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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는 여성이라면 꼭 해야 하는 것일까. 네덜란드인 친구들과 각자의 생리의 경험을 얘기하던 중 “생리의 고통에 관해 다루는 다큐는 있는데 생리대 자체를 다루는 다큐는 왜 없는 걸까” 궁금해진 김보람 감독은 생리와 생리대를 말하는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결심했다. “미국의 공영방송들과 코스모폴리탄은 2015년을 생리의 해로 규정했다. 최근 들어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 한국까지 생리대 무상 지급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어떤 상품이 유통되고 소비되는 과정은 그 사회 구성원의 생활과 수준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생리대라는 아이템을 통해 여성들이 지금 살고 있는 사회, 여권 신장의 역사를 다시 살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피의 연대기>는 오랜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논의돼온 생리와 생리용품의 역사를 훑으며 여성들이 어떻게, 왜 특정 생리용품을 선택하고 사용하는지를 살핀다. 미디어가 생리와 생리용품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지, 그로 인해 대중은 무엇을
[스페셜] 여성의 선택에 대해 말해보자 - <피의 연대기> 김보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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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지원작 공모에 낸다고? 인천다큐멘터리포트에도? 이게 (선정)될 것 같아?” 최하동하 감독이 <기술자들>의 기획안을 프로듀서에게 보여줬을 때 돌아온 반응이라고 한다. 2012년 18대 대선 전자개표기 부정 의혹을 다루는 <기술자들>은 올해 인천다큐멘터리포트 K-피칭 작품 중 유일하게 정치적 이슈를 다루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정치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요즘 <기술자들>은 오히려 힘을 더 받을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애국자 게임>(2001), <택시 블루스>(2007)를 만든 최하동하 감독은 과학적 검증과 책임자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정치 포렌식 스릴러”를 만들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언제부터 구상하고 준비했나.
=18대 대선 개표부정 의혹을 지난해에야 알게 됐다. 올해 2월 초부터 기획안을 쓰고 자료조사를 시작했는데, 개표부정 이야기를 줄기차게 물고 늘어진 사람들이 있었고 관련 의혹도 무성
[스페셜] 시국이 돕고 있다 - <기술자들> 최하동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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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그래프>는 이원우 감독의 외할아버지가 백수 생신 잔칫날 자신의 자서전을 손녀에게 부탁하면서 태동한 작품이다. 이듬해 유럽 배낭여행 도중 외할아버지의 부음을 들은 이원우 감독은 귀국해 할아버지의 이름을 검색하는데, 검색 엔진을 통해 드러난 할아버지의 과거는 충격적이었다. 한때 내무부 장관이었고 2선 국회의원이었던 할아버지의 사회적 지위는 알고 있었지만 이원우 감독에게는 그저 “남자도 집안일을 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그것을 몸소 보여주었던 할아버지, 끝까지 소박한 삶을 살다 가신 늙은 할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이원우 감독의 외할아버지인 장석윤. 그는 일제강점기에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CIA의 전신인 O.S.S 요원으로 활동했다. 이승만과 김구의 연락책이기도 했고, 한국전쟁 발발 초기엔 치안국장을 역임했다. 할아버지가 치안국장으로 있던 시기 대전형무소 학살 사건이 벌어졌다. 학살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에 할아버지가 있었다.
<옵티그래프>는 한때
[스페셜] 할아버지가 남겨주신 오래된 “숙제” - <옵티그래프> 이원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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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땅의 여자>(2009)가 귀농 여성 세명의 삶을 그려낸 다큐멘터리였다면 권우정 감독의 신작 <까치발>은 감독 자신과 그녀의 딸을 그린 사적 다큐멘터리다. 권우정 감독은 딸 지후의 까치발이 “뇌성마비일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진단에 (딸과 자신의 불안한 미래에 대한) 상처를 받고 죄책감을 느낀다.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이 자신의 심정을 이해해줄 거라고 기대하며 그들의 사연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든다. 그러다가 결국 자신의 삶은 자신과 딸이 결정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자신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기로 한다. 그렇게 출발한 <까치발>은 엄마 권우정과 딸 지후, 두 모녀의 성장담인 셈이다.
<까치발>은 지난해 촬영을 시작한 뒤로 현재까지 제작을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 “권우정 감독과 그녀의 딸 그리고 권우정 감독의 엄마, 세 모녀의 이야기로 확장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딸의 까치발이 이상하다고 처음 생각했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나.
[스페셜] “나와 내 딸 이야기로 돌아올 수밖에” - <까치발> 권우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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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게스트들이 많은데, 지금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한국은 다큐멘터리를 하기에 무척 적합한 나라다. 극영화를 하기엔 현실이 작가들의 상상력을 너무 앞서가고 있다. 지금의 샤머니즘적 정치 상황을 예견한 다큐멘터리도 이미 나와 있다. 박찬경의 <만신>이라고. 나 역시 우주의 기운을 받아서 사회를 잘 보도록 하겠다. ”(변영주)
인천다큐멘터리포트 피칭 사회를 4년째 맡고 있는, 계약서만 안 썼다뿐이지 앞으로도 종신 사회를 볼 것 같은 변영주 감독이 시의적절한 인사말로 인천다큐멘터리포트 2016의 K-피칭 시작을 알렸다. 50편이 넘는 한국 다큐멘터리가 K-피칭 부문에 출품됐고 최종 선정작 8편이 11월5일 오전 인천 파라다이스호텔에서 피칭을 가졌다. 각국의 방송 및 영화 관계자들로 구성된 패널(디시전 메이커)들은 ‘ㄷ’자로 둘러앉아 한국 다큐멘터리의 현재를 유심히 살폈고, 신랄한 지적과 훈훈한 지지를 보냈다. 우선 여성의 생리를 다룬 김보람 감
[스페셜] 인천다큐멘터리포트 2016… 한국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문제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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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다큐멘터리포트 2016이 지난 11월4일부터 6일까지 파라다이스호텔 인천에서 열렸다. 한국 다큐멘터리 피칭에서 신작 8편이, 아시아 다큐멘터리 피칭에서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온 작품 10편이 공개됐다. 러프컷 세일에는 후반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개봉을 앞둔 프로젝트 5편이 구매자를 만났다. <씨네21>은 한국 다큐멘터리 피칭에 참여한 8편을 소개한다. 권우정 감독의 <까치발>, 이원우 감독의 <옵티그래프>, 최하동하 감독의 <기술자들>, 김보람 감독의 <피의 연대기>, 이길보라 감독의 <기억의 전쟁>, 현진식 감독의 <리틀 걸 블루>, 이선희 감독의 <얼굴, 그 맞은편>, 김재영·태휘원 감독의 <초승달의 집>이 그것이다. 다음 장부터 인천다큐멘터리포트 2016의 뜨거운 현장으로 안내한다.
[스페셜] ‘인천다큐멘터리포트 2016’으로 살펴본 한국 다큐멘터리의 경향과 주목할 만한 신규 프로젝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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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입배급사협회가 지난 10월8일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출범식을 가졌다. 등록된 수입•배급사 수는 300여개에 달하지만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회사는 그중 1/10인 30여개 안팎. 그 가운데 20여개 영화 수입•배급사가 뜻을 모아 함께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들은 출범 기자회견 자리에서 불필요한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극장 및 디지털 유통 환경의 합리적 개선에 힘쓰고, 불법 콘텐츠 유통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이들을 한데 뭉치도록 했다. 극장 사업자 및 부가판권 사업자들을 상대하는 ‘을’의 목소리를 대변할 하나의 창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필름마켓에서, 극장에서 직접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관계라 수입•배급사들이 한배에 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대담에 참석한 김난숙 영화사 진진 대표, 서정원 더쿱 대표,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 김상윤 씨네룩스 대표도 그 점을 강조했다. “함께 모여 신뢰를 회복하고 머리
[스페셜] 영화수입배급사협회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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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샤오시엔이나 지아장커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그의 이름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허우샤오시엔의 <해상화>(1998), <밀레니엄 맘보>(2001), 지아장커의 <플랫폼> (2000), <24시티>(2008), <산하고인>(2015)을 포함하여 많은 영화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노 요시히로다. 이번엔 그가 영화 연출에 도전했다. 도쿄국제영화제 ‘아시아의 미래’ 부문에서 상영된 그의 연출 데뷔작 <빗속에서 흔들리는 여자>는 과거를 지운 채 새 삶을 살아가려는 남자 겐지(아오키 무네타카)와 그의 앞에 나타난 신비로운 여자 사토미(오노 이토), 두 남녀의 사연을 그린 미스터리 멜로드라마다. 한노 요시히로는 “연출을 직접 해보니 음악과 연출은 닮은 점이 꽤 많더라”라고 소감을 말했다.
-14년 전 파리에서 아오키 무네타카를 만나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들었다.
=그때 이 이야기가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스페셜] <빗속에서 흔들리는 여자> 한노 요시히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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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도쿄에서 화제의 인물은 단연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었다. 도쿄국제영화제는 ‘호소다 마모루의 세계’라는 섹션을 마련해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썸머워즈>(2009), <늑대아이>(2012), <괴물의 아이>(2015) 등 그의 장편애니메이션들을 상영했다. 그의 중•단편 6편(<디지몬 어드벤처>(1999), <디지몬 어드벤처: 우리들의 워 게임!>(2000), <꼬마 마녀 도레미 시즌4 40화>(2002), <슈퍼플랫 모노그램>(2003), <플래닛 66에서 온 창조물~롯폰기 힐스 스토리~>(2003), <내일의 나자>(2003)) 또한 ‘작가성의 맹아 1999-2003’ (作家性の萌芽)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여 상영됐는데, 호소다 마모루의 세계가 지난 20년 동안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한눈에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롯폰기 힐스에서 만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5분짜리
[스페셜] 특별전 ‘호소다 마모루의 세계’의 주인공 호소다 마모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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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을 눈앞에 둔 도쿄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호소다 마모루와 이와이 슌지,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감독과 실사영화 감독의 특별전을 기획해 일본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켰고, ‘아시아 삼면경 2016: 리플렉션’(Asian Three-Fold Mirror 2016: Reflections) 프로젝트와 ‘크로스 컷 아시아 #03: 컬러풀 인도네시아’ 기획전을 열어 아시아영화계와의 관계를 다졌다. 경쟁부문 상영작 16편 또한 예년에 비해 알찼다. 지난 10월25일부터 11월3일까지 롯폰기 힐스에서 열린 제29회 도쿄국제영화제 소식을 전한다. 올해 영화제에서 특별전을 연 호소다 마모루 감독과 연출 데뷔작을 찍은, 허우샤오시엔과 지아장커 영화의 음악감독 한노 요시히로, 경쟁부문 <설녀>를 연출한 기키 스기노 감독과도 만났다.
“영화제 레드카펫이 일본 국회 카펫보다 더 흥분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0월25일 도쿄 롯폰기 힐스에서 열린 제29회 도쿄
[스페셜] 제29회 도쿄국제영화제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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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해리 포터 팬들의 ‘아씨오’(소환 마법) 주문이 성공한 걸까. <해리 포터> 프랜차이즈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이 11월1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총 5편의 시리즈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라는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 포터를 떠나보낸 워너브러더스가 야심차게 선보이는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의 시작점이자 새로운 캐릭터와 사건으로 무장한 또 다른 마법세계의 빅뱅을 예고하는 영화다. 더불어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 포터’ 소설의 원작자 J. K. 롤링이 시나리오작가로 데뷔전을 치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전세계적인 관심이 쏠리는 만큼 개봉이 임박한 지금까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 이 영화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소식들을 문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호그와트를 떠나 1920년대 미국으로 눈길을 돌린 ‘해리포터’의 평행우주는 어떤 놀라움을 담고 있을까.
Q.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인가?
‘해리 포터’
[스페셜] <신비한 동물사전>을 둘러싼 여섯개의 질문과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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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는지 몰라서 그런 게 아니라 너무 잘 알아서 아무 말도 못하는 거예요.” 성범죄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어려움 중 하나는 사안을 주변에 알렸을 때 돌아오는 주변의 방어적인 반응들이다. 피해자에게 일부라도 책임이 있다는 시선이나 사건을 조용히 덮고 넘어가고자 하는 집단의 분위기는 피해자를 두번 울린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은 그래서 필요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피해자를 위한 가이드는 피해자에게 행동의 책임마저 미루는 건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사건 해결을 위한 방안까지 미리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건 ‘내 몸은 알아서 내가 지켜야 한다’는 냉혹한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어쩌면 이마저 우리 주변에 은연중에 깔려 있는 무책임한 시선의 일부인지도 모르겠다. 특히 영화계는 계약이 프로젝트별로 이뤄지는 등 직업적 특수성 때문에 성폭력상담소 등에서도 다루기 어려
[스페셜] 당신이 성폭력을 목격했거나, 지인의 성폭력 가해 혹은 피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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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범죄의 문제 중 하나는 피해자와 주변인들의 대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성범죄의 언급 자체를 기피하는 분위기 탓에 이와 관련한 정보를 찾아볼 창구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정보들을 소개한다. 우선 긴급대처나 구호가 필요하면 여성긴급전화(국번 없이 1366)를 이용할 수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 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에 연락하여 도움을 요청하자. 당사자뿐 아니라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 혹은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여 조사 및 구제를 받을 수 있는데, 성범죄를 당한 사람이 근로자인 경우 고용노동부(국번 없이 1644-3119)나 지방고용노동지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도 있다. 법률 상담 및 의료 지원 등을 받은 뒤 사법적인 권리 구제를 취할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사안에 따라 형사소송과 민사소송 중 어느 쪽을 진행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둘 다
[스페셜] 성폭력 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대처법·도움을 얻을 수 있는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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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사건은 개별 사건이 각각의 유형을 띠고 있어 대응방식이나 이후 상담과정도 피해자의 입장과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게 당연하다. 그런 만큼 성범죄를 범주화, 유형화하는 건 자칫 피해 대상을 타자화할 우려가 있어 조심스럽다. 하지만 여기서는 영화계 내 성폭력 사례들에 대한 법률적인 대응 방안을 소개하려 한다. <씨네21>을 통해 들어온 제보(es@cine21.com)와 피해자들을 직접 취재한 내용을 취합하여 법률 자문을 거친 후 구체적으로 어떤 대응이 가능한지 살펴보기 위해 세 가지 사례로 재구성했다. 일단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자신의 권리를 법이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지를 아는 게 성범죄 예방의 첫걸음이다.
1. “A는 미술부 막내로 들어가서 첫 현장을 경험했다. 뒤풀이 술자리에서 연출부 B가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섞어서 앉자고 제의했고 여자 스탭들이 사이사이에 끼어 앉았다. 술자리가 이어지면서 B는 A에게 몸을 바짝 밀착하면서 술을 따르라고 요구하고 허리를
[스페셜] 성폭력 피해 사례별 법률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