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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8:37>은 신연식의 영화다. 신연식이 직접 제작, 투자, 각본, 연출을 모두 도맡은 신연식의 영화다. 믿음에 대해 고민하는 자, 죄를 짓고도 회개할 줄 모르는 자, 기도에 기대어 믿음을 타인에게 맡겨버린 자 등 종교를 대하는 여러 인간 군상의 모습을 통해 기독교적 가치관의 본질에 파고드는 이 영화는 한국 교회의 불편한 민낯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회 고발이나 상업영화의 작법과는 거리가 멀다. 신연식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디까지나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되새겨보는 “노골적인 종교영화”다. 때문에 작가 신연식의 매우 개인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로마서 8:37>은 작가로서 신연식 감독이 품고 있는 화두, 기독교인으로서의 물음과 가치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각본가로서의 이야기를 조탁하는 솜씨는 물론, 연출, 제작까지 두루 거치며 쌓아올린 경험치가 오롯이 이 한 작품에 집중되어 있다. 그 결과 온전히 한 사람의 영화가 된다.
<로마서 8:37> 신연식 감독 - 이건 복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노골적인 종교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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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셋쨋주 박스오피스의 승자는 이미 정해진 분위기다. DC코믹스의 야심작 <저스티스 리그>의 공개로 떠들썩할 극장가에서, 자칫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작품들이 있다. 제작 및 각본을 맡은 <동주>(2015)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후 신연식 감독이 자신의 연출작으로 돌아왔다. <로마서 8:37>은 예술과 구원의 테마를 상징적으로 다뤄왔던 그가 노골적인 기독교영화를 표방하며 만든 작품이다. 작은 규모로 거시적인 이슈를, 주목할 만한 미학적 성취까지 일궈내며 다룰 수 있음을 보여준 <10분>(2013)의 이용승 감독은 두 번째 장편영화 <7호실>로 관객을 찾는다. 두 감독을 각각 만나 신작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주목해야 할 두편의 한국영화 - <로마서 8:37> <7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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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들의 TV드라마 제작 진출은 사실 어제오늘 일어난 신기한 일은 아니다. 수많은 감독들이 스크린과 TV를 오가며 작업해왔는데 최근 넷플릭스, 아마존, 훌루 등의 스트리밍 업체들이 자체 제작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영화감독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움직임이 보다 활발해졌다. 여기에 가세해 최근 애플TV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영입해 <어메이징 스토리> 제작을 발표했다. 1980년대 미국 <NBC>에서 방영된 <어메이징 스토리> 시리즈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애플은 여기에 5천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리즈 위더스푼, 제니퍼 애니스톤 주연의 드라마도 준비 중이라고 발표해 드라마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일찌감치 마틴 스코시즈 감독을 영입해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와 거의 20여년 만에 재회하는 <아이리시맨>을 제작 중이다. 1975년을 배경으로 전미트럭운송조합 소속인 지미 호파(알 파치노)의 실종, 살인사건
[TV시리즈⑩] 방영 앞둔 신작들: 왕가위 <통 워즈>, 박찬욱 <더 리틀 드러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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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시스 인 식스 신> Crisis in Six Scene
감독·각본 우디 앨런 / 출연 우디 앨런, 마일리 사이러스, 일레인 메이, 존 마가로, 레이첼 브로스나한 / 미국 내 방영 아마존 프라임
영화감독 우디 앨런이 각본, 연출, 출연까지 도맡은, 그의 첫 TV시리즈 <크라이시스 인 식스 신>의 제작이 결정된 2015년 초반부터 미디어는 우디 앨런이라는 아이콘을 TV시리즈의 세계로 불러들인 아마존 스튜디오의 야심찬 행보를 전하느라 바빴다. 정작 당시의 앨런은 “나는 이 작품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고, 또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로이 프라이스(아마존 스튜디오 부사장.-편집자)는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남겼을 뿐이다. 그는 그저 아마존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고 그걸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2016년 9월,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에피소드 6편을 모두 공개한 <크라이시스 인 식스 신>은, 베트
[TV시리즈⑨] 우디 앨런 <크라이시스 인 식스 신> - 올드스쿨 코미디 올드스쿨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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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오브 더 레이크> Top of the Lake
제작·감독·각본 제인 캠피온 / 시즌1 출연 엘리자베스 모스, 데이비드 웬햄, 피터 뮬란, 홀리 헌터 / 시즌2 출연 그웬돌린 크리스티, 앨리스 잉글러트, 니콜 키드먼 / 미국 내 방영 <선댄스 채널>, 국내 방영 넷플릭스(시즌1)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감독’이라는 수식어도 그녀의 차기작을 담보해주지는 못했다. 1993년 <피아노>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성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뉴질랜드 감독 제인 캠피온 이야기다. 그녀의 마지막 장편영화 연출작은 2009년의 <브라이트 스타>였다. 그마저도 6년 만의 신작이었는데, 2003년 멕 라이언과 함께 작업한 에로틱 스릴러 <인 더 컷>이 평단의 혹평을 받으며 제인 캠피온은 오랫동안 메가폰을 내려놓아야 했다. “가장 힘든건 내 영화의 거의 모든 리뷰를 남자들이 썼다는 것이다. 그들은 여성의 관점을 싫어했고 여성들이 남자를
[TV시리즈⑧] 제인 캠피온 <톱 오브 더 레이크> - 파라다이스에 여성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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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 시즌2 Stranger Things2
감독 더퍼 형제, 숀 레비, 앤드루 스탠턴, 레베카 토머스 / 출연 밀리 보비 브라운, 위노나 라이더, 핀 울프하트, 케일럽 매클로플린, 게이튼 마타라조 / 국내 방영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가 공개되기 직전에는 어느 누구도 이 드라마가 <하우스 오브 카드>나 <오렌지 이즈 블랙>과 같은 성공을 넷플릭스에 안겨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2016년 7월 시즌 첫 공개 이후 거의 신드롬에 가까운 화제를 낳았고, 기획과 연출을 맡은 더퍼 형제가 바로 시즌2 각본 작업에 돌입할 수 있었던 데는 눈썰미 좋은 제작자 숀 레비 감독의 공이 크다. 대여섯편의 단편영화와 이제 막 첫 장편 데뷔작으로 만든 호러영화 <히든>이 포트폴리오의 전부였던 맷 더퍼, 로스 더퍼 형제는 TV시리즈로 제작 가능한 파일럿 몇편의 각본을 들고 영화사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그러던 중 <히든>을
[TV시리즈⑦] 숀 레비 <기묘한 이야기> 시즌2 - 거부할 수 없는 모험담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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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렌드 익스피리언스> The Girlfriend Experience
총괄제작 스티븐 소더버그 / 출연 라일리 코프, 폴 스파크스, 케이트 린 셰일, 제임스 길버트 / 미국 내 방영 <STARZ>
<걸프렌드 익스피리언스>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2009년에 만든 동명의 인디영화에서 전체적인 컨셉과 분위기를 계승해 확장시킨 TV시리즈다. 총괄제작으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소더버그에 따르면, TV시리즈 <걸프렌드 익스피리언스>는 재정난에 허덕이던 주인공이 돈과 성관계에 따르는 권력에 눈을 뜨고, 그 힘을 통제하는 과정을 그리는 “슈퍼히어로물”이다.
시카고의 로스쿨에 재학 중인 크리스틴(라일리 코프)은 언제나 돈이 부족하다. 그런 크리스틴에게 그저 술 한잔 같이하면 된다며 친구인 에이버리(케이트 린 셰일)는 ‘걸프렌드 익스피리언스’라는 일을 제안한다. “섹스는 안 해도 돼”라고 속삭이는 친구를 따라 크리스틴은 고급 콜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TV시리즈⑥] 스티븐 소더버그 <걸프렌드 익스피리언스> - 섹스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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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리틀 라이즈> Big Little Lies
제작 데이비드 E. 켈리, 장 마크 발레, 리즈 위더스푼, 니콜 키드먼 외 / 감독 장 마크 발레 / 원작 리안 모리아티 / 출연 리즈 위더스푼, 니콜 키드먼, 셰일린 우들리,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애덤 스콧, 조 크래비츠, 로라 던 / 미국 내 방영 <HBO>
리즈 위더스푼, 셰일린 우들리, 니콜 키드먼. 영화가 사랑한 이 세 여자배우들을 TV시리즈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야말로 미국 TV의 황금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빅 리틀 라이즈>는 리즈 위더스푼과 니콜 키드먼이 제작을 맡고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와일드> <데몰리션>을 연출한 장 마크 발레가 감독을 맡은 7부작 드라마다. 호주 작가 리안 모리아티의 베스트셀러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일견 평화로워 보이는 중산층 가정이 숨기고 있는 이면의 이야기들을 조명한다.
[TV시리즈⑤] 장 마크 발레 <빅 리틀 라이즈> - 좋아 보이는 그 모든 거짓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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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Alias Grace
감독 메리 해론 / 각본 사라 폴리 / 원작 마거릿 애트우드 / 출연 사라 가돈, 에드워드 홀크로프트 / 국내 방영 넷플릭스
마거릿 애트우드. 캐나다의 유명 여성작가이자 올해 노벨 문학상의 유력한 후보자였던 그녀에게 20년 전 한 소녀가 편지를 보냈다. 애트우드의 소설 <그레이스>(1996)의 판권을 사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답은 당연히 ‘노’였다. “그녀는 17살이었다고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애트우드는 거절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하지만 소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언젠가 <그레이스>의 판권을 획득해 마거릿 애트우드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옮기겠다고 결심했고 2017년, 넷플릭스를 통해 자신이 각본을 쓰고 프로듀서로 참여한 6부작 드라마 <그레이스>를 공개하며 자신의 오랜 꿈을 이뤘다. <어웨이 프롬 허> <우리도 사랑일까>를 연
[TV시리즈④] 사라 폴리 <그레이스> -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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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포프> The Young Pope
제작·감독·각본 파올로 소렌티노 / 출연 주드 로, 다이앤 키튼, 실비오 오를란도, 제임스 크롬웰, 세실 드 프랑스 / 미국 내 방영 <HBO>
47살의 젊은 추기경, 레니 벨라도(주드 로)가 교황으로 선출된다. 바티칸의 추기경들은 애송이를 꼭두각시로 얻었다고 반기지만 이내 젊은 교황이 예측할 수 없어 위험하다는 걸 알게 된다. <유스> <그레이트 뷰티>를 만든 이탈리아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가 에피소드 10편을 모두 감독하고 각본을 쓴 <HBO>의 TV시리즈 <영 포프>는 현대의 바티칸을 배경으로 미국의 젊은 추기경 레니 벨라도가 새로운 교황 비오 13세로 즉위하면서 시작된다.
비오 13세는 한마디로 발칙하다. 그의 발칙함은 그의 젊음에서, 고아였던 어두운 과거에서, 전세계 12억 신자를 거느린 가톨릭의 수장이지만 그 역시 인간이라는 한계에서 비롯한다. 성 베드로 광장을 내려다보며 새 교황
[TV시리즈③] 파올로 소렌티노 <영 포프> - 싫어하거나 완전히 좋아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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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부> Taboo
감독 크리스포터 뉘훔, 앤더스 앙스트림 / 출연 톰 하디, 조너선 프라이스, 우나 채플린 / 미국 내 방영 <FX채널>, 국내 방영 캐치온
“디킨스와 서부극이 뒤섞인, 신비롭고 잔혹한 시대극”이란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올해 초 영국 <BBC ONE>과 미국 <FX채널>에서 방영된 드라마 <타부>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스콧 프리 프로덕션’과 배우 톰 하디, 그리고 그의 아버지인 에드워드 하디가 설립한 제작사 ‘하디 선 앤드 베이커’가 공동 제작한 드라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블랙 호크 다운>(2001)으로 영화계에 데뷔했던 톰 하디는 자신의 출연작인 <차일드 44>의 제작자이기도 한 스콧 감독과 고향인 영국에서 드라마로는 처음 협업하게 됐다. 두 사람 외에도 동업자가 또 있다. 드라마의 작가이자 원안을 제공한 스티븐 나이트는 톰 하디 주연의 <로크>를 연출하며 그와 연을 맺
[TV시리즈②] 리들리 스콧 <타부> - 신비롭고 잔혹한 리들리 스콧풍 시대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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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헌터> Mindhunter
감독 데이비드 핀처, 앤드루 더글러스, 아시프 카파디아 외 / 출연 조너선 그로프, 홀트 매캘러니, 애나 토브 / 국내 방영 넷플릭스
옛날 옛적, 비행기에서 사람들이 담배를 태우던 때의 일이었다. FBI가 구강성교를 범죄자들의 변태적인 성행위로 교육하던 시절의 일. <나를 찾아줘>(2014),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1), <조디악>(2007)과 <세븐>(1995)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프로파일링’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넷플릭스의 <마인드헌터> 시리즈를 만들었다. 넷플릭스와 이미 <하우스 오브 카드>를 성공시킨 핀처는 1970년대 후반의 홀든 포드(조너선 그로프)라는 인물을 따라간다. 시즌1이 모두 방영된 이 작품에서 핀처는 에피소드1, 2, 9, 10을 맡았으며 <에이미>의 아시프 카파디아, <아미티빌 호러>
[TV시리즈①] 데이비드 핀처 <마인드헌터> - 연쇄살인범들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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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감독들의 드라마 진출이 일종의 외유라고 생각하던 시대는 지났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데이비드 핀처, <트루 디텍티브>의 캐리 후쿠나가가 TV에 영화감독들의 영토를 개척한 선두주자였다면, 이제는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영화감독들이 브라운관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그들이 드라마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영화를 만들 때)첫 번째 걱정은 항상 이런 거였다. 관객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뉴질랜드 감독 제인 캠피온은 흥행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창작의 자유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을 TV 작업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훌륭한 작품이든 아쉬운 작품이든, 지적이고 강력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의도를 존중했다. 그리고 이 여정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와일드>의 장 마크 발레 감독은 니콜 키드먼과 리즈 위더스푼 같은 여자배우들이 할리우드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기근을 아쉬워하며 제작한
TV시리즈 연출 나선 영화감독들 ① ~ 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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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과 빗소리>는 74분의 러닝타임이 단 하나의 숏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게 보이게끔 찍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이 영화를 만든 마쓰이 다이고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감독 중 하나다. 40여명의 배우 및 스탭과 10일간의 리허설을 거친 후 단 이틀 만에 <아이스크림과 빗소리>의 촬영을 마쳤다는 그를 만났다.
-연극 형태로도 제작 가능한 구성을 갖고 있다.
=우리는 원래 영화에서 묘사됐던 것처럼 영국의 극작가 사이먼 스티븐의 <모닝>을 무대에 올리려고 했다. 프로덕션에 참여했던 어떤 ‘어른들’이 수익성이 불분명해 제작이 취소됐다고 통보했다. 이 말을 직접 현장에서 전해주지도 않더라. 그래서 이 경험을 녹여낸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단 하나의 컷으로 영화를 찍었다. 도전적인 촬영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일방적인 공연 취소로 인한 분노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예술작품뿐만 아니라 예술작품 밖에서 어떤 일이
[도쿄국제영화제③] 마쓰이 다이고 감독 -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는 청춘의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