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과적으로 영화제 초반에 공개된 <더 스퀘어> <120 비츠 퍼 미니트> <러브리스>가 황금종려상, 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상을 가져갔다. 하지만 영화제가 후반에 접어들 때까지도 ‘내일은 더 좋은 영화를 만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극장을 나서야 했다. 남은 경쟁작이 하나씩 줄어들때마다 각국의 기자들은 이상한 초조함을 공유하며, 그래도 후반에는 판을 뒤집을 영화가 나오지 않겠냐는 기대를 품었다. 괜한 낙관이었다. 활기를 불어넣는 영화들이 후반에 등장하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할리우드 리포터>의 수석 평론가 토드 매카시도 “올해는 좋은 영화를 넘어 위대한 영화가 없었다”고 칸국제영화제의 경쟁섹션을 평했다. 그러면서 “모든 예술가에겐 업 앤드 다운의 기복이 있다. 하지만 올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감독들은 대체로 하향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결국 70주년을 맞은 칸국제영화제는 평작들 속에서 몇몇 빛나는 영화를 발견하는 것으로 만
[스페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결산 - 주요 부문 수상작들을 둘러싼 이야기들
-
제70회 칸국제영화제(5월 17∼28일)가 막을 내렸다. 황금종려상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더 스퀘어>에 돌아갔다. 깜짝 수상이라 할 만한 결과였지만, 페드로 알모도바르를 수장으로 내세운 9명 심사위원단의 선택이 특별히 ‘이변’을 연출한 건 아니었다. 올해의 근본적 문제는 영화들이 지극히 평범했다는 거다. 외신도 하나같이 이것이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문제인지, 창작자들의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나마 영화제 기간에 고르게 호평받은 <더 스퀘어> <120 비츠 퍼 미니트> <러브리스>가 빠짐없이 수상했다는 게 다행일까(아쉽게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 후>는 수상하지 못했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수상 결과를 정리했다. 영화제 기간 중 만난 감독들의 인터뷰도 전한다.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로뱅 캉피요와 감독상 수상자인 소피아 코폴라의 라운드 인터뷰에 <씨네21>이 국내 매체로는 유일하게
[스페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아쉬운 작별인사
-
※ 영화의 엔딩 장면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아무리 이야기를 나눠도 부족하다. 우리 가슴속엔 각자의 노무현이 있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새롭게 태어난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떠난 지 8년이 지난 지금에도 마치 오늘의 일처럼 노무현을 이야기한다.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노무현을 되살리는 수많은 말과 글, 영상에 또 하나가 추가됐다. 이창재 감독의 <노무현입니다>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을 중심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시민들이 일궈낸 승리의 역사를 그린다. <노무현입니다>는 두 가지로 읽힌다. 하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본인을 직접 소개하는 말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 각자가 노무현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방식이다. 노무현이 꿈꿨던 세상으로 첫발을 내디딘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적절한 타이밍에 찾아온 이야기는 그렇게 태어났다. 하지만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밤새 이야기해도 끝이 날 것 같지 않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뭔가 더 이야기하고, 더
[스페셜] <노무현입니다> 이창재 감독과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작가의 대담
-
현재 부산국제영화제가 페이스북에 개설한 고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의 추모 페이지(facebook.com/rememberingkimjiseok)에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전세계 영화인들의 메시지가 넘쳐난다. 평소 SNS로 활발하게 영화인들과 교류하던 그의 개인 SNS 계정에도 추모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 일부를 발췌해 여기에 소개한다.
부준펑 (영화감독, 싱가포르)_ 김지석 선생님과의 만찬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런 소식이라니요. 선생님은 아시안 시네마의 영웅이셨습니다. 선생님께서 부산국제영화제에 불러일으킨 태풍은 정말로 귀감이 되었어요. 많이 그리울 거예요. 편히 잠드시길.
니시카와 미와 (영화감독, 일본)_ 어제 칸에서 김지석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선생님은 아시아 영화감독들에게 큰 희망이 되어주셨어요. 부산국제영화제의 존속을 위해 선생님이 행하셨던 수많은 노력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을 때,
[스페셜] 전세계 영화인들이 전하는 애도 메시지
-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소식이었다. 한국시각으로 5월 19일 아침, 수많은 영화인들이 프랑스 칸에서 들려온 비보에 눈시울을 적셨다. 출장차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 프로그래머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지난 22년을 함께하며, 국내에 국제영화제라는 영화적 토양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 장본인이기에 영화인들이 느끼는 상실감 또한 크다.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을 추모하며 그가 우리에게 남긴 것들을 다시금 돌아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일화로 이 글을 시작하려 한다.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와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던 날 아침, 초유의 태풍이 해운대에 들이닥쳤다. 그날은 영화제 개막식 하루 전이었다. 호텔 프런트 문이 부서지고, 파도에 휩쓸린 물고기가 인도에서 파닥거릴 지경이었으니 해운대 바닷가에 설치한 영화제 컨테이너의 상태가 온전치 못할 것임은
[스페셜]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김지석을 추모하며
-
<캐롤>(2015), <벨벳 골드마인>(1998)의 토드 헤인즈가 아이들이 주인공인 성장영화를 만들었다. 브라이언 셀즈닉의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 <원더스트럭>은 1977년을 살아가는 소년 벤(오크스 페글리)과 1927년을 살아가는 소녀 로즈(밀리센트 시먼즈)가 집을 떠나 홀로 뉴욕으로 향하는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낸다. 벤은 사고로 청각을 잃고 로즈는 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하는 인물이다. 토드 헤인즈는 로즈의 이야기를 흑백 무성영화로 그려내는데, 이미지와 사운드에 대한 실험은 여전히 아름답고 과감하다. 하지만 평범한 가족 드라마에 그치고 말았다는 점에서 영화제 초반 최고 기대작이었던 <원더스트럭>은 절대적 호평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원더스트럭>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온 토드 헤인즈의 말들을 정리했다.
-원작자 브라이언 셀즈닉이 직접 쓴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어땠나.
=브라이언 셀즈닉이 자신의 책을 시나리오로 옮긴 첫 번째
[스페셜] 화제작 가이드 ⑤ "아이들이 우리의 가이드였다" - <원더스트럭> 토드 헤인즈 감독
-
학대받은 수백 마리의 개가 부다페스트 시내를 질주하는 <화이트 갓>(2014)의 마지막 장면을 잊지 못한다. 2014년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스타덤에 오른 코르넬 문드루초 감독이 이번엔 국경을 넘다 총에 맞은 후 공중부양하는 능력을 얻게 된 시리아 난민 소년 아리안을 그린 <주피터스 문>으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공중부양한 아리안이, 난민들이 쫓기고 테러가 일어나는 도심을 굽어보는 가운데 유럽 사회의 난민 문제, 종교의 부재, 테러에 관한 문제를 관찰한다. 너무 많은 걸 담으려다 혹평 세례를 받았지만 전작보다 더 큰 스케일의 영화를 핸들링한 감독은 확신에 찬 어조를 잃지 않았다.
-<화이트 갓>이 개와 함께 부다페스트를 질주했다면 이번엔 부다페스트의 부감숏이 사용된다. 스케일이 한층 확장됐다.
=200마리의 개들과 작업하는 것도 어려웠는데, 공중부양을 위한 시각특수효과(VFX) 작업도 상당히 어렵더라. 작업해야 할
[스페셜] 화제작 가이드 ④ "유럽에서 신을 뜻하는 건 곧 돈과 성공 " - <주피터스 문> 코르넬 문드루초 감독
-
홍상수 감독은 올해 칸국제영화제에 두편의 영화를 들고 왔다. 한편은 경쟁부문 진출작 <그 후>이고 다른 한편은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의 <클레어의 카메라>이다. <그 후>보다 하루 앞서 공개된 <클레어의 카메라>는 칸을 영화의 공간적 배경으로 삼은 러닝타임 69분짜리의 귀여운 소품이다. 이야기는 칸국제영화제에 출장 온 만희(김민희)가 회사 대표 양혜(장미희)에게 급작스레 해고를 당하면서 시작된다. 양혜는 정확한 해고의 이유는 말해주지 않고 “순수한 게 정직한 건 아니더라”라고만 말한다. 그 말의 이면에는 양혜가 좋아하는 영화감독 소완수(정진영)와 만희의 관계에 대한 의심이 있다. 그리고 이자벨 위페르가 연기하는 클레어가 칸에 도착한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만희와 완수를 담는다. 클레어는 사진을 찍기 전과 후엔 무언가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순간을 박제하는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이번 작품에선 시간을 비트는 도구로 사용되는데 그렇게 열린 시간의 문틈으
[스페셜] 화제작 가이드 ③ 홍상수 영화 - <그 후> <클레어의 카메라> 리뷰·현지반응·기자회견
-
“조금만 툭 건드려주시면 하고 싶은 말이 폭포처럼 나올 것 같다. 한국인들끼리 문 닫고 진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칼튼 호텔에서 경쟁부문 공식 초청작인 영화 <옥자>의 한국 취재진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과 배우 안서현, 변희봉, 스티븐 연이 참석했다. 넷플릭스 자체 제작 작품과 극장의 불협화음 등으로 칸국제영화제 최고의 이슈로 자리한 봉준호 감독은 그간의 ‘다사다난했던’ 시간들을 내려놓는 기분을 “속이 새카맣게 탔다”고 전했다. 기자회견 자체가 마치 <옥자> 제작의 풀 코멘터리를 듣는 기분이었다. 봉준호 감독과의 일문일답을 옮긴다.
-미자(안서현)는 어린 소녀인데도 불구하고 옥자를 구출하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미래소년 코난>을 보면 코난은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액션을 보여준다. 코난의 여자아이 버전을 만들고 싶은
[스페셜] 화제작 가이드 ② <옥자> 기자간담회
-
<옥자>는 강원도 산골의 어린 소녀 미자(안서현)가 자신이 키우던 ‘슈퍼돼지’ 옥자를 찾아나서는 모험을 그린 액션 어드벤처물이다. 하마와 돼지를 섞은 듯한 거대한 동물인 옥자는 뉴욕의 미란다 주식회사가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개발한 신품종 가축이다. 다국적 기업 미란다 코퍼레이션의 최고경영자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는 친환경 시스템을 내세워 회사를 적극 홍보하고 나선다. 슈퍼돼지는 청정지역인 강원도 산골 같은 농가에서 키워진 ‘싸고 맛 좋은’ 자연산 돼지로 둔갑한다. 교배를 통해 탄생한 26마리의 돼지는 전세계 농가에 보내져서 길러지는데, 옥자도 그중 하나다. 회사는 10년 후, 최고의 품종을 선별하기 위한 콘테스트를 개발하고 옥자를 다시 데려오려 한다.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와 산골에서 사는 미자에게 슈퍼돼지 옥자는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이다. 루시의 위협 앞에서 옥자의 죽음을 막으려는 미자는 탐욕스런 동물학자 조니(제이크 질렌홀)와 제이(폴 다노)를 필두로 한 동
[스페셜] 화제작 가이드 ① 논란 속에 첫 공개된 봉준호 감독의 <옥자> 리뷰
-
“대피!!!”(evacuation!!!) 5월 20일 경쟁작 미셸 하자나비시우스의 <리다우터블>이 상영되는 칸 드뷔시 극장 앞, 상영관에서 뛰쳐나온 스탭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크루아제트 거리를 울렸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 시간 이상 상영을 기다리던 이들은 대피명령에도 한참 자리를 뜨지 못했다. 급파된 경찰 병력에 이유를 물으니 “폭탄물로 의심되는 물건이 든 가방이 극장 안에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영화 상영은 이 난장이 정리된 지 40분도 더 지나 시작됐다. 장 뤽 고다르의 이야기를 그린 하자나비시우스의 영화가 ‘68년 5월의 우스꽝스러운 순간만을 담은’, ‘쓸모없는 고다르 전기’라는 악평과 함께 영화제 공식 <스크린 데일리> 평점 최하위를 기록하기까지는 테러 소동으로 피곤해진 기자들의 영향도 0.000000001%는 있었던 걸까(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테러의 먹구름으로부터 부디 무사하기를’ 바란 영화제쪽의 기원에도 불구하고 테
[스페셜] 이화정 기자의 2017 칸국제영화제 중간결산 리포트
-
12일간 전세계 영화인의 이목이 집중된 칸국제영화제. 영화제 탄생 70주년이라는 이슈에도 불구하고 유럽을 강타한 테러 위협과 평이한 경쟁작 속에 이렇다 할 화제 없이 중반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70주년을 기념해 특별 제작한 트로피의 향방은, 여전히 뜨거운 크루아제트 거리의 최대 이슈다.
[스페셜] 칸국제영화제에 가지 못한 당신을 위한 화제작 가이드
-
오석근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를 지키는 시민문화연대 공동대표에게 지난 5월 19일은 “가혹한” 하루였다. 새벽에는 김지석 부산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고, 오후에는 이용관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의 항소심 재판을 방청했기 때문이다. 1996년 김지석, 이용관 두 사람과 함께 부산영화제를 창립한 멤버로서 그의 마음은 매우 착잡했을 것이다.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이었고, 대선 기간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선거대책위원회 부산영화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그에게 부산영화제 정상화와 부산지역 영화산업 기반 조성 두 가지 과제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의 장례 준비 때문에 경황이 없음에도 그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고발과 기소는 박근혜 정권의 정치적 보복과 탄압의 결과”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칸국제영화제에서 세상을 떠난 고 김지석 부산영화제 부집행위원장과는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상심이 클 것 같다.
=김지석은 고
[스페셜] ④ 오석근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시민문화연대 공동대표 "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상화 시급한 과제다"
-
“아는 선에서 다 얘기하겠다.” 1급 공무원이었던 최규학 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은 전화기 너머로 “허허” 하고 웃었다. 2014년 9월 당시 ‘김용삼 문체부 종무실장, 신용언 문화콘텐츠산업실장과 함께 유진룡 문체부 장관, 조현재 문체부 차관에 동조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의 적용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성분불량자’로 분류돼 사직서 제출을 요구받아 31여년 만에 공직 생활을 ‘강제로’ 끝내야 했던 그다. 그의 실직은 박근혜 정권이 자행한 ‘인사 학살’인 셈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모태펀드 블랙리스트 취재 때문에 전화 통화만 주고받다가 약 5개월 만에 만나 안부 인사부터 나눴다.
-요즘 광주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들었다.
=정부의 문화 정책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개괄적인 내용부터 변천사, 예산 수립 절차, 외국 사례와의 비교 같은 것을 다룬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공소장에서 처음 언급된 시기가 201
[스페셜] ③ 최규학 전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조정실장 "블랙리스트 명단 작성은 기본 전제부터가 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