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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류승완의 <군함도>를 흥미롭게 봤기 때문에 이 영화 개봉 이후 불거진 여러 논란들에 대해 당사자만큼은 아니겠지만 평자로서 당혹감을 느꼈다. 주로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링크한 글을 읽어보았는데 역사 왜곡에 관한 몇몇 수준 이하의 글들은 이 영화가 조선인 부역자들을 부각시키는 것과 같은 만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하고 있었고 여론몰이에는 나름 이런 글들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논외로 두어도 될 만큼 가치가 없고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에 봉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실소가 나오는 현상이지만, <군함도>에는 피해자가 없다고 단정하는 이 분야의 학자 박유하의 글이 전하는 입장은 경청할 만한 것이었다.
그는 <군함도>가 ‘한번쯤은 일본과 대적해보고 싶었던 조선 남성의 욕망을 구체화한 영화’이며 이 영화에 등장하는 “‘피해자’는 오로지 관념일 뿐이고, 그렇게 형해화된 ‘피해자’는 쉽게 소비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면서 강제 연행, 총살, 위안부
김영진 영화평론가의 <군함도> 영화비평 - 수평에서 수직으로 운동과 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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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 보인다.
=최근의 논란 때문에 잠을 못 잔 건 아니고. (웃음) 불면증 때문에 약 먹은 지 꽤 됐다. 후반작업과 무대 인사를 차례로 강행군하는 바람에 몸은 피곤한데 잠을 푹 잘 수 있어 수면 건강은 좋아진 것 같다.
-개봉 첫주 400만(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관객을 동원했는데(8월 2일 현재 <군함도>는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편집자).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럽게도 극장가 반응은 좋은 것 같다. 한 젊은 제작자가 “야마다(김중희) 목이 날아가는 순간 박수가 나왔다”고 알려와서 “진짜?”라고 되물었더니 “아니, 관객 전부 다 쳤다는 건 뻥이고 100명 정도인 것 같다”고 하더라. (웃음)
-군함도를 처음 알게 된 계기가 뭔가.
=<베를린>(2012) 촬영을 마친 뒤 <군함도>를 공동 제작한 김정민 필름케이 대표와 그의 친구인 신경일 작가가 보여줄 게 있다고 해서 만났다. 군함도 사진이었는데 이게 뭔가 싶더라.
<군함도> 류승완 감독 인터뷰 - '국뽕'과 친일 두가지 논란이 동시에 불거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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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논란을 낳고 있다. “충실한 고증”부터 “역사 왜곡”까지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영화 속 일부 설정과 관련된 의견이 분분하다. ‘국뽕’과 친일딱지가 동시에 붙었다. 개봉 첫주 스크린 2168개(교차상영 포함)를 차지해 스크린 독과점 비판을 호되게 받고 있다(영화는 개봉 8일 만에 500만(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관객을 동원했다.-편집자). 사방에서 불어닥친 논란에 휘말리는 바람에 영화 얘기는 쏙 들어갔다. 논란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는 주인공은 류승완 감독의 열 번째 장편영화 <군함도>다. 류승완 감독은 두 시간 넘게 영화 <군함도> 얘기부터 영화와 관련된 최근의 논란까지 모두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김영진 평론가가 보내온 <군함도> 비평은 영화를 영화로 읽는 데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군함도>를 둘러싼 논란에 류승완 감독이 직접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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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에서 최재섭이 맡은 서울 택시기사는 역할의 이름조차 마땅하지 않은 아주 작은 배역이다. 만섭(송강호)에게 서울-광주 왕복에 10만원을 부른 ‘노다지’ 손님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치만)를 가로채기당하는 억울한 기사다. 운명의 장난처럼 그날 광주로 가지 않게 된 건 이 서울 기사에겐 다행이었을까. 적어도 배우 최재섭에겐 단 2회차 촬영의 <택시운전사> 출연이 기분 좋은 다행이었던 것 같다. “올해로 데뷔 20년차인데 첫 매체 인터뷰를 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웃음)” 최재섭은 2001년부터 배우 오달수가 대표로 있는 극단 신기루만화경에 들어가 활동하고 있다. “매년 봄이면 신기루만화경의 정기 공연작인 <짬뽕>을 무대에 올린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 <택시운전사> 오디션 때 그 점을 많이 어필했다. 광주 택시기사가 되려나 싶었는데 서울 택시를 몰게 될 줄이야.” 최재섭은 장훈 감독의 데뷔작 <영
[빛낸 배우들⑧] <택시운전사> 최재섭 - 거인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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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당 모의하기 딱 좋은 곳이다. (웃음)” 차순배가 스튜디오를 흐뭇한 눈으로 한번 훑어본다. “대학 때 극예술연구회를 했는데 그때 딱 이런 분위기의 공간에서 친구들과 작품에 대해 얘기하고 막걸리도 엄청 마시곤 했다.” 그는 연기에 대한 즐거운 모의들을 두루 거쳐 1992년 연극 <건너가게 하소서>로 데뷔했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극단 민예 소속 배우로서 무대에 올라온 베테랑 배우다. “극단 민예의 모토가 ‘민족전통예술의 현대적 조화, 인간성 회복’인데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일치한다. 주변 선배들도 ‘너는 딱 민예다!’라 하고. 봉산탈춤, 사물놀이, 한국무용, 판소리 등을 그때 두루 다 배웠다.”
차순배가 <택시운전사>의 광주 택시기사 중 한명인 차 기사 역을 맡게 된 데는 무대 위의 경험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을 기념해 만든 연극 <봄날>(2000)에 참여하며 그 시절 광주를 알게 됐다. 가족이
[빛낸 배우들⑦] <택시운전사> 차순배 - 힘 빼기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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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가 개봉한 주말 <비밀의 숲>이 종영했다. 화제작 두편에 연이어 얼굴을 비춘 장성범에겐 더없이 행복한 일주일이었다. 좋은 작품을 만난 것도 모자라 두 작품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니 “천운”이란 표현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군함도>의 오장우 역은 오디션을 통해 따냈다. 군함도로 징용되는 안경 쓴 경성제국대 학생 오장우는 영화 초반부터 등장해 막판까지 자리를 지키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애써 불쌍하거나 슬퍼 보이게 그리지 말자고 생각했다. 군함도에 징용 간 오장우는 ‘같은 조선인이니까 뭉쳐야지’가 아니라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살았을 것이다. 연필만 잡던 애가 도끼를 들기까지의 과정을 잘 전달하는 것, 좀더 냉정하게 현실적인 감정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야무진 캐릭터 분석에도 불구하고 현장이 주는 압박감은 컸다. 게다가 블록버스터의 비중 있는 조연을 맡은 건 처음이었다. “현장에서 겁먹거나 움츠러든 적이
[빛낸 배우들⑥] <군함도> 장성범 - 지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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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티셔츠에 반바지 하나면 여름 나는데, 사진 촬영이라고 유일하게 있는 양복을 정말 오랜만에 꺼내 입었더니. 게다가 인터뷰라는 걸 난생처음 해본다.” 190cm 가까운 키에 큰 체구, 걸쭉한 목소리까지. 이호철의 첫인상은 꽤나 강렬하다. “계속 보면 나름 귀여운 상”이라며 호방히 웃을 때면 또 다른 얼굴이다. <택시운전사>에서 그는 집에서는 ‘막둥이’로 불리는, 광주 지역 대학생 시위대의 일원인 용표 역을 맡았다. “용표가 원래는 고등학생이었는데 내가 캐스팅되면서 자연스레 대학생이 됐다는 소문이! (웃음)” 촬영장에서도 거의 ‘막둥이’였던 그는 “송강호, 유해진 선배 앞에선 괜히 부끄럽고 어려워서 멀찍이 떨어져 있곤 했다”며 쑥스러워한다.
“내 하고 싶은 걸 할 끼다!” 19살 대구 소년 이호철은 꿈을 좇아 무작정 상경했다. “워낙 동물을 사랑해 사육사가 되거나, TV <토요명화>를 꼭꼭 챙겨보고 비디오방에 들러 장르 가
[빛낸 배우들⑤] <택시운전사> 이호철 - 계산 없는 인물을 꼭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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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면인데 초면 같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이정은도 그런 사람이다. 순한 인상덕도 있지만 이정은을 보고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실제로 그를 어디서 많이 봤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영화 <택시운전사> <군함도> <옥자> <보안관> <재심> <곡성>, 드라마 <도둑놈 도둑님> <쌈, 마이웨이>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역도요정 김복주> <오 나의 귀신님> 등 근작만 추려도 이 정도다. 여러 작품에서 누군가의 엄마와 아내로 출연한 이정은은 설령 이름 없는 캐릭터라 할지라도 기어이 눈길 한번, 마음 한번 주게 만들었다. <옥자> <군함도> <택시운전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괴물>에서 오달수가 괴물의 소리를 연기한 것처럼 이정은은 <옥자>에서 슈퍼돼지 옥자의 목소리 연기라는 중책을 맡았다.
[빛낸 배우들④] <택시운전사> <군함도> 이정은 - 더 실험하며, 더 부지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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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났어, 경사.” 친구에게 다급한 연락을 받고서 이봉련은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걸 알았다. 모 매체에서 봉준호 감독이 ‘가장 주목하는 연극배우’로 이봉련을 꼽은 거다. “대구 사는 부모님이 현수막이라도 걸 기세다. (웃음)” 이봉련은 <옥자>에서 미란도코리아의 세상 불친절한 한국지사 안내 데스크 직원으로 나와 미자의 액션의 빌미를 제공하고,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에서는 만삭의 임신부로 서울 택시기사 만섭(송강호)의 손님으로 택시에 탑승해, 초반부 웃음의 기류에 일조한다. 두 배역간의 이미지 간극이 하도 커 ‘이봉련’이라는 한명의 배우로 꿰어맞추기 어렵다. “알려지지 않아 기대한 이미지가 없다보니 그럴 거다. 배우로서는, 구분이 안 된다는 말이 마냥 반갑다.”
이봉련은 <꿈보다 해몽>에서는 집주인 역할로, <내가 살인범이다>에서는 여고생으로, 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는 나정(고아라)의 대학 동기로, 그렇
[빛낸 배우들③] <택시운전사> 이봉련 - 버티기 혹은 돌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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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공작> 쫑파티가 있었다. 사람들한테 <씨네21>과 인터뷰한다 했더니 성공했다더라. 이런 날이 내게도 오다니. 울어도 되나?” 생애 첫 인터뷰. 윤대열의 얼굴엔 웃음이 만개했다. 웃을 때마다 기분 좋은 곡선을 그리던 깊은 주름, 명암이 분명한 굴곡진 얼굴은 배우 윤대열의 훌륭한 무기 중 하나다. “김성수 감독님이 그러셨다. ‘넌 내가 좋아하는 얼굴이야.’ (웃음) 어릴 땐 얼굴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문제아 취급을 당했는데 연기를 하면서 내 얼굴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생겨 행복하다.” <군도: 민란의 시대> <검사외전> <아수라> <공작>까지 사나이픽처스의 작품만 4편을 찍었으니 사나이픽처스가 좋아하는 얼굴인 건 분명하다.
<군함도>에선 일본인 포주 역에 맞게끔 얼굴을 만들어나갔다. 윤대열은 노트 한권을 들고 왔는데, 그 노트엔 <군함도>의 캐릭터 준비 과정이 글과 사진으로 빼곡히 정리돼 있
[빛낸 배우들②] <군함도> 윤대열 - 기회를 믿었다, 나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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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독자라면, 상영관 옆자리에 앉는 관객이 누군지 유심히 살펴보는 게 좋겠다. 어쩌면 ‘야마다 부소장’이 앉아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영화가 개봉한 날부터 하루에 한번씩은 <군함도>를 꼭 봤다. 관객의 반응이 궁금해 매일 다른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다. 가장 기분 좋을 때? 영화 속 나를 보고 관객이 욕하는 순간이다. (웃음)” 배우 김중희가 분한 <군함도>의 야마다는 일제강점기 말의 혼란을 틈타 군함도에 머물며 자신의 욕망을 불태우는 인물이다.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건 그의 웃는 모습이다. 지옥 같은 군함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조선인들을 멸시하고 비웃는 야마다의 표정은 시대의 광기를 반영한다. “야마다로서 어떻게 웃어야 할 것인지”는 <군함도>에 임하는 김중희에게 무척 중요한 과제였다. “류승완 감독님과 그 부분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눈 뒤 내린 결론은 ‘경망스럽게 웃자’는 거였다.
[빛낸 배우들①] <군함도> 김중희 - 매번 새롭게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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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이름이 없다고, 분량이 적다고, 주요 서사에 복무하지 않는다고 그 배역이 무의미한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그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의 존재가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캐릭터의 단면을 보여줘야 하는 배우일수록 그 단면이 설득력을 획득하도록 더 치열하게 작품 준비를 하곤 한다. 모노드라마가 아닌 이상 한편의 영화엔 수많은 배우가 동원된다. <군함도>와 <택시운전사>에도 많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물론 우리는 황정민, 송중기, 소지섭 그리고 송강호에게 먼저 눈길을 주겠지만 그들 곁에서 최선을 다해 영화를 살찌운 이들이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우리를 스쳐간 얼굴들,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이름들을 소개한다. <군함도>와 <택시운전사>를 빛낸 배우들, 김중희·윤대열·이봉련·이정은·이호철·장성범·차순배·최재섭을 만났다. 사실 몇몇 배우들을 더 만나고 싶었지만(아마도 당신이 ‘그 사람은 왜 없지?’라
[스페셜] <군함도>와 <택시운전사>를 빛낸 배우들 ①~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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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다큐멘터리 감독 80여명이 자발적으로 텔레그램에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대화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화의 내용은 새 정부의 영화정책에 대한 제언이었다. 이에 앞서 감독, 평론가 등 작가들이 중심이 돼 운영되는 인디포럼도 올해 영화제 기간 중 ‘#독립영화 #창작자 #대나무숲’이라는 특별포럼을 열었다. 인디포럼은 홈페이지에 포럼 내용을 정리해 공개했고 후속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게시판을 신설했다. 영화계 각 단위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 취임 이후 본격화된 새 정부 영화산업 로드맵 구상에 의견을 제기하는 흐름에서 나온 움직임이다. 이런 창작자들의 목소리는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집권하는 동안 독립영화가 뿌리째 흔들리다 못해 고사 상태에 처했다는 심각한 문제의식이 전제됐다. 창작자 스스로 자신들의 현재 상황을 타개할 독립영화 진흥책을 생각해보려는 건설적인 행보이기도 하다. 향후 독립영화 감독들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토론의 자리를 마련해 문체부와 영화진
새 정부에 바란다, 김숙현·명소희·박홍준·정용택·홍형숙 독립영화 창작자 5인의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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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가장 큰 재미는 다양한 개성의 ‘여자들’을 만나는 데 있다. 영화를 관통하는 중심인물은 작가 시형(최시형)이지만 그가 만나는 5명의 여자들이 결국 영화를 완성한다. <여자들>은 프롤로그 ‘낮은 여름이고 밤은 가을이다’(전여빈)를 시작으로 ‘풀코스와 디저트’(채서진), ‘물고기를 잡는 분위기’(요조), ‘아름다움의 취향’(유이든), ‘이게 다예요’(전소니) 그리고 에필로그 ‘오늘의 그는 어제와 다르다’까지 총 6개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여자들>에 출연한 배우들은 모두 자신의 본명을 캐릭터의 이름으로 사용한다(요조의 본명은 신수진이다). 배우와 캐릭터의 간극이 좁고, 배우의 매력이 캐릭터의 매력으로 빛을 발하는 영화인 만큼 <여자들>을 보고 나면 우선 배우들이 궁금해진다. 요조처럼 뮤지션으로 이미 유명한 이도 있지만 전여빈, 채서진, 유이든, 전소니 등 아직은 우리가 모르는 게 더 많은 배우들 말이다. 그래서 만남을 청했다. 요
<여자들>의 요조·전여빈·전소니·유이든 네 배우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