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님이 가장 좋아했던 옷이다.” 최세연 의상감독의 스튜디오 ‘깃엔터테인먼트’에 걸려 있던 미자의 빨간 카디건을 보자 최세연 의상감독이 덧붙인다. “감독님이 기본적으로 의상에 애정이 많다. <마더> 때는 김혜자 선생님 의상 컨셉을 ‘반찬’이라고 명명하며 좋아하셨다. 이 옷은 김치 같고, 이 옷은 콩나물 같다고. (좌중 폭소) 이번에는 따로 애칭은 없었지만, 스틸 촬영할 때도, 테스트 촬영할 때도 미자에게 이 옷을 입힐 정도로 미자의 빨간 카디건을 많이 활용하고 재미있어 했다.” 최세연 의상감독은 <마더>와 (봉준호 감독이 제작을 맡은)<해무>, <옥자>까지 봉준호 감독과 세 작품을 함께했다. 그의 전작 <고고70>의 의상을 인상 깊게 본 류성희 미술감독의 추천으로 ‘봉준호 사단’에 합류하게 된 그는 의상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깊은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이 늘 좋은 자극이 되어준다고 말한다. “배우가 입는 옷의 컬러와 패턴을 여느
<옥자> 최세연 의상감독 - 옥자의 옷이 미자, 미자의 옷이 옥자
-
<플란다스의 개>의 조성우, <살인의 추억>의 이와시로 다로, <괴물>과 <마더>의 이병우, <설국열차>의 마르코 벨트라미까지 봉준호 감독은 늘 최고의 음악감독들과 작업해왔다. 그 자신이 음악을 잘 알기에 영화음악에 상당히 공을 쏟는다(정재일 음악감독의 목격담에 따르면 봉준호 감독의 기타와 피아노 실력이 상당하다고). <옥자>의 영화음악을 책임진 정재일은 이들 중 가장 젊고 가장 다양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10대에 밴드 긱스의 베이시스트로 데뷔한 뒤 수많은 뮤지션의 앨범에 프로듀서 및 연주자로 참여했고, <마린 보이> <바람> <해무>의 영화음악을 만들었고,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연극 <그을린 사랑> 등의 무대음악을 맡았으며, 전시 및 설치음악 작업도 했고, 국악그룹 푸리로도 활동했다. 그의 예술적 스펙트럼은 이처럼 방대하다.
오히려 본인은
<옥자> 정재일 음악감독 - 강원도는 기타, 뉴욕은 오케스트라, 도살장은 일렉트로닉...
-
“미자를 연기하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실제 내 성격과 미자가 비슷하다. 나도 하나에 꽂히면 끝을 봐야 한다.” 4살에 연기를 시작해 연기 경력 10년을 넘긴 배우 안서현은 일찍이 연기에 꽂혔다. <하녀>(2010), <바보엄마>(2012), <몬스터>(2014), <신의 한 수>(2014) 등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사회생활’도 일찌감치 경험했다. 2년 동안 <옥자>의 미자로 살면서도 너끈히 제 몫을 다했다.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태도로 성인배우들 그것도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홀, 폴 다노, 변희봉 같은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학교에선 평범한 중학생일 뿐”이라고 했지만, 범상치 않게 성숙한 안서현은 보통의 14살이 아니었다.
-<옥자>로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및 해외 프로모션 행사에 두루 참석했다.
=칸영화제에 처음 갔을 땐 내 일 같지 않았다. 그러다가 레드카펫을 밟는 순간 정
<옥자> 미자 역 배우 안서현 - 이렇게 재밌고 행복한 일
-
장맛비가 숨을 돌린 오후,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봉준호 감독은 7월 독감을 앓고 있는 운 없는 사람 치고는 매우 밝았다. 아니, 3년 만에 새로운 장편을 공개하고 열흘째를 맞이한 영화감독 치고는 대단히 명랑했다고 말하는 편이 낫겠다. 스코어라는 유령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감독의 활기는 첫주 박스오피스 성적이라는 괴물이 얼마나 영혼을 좀먹는지 반증을 보는 듯했다. 대화를 통해 기자는, 동물권 문제가 단순히 인간과 동물의 우정을 그리기 위해 <옥자>에 끌려들어온 소재가 아니라 봉준호 감독이 현재 세계의 중요한 이슈로 통감하고 감독으로서 구현할 수 있는 영화적 아름다움을 그 안에서 발견한 주제임을 확인했다. 카페에서 상주하는 고양이 후추가 무심한 척 덧문에 등을 대고 우리의 인터뷰를 엿들었다. 주차장에서 구조된 후 3kg이 늘었다는 몸으로 끙차 돌아눕는 태가 옥자 같았다. 넷플릭스 영화는 블루레이 발매가 늦는 편이라고 한다. 그때까지 감독 코멘터리를 소박하게 대신하자는 마
<옥자> 봉준호 감독 인터뷰 - 옥자야 놀자
-
-
<옥자> 대특집을 마련했다. 개봉 전 인터뷰를 가졌던 김혜리 기자가 다시 봉준호 감독을 길게 인터뷰했다. 어느 매체와도 단독 인터뷰를 갖지 않은 배우 안서현도 <씨네21>과 만났다. 아마도 가장 놀라운 만남은 바로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 독점 인터뷰다. 그는 휴가기간 중임에도 ‘<옥자>의 한국 반응이 궁금하다’며 흔쾌히 시간을 내주었다.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인터뷰를 진행한 파리의 김나희 평론가는 ‘우리는 그저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고 싶을 뿐’이라는 프랑스 현지 관객들 만나 <옥자> 개봉을 둘러싼 현지 분위기도 전해주었다. 스탭 인터뷰도 더했다. 정재일 음악감독, 최세연 의상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이재혁 개퍼(촬영)가 <옥자>를 남김없이 이해하기 위한 지름길을 마련해준다. 끝으로 김영진, 정지연 평론가, 송경원 기자가 <옥자>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꼼꼼한 비평을 보내주었다. 이 이상의 가이드
<옥자> 스페셜 에디션
-
“번외로 여러분에게 질문을 드리고 싶다. 왜 이렇게 영화를 좋아해주시는지 이유가 궁금하다.” 지난 6월 30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슈퍼플렉스관에서 열린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Thank You 상영회’가 마무리될 무렵 배우 임시완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질문을 던졌다. 주연배우가 관객과의 대화(GV) 시간에 역으로 객석에 진지하게 물을 만큼 이날 600여명의 관객이 현장에서 보여준 열정은 엄청났다. 설경구, 임시완, 김희원, 전혜진과 함께했던 이날의 풍경을 전한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불한당> Thank You 상영회’ 현장
-
불한당원들에게 병갑(김희원)은 ‘아픈 손가락’이다. 병갑이 재호(설경구)에게 보인 마음은 외사랑에 가깝고, 칼로 친구를 차마 찌르지 못하고 울던 모습이 가슴에 콕 박혔다고들 한다. 두번의 대관 행사에 참석하며 이런 반응을 실감했다는 김희원과 나눈 짧은 이야기를 옮긴다.
-6월 15일에 열린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대관 행사는 어땠나.
=팬미팅을 하는 느낌이었다. 감동받았다. 그날 선물을 한 트레일러 가까이 받았다. 심지어 나도 처음 보는 20년도 더 된, 내가 연극 할 때 사진까지 모아 앨범을 만들어 보내준 사람도 있었다.
-미림분식을 찾을 불한당원들에게 알려줄 만한 팁이 있나.
=즉석떡볶이는 즉석에서 먹어야 한다. (웃음) 실제 촬영하는 데는 7∼8시간씩 걸린다. 첫 촬영 때는 떡볶이가 맛있었는데 장면 연결을 위해 계속 물과 고추장을 붓는 바람에 나중에는 다 불어서 맛이 없더라. 그리고 쿨피스를 먹으면 매운맛이 가시니까 꼭 곁들이시라. (웃음)
-재호와 현수(임시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김희원, "굉장히 새롭고 감동적이고 감사한 경험"
-
“설경구가 엄청 섹시하다. 말도 안 된다.” 때는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이 개봉하던 5월 17일. 기자의 SNS 타임라인에 올라온 어떤 이의 글이 시선을 끌었다. 사연인즉슨, 이 사람은 원래 마지막으로 본 설경구의 출연작이 <박하사탕>일 만큼 그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는데 <불한당>을 보고 온 후 그가 연기한 재호의 캐릭터에 반해버렸고 하루 종일 <불한당> 생각만 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동안 “<불한당>은 재호가 뭐에 씌어서 현수(임시완)를 사랑하다 파멸하는 한국판 <색, 계>”라든지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병갑이 불쌍해서 김희원의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난다”거나 “칸국제영화제에서 국위 선양하는 코리안 뷰티 임시완” 같은 말만 하루 종일 쏟아내던 그는 팔로워들에게 괜스레 미안해진다며 <불한당>만을 위한 새로운 계정을 팠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본래 계정으로 돌아오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열혈 팬덤, ‘불한당원’들을 만나다
-
기자는 2주일에 한번 <씨네21> ‘사진의 털’에 실리는 노순택 사진작가의 글과 사진을 누구보다도 먼저 받아보는 행운의 첫 번째 독자다. 말이 좋아 담당 기자지 고순도, 고밀도의 글과 사진을 시간 맞춰 척척 보내주는 그에겐 별달리 연락을 취할 일도 없다. 노순택 작가는 가끔 자신이 관여한 전시의 소식도 들려준다. 최근엔 반갑게도 개인전 소식을 메일 말미에 전해왔다. 8월 6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노순택 작가의 개인전 <비상국가Ⅱ: 제4의 벽>은 2008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었던 <비상국가>의 연장선에 있는 전시다. 오랜 기간 그가 천착해온 분단권력, 국가폭력이라는 주제가 이번 전시에 압축되어 있다. 프레임 바깥에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 사진이 찍힌 맥락이 궁금해지는 그의 사진은 다분히 동시대적이다. 동시에 간결한 조형미와 무심한 블랙 유머가 담긴 사진은 이것이 거친 현장에서 길어올린 사진이 맞나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리고 그 스타일
사진작가 노순택·정택용, 다큐멘터리 감독 김일란 - 투쟁과 소외의 현장에 기록자 목격자 예술가로 서다
-
“우리 배우들이 이렇게 함께 모이는 거 아주 오랜만이에요.” 각자 바쁘게 활동하느라 얼굴을 마주하기 어렵다는 ‘사람’의 ‘사람들’. 이소영 사람엔테테인먼트 대표가 오늘의 거국적 만남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연신 스튜디오를 종횡무진한다. 조진웅, 한예리, 변요한, 권율, 지우까지 사람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모두 모여 스튜디오가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날의 만남은 경기콘텐츠진흥원과 사람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씨네21>이 경기도 다양성영화 사업을 지원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이를 기념하는 자리다. 시나리오 공모에서부터 제작·투자 지원, 발굴지 등의 공모, 그리고 배우 오디션까지 ‘G-시네마 사업’이 추진하는 한편의 영화가 발아하고 관객과 만나기까지 필요한 도움을 같이 나누자는 취지에서, 이들이 함께 뜻을 모았다.
-경기콘텐츠진흥원, <씨네21>과 함께 한국 다양성영화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취지 아래 뭉쳤다.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조진
[G-시네마 사업] 사람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진웅, 권율, 한예리, 변요한, 지우 그리고 이소영 대표
-
part 1. 누가 우리더러 배경이래?
하늘을 나는 히어로들도 결국 땅을 디디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유지되는 건 이름 모를 무수한 시민들이 이야기들을 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히어로영화 한편에서는 배경처럼 스쳐지나갈지 모르지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진짜 주인공은 사실 이들이다.
<에이전트 오브 쉴드>_떡밥 회수 전담 공무원들
“대테러 국토안보 전략 집행국(Strategic Homeland Intervention, Enforcement and Logistics Division)의 콜슨 요원입니다.” “이름이 참 기네요.” “알아요. 곧 바꿀 겁니다.” 이름 자체가 마블 히어로 무비 특유의 농담에 가깝다. <아이언맨>(2008)에 처음 등장한 S.H.I.E.L.D(통칭 쉴드)는 ‘어벤져스’ 영웅들을 이어주고 관리하는 특수기관으로 일반에 공개하기 힘든 초능력과 외계인들에 관한 사건을 전담한다. 드라마 <에이전트
마블의 세계, 드라마로 뻗어나가다
-
거대한 천막이 들어섰다. 여기저기 누더기처럼 기운 자국이 역력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부피를 불려나간다. 매해 더 큰 천막을 세우는 걸 자랑으로 삼던 그 동네에서도 한번도 도달하지 못했던 규모로 커져, 이제는 한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다. 할리우드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프로젝트는 하나의 시스템을 넘어 종교가 된 것 같다. 흥행을 위해선 반드시 영화들을 연계시켜야 하고, 개별 영화에 떡밥을 깔아야 하며,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해야 한다는 믿음이 퍼져나가고 있다. 10년을 두고 이어지고 있는 프로젝트가 아직 첫 번째 마침표도 찍어보지 못한 채 할리우드가 감당하기 힘든 크기와 무게로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는 것이다. 관객은 연속극을 보는 기분으로 앞선 내용들을 숙지하여 따라가야 하고 개별 영화의 가치는 점차 희미해져간다.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가 어느덧 대단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페이즈3의 종착이 다가오는 지금 한 가지 두려운 생각이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미로, 리부트라는 주술
-
역대 가장 어린 피터 파커를 연기한 배우 톰 홀랜드는 선배 스파이더맨과 다른 새로운 피터 파커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 같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체조와 무용 등으로 다져진 신체적 능력을 포함해 그가 몇편의 영화에서 보여준 배우로서의 매력은 누구보다 준비된 스파이더맨임을 증명한다. 지난 7월 3일, <스파이더맨: 홈커밍> 기자회견장에서 그를 만나 뉴욕 퀸스의 슈퍼히어로가 된 소감을 물었다(기자회견에서 나눈 대화가 일부 포함됐다).
-자신을 꼭 닮은 액션 피겨가 발매됐다. 그 장난감들을 보는 기분이 어떤가.
=미치도록 놀랍다. (웃음) 나 역시 어릴 때 스파이더맨 피겨를 가지고 놀았는데 그때 느낀 흥분보다 훨씬 더 초현실적이다. 사실 아직 잘 체감되지 않는다.
-피터 파커는 15살 나이에 슈퍼 파워를 갖게 된다. 그동안 MCU에서는 이런 역할이 없었다.
=그래서 코믹북의 스파이더맨에게 많은 영감과 도움을 얻었다. 제작자 케빈파이기, 존 와츠 감독님
<스파이더맨: 홈커밍> 배우 톰 홀랜드, “어떤 액션이든 직접 할 수 있었다”
-
지난 7월 3일, <스파이더맨: 홈커밍> 한국 개봉을 앞두고 배우 톰 홀랜드, 제이콥 배덜런과 함께 한국을 찾은 존 와츠 감독을 기자회견이 열린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만났다. 지금까지 단 두편의 저예산 장르영화를 만들었을 뿐인 신인감독에게 마블 스튜디오가 <스파이더맨>을 덜컥 맡긴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은 자신만의 스파이더맨을 표현하기 위해 그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들여다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존 와츠의 피터 파커는 어떤 성격의 인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나.
=매사에 의욕 넘치고 쾌활한 히어로이길 바랐다. 이전 시리즈들이 스파이더맨의 기원을 보여주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면 이번에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에 스파이더맨이 먼저 등장한 덕분에 기원에 대한 설명을 생략할 수 있었다. 나는 틴에이저 슈퍼히어로가 얼마나 재미있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톰 홀랜드와 함께 작업하면서 현장에서 그가
<스파이더맨: 홈커밍> 존 와츠 감독, “피터 파커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