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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다. 그녀의 상처와 나의 상처, 나아가 한 가정의 상처, 멕시코라는 나라의 상처 그리고 전 인류의 상처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가 클레오였다.” <로마>(2018)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바라보는 역사와 여성 그리고 개인적인 삶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안시환, 홍수정, 송형국 영화평론가와 윤웅원 건축가가 각기 다른 관점에서 <로마>의 이곳저곳을 들여다보았다.
비평으로 알폰소 쿠아론의 영화 세계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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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우 감독의 신작 <PMC: 더 벙커>는 인물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체험하게 하는 영화다. 전작 <더 테러 라이브>(2013)가 TV 방송국 상황실에 갇힌 앵커의 탈출기였다면 이번에는 벙커에 갇힌 용병의 탈출기다. 김병우 감독은 주인공의 서스펜스를 만들기 위해 상황에 따른 여러 제한을 설정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군사분계선 아래 위치한 남북한 비밀회담장, 그리고 복잡미묘한 국제정세 속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용병 에이햅(하정우)의 처지 등을 활용한다. 사실적인 총격 액션과 그것을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카메라의 박진감, 거기에 속도를 더하는 편집까지 영화를 이루는 연출의 모든 요소가 영화적 체험에 집중하기 때문에 막상 영화를 볼 때는 제작진의 노력을 제대로 체감하며 즐기기 어려웠을 터. 그래서 준비했다. <PMC: 더 벙커>를 만들기 위해 도전에 도전을 거듭한 김병서 촬영감독, 김병한 미술감독, 노남석 무술감독, 조성환 콘티작가가 직접 밝힌 제작 비하인드
<PMC: 더 벙커> 제작기- 벙커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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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원 감독은 2007년 장편 데뷔작 <도살자>를 통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물론이고 제46회 뉴욕영화제, 제41회 시체스국제영화제 등 해외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개성 넘치는 공포영화로 주목받은 그가 10년 만에 또 한번 색다른 공포를 안긴다. 공포영화를 찍는 감독 지망생에게 벌어진 일을 다룬 영화 <암전>은 얼핏 김진원 감독의 자전적 체험이 반영된 것처럼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공포의 ‘재미’를 살린 특색 있는 ‘장르영화’라는 목표를 놓치지 않는다.
-데뷔가 절박한 감독 지망생이 소재를 구하려고 소문 속의 공포영화를 찾아간다는 설정이다. 공포영화에 관한 공포영화라는 점이 독특하게 다가온다.
=소재를 찾다가 일본의 한 TV프로그램을 봤다. 어릴 때 재밌게 본 영화에 나온 곳을 찾아가는 컨셉이었는데 흥미로웠다. 저작권 문제로 마지막에 해당 영화의 영상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도 재미있었다. ‘영화를 찾아간다’는 방식에 끌려 거기에 살을 붙여나갔다. 처음부터 의
[2019년 한국영화⑱] <암전> 김진원 감독 - 장르는 공포, 테마는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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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좀비영화가 아니라 가족 코미디 영화다.” 이민재 감독이 영화를 소개하며 강조한 건 ‘좀비’가 아니라 ‘가족’이다. <기묘한 가족>은 조용한 마을에 등장한 좀비때문에 벌어지는 예측 불허 소동극이다. 가족으로 엮인 개성 강한 캐릭터와 예상을 비껴가는 황당한 사건들이 영화에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불어넣는다. “충청북도 보은에서 두달간 합숙하며 촬영했는데, 촬영이 없는 날에도 다들 집에 돌아가지 않고 현장에 머물렀다.” 훈훈하고 끈끈했던 촬영장의 분위기까지 듣고 나니 <기묘한 가족>이 담아낼 가족의 모습과 유머가 더욱 기대된다. <기묘한 가족>은 이민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어떻게 좀비 코미디 영화를 구상하게 됐나.
=기본적으로 코미디영화를 좋아한다. 유쾌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2010년 여름쯤 초고를 썼는데,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시절에 느닷없이 영화적 상상을 해봤다. 전염병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2019년 한국영화⑰] <기묘한 가족> 이민재 감독 - 죽이기보다 살아남기를 중심으로 좀비 가족영화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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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감독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상업영화 데뷔작인 <엑시트>가 “보통 재난영화와 다르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 말은 재난영화의 공식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과감하게 했다는 뜻으로 들린다. 스무고개처럼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가 던져준 힌트를 종합해보면 주인공 용남(조정석)과 의주(윤아)는 불청객 같은 정체불명의 유독가스를 피해 어느 날 밤부터 그다음 날 아침까지 하룻밤 사이 쉴 새 없이 도망쳐야 하는 상황이고, 그 상황만으로도 충분한 속도감과 오락적인 재미를 줄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영화 <다찌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7)의 조감독 출신인 이상근 감독은 “장르의 틀 안에서 새로움을 끊임없이 찾아내 보여주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신예다운 패기를 드러냈다.
-제목만 보면 액션영화나 재난영화 같은데.
=원래 제목과 사건이 다른 시나리오를 작업하다가 외유내강으로 가지고 오면서 플롯과 캐릭터 그리고 사건이 완전히
[2019년 한국영화⑯] <엑시트> 이상근 감독 - 작은 능력으로 재난에 대처하는 웃음을 잃지 않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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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규모는?” “나도 정말 궁금하다. (웃음)” <델타 보이즈>(2016), <튼튼이의 모험>(2017), <다영씨>(2018)까지 저예산도 아닌 초저예산으로 매년 장편영화를 한편씩 뚝딱 만들어낸 고봉수 감독이 이번엔 슈퍼히어로영화를 연출하게 됐다. 고봉수 감독을 믿고 투자한 곳은 김용화 감독이 대표로 있는 덱스터. 고봉수 감독이 동생 고민수 작가와 의기투합해 준비 중인 <봉수만수>(가제)는 도깨비라 불리는 괴력의 형제 봉수와 만수가 주인공인 액션 히어로 영화다. 따뜻한 유머와 감성은 살리면서도 보편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고봉수 감독을 만나 신작 이야기를 들었다.
-<델타 보이즈> <튼튼이의 모험> <다영씨> 세편의 독립장편영화를 만들고 상업영화로 진출하게 됐다.
=처음에 제안한 건 영화사 람의 최아람 대표다. 기존에 보여준 코믹함을 잘 살리면 좋겠다며 함께 상업영화를 만들어보
[2019년 한국영화⑮] <봉수만수>(가제) 고봉수 감독 - 시원한 액션이 있는 유머러스한 히어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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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갑자기 사라지면 부모는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해.” 지난해 여름 어느 날 ‘제작자’ 윤종빈 감독이 김광빈 감독과 나눈 통화 내용을 본의 아니게 엿들은 적 있다. 당시 두 사람이 준비하던 영화 <클로젯>에 ‘아이가 실종되는 상황이 있나 보다’, ‘가족 이야기겠구나’라고 짐작만 했을 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클로젯>은 아이가 실종되고, 아이의 실종에 얽힌 비밀을 알고 있는 퇴마사가 아이 아버지를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였다. 이 영화는 윤종빈 감독과 배우 하정우가 공동 제작하고, 두 사람의 중앙대 연극영화과 후배인 김광빈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자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촬영을 마치고 막 후반작업에 돌입한 김 감독은 장르가 장르인 만큼 매우 조심스러웠다.
-이야기를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평소 호러와 스릴러, 판타지 장르에 관심이 많다. 인물이 어딘가로 가서 어떤 일을 겪는다는 설정은 외국 영화에서 많이 볼 법한 이야기이지 않나.
[2019년 한국영화⑭] <클로젯> 김광빈 감독 - 자녀와의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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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서른의 반격>을 쓴 손원평 작가의 장편 연출 데뷔작인 <도터>(가제)의 시나리오 표지에는 ‘언제든, 당신에게도 올 수 있는 사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해석하기에 따라 멜로드라마 속 운명의 상대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도터>(가제)는 이 문구를 미스터리 스릴러로 접근하는 영화다. 잃어버린 딸을 되찾은 가족이 겪게 되는 갑작스럽고 낯선 일상의 변화 속에는 말 그대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근원적인 공포와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2005), <두 유 리멤버 미 3D>(2012) 등의 단편으로 주목받은 뒤 한동안 소설가로 대중과 만났던 손원평 감독은 배우 캐스팅과 함께 본격적인 제작 준비에 돌입했다.
-2018년 초 <씨네21>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와 연애소설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당시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던 독보적인 여
[2019년 한국영화⑬] <도터>(가제) 손원평 감독 - 한국식 홈 스릴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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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시리즈가 5년 만에 돌아왔다. 권오광 감독의 <타짜: 원 아이드 잭>은 최동훈 감독의 <타짜>(2006), 강형철 감독의 <타짜: 신의 손>(2014)을 잇는 세 번째 <타짜> 영화다. 1편에 등장했던 전설의 타짜, 짝귀의 아들 도일출(박정민)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 작품은 시대상을 반영한 각색과 박정민, 류승범, 이광수 등 자기만의 뚜렷한 색깔을 가진 배우들, 팀플레이가 돋보이는 심리전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은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인상적이었던 저예산 장편영화 <돌연변이>(2015)를 연출한 권오광 감독이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장편 상업영화다. 상업 오락영화의 리듬을 철저하게 따라가되 관객이 ‘이 영화는 결이 좀 다른 것 같아’라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군산, 진도, 서산, 강화도 등을 오가며 연말연시 촬영에 박차를 가하던 권오광 감독을 어렵
[2019년 한국영화⑫] <타짜: 원 아이드 잭> 권오광 감독 - 현실로 돌아왔을 때 삶이 더 기분 좋아지는 영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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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픽션>(2011)이 코믹 멜로였다면, 이번엔 정통 멜로다. 최근 찾아보기 힘든 멜로드라마로 전계수 감독의 신작 <버티고>는 반가운 도전이다. <삼거리극장>(2006)을 비롯한 전작과 톤이 사뭇 다르지만 감독이 20년 전부터 구상해온 궁극의 시나리오다. 42층 고층 건물 안을 부유하는 30대 초반 여성 서영(천우희)과 유리창 너머로 그녀의 상처를 지켜보는 로프공 관우(정재광)의 ‘아찔한’ 사랑 이야기. 30대 초반에 일어날 수 있는 각종 ‘현기증’(vertigo) 나는 어려움을 ‘버티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한 여성의 변화를 지켜보는 성장 드라마로도 읽힌다.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 중인 전계수 감독을 만났다.
-현기증을 앓는 고층 건물 안의 여성, 불법 체류자인 로프공 남자의 사랑이야기다. 42층이 주는 불안함을 이들 사랑의 바탕으로 설정한 이유는 뭔가.
=20년 전 일본 요코하마에서 IT 회사를 다녔는데, 그때의 경험담이 영화의 바탕이다.
[2019년 한국영화⑪] <버티고> 전계수 감독 - 뭉뚱그려져가는 감각의 결을 되살릴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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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이름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더해지는 배우들의 공통선택! 어느 날 수중에 굴러든 거액이 든 돈 가방이 욕망의 전시와 파멸의 시작이었다. 불황의 시대에, 돈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짐승이 된 사람들. 폭행, 사기, 살인 등 범죄를 주재료로 미스터리, 스릴러, 누아르 등 자극적이고 강렬한 것만 골라 모두 담은 독한 장르를 표방하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이 악행의 중심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조명한다. 소네 게이스케가 쓴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국민대 영화과를 졸업하고 <거룩한 계보>(2006) 연출부를 거쳐 다큐멘터리 <남미로 간 세 친구>(2013)를 연출한 김용훈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다.
-캐스팅 이야기부터 하자. 첫 장편극영화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구성이다. 시나리오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의미일 것 같다.
=전도연 배우 덕에 첫 단추를 잘 꿰었다. 변화무쌍한 여자
[2019년 한국영화⑩]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김용훈 감독 - 일상에서 오는 누아르라는 새로움 잘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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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이어 2019년 또 다른 9편의 한국영화 신작과 만난다. 올해 개봉을 목표로 크리스마스 시즌, 연말 연초를 잊고 촬영장에서, 또 편집실에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감독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간 구상하고 직접 촬영 현장에서 부대끼며 열과 성을 다했고, 혹은 다 할 예정인 작품들에 대한 최초 공개인 만큼 그들 모두 흥분된 마음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인터뷰와 함께 첫 공개되는 영화의 이미지, 시놉시스를 비롯해 미리 완성된 영화를 그려볼 수 있게끔 관전 포인트도 정리했다. 기대 감독들의 대거 귀환, 장르의 다변화와 함께 2019년 극장가도 여전히 뜨거울 것 같다. 물론 이번 9편으로도 끝이 아니다. 특집은 다음호까지 이어진다. 계속 지켜봐주시라.
[연속 특집2] 2019년 한국영화 신작 감독과의 대화 ⑩ ~ 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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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 핀업 미남이었지만 미국적 마초 영웅과는 거리가 멀었다. 몸은 비록 여기에 있어도 영혼은 저 너머를 여행하는 자인 양 무심하고 홀가분했다. 때론 질서와 제도의 바깥에서 명상하는 자유주의자처럼 보였다. 캘리포니아 남부 출신의 경쾌한 인상에 나체로 있어도 전혀 외설적이지 않은 풍모. 로버트 레드퍼드는 1960년부터 80여편의 TV프로그램 및 영화에 출연한 배우였고, 50여편의 영화 제작에 참여했으며, 10편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영화 경력 60년, 82살의 로버트 레드퍼드가 <미스터 스마일>을 마지막 작품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젠틀한 은행강도의 황혼 로맨스를 다룬 작품을 실마리로 배우, 감독, 나아가 행동주의자였던 로버트 레드퍼드의 영화 인생을 돌아본다.
60년 영화 인생에 대한 헌사, <미스터 스마일>
“절대적인 것은 없지만 연기에 있어서 이것이 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로버트 레드퍼드는 영화 팬들과 안녕을 고하기에 완벽한 작품이라 칭한
은퇴 선언한 로버트 레드퍼드의 영화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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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우가 러시아영화에서 러시아의 영웅 빅토르 최를 연기한다. 공연 장면을 촬영하는 동안 “러시아 사람들이 마치 네가 우리의 김광석을 잘하나 보자(웃음)” 하고 주시하는 듯한 시선을 느꼈다는 배우 유태오의 말이 과장처럼 들리지 않는다. 빅토르 최를 모티브로 한때 그의 연인이던 나탈리아 나우멘코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든 <레토>는 ‘영웅 빅토르 최’가 아닌 당시 억압된 사회에서 음악을 통해 자유를 꿈꾸던 ‘청년 빅토르 최’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제작 소식이 전해지자 러시아 전역에서 빅토르 최 역할에 캐스팅되고자 오디션이라도 한번 보려는 배우들의 요청이 끊이지 않았지만, 2000:1의 경쟁을 뚫고 행운을 잡은 건 한국 배우 유태오다. 자기 집 차고에서 오디션 영상을 만들어 러시아로 보내고, 촬영을 위해 혼자 러시아로 가고, 영화를 만든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이 촬영 중 구속돼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고(공금횡령이 명목인데, 러시아와 세계 각국의 영화인은 창작자에 대한 압박
배우 유태오의 <레토> 포토 코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