한 계기가 무엇인가.
=딱히 말 못할 우여곡절을 거치진 않았다. 처음 <타짜>를 봤을 때부터 시리즈로 만들어져야 할 영화라고 생각했고 기회가 된다면 그중 한편을 맡아보고 싶었다. <과속스캔들> 끝날 무렵부터 이안나
3편 감독님, 고생 좀 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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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고 등장할 것 같았던 이하늬가 흰색 단화를 신고 사뿐사뿐 걸어왔다. “하이힐은 불편해서 못 신어요.” 그렇게 말하는 이하늬의 왼쪽 뺨에 보조개가 팼다. 굳이 힐에 의존할 필요 없는 173cm의 키. “어릴 적부터 한번도 작아본 적이 없어서” 되레 아담한 것들에 끌린다는 이하늬는 섹시하다는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했다. <타짜>가 개봉한 2006년에 미스코리아 왕관을 쓴 이하늬는 호피무늬 수영복을 입고 화려한 미소를 지으며 강렬하게 등장했다. 20대 초•중반의 나이엔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성적인 시선”이 힘들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그것조차도 긍정적으로 바꾸어 받아들일 수 있는 내공이 쌓였다. “가만히 있어도 야하니까 붙는 옷 입지 말라던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섹시하다는 말은 건강하다는 말의 다른 표현인 것 같다고. 이젠, 꽃이 가장 붉게 물들었을 때, 석류가 가장 잘 익었을 때를 표현하는 말이 섹시하다는
꽃보다 멋진 들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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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면 듣는 사람뿐 아니라 말하는 사람도 지치는 법이다.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신세경은 이틀 동안 기자들과 마주 앉아 영화 얘기를 해야 했다. 그 두 번째 날의 늦은 오후 신세경을 만났다. 비축해둔 힘이 바닥나진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애정이 큰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하니까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아요. 안 그래도 오늘 밝아 보인다는 얘기 엄청 들었는데, 이제 그만 가라앉혀야 되나? (웃음)” 2년 전 <알투비: 리턴 투 베이스> 때 보았던 신세경의 두눈은 ‘휴식이 필요해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사이 그녀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난 걸까. “그때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시기였어요. 나를 지탱해주는 받침대가 점점 사라져서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요만큼밖에 남지 않은 기분이었달까. 지금은 다시 지반을 단단하게 다져놨어요. 그리고 다시는 그 지반을 뺏기고 싶지 않아요.” 조그만 입술을 야무지게 달싹이며 지금의 행복을 지키고 싶다고 말하는 신세
첫사랑 혹은 영원한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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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높아진 기대는 어느새 다음 이야기의 등장을 가로막는 벽이 되었다. 최동훈 감독의 <타짜> 이후 무려 8년, <타짜-신의 손>으로 돌아온 <타짜> 속편은 좋든 싫든 전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새롭게 메가폰을 잡은 강형철 감독은 전작의 눈치를 보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경쾌하게 자신의 길을 가며 또 다른 방식의 <타짜>를 선보인다. 제작과정에 있었던 자잘한 에피소드부터 궁금한 장면까지 강형철 감독에게 물었다. 꽃의 전쟁의 주역인 신세경, 이하늬 두 여배우의 솔직한 심경도 함께 전한다. 타짜 vs 타짜, 누가 더 낫냐는 비교가 무의미한 또 다른 재미를 만끽하시라.
앞서 간 이의 흔적이 길잡이가 될 것인지 장벽이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뒤따르는 사람의 태도에 달렸다.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의 제작 소식이 들려왔을 때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당연한 일이다. 뛰어난 전작은 관객의
새 판은 새 감독이, 오락영화 타짜들의 바통 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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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150여편의 영화를 만든 존 포드의 필모그래피를 떠올릴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얼굴은 물론 존 웨인, 헨리 폰다, 제임스 스튜어트와 같은 할리우드의 스타들이다. 그런데 존 포드의 영화들을 하나씩 보다보면 조연 역할에 익숙한 얼굴의 배우들이 반복해서 출연하고 있음을, 게다가 그런 배우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이 영화에서 비루한 모습으로 출연했던 배우가 다른 영화에서는 말쑥하게 갖춰 입고 점잔을 떤다거나, 천하의 악당이었던 배우가 주인공의 조력자로 출연하는 식으로 말이다. 존 포드는 한번 일했던 배우들과 계속해서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구성된 ‘존 포드의 배우들’은 이미 30년대부터 ‘존 포드 스탁 컴퍼니’란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거의 단역으로만 4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잭 페닉 같은 배우를 포함해 존 포드와 다섯편 이상 함께 작업한 배우들의 수만 해도 60명이 훌쩍 넘어가니 존 포드의 필모그래피에서 존 포드 스탁 컴퍼니의 역할이
모뉴먼트 밸리의 거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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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사실이 밝혀지면, 전설을 기록하라.”(<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중) 여기, 존 포드라는 전설의 기록이 있다. 존 포드의 열렬한 추종자들이 그의 영화에 관해 남긴 말들이다. 재미를 위해 사실의 기록도 몇 개 섞었다. 하지만 이것은 무엇보다 우정의 기록이다. 말년에 찾아온 한 인터뷰어가 자신이 해줄 것은 없냐고 묻자 “당신의 우정을 주시게”라고 답했다는 존 포드. 그가 바란 불멸의 우정이 우리로 하여금 다시 그의 영화 앞으로 데리고 갈 것이다.
“존 포드, 존 포드, 그리고 존 포드.… 그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때, 관객은 이 땅이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오슨 웰스, 포드의 절대적 위대함에 관하여
“그의 영화는 전부 의례의 영화들이다. 그것이 미국 전통에 관한 의례이건, 아일랜드의 의례이건, 다코타 원주민 문화의 의례이건, 어느 책에 나온 길들여지지 않은 서부에 관한 의례이건.”
스티븐 스필버그, 포드가 혹스나 월시보다 중요한 감독인
그에게서 카메라를 움직이지 않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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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포드는 어록 반대론자였다. “영화를 만드는 건 좋아하지만 영화에 관하여 떠드는 건 질색이다”라고 말한 그는 의미심장한 대답을 기대하는 인터뷰어들을 골려주는 데 특출한 재능을 자랑했다. 그중에서도 필살기는 단답형 답변이었다고. 그런 맥락에서 그가 영화에 관하여 남긴 중요한 말들을 찾아내려는 시도는 다분히 ‘반’포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깨알같이 모아봤다. 그 촌철살인의 말들이, 그의 영화를 더 잘 느끼고 싶은 우리의 필살기로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나한테 예술 운운하지 말게. 난 집세 내려고 영화 만드는 사람이니까.”
영화를 하는 이유에 관하여
“기차로 왔네.”
어떻게 할리우드에 오게 됐냐고 묻자
“카메라로 찍었네.”
<3인의 악당>은 어떻게 촬영했냐고 묻자
“가장 훌륭한 영화는 액션이 많고 대사는 적은 영화요. 그걸 보여주기에 서부극만큼 적합한 건 없지.”
영화 매체와 서부극의 성격에 관하여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의 눈을 찍어
내 서부극의 진정한 스타는 모뉴먼트 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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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칼 드레이어, 프리츠 랑, F. W. 무르나우, 앨프리드 히치콕, 에른스트 루비치,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들은 영화의 시원적인 형태를 기억하고 있다. 이들의 영화는 움직임과 정지, 빛과 어둠, 풍경의 아름다움과 배우의 제스처에서 드러나는 미세한 감정들을 모아 특별한 영화의 기운을 만들어낸다. 그들의 영화들은 ‘영화’ 그 자체로 향하는 가장 고귀한 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존 포드의 영화가 그러하다.
2.
장르의 기원처럼 우뚝 솟은 포드 서부극의 풍경 모뉴먼트 밸리의 감흥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그의 위대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면 서부극만 손에 꼽기는 힘들 것이다. 포드가 여전히 위대한 감독으로 남는 것은 인간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풍경과 공존하는 인간다움과 품위를 새기지 않은 그의 영화를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장르를 떠나서 자연과 인간의 조우, 공동체의 생존의 약속 등을 영화의 원재료를 통해 제시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의 영화들은 그를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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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포드와 서부극의 관계에는 좀 기묘한 점이 있다. 존 포드의 서부극은 대체로 대중적 성공을 거뒀지만 당대에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가 받은 6번의 아카데미상은 모두 비서부극에 주어졌다. 당대의 주류 평자들에게 포드는 상업적인 서부극에 능했지만 수준 높은 드라마도 곧잘 만든 감독이었다. 존 포드 사후에는 이 관계가 역전된다. 이제 그의 이름은 대개 위대한 서부극과 연관되어 거론된다. <사이트 앤드 사운드> 2012년 12월호에 실린 올타임 베스트 목록에는 포드의 영화 가운데 <수색자>(1956)만 100위 안(6위)에 올라 있고, 서부극 10 베스트에는 그의 서부극 네편이 올라 있다(<수색자>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황야의 결투> <웨건 마스터>).
‘보는 것’의 (불가피한) 실패
물론 어느 쪽도 온당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존 포드는 위대한 서부극을 만들었지만, 그가 유성영화 시기에 만든 15편가
다시 보기를 요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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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존 포드의 영화를 보고 생각하고 말해야 하는가. 포드에 관한 흥미로운 책을 낸 평론가 조셉 맥브라이드가 포드와 동시대에 살았던 또 한명의 위대한 감독 하워드 혹스를 인터뷰했을 때 혹스는 오히려 독자가 다소 당황스러울 정도로 시원스러운 대답을 해버린다. 질문은 정중하게도 “당신과 존 포드의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였지만 혹스는 포드가 얼마나 자신보다 비범한 감독이었는지 설명하는 데 온통 열중한다. 그의 긴 답을 거칠지만 요약해보자.
“나는 할 수 있는 한 매번 그를 모방했다. 그건 작가가 헤밍웨이와 포크너와 존 도스 파소스와 윌라 캐더와 그런 많은 이들의 작품을 읽는 그런 것이다. 내 생애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한편은 <조용한 사나이>인데, 정말 아름다운 영화다. (영화를 촬영하다가) 내가 생각하기에 포드가 아주 잘 만들 것 같은 어떤 장면을 마주칠 때마다 나는 그 장면을 멈춰놓고 생각한다. 포드라면 저기서 무엇을 했을까. 그러고 나서야 나는 다시
우리에게는 존 포드가 있잖나, 안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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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존 포드 특별전이 열릴 예정이다. 8월28일부터 9월21일까지는 영화의 전당에서, 9월14일부터 10월5일까지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존 포드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이다. 누군가는 존 포드를 가리켜 “영화의 신(神)”이라고 불렀다. 존 포드는 그런 과장된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 우리에게는 일단 세개의 감독론이 있다. 그중에서도 허문영 평론가가 본 ‘재발견되어야 할 존 포드 서부극론’과 박인호 평론가가 본 ‘존 포드 미지의 비서부극 걸작론’을 강력 추천한다. 국내외 존 포드 애호가 5인이 선정한 ‘나의 존 포드 10 베스트’ 명단과 선정의 변은 존 포드 영화 팬들의 눈과 마음을 한눈에 사로잡을 것이다. 한편, 존 포드와 그의 추종자들이 남긴 기막힌 어록들을 모았고, 존 포드 영화의 빛나는 조연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사진과 함께 보는 존 포드의 일과 사랑과 우정에 대한 역사는 당신의 마음을 적실 것이다. 이것이 존 포드를 모시는 우리의 신전이다.
존 포드, 영원한 서부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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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는 <야간비행>의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이송희일 감독이 <야간비행>을 만든 건 한 CCTV 영상 때문이다. 학교 폭력 때문에 고통받은 고등학생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살하기 직전 찍힌 충격적인 영상이었다. 이송희일 감독은 “몇년 전 그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한동안 많이 아팠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상영시간 141분), 전주국제영화제(상영시간 130분) 상영이 끝난 뒤 편집을 더 했다고 들었다.
=주인공 두 사람을 주로 쫓아갔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여러 인물들의 삶을 모자이크처럼 담아내고 싶었다. 처음에는 신 수가 총 106개인데 3시간이 훌쩍 넘었다.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없는 이야기임에도 주인공 두 사람 위주로 편집을 하고, 주변 인물 분량을 가지치다보니 주변 인물이 단면적으로 묘사된 건 아쉽다.
-영화 제목이 생텍쥐페리의 동명 소설을 떠오르게 한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8부작
“친구끼리 손잡고, 팔짱 끼는 게 가장 큰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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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비행>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8월28일 개봉하는 이송희일 감독의 신작 <야간비행>은 보통의 청소년 성장담과 많이 다르다. 학교 폭력뿐만 아니라 왕따 문제, 성소수자 문제까지 다루는 데다가 가해자와 피해자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이송희일 감독은 가해자든 피해자든 모두 시스템의 피해자라고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또, 친구끼리 두손 꼭 잡고, 팔짱 껴서 우정을 지키는 작은 연대만이 시스템을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또 한명의 감독이 한국 중•고등학교 소년들의 성장기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접해도, 우리는 더이상 별반 궁금하지 않다. 왕따, 폭력, 파국의 엔딩. 지난 몇년간 반복 재생되어온 학교 폭력 이야기는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굳어져 정작 현실과의 접점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더욱이 하루가 멀다하고 우리를 충격에 빠뜨리는 현실 속 폭력의 양상들을 떠올린다면, 이 장르가 극단적인 설정이나 풋풋함만으로 우리를 설득해내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그러니까 아직은, 해피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