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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
“다른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듀나) 개별 작품에 대한 지지나 아쉬움을 표하기 이전에 한국영화에서 홍상수만큼 온전히 자신의 영토를 유지해나가는 감독은 달리 없다. “화제의 인물로서는 도발적이고 예술가로서는 가장 윤리적인 길을 택했다”(임수연)는 평처럼 올해 선보인 2편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와 <그 후>는 홍상수가 한국영화계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구설에도 불구하고 그는 묵묵히, 오직 영화로만 화답하는 중이다. 필자들의 지지가 <밤의 해변에서 혼자>와 <그 후>로 갈렸음에도 결과는 홍상수다. 그 앞과 뒤에 더이상 다른 말을 붙이는 건 무의미할 것 같다. 이에 대한 홍상수 감독의 답변도 담백했다. “영화를 좋게 보아주신 분들의 마음 온전히 잘 받겠습니다. 격려 감사합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두고 “자전적이라는 모든 시도는
[2017년 총결산③] 올해의 감독 - <밤의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 <아이 캔 스피크> 김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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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영화에 대한 평가는 쏠림이 뚜렷했다.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와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이 고른 지지와 높은 평가를 동시에 받으며 나머지 영화들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심지어 홍상수 감독의 경우 <그 후>로 표가 일부 갈렸음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 모두 10위권 안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평자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건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특색이 보이는 영화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여전히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는 홍상수의 존재는 독보적으로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그 연장선에서 3위를 차지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과 4위의 <꿈의 제인>이 젊은 감독들의 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별적인 완성도는 차치하고서라도 자신의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려는 시도가 있는 영화들에 대해 대체로 호의적인 평가가 이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1위와 2위, 3위
[2017년 총결산②] 올해의 한국영화 총평, 6위부터 10위까지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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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한국영화 1.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어느 영화에서 이 정도로 ‘홍상수’를 솔직하게 본 적이 있었던가. “이유야 어찌됐든 홍상수의 진심이 이만큼 드러난 영화는 없었다”(우혜경)라는 말처럼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이르러 비로소 홍상수의 진심을 발견하고, 이를 홍상수 영화의 일대 변화로 인지 하기 시작했다. “치정과 욕망의 그림자를 좇던 홍상수 필모그래피의 일대 변화. 부조리극의 난해함으로 형언되지 않은 심리의 깊이를 얻었다”(조재휘)라는 말과 더불어 많은 평자들이 주목한 것은 이 영화가 가지는 고백적인 서사다. “모든 매료된 것에 솔직하고 아름답게 반응하는 영화. 그 솔직함이 끝내 그 처절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이지현), “홍상수의 변화. 관찰의 영화에서 고백의 영화로”(이주현), “끝내 탄복해버린 진심의 무게”(김소희) 등 진심의 항변이 결국 이 영화를 가치 있게 한다는 평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사실에 근거하면서도 판타지에 가까운 극적 장치를 활용한 형식적인
[2017년 총결산①] 2017 한국영화 베스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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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도 어김없이 올해의 영화, 올해의 영화인을 꼽는 시기가 돌아왔다. 매주 잡지를 발행하는 영화주간지 입장에서는 한해를 마감하는 의식과도 같은 시기다. 하지만 이건 순위를 매기거나 줄을 세우기 위한 리스트가 아니다. 심지어 평가도 아니다. 차라리 한해 동안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 영화들을 향한 고백과 감사라고 해두자. 덧붙인다면 올해 혹시나 놓치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영화들을 다시 찾아볼 수 있도록 권유하는 초대장이 될 수도 있겠다. 올해는 한국영화와 외국영화 선정에 26명의 평론가와 기자들이(홍은애, 정성일 평론가는 외국영화 베스트에만 참여) 각자의 리스트를 보내왔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각 평자들의 한국영화, 외국영화 베스트 명단을 함께 싣는다. 올해의 영화인은 감독, 주연 남녀배우, 신인 남녀배우, 신인감독, 제작자, 시나리오, 촬영감독 등 총 9개 부문에서 선정했다.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때론 울리고 웃겼던 영화들을 되새겨보며 2017년의 마무리를 해보길 권
2017년 최고의 한국영화·외국영화 그리고 올해의 영화인 ① ~ 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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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겨울 한국영화 대작 세편의 언론시사가 3일 연속으로 진행됐다.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다. <1987>에도 하정우 배우가 출연하는데, <신과 함께> 촬영 중에 <1987> 캐스팅 제안이 들어와서 나한테 물어보더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두 영화의 개봉일이 이렇게 근접하게 붙을 줄도 몰랐고 <1987> 역시 의미 있는 작품일 것 같아서 하라고 했는데 개봉일이 이렇게 정해질 줄은 몰랐다. (웃음) 어쨌든 원작 웹툰의 팬층이 워낙 두텁고, 한국형 블록버스터 판타지에 대한 갈증과 기대치가 있다 보니, 그런 점에서 부담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
-웹툰 <신과 함께>의 영화 연출을 제안받았을 때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미스터 고>(2013) 준비할 때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한테서 전화가 왔다. 웹툰을 구매했는데 연출을 맡아줬으면 좋겠다더라. 웹툰을 읽어보니 에피소드 형식이라 영화보다는
<신과 함께-죄와 벌> 김용화 감독, "이런 대규모 예산의 영화라면 감정을 끝까지 밀고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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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살걸 그랬네요.” “저승에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이 그겁니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에서 망자 김자홍과 그의 국선변호사 진기한이 나누는 이 대화의 요지는 결국 지옥에 이르러서 후회해봤자 소용없다는 거다. 후회해봤자 기다리고 있는 건 “죽을만큼 아프지만 죽지는 않는” 형벌뿐이니까. 생전의 삶의 궤적이 사후의 삶의 궤적을 결정한다는, ‘이생망’ 세대에겐 야속할 수도 있는 권선징악적 세계관은 <신과 함께>의 핵심 모티브다(그래서 교육용 만화로서의 가치도 평가받아 출판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세계관 자체는 매우 유연하게 작동한다. 도덕성 회복을 주장하기 위한 계몽적 태도로 인간의 죄와 벌을 다루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웹툰 <신과 함께> ‘저승편’에서 변호사 진기한의 진기명기 변론쇼를 통해 독자들이 보고 느낀 건 인간에 대한 신의 애정,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신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김자홍은 보통의 인간을 대표하는 캐릭터였다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죄와 벌>, ‘가족’과 ‘효심’이라는 테마를 판타지와 아우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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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스틸레인> 얘기부터 해보자.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충격을 받고 북핵 문제와 관련된 자료를 조사했다고 들었다. 당시 북핵 위기의 어떤 점이 충격적이었나.
=며칠 전,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이 1994년 북핵 위기 때 북한과의 전쟁을 검토했었다는 사실이 공개되지 않았나. 그때만 해도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지 아닌지 잘 몰랐고, 의심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6년, 북한은 공개적으로 핵실험을 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북핵 문제를 정면에서 바라보기보다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대하는 듯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에 북한은 여전히 가깝지만 먼 나라인데.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북한에 대한 상반된 교육을 받지 않나. 하나는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라는 주적 교육이고, 또 하나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통일 교육이다. 너무나 상반된 입장을 가진 채 접근하다보니 북한은 제대로 인지하기 힘든 대상이 되었다.
<강철비> 양우석 감독 - 현실 정치와 세월이 왜곡시킨 오해의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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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공화국이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다. 핵무기로 공포를 조장해서라도 북·미 수교를 맺어 미국으로부터 체제를 인정받고 싶은 조선공화국에 영화 <강철비>는 비현실적이다 못해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경애하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은 동지의 고귀한 업적 덕분에 부강번영하는’(<로동신문> 12월 11일자 345호 인용) 조선공화국에서 쿠데타가 발생하고, 그 사태로 인해 북한 1호(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거구의 체형이 딱 봐도 김정은이다)가 남한으로 피신하는 이 영화의 설정은 누구라도 쉽게 상상 못할 사건이다. 이처럼 <강철비>는 도발적인 설정에서 출발한다.
머지않은 미래의 한반도. 병사 제대한 북한 최정예 요원 출신 엄철우(정우성)는 리태한 정찰총국장(김갑수)으로부터 “일부 군 세력이 쿠데타를 공모하고 있으니 처단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임무를 마치면 공화국을 지킨 영웅 가족으로 대접해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대선이 막 끝나
양우석 감독의 신작 <강철비>, 북한 쿠데타와 북핵이라는 이슈를 대담하게 끌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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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의 <강철비>(감독 양우석)를 시작으로 롯데의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 CJ의 <1987>(감독 장준환)까지 대형 투자·배급사의 올해 마지막 카드가 전부 공개됐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어느 한편도 놓치기 힘든 작품들이다. 덕분에 관객은 취향에 맞게 골라보는 재미가 있고(가능하면 다 보시라),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경쟁에 뛰어든 영화 관계자들은 머리가 아프게 됐다. <씨네21>은 12월 14일 개봉한 <강철비>와 그다음주인 12월 20일에 차례로 개봉할 <신과 함께-죄와 벌>을 먼저 소개한다. 양우석 감독과 김용화 감독의 인터뷰도 덧붙였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겨울 흥행 대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양우석의 <강철비> vs 김용화의 <신과 함께-죄와 벌>, 물러설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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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콘텐츠진흥원 산하의 스튜디오 큐브는 오랜 기간 사업 시행을 계획하다가 올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촬영 시스템을 가동했다. 급변하는 영상 콘텐츠 시장에 대응하고자 영화 제작 시스템에 최적화된 특수효과 스튜디오와 제반 시설을 구축해 현재 많은 영화인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관련 시설 중에서 국내 최대규모라고 알려진 스튜디오 큐브는 대전 엑스포공원 내에 위치해 있다. 올해 스튜디오 큐브를 거쳐간 작품은 OCN 드라마 <블랙>, 영화 <인랑> <창궐> <이웃사촌> 등이다.
다목적스튜디오
A부터 D까지 4개 스튜디오가 개별 운영되며 완벽한 방음과 냉난방 시설을 제공한다. 스튜디오 면적은 각각 B, C스튜디오가 600평, D스튜디오는 1천평, A스튜디오는 1500평이다. E스튜디오는 특수효과 전용이다.
특수시설 스튜디오
특수시설을 갖춘 F스튜디오에는 촬영섭외가 어려운 병원, 법정, 공항, 교도소 세트를 마련해놨다. 공항 로비세트의
[대전④] 스튜디오 큐브 - 국내 최대 규모의 다목적 촬영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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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는 대전영상위원회가 보유하고 있는 특수영상시설 및 장비를 활용해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인 ‘특수영상 인프라 운영 및 활성화 사업’을 통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촬영스튜디오의 경쟁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그 성과가 올해와 내년을 기점으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대전이 보유 중인 촬영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설을 공개한다.
스튜디오
200평, 350평 규모의 스튜디오는 특수촬영 중심의 스튜디오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고상우 전략기획팀장은 이 공간을 “200평 규모의 스튜디오는 모션캡처 전용 블루스크린이 구비된 촬영 시스템”을 갖춘 공간으로, “350평 스튜디오는 유압식의 단점을 극복한 새로운 짐벌 시뮬레이터와 360도 LED 스크린 촬영이 가능한 가상 스튜디오로 꾸밀 계획”을 갖고 있다.
아쿠아스튜디오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수중촬영이 필요한 장면을 촬영할 수 있도록 여러 촬영 편의가 갖춰진 곳이다. 촬영장 규모는 15m×10m×10m(h), 수조 크기
[대전③] 대전영화촬영스튜디오 & 액션영상센터 - 특수촬영기술 개발과 촬영을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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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전시는 영상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을 활성화하는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 특히 특수촬영 스튜디오와 제반 기술 개발 등에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스튜디오 시설 자체만으로는 그 경쟁력이 오래가지 못한다. 특히 시설 규모 면에서는 중국을 이길 방법이 없다. 그래서 대전시는 시설과 장비 위에 대덕연구단지의 기술력으로 재무장하기 위한 기술사업화 지원사업을 2012년부터 시행해왔다. ‘리모트컨트롤 수중촬영 장비’나 ‘언리얼 게임엔진 기반의 프리비즈 시스템’을 구축한 개발사 등을 육성했듯이 콘텐츠 산업의 독보적인 기술력 확보가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튜디오 큐브의 출발은 드라마 촬영 중심 지원사업이었다. 이제는 영화 촬영 중심으로 지원사업을 추진해가고 있는데 대전시가 영화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200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대전영화촬영스튜디오의 활용이나 지역 로케이션 촬영을 보면, 드라마보다 영화 촬영이 훨씬 많았다. 스튜디오
[대전②] 박찬종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원장, "특수영상 제작 가능한 융·복합 시설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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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가 영화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한 것은 몇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산하 대전영상위원회(이하 대전영상위)에서는 2005년부터 대전영화촬영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두개의 촬영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었고 2013년에는 스턴트 액션과 수중촬영 등이 가능한 시설을 중심으로 액션영상센터를 신설해 운영 중이었다. 그런데 이곳 대전영상위 스튜디오 바로 옆에 2017년 9월 개관해 운영 중인 한국콘텐츠진흥원 산하의 대규모 영상 제작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큐브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되었다. 특수촬영 중심으로 운영되던 액션영상센터와 스튜디오 큐브는 타 지역 영상위나 스튜디오에서는 지원하지 않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자세하게 설명할 수중촬영 하우징 기술 개발, 스마트 와이어 기술 개발 등이 대전영상위가 주관하는 여러 제작 지원사업의 성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사업이다. 스튜디오 큐브 역시 출범 당시에는 잡음도 많았고 꽤 오랫동안 지지
[대전①] 과학도시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첨단영상산업의 메카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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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부터 대전에서 영화를 찍는다는 팀들의 소식이 들려왔다. 대전 엑스포과학단지 부지에 위치한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액션영상센터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드라마타운을 리뉴얼한 스튜디오 큐브의 개관 이후 여러 영상 콘텐츠 제작팀이 대전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 말, <씨네21>이 직접 찾은 스튜디오에서는 이미 김지운 감독의 <인랑>이 촬영 중이었다. 아쉽게 그 현장을 들여다볼 수는 없었지만 주변 시설을 비롯해 현재 대전시가 지원사업으로 추진 중인 다양한 영상 기술 개발 현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작비와 아이디어 등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시나리오나 콘티상에서 아쉽게 사라져야 했던 장면을 위해 과학의 도시 대전이 나선 이유를 지금부터 차근차근 들여다보자.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액션영상센터 & 스튜디오 큐브 ① ~ 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