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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역경과 사건들로 점철된 한국현대사를 감안하면 ‘영화 같은 삶’이라는 제목은 70대 이상 한국의 어떤 갑남을녀에게도 해당할 법한, 범박하다 못해 클리셰로 느껴질 만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이 범박하게 과장된 표현 이외에 최은희와 신상옥이라는 한국영화사의 두 거목의 다사다난한 인생 역정에 붙일 적절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두 사람의 인생은 그들이 만들고 출연한 그 어떤 영화보다 극적이었으니 말이다.
만남, 그리고 고난의 연애
미술학도를 거쳐 해방 직후 영화계로 들어와 1952년 <악야>를 통해 데뷔한 신상옥과 일제강점기부터 연극 작업을 하다 해방 이후 영화배우로 자리를 잡아가던 1926년생 동갑내기 두 사람(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명이 필요하다. 최은희는 줄곧 자신이 1930년생이라 주장했으나 몇해 전부터 1926년생임을 인정한 바 있다. 신상옥은 1925년생이라는 설도 있다)이 만나게 된 것은 1950년대 초의 일이다. 1954년에 발표된 <
[스페셜] <연인과 독재자>, 신상옥 감독과 배우 최은희의 영화보다 영화 같은 삶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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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하고 설움은 그야말로 종이 한장 차이라고, 눈물을 알지 못하면 웃음 또한 알 수 없는 거지. 눈물 스민 웃음을 끌어내는 것이 진짜 코미디인 거야.” 전쟁의 폐허와 재건의 욕망이 공존하던, 그렇게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무대와 영화, 라디오와 TV를 종횡무진 누비며 서민들의 고단하고 눈물겨운 삶에 따스한 웃음을 불어넣었던 ‘막둥이’ 구봉서가 지난 8월27일 세상과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향년 90살.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같은 불세출의 유행어를 남기며 오랜 세월 남녀노소 모두에게 두루 사랑받았고, 코미디를 평가함에 유달리 인색했던 이 땅에서 코미디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으며 평생을 희극인으로 살다갔던 그. 존재 자체로 한국 코미디의 역사라 할 수 있었던 그의 삶과 흔적을 더듬으며 ‘눈물이 있는 진짜 코미디’의 세계를 추구했던 우리 시대 원조 희극지왕, 구봉서를 떠나보내고자 한다.
막둥이, 코미디의 별이 되다
얼굴만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스페셜] 우리 시대 희극배우, 구봉서의 지난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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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전설들을 회고해보려 한다. 지난 8월27일 세상을 떠난 배우 구봉서와 최근 <연인과 독재자>가 개봉하며 새삼 주목받은 신상옥 감독과 배우 최은희가 그들이다. 오랜 세월 남녀노소 모두에게 두루 사랑받으며, 코미디라는 장르에 유달리 박한 평가를 서슴지 않던 이 땅에서 코미디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은 채 평생을 희극인으로 살다간 구봉서는 우리 시대의 원조 희극지왕이었다. 그리고 1960년대 한국영화계를 주름잡던 슈퍼스타 커플 영화감독 신상옥과 톱스타 여배우 최은희. 어느 날 홍콩으로 여행 갔던 최은희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고 얼마 후 최은희를 찾으러 홍콩으로 떠났던 신상옥 역시 행방이 묘연해진다. 북한으로 납치당했다가 8년이 흐른 후 나타난 신상옥과 최은희. 한국인이 아닌 두 영국인 감독 로버트 캐넌과 로스 애덤은 “이 스펙터클한 이야기를 왜 영화로 만들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연인과 독재자>를 만들었다. 구봉서와 신상옥, 최은희 그들의 다사다난한
[스페셜] 구봉서 그리고 신상옥과 최은희의 인생 역정 회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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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놀라운 결과다. 올해 노벨문학상은 바로 미국의 가수이자 작곡가 밥 딜런이 수상했다. 1960~70년대를 거치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치적이면서도 시적인 가사의 포크 음악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그는 미국 포크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수이자, 세계 대중음악계에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은 <BBC>의 의뢰로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 <노 디렉션 홈: 밥 딜런>(2005)을 만들었고, 토드 헤인즈 감독은 밥 딜런 특유의 시적인 가사를 줄기 삼아 그의 7가지 서로 다른 자아를 등장시킨 <아임 낫 데어>(2007)를 만들기도 했다. 그처럼 그는 음악을 넘어 당대 대중문화의 거대한 아이콘이었다. 음악평론가 배순탁이 그의 수상을 축하하며 글을 보내왔다.
과연, 예상 그대로였다. 이 글이 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만났을 때는 상황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는 ‘역시 밥 딜런답다’ 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
[스페셜] 노벨문학상 수상한 밥 딜런, 그의 음악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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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가 연출자에게 많은 힘이 되어준 까닭에 배우상을 내심 받고 싶었다. 그런데 올해의 배우상 남녀부문(구교환, 이민지)뿐만 아니라 CGV아트하우스상까지 받을 줄 몰랐다. 영광이다.” 조현훈 감독의 <꿈의 제인>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영화제 기간 동안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이 하나같이 “<꿈의 제인>은 어땠냐?”는 말로 안부 인사를 대신할 만큼 화제작이었다.
<꿈의 제인>의 제인(구교환)은 가출팸(가출 청소년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들에게 마리아 같은 존재다. 가출 청소년들을 자신의 집에 데려다 재워주고, 먹여주는 헌신적인 존재다. 갈 곳 없는 소현(이민지) 또한 제인의 보살핌을 받는 가출팸 중 한명이다. 아주 잠깐이지만 제인의 집에서 지냈을 때가 소현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제인의 몸이 안 좋아지면서 소현을 포함한 가출팸들은 더이상 제인의 집에서 지낼 수 없게 된다.
제인은 트랜스젠더이고
[스페셜] 연대를 통해 살아갈 용기를 얻다 - <꿈의 제인> 조현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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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 감독의 <춘천, 춘천>에는 두개의 춘천, 두번의 춘천 기행이 있다. 춘천내기 청년 지현(우지현)은 서울로 취업 면접을 갔다가 침체된 마음으로 돌아와, 친근하지만 벗어나고 싶은 도시를 돌아다닌다. 한편 세랑(이세랑)과 흥주(양흥주)는 서울의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배우자 아닌 상대와 춘천으로 2박3일 여행을 떠나온다. 지현의 시간은 괴어 있고 흥주와 세랑의 시간은 붙들 수 없다.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 옆을 방심한 채 지나가는 장면이 두 차례 나온다. 정해진 거리를 결승점까지 일방질주하는 사람들의 집중한 얼굴은, <춘천, 춘천>의 인물들이 짓는 표정과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처음에는 춘천에서 청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장우진 감독의 관심사는, 같은 공간에 흐르는 다른 시간을 그려보자는 목표로 발전했다. “2014년 추석 무렵 춘천행 ITX 청춘열차를 탔는데 어떤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보온병에서 커피를 따라 권하며 조심스레 대
[스페셜] 같은 장소 다른 시간 - <춘천, 춘천> 장우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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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형 감독의 장편 데뷔작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웃기면서도 쓸쓸한 블랙코미디다. 그 출발은 “코미디 무성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감독의 바람에서 왔다. “종종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의 초기작들을 찾아보다 잠들곤 한다.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직관적으로 웃을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었다.” 이 생각에 살을 붙여나간 끝에 애초 계획한 코믹 무성극은 영화 속 영화로 자리잡았다.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이 무성극에 출연하는 중년의 사내, 시골 이발사 모금산(기주봉)의 이야기로 뻗어나간다.
빛바랜 책을 넘기듯 그렇게 영화는 시작된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실제로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흑백영화로 빛을 거둬냈고, 장(章)을 구분해 관객이 모금산의 여정을 집중력 있게 좇을 수 있도록 했다. “시나리오 쓸 때부터 흑백영화를 고려했다. 머디 워터스를 비롯해 시카고 블루스를 많이 들으며 글을 쓰기도 했고 촬영지가 시골이다 보니 색이 많은 것
[스페셜] 무성극 속 사내 같은 웃음과 슬픔 -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임대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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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바뀌는 시기, 환절기.’ 그때가 되면 몸도 마음도 아프기 쉽다. 공기의 미세한 변화 앞에서 심신은 적응을 위한 얼마간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섹션에 소개된 <환절기>의 이동은 감독은 자연스러운 절기의 흐름처럼 사람의 마음도 아팠다가 차츰 아물어가는 과정이 있을 거라 말한다.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각자의 위치에서 저마다 상처입고 고통받은 사람들이 서로의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말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서로를 받아들이다보면 어느새 또 한 계절이 지나가고 있지 않겠나.”
영화는 아들 수현(지윤호)과 아들의 친구 용준(이원근) 사이의 사랑을 뒤늦게 알게 된 엄마 미경(배종옥), 이 세 사람의 처지와 감정의 변화를 통해 서로를 받아들이는 법을 말한다. 이동은 감독이 직접 쓴 그래픽노블 <환절기>가 그 원작이다. “2012년 겨울에 쓴 작품이다. <환절기>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관객과의 대화를 나
[스페셜] 서로를 받아들이는 법에 대하여 - <환절기> 이동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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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폐막 사흘 뒤, 볕이 좋은 서울 혜화동 한 카페에서 안선경 감독과 마주 앉았다. <나의 연기 워크샵>에서 경(서원경)과 은(김강은)이 가족사를 서로에게 들려주는 장면을 촬영한 장소이기도 하다. 카페 문을 열고 모퉁이를 돌면, 극중 연기수업이 진행된 장소인 극단 연희단 거리패의 게릴라 극장도 보인다. 그처럼 <나의 연기 워크샵>은 허구와 현실이 벽이 아닌 바람에 흔들리는 얇은 휘장으로 구획되는 영화다. 극중 연기 워크숍은 영화를 위한 구성물이 아니라, 2011년부터 안선경 감독이 실제로 운영해온 영화연기 교실이다. 영화 속 연기수업은 워크숍 경험의 극화라기보다 그 자체로 온전한 1기분의 커리큘럼이다. 이관헌, 김강은, 서원경 배우는 워크숍 학생으로서 영화에 참여했고 감독의 전작 <파스카>(2013)의 주연 성호준은 촬영 5개월 전 합류했다. 단, 교사 역은 안선경 감독 대신 전작 <파스카>의 주연인 김소희 배우가 맡았다. 말하자
[스페셜] 액트 오브 리빙 - <나의 연기 워크샵> 안선경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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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용에 순할 순. 엄마가 낳을 때 용썼다고 용순(이수경)이라 이름붙여진 소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대명컬처웨이브상을 수상한 신준 감독의 장편 데뷔작 <용순>은 이 소녀에 대한 이야기다. “시나리오를 쓸 때 문득 용순이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여자 이름 같기도 하고 남자 이름 같기도 하고, 어느 시대 이름인지 가늠할 수 없는 모호한 매력이 있더라. 그리고 이 이름이 앞글자는 세고 뒷글자는 부드럽다. 굉장히 저돌적이지만 알고 보면 여린 구석도 많은 내 영화 속 인물에 잘 맞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사춘기 소녀 용순은 육상부를 이끄는 체육 선생님을 좋아한다. 선생님도 자신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고 굳게 믿고 있던 어느 날, 선생님에게 다른 여자가 있는 것 같다는 친구의 귀띔에 용순의 집착이 시작된다.
<용순>은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듯 디테일한 묘사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작은 친절 하나에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의 빗장을 풀고, 사소한 무심함
[스페셜] 소녀의 마음속으로 줌인! - <용순> 신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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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 활동을 시작해 연출로 영역을 확장한 배우들의 명단에 남연우라는 이름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가시꽃>(감독 이돈구, 2012)의 주연배우였고, 이 작품으로 제1회 들꽃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남연우가 올해는 <분장>의 감독으로 부산을 찾았다. 배우로 부지런히 살아온 시간을 증명하듯,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중엔 출연작도 3편이나 된다. 선종훈 감독의 단편 <마음이 닿으면>(2016), 손태겸 감독의 <아기와 나>(2016), 이호재 감독의 <로봇, 소리>(2015)에 남연우는 짧게 출연한다. 남연우에게 연기와 연출은 동떨어진 무엇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감독은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담아내는 사람이고, 배우는 감독이 원하는 인물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해내는 사람이다. 내게는 연출이 연기의 연장선상에 놓인 작업이다.” 무엇보다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연
[스페셜] 진정성을 의심하라 - <분장> 남연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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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를 국적 없는 영화제로 만들 수 없습니다.” 누군가 올해 영화제는 한국영화 없이 열리는 게 아니냐고 물었고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답했다. 영화제 정관개정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의 일화다. 그만큼 한국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의 현재를 지탱하는 핵심이자 본질이다. 집행부의 전언대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 섹션을 지켜냈다. 앞으로의 활약이 궁금한 재기 넘치는 신인 혹은 자신의 영화세계를 넓혀가고 있는 재능 있는 감독의 작품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부산을 찾은 관객을 만났다. 그중 <씨네21>이 주목하는 7명의 한국 감독들을 여기 소개한다. 이들 각자의 이야기로부터 지금 현재 한국영화의 어떤 흐름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스페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7명의 한국 감독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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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제18회를 맞이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ucheon International Animation Festival, 이하 BIAF)은 이제 명실상부 아시아 넘버원 애니메이션영화제로 도약 중이다. 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국제경쟁으로 전환한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간 다진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전세계 애니메이션의 경향과 미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초청작을 포함하여 41개국 222편의 작품 중 어느 것 하나 놓칠게 없지만 그중에서도 7편의 장편경쟁 애니메이션들을 미리 소개한다. 안시, 자그레브, 슈투트가르트 등 전세계 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들은 물론 한국과 일본에서 주목받은 신작들도 있다. 더불어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진행되는 ‘프랑스 특별전’과 화려한 게스트에 대한 짧은 소식도 전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올해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도 상영할 예정이니 작품의 면면을 확인한 후 직접 가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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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제18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추천작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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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반의 대표적 사례로 남을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자백>이 영화 한편의 스토리펀딩 프로젝트 중에선 최초로 모금액 4억원을 돌파하는 성공을 거뒀다. <자백>은 지난 6월 13일 스토리펀딩을 오픈했고 단 하루 만에 3천만원 모금에 성공, 펀딩을 마감한 8월31일까지 80일간 1만7261명이 참여해 4억3427만6천원으로 모금을 종료했다. <자백>의 엔딩 크레딧엔 스토리펀딩에 참여한 후원자들의 이름이 새겨졌다. 상영시간만 6분30여초에 이르는 대기록이다. 그리고 그들을 초청한 시사회는 이번 호 표지로 남겨졌다.
스토리펀딩은 다음카카오의 뉴스펀딩 서비스로부터 시작된 크라우드 펀딩의 한 방식이다. 콘텐츠 소비자가 유의미한 기획에 후원금을 내면 펀딩에 성공한 기획은 뉴스로 제작 되었다. 이에 펀딩 영역을 넓혀 뉴스 이외에도 여러 이야깃거리를 영화나 공연, 책 등으로 제작 가능하게 한 것이 스토리펀딩이다. 스토리텔링을 갖춘 콘텐츠만이 스토리펀딩의 대상이 될
[스페셜] 모금액 4억3427만6천원 기록한 <자백> 스토리펀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