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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행자를 위한 아시아.” 전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현재를 조명한 책 <메인스트림>의 저자 프레데리크 마르텔은 자신의 책에서 싱가포르를 이렇게 정의한다. 중국과 말레이시아, 인도 등 다양한 아시아의 문화가 고유의 가치를 간직하며 공존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란다. 싱가포르에 입국해 5분만 걸어봐도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아랍어와 중국어가 함께 들리고, 히잡을 쓴 사람들과 탱크톱에 쇼트팬츠를 입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뒤섞여 제 갈 길을 가는 나라. 싱가포르가 표방하는 문화의 다양성은 아시아 진출을 도모하는 서양의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 싱가포르를 주목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메인스트림>의 구절을, 이 나라에 도착하자마자 떠올리게 되었다.
졸업생들끼리의 협업이 참가자들에게는 큰 동력
이처럼 다양한 아시아 문화의 중심지, 싱가포르에서 지난 11월 21일부터 12월 4일까지 아시아 11개국 22명의 젊은 영화인재들이 참여한 영화 제작 워크숍이
한-ASEAN 차세대 영화인재 육성사업 ‘FLY 2018’ 워크숍, 싱가포르에서 참가자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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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을 뚫고 봄의 정령들이 나오는 그때까지 있으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리틀 포레스트>의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고향 시골에 돌아온 혜원(김태리)에게 자신의 모습을 찾아낸 관객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올해 2월 28일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의 원작 만화 및 영화를 바탕으로, 임순례 감독이 한국 전원생활을 오롯이 담아낸 작품이다. 12월 10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제18회 디렉터스컷 어워즈 한국영화감독들이 뽑은 올해의 영화 스페셜 토크: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 <리틀 포레스트> 편을 통해 임순례 감독이 그간 묵혀둔 작품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이날 모더레이터를 맡은 임필성 감독은 “단편 <우중산책>(1994)이 서울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하던 현장을 영화감독 지망생으로서 지켜보던 기억이 생생하고, 이후 임순례 감독님의 장편 데뷔작 <세 친구>(1996)의 최종 오디션까지 올라간 적 있다”고 인연을 밝
[한국영화감독조합②] 임필성 감독이 <리틀 포레스트>의 임순례 감독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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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컷, 한 프레임에도 후회 없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남한산성>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12월 10일 오후 7시부터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디렉터스컷 어워즈 한국 영화감독들이 뽑은 올해의 영화 스페셜 토크: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의 두 번째 행사는 <남한산성>이었다. 이날 자리에는 <남한산성>이 “감독이 된 이후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든 영화”였다고 밝힌 황동혁 감독과 모더레이터를 맡은 정윤철 감독이 참석했다. 먼저 황동혁 감독은 최근 넷플릭스와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남한산성>을 찍고 1년간 아예 시나리오도 받지 않았다. 그러다가 10년 전에 썼던 <오징어>라는 시나리오를 다시 꺼냈다. 이를 드라마로 만드는 게 어떻겠냐고 넷플릭스에 내가 먼저 제안을 해서 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어릴 때 바닥에 금 그어놓고 하는 오징어 게임을 다룬다. 신체
[한국영화감독조합①] 정윤철 감독이 <남한산성>의 황동혁 감독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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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시작해 올해로 18회를 맞이한 디렉터스컷 어워즈는 한국영화감독조합의 감독들이 주최가 되어 직접 수상자를 선정하고 시상하는 영화 시상식이다. 올해에는 시상식에 앞서 투표결과 최다 득표한 6편의 ‘올해의 특별언급’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제18회 디렉터스컷 어워즈 한국 영화감독들이 뽑은 올해의 영화 스페셜 토크: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가 12월 9일부터 12일에 걸쳐 열렸다. 그 첫 번째로 <남한산성>의 황동혁 감독과 모더레이터 정윤철 감독, <리틀 포레스트>의 임순례 감독과 모더레이터 임필성 감독의 대화를 지상중계한다.(12월 9일 열린 <버닝>의 이창동 감독과 모더레이터 나홍진 감독의 대화는 감독의 요청으로 싣지 못했음을 밝혀둔다). 두 번째로 <공작>의 윤종빈 감독과 모더레이터 이경미 감독, <허스토리>의 민규동 감독과 모더레이터 변영주 감독, <1987>의 장준환 감독과 모더레이터 최동훈 감독의 대화는
한국영화감독조합, 감독들이 뽑은 올해의 영화 ①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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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어려워진다. 외국영화는 매년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걸작들이 쏟아져나오는 만큼 전반적으로 지지가 분산되는 경향이 있다. 올해 역시 특정 작품으로 쏠리지 않고 고르고 다양한 작품들이 언급되었고 근소한 차이로 순위가 갈렸다. 다시 말해 순위 자체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으며 10선에 오른 영화 이외에도 소개해야 마땅할 영화들이 무수하다. 그런 와중에도 유독 스티븐 스필버그를 향한 애정과 신뢰는 도드라진다. <더 포스트>와 <레디 플레이어 원> 두편의 영화로 표가 갈린 것까지 감안하면 스필버그를 향한 찬사는 독보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나 평자들의 사랑을 받는 폴 토머스 앤더슨의 <팬텀 스레드> 또한 고른 지지를 바탕으로 2위로 선정됐다.
3위 <어느 가족>, 4위 <패터슨>, 5위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그리고 공동 6위를 차지한 숀 베이커 감독의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마틴 맥도나 감독의 &
[2018년 총결산⑭] 올해의 외국영화 총평, 6위부터 10위까지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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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외국영화 1위 <더 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연출작이다. <더 포스트>가 올해의 영화 1위를 차지한 근거는 이걸로 충분한 것 같다. “부인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거장이라는 것을 증명한다”(듀나), “일흔 넘은 영화 장인이 시대성을 읽을 때 탄생한, 그저 감사한 작품”(임수연),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스필버그의 균형감”(장영엽) 등 평자들의 쏟아지는 찬사도 스필버그라는 거장이 안기는 신뢰와 무게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필버그는 2000년 이후 첨단 영상산업의 모험자와 할리우드 클래식의 수호자라는 두 갈래의 행보를 오가고 있다. 할리우드의 긴 역사 속에서도 대중과 예술, 좁힐 수 없는 간극이라고 여겨졌기에 양 갈래 길을 한몸에 담는 이는 스필버그가 유일하다. <더 포스트>는 그중 할리우드 고전영화들의 우아한 속도를 대변하는 영화다. 블록버스터의 맹렬한 돌진보다 한 템포 느리게 걷는 것만으로도 열리는 풍경이 있다. <더 포스트
[2018년 총결산⑬] 2018 외국영화 베스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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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를 많이 받을수록 말을 아껴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웃음)”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가 올해의 제작자로 선정됐다. <신과 함께-인과 연>은 <신과 함께-죄와 벌>과 더불어 한국 프랜차이즈 영화 사상 최초로 쌍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홍콩, 대만 등의 아시아 국가에서 역대 한국영화 오프닝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달성하는 등 K무비의 글로벌 흥행을 이끌었다. “한국영화의 상업적 좌표를 한단계 더 전진시킨 것은 사실”(주성철)이라는 이유로 원동연 대표의 공을 높게 평가한 답변자가 많았다. 원동연 대표는 “시리즈 영화로 쌍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것도 의미 있지만, K무비, K웹툰, K테크놀로지 비즈니스의 매력이 결합된 <신과 함께> 시리즈를 통해 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점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2018년 총결산⑫] 올해의 제작자 - <신과 함께> 시리즈 원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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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에서 작가로 전향한 지 4년차, 그동안 <카트>(2014), <뺑반>(개봉예정), <1987>(2017) 순으로 3편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김경찬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일관된 심지로 이야기에 불을 붙였다. 그중 <1987>은 그 제목에서부터 “역사를 그대로 끌어와 명확하게 새겨둔” 주제의식의 정점을 향하는 작품. “마치 이어달리기를 하듯 여러 인물 사이를 횡단하는”(홍수정) 시나리오는, 그 결과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한복판으로 관객을 끌고 들어가 시대의 초상들이 연대하는 과정을 단단히 엮어낸다. “모험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준” 장준환 감독과 이우정 프로듀서에게 감사를 표한 김경찬 작가는, “애당초 딱 5년만 해보자고 시작했던 작가 생활을 좀더 연장해볼 참”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의 진정한 의미와 책임에 대해 질문하는 새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다.
[2018년 총결산⑪] 올해의 시나리오 - <1987> 김경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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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감독의 기다림이 마술처럼 담겼다. 자연이 허락하는 시간은 짧고 변덕스럽지만, 홍경표 촬영감독은 사람의 눈으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어떤 빛을 기어코 낚아채 카메라에 담는다.”(김소미) <버닝>에서 홍경표 촬영감독은 빛을 만들지 않았다. 장면에 적합한 시간을 기다렸다가 필요한 빛과 공기를 포착해 카메라에 담아냈을 뿐이다. “해미(전종서)가 종수(유아인)의 집 마당에서 춤추는 시퀀스는 어둠이 질 때 한번에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롱테이크 장면이라 찍기 전에 테스트도 많이 했는데 운이 좋았다”는 게 홍 감독의 회상이다. 현재 그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 촬영을 마치고 색보정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기생충> 촬영은 정말 좋았다. 내가 읽은 봉준호 감독의 시나리오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인물이 현실적이다.” 2018년은 <버닝>과 <기생충>을 연달한 작업한 까닭에 그로선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보낸 해다.
[2018년 총결산⑩] 올해의 촬영감독 - <버닝> 홍경표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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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견이 없었다. 유독 여자 신인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 해여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지만, “전무후무한 폭발적인 연기. 주목할 만한 배우의 출현”(이화정)이라는 점에서 <죄 많은 소녀>의 전여빈에게 쏟아진 찬사는 절대적이었다. 단순히 기교가 아닌, 본능적인 재능이 엿보이는 연기에 대한 호평 일색. “영화의 불안과 긴장을 온몸으로 버티고 선 괴력의 배우”(주성철), “배우가 아닌 인간의 호흡을 보여주는 연기”(김소미), “한 배우가 영화 한편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거의 최대치의 다면체”(송형국)라는 상찬이 더해졌다. 수상 소식에 전여빈은 “<죄 많은 소녀>는 기회가 더이상 없을 거라고 좌절했을 때, 내게 다음이 있게 해준 작품”이라며 의미를 전했다.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특색 있는 시나리오들은 이제 전여빈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차기작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제), <해치지 않아> 두편의 촬영으로 벌써부터 바쁘다.
[2018년 총결산⑨] 올해의 신인 여자배우 - <죄 많은 소녀> 전여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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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성유빈의 해다. 2018년 초 <씨네21>이 선정한 ‘라이징 스타’로 선정되어 주목받은 그가, 한해를 정리하는 연말 베스트에도 등장했다. 올해의 신인 남자배우상은 <살아남은 아이>의 성유빈에게 돌아갔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 세밀한 연기에 대해 “베테랑 배우처럼 연기하는데 아직 소년. 지금도 놀랍고 앞으로는 더 놀라울 것 같다”(홍은미), “군더더기 없는 모던한 연기. 등장과 함께 오래 지켜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화정)이라는 평을 더했다. 지난해부터 <신과 함께-죄와 벌>(2017)로 1440만명이 넘는 관객에게 얼굴을 알리고, <살아남은 아이>로 올해 독립영화의 저력을 입증하며 바쁘게 달려왔다. 차기작인 <전투>의 촬영으로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수상소식을 전했다. 그는 “<살아남은 아이>는 ‘아역’으로 활동해오던 내게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지금의 떨림을 간직하고 좋은 배우가 되겠다”고 말한다
[2018년 총결산⑧] 올해의 신인 남자배우 - <살아남은 아이> 성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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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방식의 로드무비를 완성했다. 올해의 여성영화, 올해의 독립영화 모두 <소공녀>를 꼽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고 안정적인 데뷔작이다.”(이지현) “스타일, 무드, 드라마틱함, 날카로운 시선, 캐릭터의 활력을 모두 배합해냈다.”(홍은미) <족구왕>(2014)과 <범죄의 여왕>(2016) 등을 만든 광화문시네마의 일원이었던 전고운 감독의 장편 데뷔작 <소공녀>는 위스키, 담배, 그리고 남자친구만은 포기할 수 없는 가사도우미 미소(이솜)가 담뱃값이 오르자 집을 버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다 버리고 최소한의 것만 챙겨서 떠돌아다니는 ‘가난뱅이 오타쿠’의 세대가 열렸음을 선포”(황진미)한 <소공녀>는 올해 가장 급진적인 주제의식을 가진 작품이었다는 평이 잇따랐다. 선정 소식을 전해 들은 전고운 감독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뜨겁게 <소공녀>를 만들어준 우리 스탭과 배우들에게 감사하고 축하드린다”며 다른 이들의 노고를 잊지
[2018년 총결산⑦] 올해의 신인감독 - <소공녀> 전고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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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아름다운 외모에 가려져 있던 개성이 공적으로 드러난다.”(이지현) <미쓰백>의 한지민은 올해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배우의 변신을 보여준다. 미디어가 선호하는 부드러운 여성상에 잘 어울리는 생김새가 한겹의 베일일 뿐이었다는 새로운 자각을 안긴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이자 범죄자로 낙인 찍힌 채 살아온 무뚝뚝한 인물, 그리고 비슷한 처지의 어린아이에게 함께 살아내자고 손을 내미는 인물 백상아는 한지민을 통해 비로소 양면의 진실함을 갖는다. “건조하고 낮은 목소리로 내뱉는 욕설, 독기와 불안이 서린 눈빛이 어우러지면서 불과 몇 장면 만에 기존에 알고 있던 배우의 모습이 더이상 떠오르지 않는다.”(황진미) 한지민은 “평소 아동학대 이슈에 관심이 많았기에, 어느 날 새벽녘에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이 영화는 무조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대중에게 익숙한 기존의 이미지로 인해 “백상아 캐릭터가 흐리게 보이지 않을지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주연배우로
[2018년 총결산⑥] 올해의 여자배우 - <미쓰백> 한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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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좋은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다. <1987>뿐만 아니라 <암수살인>까지 두편 모두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그 작품들로 선정되니 더욱 기분이 좋다.” 김윤석의 소감대로 <1987>과 <암수살인>은 “서로 다른 두 얼굴을 김윤석만의 표정과 호흡으로 완벽하게 표현한”(주성철) 작품이다. <1987>에서 그가 연기한 박 처장은 “개인이 아닌 사회적 악인으로서 한국영화에서 본 적 없는 악역”(송형국)이었다. “모두 가벼워지고 있을 때 김윤석의 눈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암수살인>의 엔딩에서 그(김윤석이 연기한 김형민)가 ‘어디 있노?’라고 말할 때를 보라, 그는 죽은 자에게 그렇게 말을 거는 사람”(이용철)이다. 김윤석에게 <1987>과 <암수살인>은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진 작업이다. <1987>은 “1987년을 보냈던 사람으로서 잊을 수 없는 과거의 흔적”으로 “투자받기 어려운 상
[2018년 총결산⑤] 올해의 남자배우 - <1987> 김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