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같은 여자, 만나본 적 없을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다이애나 프린스/원더우먼(갤 가돗)은 브루스 웨인/배트맨(벤 애플렉)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녀의 말이 맞다. 잭 스나이더의 연출력 논란을 차치하고라도 그 영화 속 원더우먼은 우리가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종류의 여자였다. 남성 슈퍼히어로의 사랑스러운 달링이나 믿음직한 조력자가 아니라, 존재감만으로도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되는 여성 슈퍼히어로 말이다. 무엇보다 매혹적이었던 건 원더우먼의 파워였다. 그녀는 마블의 블랙 위도우나 같은 DC 진영의 배트맨처럼 첨단 장비의 힘을 빌리거나 뼈를 깎는 노력으로 탄생한 인간적인 영웅이 아니다. 제우스의 전지전능한 슈퍼파워와 아마존 여왕의 용맹한 혈통을 물려받은 원더우먼의 능력은 슈퍼맨과 견줄 만하며, 이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후반부 둠스데이와의 격투 시퀀스에서 증명된 바 있다.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의 네 번째 장편이자 원
[스페셜] <원더우먼> Wonder Woman
-
2017년은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이하 DCEU)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한해다. 과장을 조금 보태어 말하면 이 우주의 명운이 올해 말 개봉할 <저스티스 리그>의 평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얘기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DCEU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는 시작부터 다른 방식으로 영토를 확장해나갔다. 마블의 경우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슈퍼 히어로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솔로 영화를 먼저 선보인 뒤 이들이 ‘어벤져스’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DCEU는 슈퍼히어로 연합이라는 큰 그림을 신속하게 선보인 뒤 개별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을 택했다. <맨 오브 스틸>을 잇는 DCEU의 두 번째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부터 리그의 결성을 뚜렷하게 전조하는 건 그러한 DC 특유의 방향성에 따른 전개였다. 때문에 DC를 대표하는 슈퍼히어
[스페셜] <저스티스 리그> Justice League
-
연초부터 <더 킹>과 <공조>가 선도하는 한국영화의 흥행 질주가 거세다. 하지만 2017년 한국 극장가에서 개봉박두를 기다리는 외화의 공습은 그 어느 때 못지않게 치열할 예정이다. 이제는 개봉이 연례행사가 된 DC와 마블의 슈퍼히어로영화들은 물론이고 새로운 필치로 리부트될 과거의 걸작 영화, 믿고 보는 프랜차이즈 영화의 속편, 스타 감독들의 신작들이 전열을 갖추고 있다. 더불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한 웰메이드 영화들도 수두룩하지만 이 작품들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머지않아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 지면에서는 올해 관객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할 규모의 외화를 정리해 소개한다.
[스페셜] <저스티스 리그> <스파이더맨: 홈커밍> <에이리언: 커버넌트> <블레이드 러너 2049> <덩케르크>… 스타 감독들의 귀환·리부트·속편 등 20편+α
-
한재림 감독은 <더 킹>의 검사 태수(조인성)의 이름을 오래전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격동의 80년대 정치판에 뛰어든 조직폭력배 태수(최민수)에서 따왔다. <더 킹>에서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검사가 된 후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1%의 권력을 가진 검찰로 온갖 이권을 누리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태수를, 그의 하수인인 조직폭력배 두일(류준열)과 같은 인물이라고 봤다. ‘한강의 기적’과 같은 한강식(정우성)을 좇지만 결국 그 욕망은 독이 되어 그를 파멸로 이끈다. 민주주의라는 명분에 숨어, 되레 조작과 은폐를 일삼는 ‘가짜 왕’ 속성은 무엇일까. 한재림 감독은 <더 킹>에 대해 그들 한가운데로 들어가 그들을 셀프 조롱하는, 의외로 한 편의 블랙코미디라고 말한다.
-블랙코미디의 재미를 맛보기엔 지난해 2월 크랭크인 후 영화를 만드는 그사이 대한민국의 현실이 더 블랙코미디가 되었다.
=시나리오를 한달 만에 썼다. 준비하던 무협영화가 하도 안
[스페셜] 한재림 감독 인터뷰
-
-
현실이 이미 블랙코미디인 마당에 영화의 현실반영, 상징, 풍자, 해학은 무력해진다. <더 킹>은 이 거짓말 같은 시국에 등장해서 진짜가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영화다. 19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를 좌지우지했던 그 추악한 집권자들, 악의 ‘얼굴’을 향한 접근이자 도전장이다. 이 시국에 거론되는 어느 누구를 택해도 영화가 될 것 같은, 현실이 웬만한 시나리오의 내러티브를 우습게 만들어버리는 믿기지 않는 시국에, <더 킹>이 정면 도전장을 던졌다.
2017년 1월19일 목요일. 박근혜 탄핵이 가결되고 40여일이 지났다. 눈뜨자 이 지옥 같은 정국에서 가장 먼저 도착한 소식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뉴스다. 돈과 권력에 손을 들어준 판사는 조의연 부장판사다. 지난해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 역시 기각시킨 전력이 있다. 지난해 인천공항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봤다는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값비싼
[스페셜] 현실이 된 영화 <더 킹>이 그려내는 대한민국의 비극
-
“코믹 수사물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액션이 근사한 영화더라.” <공조>를 본 많은 이들이 전하는 관람평이다. 짜릿한 낙하 액션부터 절도 있는 주체격술까지, 남북 형사들의 공조수사를 조명하는 이 영화는 화려한 액션 시퀀스로 보는 이들의 눈을 자극한다. 이러한 액션이 가능했던 데에는 <최종병기 활>(2011), <용의자>(2013) 등 충무로 액션영화 장르의 기념비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던 무술팀 ‘트리플 A’의 활약이 한몫했다. 트리플 A의 대표인 <공조>의 오세영 무술감독과 이 작품의 카스턴트를 담당한 서정수 코디네이터, 북한 형사를 연기한 배우 현빈의 테스트 촬영을 담당한 이재남 무술팀원을 만나 주요 액션 시퀀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트리플 A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기사 말미의 인터뷰를 참고하시길.
주체격술과 시스테마
오세영 무술감독은 <공조>의 액션이 지금의 모습을 갖춘 데에는 영화 제작자인 윤제균 감독의 제안이
[스페셜] 영화 <공조>의 액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다
-
긴급포럼 ‘그건 연기가 아닌 성폭력입니다’를 진행하는 1월16일 아침, <씨네21>과 한국여성민우회에는 한부의 내용증명이 날아들었다. 이번 포럼을 주최하는 계기 중 하나가 된 남배우 A의 사례에 대해 언급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씨네21>은 오직 해당 재판의 판결문을 근거로 하여 1088호 포커스 기사(#STOP_영화계_내_성폭력)를 작성했고 본 포럼을 공동주최했으며, 제보 창구를 열어둔 영화계 내 성폭력 사례에 대해 선별적으로 대응할 이유가 없다는 걸 본 기사를 통해 밝혀둔다. <씨네21>과 한국여성민우회가 함께 주최하고 가톨릭청소년회관 바실리오홀에서 진행된 이번 포럼은 140여명의 청중들로 문전성시를 이뤘고, 자리를 찾지 못한 청중들은 약 3시간 동안 서서 포럼을 경청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맡고, 정하경주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소장이 이번 포럼을 열
[스페셜] <씨네21>과 한국여성민우회가 함께한 긴급포럼 ‘그건 연기가 아닌 성폭력입니다’
-
지난해 12월 중순, <Z>(1969)와 <의문의 실종>(1982)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거장 감독 코스타 가브라스의 대표작들이 복원되어 프랑스 전역 상영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갖는 특별전이 열렸다.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 무려 12시간에 걸쳐 열린 이 특별전을 앞두고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프랑스 라디오 채널인 <프랑스 컬처>에 출연했다. 3시간짜리 특별 인터뷰가 추가되어, 9개의 영화가 먼저 DVD 세트 1차로 선보였다. ‘모든 영화는 사실 정치적’이라는 롤랑 바르트에 동의한다는 그가 자신의 영화 인생과 이 예술 장르에 대한 진솔한 속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현재 사실상 중도우파와 극우파의 대선 대결을 앞두고 있는 프랑스에서 그가 오랜 정치영화의 거장으로서 겪어온 경험과 태도, 그리고 시네마테크에 대한 생각들까지 지금의 혼란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리라 생각한다.
-프랑스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상태로 파리에 온, 그
[스페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인터뷰
-
지난 1월8일 열린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주인공은 <라라랜드>였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음악상, 남녀주연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한 <라라랜드>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쓴 영화의 기획의도에 따르면 “불리지 못한 노래와 실현되지 못한 아이디어들이 부유하는 도시 로스앤젤레스(이하 LA)를 배경으로, 꿈을 가진 예술가들이 펼치는 사랑과 이별을 그린” 영화다. 제목에서부터 LA가 가지는 다양한 의미를 함축한 <라라랜드>는 애초에 세트를 짓자고 한 제작사 라이언스게이트의 바람과 달리 실제 도시 곳곳을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미아(에마 스톤)와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이 춤추고 노래하고 사랑하는 <라라랜드>의 로케이션 8곳을 직접 찾아가봤다. 그리피스 파크, 그리피스 천문대, 더라이트하우스 카페, 허모사비치 피어, 리알토 극장, 콜로라도 스트리트 다리, 엘 레이 극장, 그리고 <You are a Star> 벽화다. 현대가
[스페셜] <라라랜드> 로케이션을 가다
-
두 번째 특집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프랑스 파리에서 도착한 이야기들이다. 지난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음악상, 남녀주연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한 <라라랜드>는 지금도 여전히 많은 관객과 만나고 있다. 아마도 <라라랜드>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불리지 못한 노래와 실현되지 못한 아이디어들이 부유하는 도시”라고 말한 대로, 우리가 몰랐던 문화적 디테일이 깊숙이 감춰진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영화적으로 가장 잘 담아낸 영화 중 하나일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의 안현진 통신원이 그리피스 천문대, 더 라이트하우스 카페, 리알토 극장 등 영화 속 주요 촬영지들을 답사했다. 한편 프랑스 파리에서는 우리에게 <Z>의 감독, 혹은 박찬욱 감독이 영화화하고자 하는 <도끼>를 앞서 영화화한 감독으로 유명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전작전이 열렸다. 전작을 복원한 블루레이 시리즈가 아르테 채널의 지원을 받아 나왔고, 하루를 꼬박 할애한
[스페셜] <라라랜드> L A 촬영지 투어·파리에서 있었던 코스타 가브라스 전작전을 계기로 한 긴 인터뷰
-
다루려는 주제와 다소 비껴 있지만 강한섭 교수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 시절 이루어낸 최고의 업적은 “다양성영화복합상영관 설립”(총사업비 500억원) 사업을 무산시킨 것이다. 영진위와 영화계가 오랫동안 함께 공들여 추진해왔던 사업을 보수정권의 입맛에 맞게 당당하게 불용처리해버렸다. 대단한 배짱이었다. 2008년 당시 다양성영화복합상영관 건립 예산을 제외한 영진위 총사업비가 524억원이었으니 1년 총사업비에 해당하는 최대 규모 사업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쓰지 말라’ 한 것이었다. 이로써 동일 사업을 현실에 다시 들여놓는 데 10년이 걸렸다. 그것도 서울시가 한다.
김세훈 영진위 위원장의 2016년
또 비슷한 일이 생겼다. 지금은 김세훈 영진위 위원장이 주역이다. 영화발전기금 예산서에는 ‘차세대 초고해상도 영상인프라’ 또는 ‘초고속 렌더링 시스템’이라 지칭되며, 영화인들에게는 “차세대 씨네 클라우드 렌더링 시스템”으로 홍보된 ‘공공 렌더링 인프라 시스템’ 구축
[스페셜] ‘차세대 초고해상도 영상인프라’ 사업, 2016년 138억원 예산 불용처리에 이어 2017년 예산 전액 삭감… 무슨 일이 있었나
-
김종대 정의당 의원
<국제시장>의 덕수(황정민)와 영자(김윤진)가 부부싸움을 하다 말고 <애국가>가 나오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다. 그 장면을 본 박근혜 대통령이 ‘굉장히 애국적인 영화’라며 칭찬한 걸로 안다. 정권의 애국 개념으로 문화계 헤게모니를 바꾸겠다는 의도다. 애국주의 고취용으로 전쟁영화만 한 게 없다. 국가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을 유도하는, 극적인 효과가 상당하니까. 북한이 항일독립투쟁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만든 이유와 같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제시장> 개봉 당시 초·중·고 학생들의 무료 관람을 진행하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청와대의 블랙리스트의 압박 속에서 나온 일이더라. 박정희 정권은 국민들의 머리 스타일까지 규제하며 사생활을 통제했고 금지 가요와 계몽영화까지 만들었다. 그 연장선이다. 정부가 모든 사안을 이념 대결로 봤고 대통령의 통치권을 국민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썼음이 드러났다. 영화에까지 그 방식을 활용했
[스페셜]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 업무 일지의 ‘<국제시장> 보수, 애국’ 코멘트에 대한 국회의원과 영화인들의 해석
-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의 시계가 빠르게 가고 있다. 국정 농단을 입증할 증거가 된다면 마지막 하나까지도 모두 밝혀야 한다. <씨네21>은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 일지를 다시 살폈다. 일지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근거한 정부의 <다이빙벨>과 관련한 외압(<씨네21> 1087호)뿐 아니라 <명량> <국제시장>에 대한 언급도 있다.
2014년 8월14일자에는 ‘長’(김기춘 전 비서실장), ‘CJ그룹, 명량 관련 고무’, 2014년 12월26일자 ‘長’, ‘영화 <국제시장> 保守(보수), 애국’, 12월28일자에는 ‘<국제시장> 제작 과정 투자자 구득난-문제 有. 장악, 관장 기관이 있어야’라 적혀 있다. CJ E&M이 투자·배급한 영화 <명량>은 2014년 7월30일 개봉했다. 그해 8월6일 박근혜 대통령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 비서관들과 함께 여의도CGV에서 &
[스페셜] 국가관을 홍보하는 광고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영진위의 당면한 문제는 무엇인가
-
모태펀드의 전문위원이라는 직책과 관련된 의혹은 박근혜 정권이 자본을 이용해 영화 검열을 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특정 개인의 비리 문제로 지켜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모태펀드 투자심사에 참여한 적 있는 모 투자심사로부터 모태펀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신원은 공개할 수 없다. 그는 “모태펀드와 관련된 이번 의혹은 모태펀드 자체의 구조적 한계에 덧붙어 새로 생긴 전문위원이라는 직책과, 모태펀드와 창투사의 갑을 관계가 심화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참고로 한국벤처투자의 전문위원은 2015년 1월12일 처음 신설되었고, 현재는 계약이 만료돼 공석인 채로 남아 있다. 또한 홈페이지에는 전문위원이라는 직책마저 삭제되어 있다.
-보통 모태펀드 투자심사는 어떤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영화든 공연이든 다른 문화 콘텐츠든 투자 제안이 들어오면 내부 투자심의를 한다. 그다음에 투자심사 보고서를 작성한다. 투자심사 보고서를 만들어 모태펀드의 ERP(기업 내 생산
[스페셜] 모태펀드 투자심사역 Z가 말하는 모태펀드 운용 실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