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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6편의 한국영화 톱 프로젝트와 만난다. 올해 개봉을 목표로 크리스마스 시즌, 연말 연초를 잊고 촬영장에서, 또 편집실에서 분투 중인 감독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간 구상하고 매진해왔던 작품들에 대한 최초 공개인 만큼 흥분되는 멘트들이 많았던 인터뷰였다. 작품에 착수한 그들 각자의 계기부터 소재에 접근하는 방식, 촬영 스타일, 배우들과의 협업 등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이야기를 감독들에게 직접 듣는다. 올해 우리를 들뜨게 할 영화를 더 가까이 유추할 수 있도록, 인터뷰와 함께 첫 공개되는 영화의 이미지, 영화를 연상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핵심사항도 정리했다. 기대 감독들의 대거 귀환, 장르의 다변화와 함께 2018년 극장가도 여전히 뜨거울 것 같다.
한국영화 톱 프로젝트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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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축하하느라 이번 겨울이 유난히 추운가보다. 얼어 있는 한강을 보니 옛날 옛적 동네 개천에서 앉은뱅이 썰매를 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눈이 푹푹 쌓이는 날이면 포대를 들고 뒷동산에 올라 날쌔게 산을 타기도 했다. 빙상이면 빙상, 설상이면 설상 편식 없이 두루 동계스포츠를 즐겼음에도 부모님은 딸의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저 겨울을 좋아하는 아이인가보다 하고 나를 키우셨다. 어쩌면 나는 이렇게 글을 쓸 팔자가 아니었을지도 모르는데. 각설하고, 이 글을 쓰는 현재 포털 사이트에 평창동계올림픽 일곱 글자를 입력하니 D-43이라고 뜬다.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까지 한달 남짓 남았다. 회사에는 평창 롱패딩을 교복처럼 입고 다니며 매일같이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을 보여주는 후배가 있고, 옷깃에 대회 마스코트인 반다비 배지를 달고 다니는 유행에 민감한 선배도 있고, 우리나라가 종합순위 4위 안에 들면 이자가 오른다는 적금에 든 나도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다리며 봐두면 좋을 동계스포츠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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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모든 전개와 시선은 유령이 된 C에게서 비롯된다. 사물을 인식하는 지각의 영역에서 벗어난 이 독특한 시선은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고 상실의 시간을 버텨내는 M의 시간을 더 더디고 아프게 만든다. 디즈니 어린이 판타지 어드벤처물 <피터와 드래곤>(2016)에서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은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드래곤을 통해 그 존재를 향한 경외와 묘사방식을 고민하고 반영해왔다. 장르는 달라졌지만 감독이 지각하는 ‘다른 존재’에 대한 관심은 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재기 있는 형식에 함몰되지 않고 깊은 정서적 울림까지 묘사해낸 아름다운 영화. 이 영화를 연출한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전작이자 디즈니 판타지 어드벤처물 <피터와 드래곤>을 끝내고 이틀 후부터 저예산 제작 방식으로 이 영화에 착수했다. 급하게 서두른 만큼 절실한 이유도 엿보인다.
=<피터와 드래곤>은 제작 기간이 오래 걸렸는데, 사실 내가
<고스트 스토리>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 "작품에서 서서히 흐르는 시간을 찬란하게 보여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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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만큼 더 아름답다. <고스트 스토리>는 갑작스런 죽음으로 연인과 헤어진 남자가 유령이 되어 돌아오는 이야기다. 언뜻 상투적일 수 있는 소재지만 영화는 색다르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 영화는 고요한 가운데 애잔하고 서늘하면서도 따스하다. 무엇보다 장르영화로 체감하기 힘들었던 시간과 기억에 대한 감각을 일깨운다. 이건 러브 스토리일까. 호러영화일까. 그것도 아니면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화두를 던지는 영화일까.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은 이 모든 것인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영화를 선보였다. 이 매혹을 정의내리기란 불가능하지만 한 가지는 단언할 수 있다. 당신은 경이로운 체험을 하게 될 것이고 그 여운은 좀처럼 씻겨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는 좀더 체험되어야 한다.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의 서면 인터뷰와 함께 뒤늦은 고백을 전한다.
가끔 10살 무렵에 찍었던 사진을 들춰볼 때마다 낯선 느낌을 받는다. 익숙한 얼굴을 한 꼬마가 묘한 표정을 지은 채 거기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의 <고스트 스토리>, 공간의 틈에 쌓인 시간의 두께를 응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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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율과 한예리가 연기하는 진기와 수진은 마크와 함께 <챔피언> 서사를 끌고 가는 인물들이다. 권율은 적극적인 태도로 영화에 기를 불어넣었고, 한예리는 조용히 아역배우들을 챙기며 현장의 중심을 잡았다. 두 사람에게서 진기와 수진에 대한 얘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진기와 수진이 어떻게 다가왔나.
=권율_ 집안 사정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진기는 마크와 함께 여러 팔씨름 시합을 거치면서 진짜 에이전트로 거듭난다. 진기는 다른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누군가를 곤란하게 하거나 해칠 생각은 없다. 두뇌 회전이 빨라 위기 상황을 기회로 바꾸는 능력이 있는 인물이다.
=한예리_ 수진은 생활력이 강하고 귀여운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싱글맘이지만 고된 삶에 지치기보다는 건강하고 밝은 모습을 가진 여성이다.
-실제 에이전트 중에서 참고한 인물이 있나.
권율_ 캐릭터의 외양은 실제 프로모터들의 사진을 찾아가며 참
<챔피언> 배우 권율·한예리 - 뭉클하게 매 순간을 즐겼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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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마동석은 ‘아이디어 머신’이다. <챔피언>을 포함해 <원더풀 라이프>(가제, 감독 조원희, 미개봉), <부라더> 등 <씨네21>이 찾았던 촬영현장에서 그는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했다. 동선이면 동선, 대사면 대사, 장면의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의견을 내고 또 냈다. 그의 끝없는 열정과 에너지야말로 많은 감독들이 그를 신뢰하는 비결이자 올해 <범죄도시> <부라더>가 연달아 흥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범죄도시>가 그랬듯이 신작 <챔피언> 또한 배우 마동석이 기획단계부터 참여한 작품이다.
-촬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어 힘들다. 팔씨름 또한 액션 신이 많은 까닭에 상대방과의 합과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다. 슛 들어가기 전에 리허설을 여러 차례 하는 것도 그래서다.
-팔씨름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실베스터 스탤론이 팔씨름 세계선수권대회에 도
<챔피언> 배우 마동석 - 10년 전부터 준비한 스포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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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과 함께 팔씨름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 팔씨름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에서 다른 영화를 준비하다가 잠깐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동안 워너로부터 마동석 선배가 준비해온 <챔피언>에 대해 들었다. 내가 가족 이야기를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내고 조합하는 데 관심이 많은데 <챔피언>도 가족 이야기로 풀면 사람들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동석과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
=한동환 PD와 함께 <퀵>(감독 조범구, 2011)을 했었다. 당시 내가 연출부, 한 PD가 제작부장이었다. 그 영화에서 (마)동석 선배가 우정출연했는데 그때 처음 알게 됐다. <챔피언>을 함께하면서 동석 선배가 동생처럼 챙겨줘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마동석이 팔씨름 선수로 나온다는 설정에 쉽게 공감이 갔다.
=우리도 ‘마동석이 팔씨름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아이디어 하나에서 출발했다.
<챔피언> 김용완 감독 - '마동석의 팔씨름 영화는 어떨까' 궁금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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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왜.” 마크(마동석)가 거실 바닥에 벌러덩 누워 있던 진기(권율)를 막대 걸레로 툭툭 치자 진기가 짜증을 낸다. 갑자기 속에서 신호가 올라왔는지 진기는 “욱” 하며 한손으로 입을 막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토하는 소리가 화장실 안을 가득 울리자 마크는 미간을 찡그린 채 고장난 화장실 문을 이리저리 본다. 티격태격하는 둘의 모습이 영락없는 형제 같은데 거실 한쪽에 있는 가족 사진은 수진(한예리)과 그녀의 두 자녀가 주인공이다. 대체 마크와 진기는 수진과 어떤 관계이기에 그녀의 집에 머물고 있는 것일까.
김용완 감독의 데뷔작 <챔피언>(제작 코코너·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은 8살 때 미국에 입양된 뒤 팔씨름으로 명성을 날린 마크가 자칭 에이전트 진기의 꾐에 빠져 팔씨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이야기다. 아이 둘을 홀로 키우고 있는 수진이 마크 앞에 나타나 자신을 여동생이라고 밝힌다. 마크는 자신을 입양 보낸 어머니의 존재가 궁금해 수진의 집을 찾
마동석, 권율, 한예리 출연의 팔씨름 영화 <챔피언> 촬영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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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고 뜨겁고, 그래서 마침내 울분으로 끓어올랐던 시대. 최규석 작가가 6월항쟁을 소재로 해 그린 만화 <100℃>에는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 하지만 사람도 100℃가 되면 분명히 끓어”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1987년 1월 4일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그리고 6월 9일 최루탄에 맞은 이한열 열사의 죽음, 청년의 무고한 죽음에 맞닥뜨린 ‘보통 사람들’은 그해 100℃의 온도로 끓어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대한민국 민주화의 분수령이 된 6·29 선언을 이끌어냈다. <1987>은 2016년 겨울, 광장의 승리, 뜨거운 온도가 어디서 발화됐는지 되짚어가는 영화다. 당시 10대의 나이로 그 사건을 목도했던 김경찬 작가와 이우정 제작자에게 30년이 지난 지금, 더 늦지 않게 ‘그날’의 이야기를 꺼내야 했던 이유를 들어보았다.
-원래 두 사람이 준비하던 사극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그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이 영화를 먼저 하게 됐다. 6월항
[빅3③] <1987> 김경찬 작가, 이우정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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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일주일 만에 파죽지세로 500만 관객(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불러모은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 이하 <신과 함께>)에서 시각특수효과(VFX)가 들어간 장면은 2200여개다. 이 숫자는 영화 전체의 88%에 해당되고, 몽타주나 트랜지션(장면전환) 같은 장면까지 포함하면 VFX가 쓰인 장면은 무려 90%가 넘는다. VFX가 안 들어간 장면이 없는 셈이다. 어마어마한 양의 컴퓨터그래픽(CG)이 투입됐음에도 많은 관객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건 VFX의 완성도가 진일보한 덕분이리라. 프리 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 등 영화 공정의 전 과정에서 VFX를 책임진 진종현 총괄 VFX 슈퍼바이저와 <신과 함께>에 등장하는 각 지옥의 환경을 구현한 최완호 R&D 슈퍼바이저를 만나 <신과 함께> VFX 작업기를 들었다.
-웹툰 <신과 함께>를 영화로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한 생
[빅3②] <신과 함께-죄와 벌> 진종현 총괄 VFX 슈퍼바이저, 최완호 R&D 슈퍼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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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액션에 있어서 이 영화는 거의 할리우드 수준이다.” <강철비>의 군사자문을 맡은 ‘한국국방안보포럼’ 양욱 수석연구위원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강철비>는 영화적 구현의 한계를 인정하는 대신, 풍부한 지식과 치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밀리터리 액션을 선보인다는 목표가 분명한 영화였다. 그것이 국방부와 방산업체를 대상으로 컨설팅과 자문을 해오던 ‘진짜’ 군사 전문가가 <쉬리>(1998) 이후 20여년 만에 영화에 군사자문으로 참여한 이유라고 양욱 대표는 말한다. 한편 이 영화가 양우석 감독과의 첫 협업인 김태원 PD(<사이코메트리> <봉이 김선달>)는 중국영화를 함께 준비하던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선영 대표와의 인연으로 <강철비>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영화의 디테일에 있어 “정말로 관심을 두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는” 조그만 차이도 허하지 않았던 양우석 감독의 현장은 그야말로 제작부에 어마어마한 수련
[빅3①] <강철비> 김태원 PD·양욱 군사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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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 <신과 함께-죄와 벌> <1987>, 순차적으로 개봉한 한국영화 3파전으로 연말 극장가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세 영화의 소재도, 형식도, 구성도, 장르도 모두 차별화된다. 각자의 강점으로 관객을 흥분시키는 이들 영화의 강점은 무엇일까. 감독, 배우들과의 만남에 이어 이번주에는 세 영화를 차별화하는데 일조한 스탭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본다. <강철비> 김태원 PD와 양욱 군사 전문가, <신과 함께-죄와 벌>의 진종현 VFX 총괄 슈퍼바이저와 최완호 R&D 슈퍼바이저, 그리고 <1987> 이우정 제작자, 김경찬 작가를 만나 영화를 더 깊고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제작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017~2018 겨울 한국영화 빅3 핵심 스탭을 만나다 ① ~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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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인조(박해일)는 신하들이 보는 앞에서 청나라의 칸(김법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노주한 스틸 작가는 당시 현장에 대해 “배우들끼리 감정이 흐트러질까봐 서로 말도 안 하고 황동혁 감독도 말없이 지켜보기만 했을 정도로 긴장감이 감도는 촬영현장이었다”고 말한다. 미술팀의 숨은 노력이 담긴 세트를 포함해서 배우 박해일의 연기가 당시의 치욕적인 역사적 순간을 영화적으로 잘 담아낸 장면이었다. 미술 세트 양옆으로 대신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도 더 넓게 담을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칸 일행이 올라선 미술 세트만 앵글 가득히 들어오도록 찍었다. 노주한 스틸 작가는 “영화의 의미가 한 장면에 담긴 것 같았다. 내가 딱 소화할 수 있는 컷이었다”고.
<싱글라이더>
극중 재훈(이병헌)이 아내 수진(공효진)이 머무는 호주의 집을 몰래 찾아가서는 자신 없이도 화목하게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훔쳐보는 장면이 있다. 영화에서 배우 이병헌과 공효진이
B컷으로 보는 2017 한국영화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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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의 작업이다. 그리고 배우나 스탭들이 노력해 만들어낸 그 많은 공동 작업의 결과들이 극장에 걸린다. <씨네21>은 한 해 동안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 영화들의 면면을 되돌아보면서 그동안 여러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촬영현장 스틸컷을 매년 살펴보고 있다. 해당 사진을 한장 한장 훑어보면서 현장 스틸컷을 촬영한 작가들과 일일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개봉 당시에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영화의 새로운 매력을 또다시 발견하기도 한다. 올 한해 관객을 울고 웃게 만든 <더 킹> <청년경찰> <박열> <범죄도시> <특별시민> <택시운전사> <싱글라이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꿈의 제인> <남한산성> <석조저택 살인사건> <여배우는 오늘도> <장산범> 이상 13편의 영화 촬영현장을 다시금 살펴
B컷으로 보는 2017 한국영화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