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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이하 <설리>)은 2009년 허드슨강에 수상 착륙해 승객들의 목숨을 구한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애칭 ‘설리’)의 실화를 다룬다.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한 155명을 태우고 뉴욕의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해 노스캐롤라이나의 샬럿으로 가던 US 에어웨이스 1549편은 850m 상공에서 날아든 새떼와 충돌해 엔진 2개가 정지되는 사고를 당한다. 그러나 인근 공항까지 닿는 건 무리라 판단한 설리 기장의 침착한 대응으로 여객기는 허드슨강 수면 위로 무사히 불시착했고 승객 전원은 무사히 구출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설리 기장의 수기 <최고의 의무>(Highest Duty)를 손에 쥐고 <아버지의 깃발>에서처럼 영광스러운 사건 당시의 경험과 이를 둘러싼 이면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톰 행크스가 연기한 설리 기장은 숙련된 조종사로서 자긍심과 책임감이 투철한 직업의식의 화신으로 묘사된다. 설리가 뉴욕 시내를 조깅하는 장면을 보자.
[스페셜] '미국의 얼굴' 톰 행크스라는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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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여년 동안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걸걸하고 거친, 그러나 자신이 해야 할 일에 관해서는 강인한 ‘남자’에 관한 영화들을 양산해왔다. 이스트우드가 창조한 주인공들은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고, 임무를 수행한 뒤 조용히 사라진다. 과묵하고 신비로운 이 인물들은 금욕적이고 정의와 책임감을 구현한 존재들이다. 요컨대 그들은 ‘인간’을 넘어선 ‘신화’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이하 <설리>)은 이러한 전형의 주인공을 제시한다.
<설리>는 2009년 1월15일 양 날개를 잃고도 뉴욕 허드슨강에 안전하게 비상착수한 US 항공기 1549편의 실화에 기초한 이야기다. 당시 비행기를 몰았던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톰 행크스)는 장인적인 직관과 연륜, 담대함으로 155명의 승객을 모두 생환시켜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테러와의 전쟁으로 미국이 시름에 빠져 있던 시절에 일어난 일이다. 영웅의 탄
[스페셜] 클린트 이스트우드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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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돌아왔다. 9월28일 국내 개봉한 이스트우드의 신작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지난 2009년 양쪽 날개 엔진을 모두 잃고 뉴욕 허드슨강에 비상착수했으나 탑승자 전원이 생존한 US 항공기 1549편의 기적적인 실화, ‘허드슨강의 기적’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이스트우드의 관심은 사건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 모두가 기적이라 말하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는 고독한 영웅, 1549편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는 해피엔딩 스토리에 대한 이스트우드의 새로운 관점을 엿보게 해주는 인물이다. 근작을 통해 끊임없이 21세기 미국 사회와 그 속을 유랑하는 인물들에 대한 명민한 통찰력을 선보여왔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하루아침에 항공업계의 슈퍼스타가 된 인물을 통해 어떤 것들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이스트우드의 현재와 설리를 연기한 톰 행크스에 대한 고찰, 이스트우드와 LA 현지에서 가졌던 만남에 대한 글을 함께 소개한다.
[스페셜] 미국식 영웅주의의 본질을 그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신작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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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2005) 백 선생 테리어
황효균 대표 박찬욱 감독이 얼굴은 백 선생(최민식), 몸은 개인 생명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엔 셰퍼드를 찍고 얼굴만 CG로 최민식의 얼굴을 합성하려고 했다. 그런데 셰퍼드를 마취하는 건 동물학대 같아서 개의 몸만 만들어 찍고 얼굴은 합성하려고 했는데… ‘하는 김에 얼굴까지 만들어 붙여볼까?’가 된 거다. (웃음) 애니매트로닉스 개를 만들고, 위에 최민식의 얼굴을 더미로 만들어 얹었는데 괜찮게 나왔더라. 완전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만들었고, CG는 개를 조종하는 라인을 지우는 정도로만 사용됐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말
곽태용 대표 한국 최초로 말 애니매트로닉스를 만든 영화다. 훈련이 안 된 말들은 총을 들기만 해도 낙마할 위험성이 있어 촬영용 말을 만들기로 했다. 하단은 기동성 있고 카메라도 올릴 수 있는 차 형태로 만들었고, 상체엔 말 더미를 씌웠다. 관건은 말이
[스페셜] 셀 직원들이 꼽는 베스트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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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에서는 기계음이, 저 방에서는 (스프레이 냄새를 없애기 위한) 환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방의 컨셉마다 드라마틱하게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셀 스튜디오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특수분장사들의 작업도구를 엿봤다.
전선과 스패너, 각종 나사들. 곽태용 대표와 셀의 일부 직원들이 애니매트로닉스 작업을 하는 기계실은 흡사 공대 랩실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계적인 소품들로 가득하다. 자주 쓰는 작업도구를 보여달라고 하자 곽태용 대표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 작업상자를 가져왔다. <로봇, 소리>의 현장에 늘 가지고 다녔다는 이 작업상자는 애니매트로닉스의 프로그래밍을 위해 필요한 도구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모든 기계는 엑추레이터(동력원)가 있어야 작동된다. 기계에 움직임을 주거나 기계를 컨트롤하려면 이러한 동력원들이 필요하다. 현장에 가면 간혹 기계가 작동을 멈추는 경우가 있는데,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기계를 수리할 수 있는 부자재를 이 상자에 늘 넣어가지
[스페셜] 스튜디오 셀 의 다섯개의 비밀의 방… 특수분장사들의 작업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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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얼굴 보네.” “그러게.” 일산에 위치한 특수분장 전문업체,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에 들어서자 서로 안부를 묻는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각자 전국 방방곡곡의 영화현장에 상주하느라,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건 꽤 오랜만의 일이라고 했다. 최근 황효균 대표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의 촬영장인 광주에, 곽태용 대표와 이희은 실장은 <군함도>(감독 류승완)의 현장인 춘천에, 김호식 팀장은 일산에 위치한 셀의 사무실에서 <대립군>(감독 정윤철)의 소품을 만들었다. “제작물이 많을 때는 사무실에서 모두 함께 작업을 하는데, 지금은 제작물을 만드는 일정과 현장에 나가야 할 시기가 겹쳐 서로 얼굴 보기가 힘들다”고 황효균 대표는 말했다.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류승완, 최동훈, 김용화, 나홍진…
셀 스튜디오의 앞마당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향후 1년 내로 극장가에서 관객을 만날 한국영화의 밑그림을 절로 그려보게 된
[스페셜] 특수분장 전문업체,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이 작업하는 방식을 살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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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다. 현장 의상팀 진행보다 의상 제작만 해도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을 정도다.” 조상경 의상감독이 윤정희 의상실장의 실력을 높이 샀다. 윤 실장은 아트워크 작업에 관심이 많아 틈만 나면 사진전과 미술전을 찾아 자극 받길 즐긴다. <내사랑 싸가지>로 영화의상 작업을 시작해 조상경 의상감독과는 <미녀는 괴로워>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윤정희 실장은 “조상경 의상감독님은 전체 컨셉만 확실히 잡고 현장 운영은 실장을 믿고 전적으로 맡겨준다. 무엇보다 배울 점이 많다. 책은 물론이고 논문까지 찾아가며 공부하고, 간지 없는 새 옷은 절대 현장에 내보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경험치를 끌어올려 윤정희 실장은 지난해 <검은 사제들>로 의상감독 데뷔를 했다. “집안 종교가 가톨릭이다보니 엑소시즘과 구마(사령을 쫓아내는 가톨릭 예식)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았다. 방대한 자료 조사에 드는 시간을 줄인 셈이지만 무엇보다 <박쥐> 의
[스페셜] 끈질기게 캐릭터를 물고 늘어지기 - 윤정희 의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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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지 않고 시원시원한 스타일이라 프로젝트를 끌어갈 때 전체적인 서포트를 잘한다. 영화로 치면 인물이 단독으로 끌고 가는 영화라기보다 전체적인 상황의 밸런스가 중요한 영화 같은 친구라 할까.” 손나리 의상실장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동료 곽정애 의상실장의 평가다. 최근 <암살> <밀정> 등 규모가 큰 시대극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이유도 손나리 실장의 시원시원한 성격 덕인 듯하다.
<암살>에서 가장 중요한 의상 컨셉은 “액션에 용이하면서도 근사해 보여야 한다는 점”이었다. 안옥윤(전지현)에게 입힌 옷들도 전부 당대의 사진과 자료를 통해 시대상을 살려 제작한 옷들이다. 안옥윤의 클래식하면서도 실용적인 룩은 “취미로 찾아다니는 빈티지숍”에서 얻은 영감을 적극 활용한 결과물이었다. “레이스가 많은 부츠는 드레시해 보이지만 지퍼가 발명되기 이전 시대에 보편적으로 존재한 소품이다. 요즘의 시각으로 보니 낯설고 예뻐 보이는 거다.”
<밀정>
[스페셜] 범죄물의 감각 - 손나리 의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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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맨몸과 마주하는 의상감독으로서 곽정애 의상실장의 최대 강점은 친화력과 세심함이다. 동료 의상실장들은 그런 면에서 곽정애 실장이 “박찬욱 감독이 가장 편히 여기는 의상실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과연 곽정애 실장은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쓰리, 몬스터>의 의상팀을 거쳐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아가씨>의 의상팀장까지 두루 맡았다. 지금은 김홍선 감독의 신작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가제)를 준비하고 있다. 김홍선 감독과도 <공모자들> <기술자들>에 이어 세 번째로 합을 맞추는 작품이다. 연이은 협업의 비결을 물으니 그저 “감독님들이 새로 누굴 알아가는 게 귀찮으신 것 아닐까”라며 미소만 지어 보일 따름이다. 조상경 의상감독과도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때부터 시작해 가장 오랫동안 함께 일했다. “(조상경) 언니도 나도 취향이 모던한 편인데 예쁘다고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
[스페셜] 배우의 연기에 힘을 얹는다 - 곽정애 의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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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조상경 의상감독의 스튜디오 ‘곰곰’의 문을 두드렸다. 스튜디오 한쪽으로 거대한 옷장이라도 열린 듯 셀 수 없이 많은 의상들이 걸려 있다. 그 너머로 용도별로 정리된 옷들만 해도 박스로 여럿이다. 옷들 사이에는 어떤 영화의 의상인지를 알려주는 명패가 걸려 있다. 최근 개봉한 <밀정>(감독 김지운, 2016)과 <아수라> (감독 김성수, 2016)에 이어 방문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국영화 기대작들의 이름표가 줄줄이다. 후반작업 중인 <더 킹>(감독 한재림), <리얼> (감독 이정섭), <마스터>(감독 조의석)에 이어 현재 맹렬히 촬영 중인 <군함도>(감독 류승완),
<신과 함께>(감독 김용화), 그리고 프리 프로덕션 준비가 한창인 <VIP>(감독 박훈정)와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의 의상들까지 곳곳에 보인다. 이 모든 쟁쟁한 한국영화들의 ‘룩’이 바로 이곳 조상경 스
[스페셜] 조상경 의상감독의 스튜디오 ‘곰곰’은 어떻게 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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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두편 이상의 연출작을 내놓는 다작의 감독은 드물다. 하지만 스탭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최근 몇년 새 개봉한 한국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유심히 본 관객이라면, 아마 수없이 되풀이되는 이들의 이름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조상경 의상감독이 이끄는 의상 스튜디오 곰곰과 곽태용, 황효균 실장이 대표로 있는 특수분장업체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이 그곳이다. 이 두개의 스튜디오가 올해 작업에 참여한 영화의 편수만 모아도 수십편이 훌쩍 넘을 듯하다. 더불어 지난해 메가 히트작인 <암살>과 <베테랑>, 올해의 화제작 <아가씨>와 <밀정>, 향후의 한국영화 기대작인 <군함도>와 <신과 함께> 등에도 모두 이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박찬욱과 봉준호, 김지운과 류승완, 최동훈과 김용화….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특정 스튜디오를 자주 찾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조상경 의상감독의 의상실과 특수분장업체
[스페셜] 수많은 한국영화 시나리오가 향하는 두 스튜디오에 대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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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감독은 정두홍 무술감독과 함께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를 함께하며 한국 액션영화의 새로운 길을 닦았다. <아수라>에선 정두홍 감독의 애제자 허명행 무술감독이 악질들의 진흙탕 싸움을 처절하게 그려냈다. 부패한 경찰, 부패한 시장, 부패한 검찰이 주인공인 <아수라>의 무술은 화려한 액션이 아닌 잔인한 폭력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신세계> <남자가 사랑할 때> <무뢰한> <대호> 등 사나이픽처스의 전속 무술감독도 아닌데 사나이픽처스가 제작하는 거의 모든 작품에 무술감독으로 참여한 허명행, 최봉록 공동 무술감독은 이번에도 폭력의 세계를 밀도 높게 구현한다. 서울액션스쿨의 넘버원 카 스턴트맨인 권귀덕 무술감독과 <아수라>에서 정우성 배우의 대역을 맡은 김선웅씨 또한 김성수 감독이 구상한 액션 비전을 구체화한 조력자들이다. 가을볕이 쨍쨍하게 내리쬐던 9월의 어느
[스페셜] 서울액션스쿨 허명행, 최봉록, 권귀덕, 김선웅 <아수라>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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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알모도바르, 드니 빌뇌브, 구로사와 기요시, 신카이 마코토 등 이름만으로 우리를 설레게 하는 감독들이 있다. 이들의 믿고 보는 신작을 올해 부산에서 만날 수 있다. 우선 동시대 거장들의 신작 및 화제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된 세편의 영화,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 구로사와 기요시의 <은판 위의 여인>, 이상일 감독의 <분노>를 놓칠 수 없다. <초속5센티미터>(2007), <별을 쫓는 아이>(2011) 등 섬세하고 투명하게 일상의 순간을 담아내온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장편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들고 한국을 찾는다. 도시와 산골 마을에 사는 청소년 타키와 미츠하의 몸이 뒤바뀌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이내 사라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소환한다. 신카이 마코토 영화 세계의 확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은판 위의 여인>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프랑스 배우 및 스탭들과
[스페셜] 믿고 보는 감독들 -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 이상일의 <분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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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메가폰을 잡은 건 4년 만이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하 <미스 페레그린>)은 원작이 따로 있다는 게 의아할 만큼 팀 버튼의 판타지 세계에 정확히 부합하는 작품이다. 자신의 상상을 스크린에서 현실로 구현하는 영상시인 팀 버튼의 진면목이 어떻게 구현될 것인지 그 면면을 미리 짚어봤다.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팀 버튼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1. 팀 버튼이 사랑한 원작
한동안 연출보다는 제작, 기획에 힘을 쏟은 팀 버튼이 단번에 마음을 빼앗긴 원작이 있다. 2011년 출간된 랜섬 릭스의 첫 소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을 본 후 팀 버튼은 이 소설을 반드시 자신이 영화화하기로 마음먹었다. “원작 작가가 사진을 바탕으로 썼다는 이야기는 몽환적이고 강렬하고 신비롭다.” 팀 버튼의 영화 앞에 흔히 붙는 수식어가 소설을 읽은 팀 버튼의 입에서 절로 나왔다고 한다. 벼룩시장에서 오래된 물건을 구입하는 게 취미였던 작가 랜
[스페셜]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8가지 감상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