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 초, 한국에서는 <타이타닉>(1997)으로 인한 외화 유출을 우려하며 불매 운동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타이타닉>이 흥행에 성공하자, 이 때문에 금 모으기 운동의 성과가 물거품이 됐다는 비판도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돌이켜보면 이는 IMF 금융위기의 원인이 서민들의 과소비에 있다는 당시 분위기가 불러일으킨 엉뚱한 자책이었다.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나라가 국민에게 알려주지 않았던, 어쩌면 지금도 외면하고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 IMF 구제금융 도입에 찬성하며 사태를 숨기기에 급급한 재정국 차관(조우진)에 맞서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 한시현 팀장(김혜수)의 주장은 실제로 1997년 당시 주류에게 묵살당한 소수의견이기도 한데, 주인공을 여성 캐릭터로 설정한 점이 <국가부도의 날>의 문제의식에 진득한 무게감을 더한다. 임수연 기자가 재능 있는 신인 작가의 시나리오를 발굴한 오효진 프로듀서, 영화를 연출한 최
1987에 이은 1997, <국가부도의 날>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
“이런 거 처음 봤지?” 나보다 7살 위의 사촌 형이 내 앞에 펼친 포스터에는 수십명의 여자들이 나체로 자전거를 타고 있었고 그중 한명은 카메라를 향해 엉덩이를 내밀고 있었다. 당시 까까머리 중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그 스펙터클한 포스터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 표정을 보며 깔깔거리고 웃던 사촌 형의 얼굴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그 포스터는 형이 고이 간직하고 있던 퀸의 1978년 7집 앨범 《Jazz》, 그것도 당시로서는 거의 구경하기 힘들었던 원판 안에서 은밀하게 튀어나온 것이었다.
나는 중학교 2학년 무렵부터 로큰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굣길에 레코드 가게에 들러 처음 산 음반이 키스의 《Dynasty》였고 그다음에 산 음반이 퀸의 《Jazz》였다. 물론 두장 모두다 소위 ‘백판’이라고 불리던 해적 음반들이었는데, 나는 부모님이 안 계신 날이면 이 음반들을 거실로 갖고 나와 당시 집에 있던 ‘전축’에 올려놓고 짜릿하고도 음밀한 록의 황홀경을 맛봤다. 특히 내가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퀸을 만났던 계절들을 떠올리다
-
또 하나의 판타지 세계가 열린다. 작가 필립 리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모털 엔진>은 피터 잭슨 감독이 오래전부터 영화화하길 원했던 작품으로, ‘견인도시’라는 독특한 세계관의 설정이 돋보이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멸망 직전의 황폐화된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이 지상을 떠나 움직이는 도시에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서로 전투를 벌이는 영화적 설정이 흥미롭다. 제작자로 참여한 피터 잭슨 감독과 그의 오랜 동료였던 크리스천 리버스 감독이 오랜 기간 숙성을 거쳐 만들어낸 영화는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비주얼을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를 보기에 앞서 이 방대한 가상의 대서사시를 즐기기 위해 숙지해야 할 주요 키워드, 제작진의 간략한 해설을 바탕으로 공개 직전의 영화를 미리 들여다봤다.
사냥꾼의 도시
먼저 <모털 엔진>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기본적인 세계관부터 알아야 한다. 배경은 움직이는 견인도시. 즉 기계장치 위에 건설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배경인 <모털 엔진>, 미리 보기 키워드 4
-
-재단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난 9월 9일 노회찬 의원 49재 때 방송인 김미화, 박찬욱 감독 등 18명이 재단 설립을 제안해주셨다. 10월 20일 약 600명이 재단 준비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재단 준비위원회가 출범됐다. 11월 12일 발기인 16명이 모여 발기인 총회를 열었고, 조돈문 이사장과 나를 포함한 13명의 이사가 내정됐다. 12월 초·중순쯤 등기를 한 뒤 연내 설립 절차를 마무리해 내년 1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떤 사업을 준비하고 있나.
=이사회를 포함해 보다 많은 시민들의 얘기를 들으려고 하는데, 크게 세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 첫째, 노회찬 의원의 아카이브를 구축할 것이다. 그가 쓴 책들을 재출간하고, 그의 글과 말을 엮어서 책으로 낼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평전 출간도 계획하고 있다. 둘째, 정치학교를 운영해 제2, 3의 노회찬 같은 젊은 진보 정치인들을 양성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다룰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
조승수 노회찬재단준비위원회 공동실행위원장 - 노회찬의 뜻을 이어 나가고 싶다
-
-
노동자와 서민의 영원한 ‘호빵맨’, 고 노회찬 의원의 등신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노회찬재단준비위원회 사무실은 재단 설립 준비로 11월 20일 오전부터 분주했다. 내년 1월 출범이 목표인 노회찬재단은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노회찬의 꿈을 이어나가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노회찬 의원은 1년 개봉작을 몽땅 챙겨볼 만큼 영화광으로 유명했고, <젊은이의 양지>에 출연한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특히 좋아한다고 고백한 바 있으며, <씨네21>이 진행한 시네마테크 후원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씨네21>은 고인의 뜻에 동참하기 위해 동료 의원, 영화인 등 노회찬의 친구들에게 노회찬 하면 무슨 영화가 떠오르는지와 생전 그와 함께했던 일화를 물었다. 조승수 노회찬재단준비위원회 공동실행위원장을 만나 재단 설립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공통질문
01 노회찬 하면 무슨 영화가 떠오르는가. / 02
노회찬재단 설립 준비하는 친구들, 우리는 아직도 그가 그립습니다
-
“독립영화란 무엇인가?” 1998년 9월 18일,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는 창립선언문에서 이렇게 물었다. 그리고 “이 난처하고 진부한 질문을 다시 시작하는 건 시대에 따라 독립영화의 겉모습이 변하더라도 그 밑바닥 정신만은 이어지고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급변하는 한국 현대사의 물결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싸워온 1950~60년대생 영화인들을 필두로 1990년대 이르러 사회변혁 운동으로서의 영화가 거센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새로운 영화들의 생존 방식, 발전적 대안 모색을 위해선 근거지가 필요했다. 세기 말, 그렇게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서 한독협이 탄생했다. 독립영화 정신을 사수하려는 수많은 개인과 단체가 속한 한독협은, 운영 체계를 세분화해 극영화, 실험영화, 다큐멘터리, 비평, 배급 등으로 분과를 구분함으로써 다양한 포지션의 영화인들이 뜻을 도모할 수 있게 했다.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와 인디스페이스
[20주년 대담②] 한국독립영화협회, 표현의 자유가 상식이 되었고 여전히 영화가 재미있고
-
1998년 11월 11일 독립영화 배급사 인디스토리가 태어났다. 2005년부터는 <팔월의 일요일들>(감독 이진우, 2005), <눈부신 하루>(감독 김성호·김종관·민동현, 2005)를 제작하며 독립영화 제작사로서의 위용도 갖추기 시작했다. <지구에서 사는 법>(감독 안슬기, 2008),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감독 윤성호, 2010), <티끌모아 로맨스>(감독 김정환, 2011), <최악의 하루>(감독 김종관), <걷기왕>(감독 백승화, 2016) 등이 모두 인디스토리에서 제작한 영화들이다. 2008년엔 배급작 <워낭소리>(2008)가 극장 관객 295만명을 동원하며 독립영화의 동화 같은 성공을 일궈냈다. 인디스토리를 20년 동안 꾸려온 곽용수 대표는 그러나 20주년을 맞은 올해는 차분히 생일을 맞기로 했다. “20년 동안 버텼다”라는 곽용수 대표의 말에선 그간의 고생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20주년 대담①] 인디스토리, 자생적 변화의 한계 보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와 독립영화 제작·배급사 인디스토리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독립영화 진영의 터줏대감 같은 두 단체는 1998년에 나란히 문을 연 이후 꾸준히 독립영화의 담론 형성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송환> <워낭소리>의 배급을 성공시키고,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최악의 하루> 등을 제작한 인디스토리는 그동안 재능있는 감독과 배우를 발굴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인디스토리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대담 자리에 참석한 장건재(<한여름의 판타지아>), 백승화(<걷기왕>), 임대형(<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감독도 모두 인디스토리가 주목하고 발견한 감독들이라 할 수 있다. 인디스토리의 곽용수 대표와 세 감독이 한데 모여 나눈 이야기는 인디스토리의 역사는 물론 독립영화의 가치를 되묻는 자리로 이어졌다. 한편 독립영화 단체와 영화인들을 한데 묶는 구심점 같은 존재인 한독
20주년 맞은 한국독립영화협회와 독립영화 제작·배급사 인디스토리 ① ~ ②
-
-잉마르 베리만의 영화 속 의상에 관해 오랜 시간 연구해왔다. 베리만 영화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부분이기에 특히 흥미롭다.
=90년대를 거치면서 미국, 영국에서 비슷한 시도가 있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나는 2007년부터 스톡홀름대학에서 영화 미장센, 특히 의상에 집중하는 수업과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영화산업과 패션산업의 오랜 연결고리를 들여다보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1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트랜스 학문은 전세계적 유행이 되었고, 특히 영화와 패션 스터디의 접목은 굉장히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의상분야를 다루자면, 시대적인 상황상 자연스럽게 여성 인력들을 발굴하는 작업이 될 것 같다.
=대다수의 여성 스탭들은 익명으로 남겨지기 마련이었다. 베리만과 함께 작업한 스탭 중에서 의상 디자이너인 마릭 보스를 소개하고 싶다. 베리만과 4편의 영화를 함께했고, <처녀의 샘>(1960)에서 보여준 뛰어난 중세시대 의상으로 제33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흑백영화
[제7회 스웨덴영화제③] 스톡홀름대학교 영화학과 루이스 발렌베리 교수 - 의상을 통해 읽는 베리만 영화 속 여성들
-
-1980년 스웨덴 공영방송 <SVT>에 입사해 아직까지 일하고 있다. 기자, 프로듀서, 다큐멘터리 감독 등 다방면을 섭렵 중인데.
=뉴스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첫아이를 임신하고 1986년부터 문화예술부로 자리를 옮겼다. 지극히 사적인 관심에서 지원한 일이었다. 지금도 문화예술계 소식을 종종 뉴스로 전하고 있지만, 다큐멘터리 작업에 좀더 집중하고 있다. 텔레비전 방송용 다큐멘터리의 책임 프로듀서로도 활동 중이다.
-잉마르 베리만이 노년을 보낸 포뢰섬을 방문해 그를 인터뷰한 유일한 언론인이다.
=1983년에 인터뷰차 베리만을 처음 만났고, 1997년에 <SVT>의 문화지에 들어갈 긴 인터뷰를 나눈 것이 중요한 계기를 됐다. 이후 그가 나에게 편견 없이 대해주어서 고마웠다고 전화를 해왔다. 당시 업계에서 잉마르 베리만은 다루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나는 그와의 대화가 꽤 편안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더 심도 있는 만남을 가져야
[제7회 스웨덴영화제②] <베리만 아일랜드> 마리 뉘레로드 감독 - 그는 외로웠던 사람
-
잉마르 베리만은 스웨덴의 영화감독이자 연극연출가, TV드라마의 대가로서 신의 구원과 인간의 불가해한 내면 세계를 집요히 탐구하고 응시한 작가다. 미국, 스웨덴 언론을 중심으로 잉마르 베리만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사들이 속속 등장할 때, 그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전설적인’이라는 말로 형용됐다. 얼마쯤 식상하기까지 한 이 수사가 무색할 정도로, 베리만의 족적은 실로 전설적인 유니버스로 남았다. 당대로서는 베리만의 영화가 <가디언>의 표현대로 “충격적일 정도로 현대적”이었을 것이고, 그가 긴 일생을 통해 남긴 62편의 영화와 170여편 이상의 연극은 마틴 스코시즈, 우디 앨런, 리처드 링클레이터, 웨스 앤더슨 등 후배 영화인들의 전범이 되어주었다. 사실 우리는 아직 실존의 고통을 극한으로 밀어붙인 베리만의 양식적인 드라마와 비견될 새로운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사에서 베리만의 거대한 존재감은, 때로는 과대평가의 논쟁을 낳기도 했다. 베리만 사후, 미국
[제7회 스웨덴영화제①] 잉마르 베리만 감독에 대하여
-
1918년 스웨덴 웁살라에서 태어나 2007년 영원한 침묵에 잠기기까지, 잉마르 베리만은 1950~60년대 불어닥친 모더니즘의 광풍 속에서 영화 역사의 새 장을 쓴 감독 중 하나다. 신과 죽음, 인간의 허약한 믿음과 사랑, 그리고 여성의 억압과 욕망을 살폈던 영화의 시인. 그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11월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를 비롯해 인천, 광주, 부산에서 열리는 제7회 스웨덴영화제는 <모니카와의 여름>(1953)을 시작으로, <산딸기>(1957), <페르소나>(1966)를 거쳐 그의 실질적인 유작인 <사라방드>(2003)까지 7편의 작품을 엄선하고, 베리만이 노년에 직접 인터뷰에 응한 다큐멘터리 <베리만 아일랜드>(2004)를 더했다. 특히 올해는 두명의 귀한 손님, <베리만 아일랜드>를 만든 마리 뉘레로드 감독과 루이스 발렌베리 스톡홀름대학교 영화학과 교수가 직접 한국을 찾았다. 베리만
제7회 스웨덴영화제에서 만난 베리만의 사람들 ① ~ ③
-
1998년 2월 5일, 베를린국제영화제 회고전 초청을 앞두고, 화재 사고로 비극적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김기영 감독이 손에서 놓지 않았던 작품은 <악녀>였다. 미완의 작품이긴 했지만, 보지 못한 ‘녀’ 시리즈가 더 궁금해지는 2018년이다. <하녀>(1960)를 변주한 <화녀>(1971), <충녀>(1972), <화녀’82>(1982), <육식동물>(1984)을 비롯해 <수녀>(1979), <아침에 퇴근하는 여자>(1979) 등 제목에 내세운 것만 보더라도 김기영 감독의 작품에서 ‘여성’은 언제나 흥미로운 관찰의 대상이었다. 1997년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에서 기괴하고 집요한 표현력으로 ‘컬트감독’으로 읽히며 재조명된 뒤 이후 끊임없이 조명될 만큼, 32편의 유작을 통해서 읽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감독. CGV아트하우스의 김기영 기념관 선정을 계기로, 2018년
CGV아트하우스 김기영 헌정관 개관 기념 대담
-
올해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에만 80억달러를 투자해 700편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달 11월부터 내년 초까지 예정된 라인업 중 넷플릭스가 특별히 아시아 지역 기자들에게 힘주어 소개한 작품들이 있다. <킹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6, <모글리>, <엄브렐러 아카데미>, <나르코스: 멕시코>는 넷플릭스가 자부하는 ‘다양한 취향’의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는 핵심 콘텐츠들이다. 11월 8일과 9일 양일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넷플릭스 See What’s Next: Asia’ 행사의 토크 및 기자회견 내용을 문답으로 재구성해 다섯 작품의 면면을 들여다보았다.
<킹덤>
공개 2019년 1월 25일 / 출연 주지훈, 류승룡, 배두나
#시즌2_확정 #터널_김성훈_감독 #시그널_김은희_작가
-2011년부터 김은희 작가가 기획한 작품이다.
=김은희_ 기존의 좀비는 대부분 이른바 ‘크리처’였는데, 이를 통제가 불
넷플릭스 신작 라인업, <킹덤>에서 <나르코스: 멕시코>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