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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도쿄국제영화제는 ‘일본영화의 뮤즈들’로 선정된 안도 사쿠라는 예쁘장하기보다는 평범한, 특히 <백엔의 사랑>(2014)에서는 못생겨 보여야 하는 여성을 연기해왔다. 그동안 매스미디어에서 ‘뮤즈’는 사전적 의미보다는 빼어난 아름다움이 작품 안팎에서 강조되는 여성에게 상투적으로 주어지는 수식어였다. 때문에 그를 일본영화계를 대표하는 뮤즈라 선언한 것은 영화제가 생각하는 뮤즈의 속성을, 젊은 여배우의 역할을 대변한다. 안도 사쿠라가 출연한 <가족의 나라>(2012), <0.5mm>(2014) 두편이 상영된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뮤즈로 선정된 것에 들뜨거나 진지하게 반응하기보다는 “그냥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하는 그와 만났다.
-30주년 기념 특별전 ‘일본영화의 뮤즈들’ 중 일원으로 선정됐다.
=배우로서 일이 많아지고 바빠질수록 겸손해지게 되는데, 그렇게 매번 겸손해하는 것도 사실 매우 쑥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이제는 “뭐, 좋다.
[도쿄국제영화제②] 배우 안도 사쿠라 - 일본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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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나라>(2012)의 양영희 감독이 배우 안도 사쿠라와 함께 <가족의 나라> 관객과의 대화(GV)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30주년을 맞은 도쿄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그는 북송사업의 일환으로 세 오빠를 북한으로 보낸 가족사를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2006), <굿바이, 평양>(2009) 그리고 극영화 <가족의 나라>에 담아냈다. 개인적 이유로 작품 활동을 쉬다 최근 차기작 촬영에 들어간 감독은 아직 영화로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키네마준보>에 실린 최동훈 감독과의 대담이 마지막으로 접한 근황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오사카에 계시는 어머니가 갑자기 편찮아지셨다. 그래서 도쿄에 있는 내가 매달 오사카에 가서 어머니를 모시느라 정신이 없었다. 최근에는 어머니를 보살피면서 일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서 차기작을 찍고 있다. <디어 평양>이 아버지에 대한 다큐멘터
[도쿄국제영화제①] 양영희 감독 - 어머니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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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을 맞은 도쿄국제영화제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지난 주말 태풍 사올라가 도쿄 한복판에 상륙한 것이다. 하지만 비가 쏟아지고 강풍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에도 영화제가 열리는 롯폰기 힐스 일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개성 있는 코스튬을 입은 시민들이 밤낮없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핼러윈 시즌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올해 영화제가 새로운 사람의 ‘유입’을 겨냥한 축제의 분위기를 띤 이유가 크다. 올해 도쿄는 일본·중국 합작을 개막식에서 대대적으로 공개했고, 특별히 동남아시아권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주요 부문에 대중적인 작법으로 만든 상업영화를 내세웠고, 젊은 인기배우들을 한데 모아 특별전을 열었다. 지난 10월 25일부터 11월 3일까지 롯폰기 힐스에서 열린 제30회 도쿄국제영화제의 이모저모를 전한다.
20년 전 도쿄국제영화제는 <타이타닉>(1997)을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상영했고 제임스 카메론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레드카펫을 밟았다. 개봉 시기에
제30회 도쿄국제영화제 ① ~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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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역사상 펼쳐진 성 대결에서 빌리 진 킹이 남자 선수에게 이긴 최초의 여자 선수는 아니다. 테니스 성 대결의 역사와 더불어 영화가 중요하게 다룬 실존 인물과 사건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빌리 진 킹
전직 여자 세계 랭킹 1위의 테니스 선수. 39개의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거머쥔, 테니스 명예의 전당(1987년) 멤버. 여자테니스협회와 여성 스포츠재단 설립자, 성 평등과 사회 정의를 위해 투쟁한 선구자. 빌리 진 킹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테니스 선수 중 한명이자 유능한 사회운동가다. 1943년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태어나 11살 때 테니스를 시작한 그녀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테니스 역사를 바꾸어놓기 시작했다. 킹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1961년 윔블던에서 최연소(20살)로 여자 복식 우승자가 되면서부터다. 그녀는 공격적인 플레이로 유명했는데, 킹의 빠르고 강한 공은 상대 선수를 완전히 압도할 정도의 위력이었다고 한다. 1973년, 55살의 남자 테니스
빌리 진 킹을 비롯한 ‘남성 vs 여성’ 대결의 역사와 관련 인물·단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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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착륙 이후 사상 최고의 시청률. 1973년 9월 20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애스트로돔 경기장에 전세계 9천만명의 이목이 집중됐다. 29살의 여자 테니스 챔피언, 빌리 진 킹과 55살의 전직 남자 테니스 챔피언 보비 리그스의 경기를 보기 위함이었다. 이날의 대결은 단순히 두 선수의 커리어와 명예를 사수하기 위한 투쟁이 아니었다. 이건 ‘여자는 침대와 부엌에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하던 남성우월주의자와 ‘여자와 남자는 동등한 입장에서 대우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던 페미니스트의 대결이기도 했다. 테니스 코트 안에서의 승패가 테니스 코트 바깥의 사회적 분위기를, 나아가서는 시대정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빌리 진 킹과 보비 리그스의 경기는 그야말로 ‘세기의 대결’이었다.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은 바로 이날의 승부를 향해 달려가는 영화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1973년 미국의 시대적 풍경이 어떠했는지를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테니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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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의 필모그래피가 새로이 추가될 수 없다. 그 사실만으로도 안타깝고 슬프다. 영화를, 연기를 사랑했던 배우 김주혁은 우리가 기억해야만 할 좋은 영화들을 남겼다. 다음은 <씨네21> 기자들이 가장 아끼는 김주혁의 장면들이다.
김성훈 기자의 <청연>(2005)
술을 잘 마시지 못해 입에 거의 대지 않는 김주혁은 유독 <청연>에서 만취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그가 연기한 한지혁은 박경원(장진영)의 택시에 올라타자마자 곯아떨어졌고, 그 다음날 박경원이 모는 택시를 다시 불렀을 때도 만취해 있었다. 박경원이 그에게 “비너스(술집)에 자주 가시나봐요”라고 묻자 그는 “우울할 때마다 가요”라고 대답하고, 박경원은 “매일 우울하신가봐요”라고 말한다. 중의원이 되기 위해 자신을 입대시킨 아버지에 대한 원망,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등으로 인한 그의 우울한 얼굴이 영화 내내 아른거린다. 그럼에도 박경원과 함께 있을 때 그의 얼굴은 가장 환하
[김주혁 추모] 우리가 기억하는 김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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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은 영화에서 노래를 꽤 불렀다. 기가 막히게 잘 불렀다는 게 아니라 몇번 불렀다는 얘기다. 신기하게도 영화는 그의 노래를 중간에 끊지 않고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줬다. 그의 무덤덤하면서도 담백한 노래는 몇 마디 인상적인 대사보다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전해줬다.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공교롭게도 그 노래들은,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최호섭의 노래인 <세월이 가면>,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하 홍반장)에서 각각 김광석과 유재하의 노래인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와 <그대 내 품에>다. 어쩜 그리도 떠난 그를 떠올리게 하는 곡들인지. 당연히 원곡보다야 못하지만 이상하게 그의 노래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그래서 아마도 카메라는 그로 하여금 영화에서 그 노래들을 꼬박 다 부르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꽤 한동안 그 노래들이 입가를 맴돌 것 같다. “세월이 가면
[김주혁 추모] 더없이 든든했던 배우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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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7일, CJ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신진 작가 기획개발 프로그램 스토리업(STOTY UP) 행사의 일환으로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의 ‘영화로 보는 인공지능’ 특강이 CGV용산에서 열렸다. 장장 3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행사의 1부에서는 정재승 교수가 인공지능 기술의 역사 전반에 대해 개괄적으로 소개했고, 2부에서는 김혜리 기자의 진행으로 참석자들과 함께 실제 인공지능을 영화화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미래의 기술로 인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달라질 것이며, 영화는 달라질 미래 사회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한편, 스토리업 특강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소재를 발굴하여 신인 스토리텔러 및 예비 창작자의 참신한 스토리 기획과 완성도 높은 스토리 구현에 기여하기 위한 전문토크 프로그램으로, 이후 이수정 교수의 ‘영화로 보는 인격장애’(11월 17일),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의 ‘영화로 보는 강력범죄’(12월 16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인공지능③]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김혜리 기자의 ‘영화로 보는 인공지능’ 토크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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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CJ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신진 작가 기획개발 프로그램 스토리업(STORY UP) 특강의 첫 번째 시간으로,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의 ‘영화로 보는 인공지능’ 특강이 CGV용산 아이파크몰 4관에서 열렸다. 장장 3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행사의 1부에서는 정재승 교수가 인공지능 기술의 역사 전반에 대해 개괄적으로 소개했다. <씨네21>에서는 정재승 교수의 강의를 발췌, 요약하여 6가지 질문으로 나눠서 정리했다. 거기에 각 질문을 염두에 두고 보면 좋을 영화도 함께 소개한다. 영화가 상상한 미래이자 인공지능이 영화에 던지는 질문이 여기에 있다. 한편, 스토리업 특강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소재를 발굴하여 신인 스토리텔러 및 예비 창작자의 참신한 스토리 기획과 완성도 높은 스토리 구현에 기여하기 위한 전문 토크 프로그램으로, 이후 이수정 교수의 ‘영화로 보는 인격장애’(11월 17일),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의 ‘영화로 보는 강력범죄’(12월 16
[인공지능②] 정재승 교수에게 들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부터 <엑스마키나>까지 영화로 보는 인공지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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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패배한 것이 아니라 내가 진 거다.”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경기에서 내리 5전3선승의 경기에서 3연패를 당한 이세돌 9단은 인터뷰 말미 심경을 묻자 이렇게 밝혔다. 그리고 다음 경기에서 이세돌은 알파고에 1승을 거둔 유일한 사람으로 기록된다(알파고는 이후 커제 9단에게 3판 전승 승리를 거둔 후 공식 은퇴했다). 당시 네티즌들은 이세돌 9단의 발언을 뒤집어 이렇게 평가했다. “인간이 이긴 게 아니다. 내가 이긴 거다.” 농담 같은 패러디지만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로 한껏 부풀려진 이벤트의 본질을 꿰뚫는 한줄인 것 같다.
기계의 등장 이래 사람들은 기계가 인간의 자리를 밀어낼 거라는 불안에 사로잡혔다. 인간이 직접 해야 할 일들을 기계가 하나씩 대체하는 순간마다 언젠가 기계가 인간의 자리를 차지할 거라는 공포에 빠진다. 재미있는 상상이다. 말이 인간보다 빨리 달린다고 해서 말이 인류를 지배할 거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기계는 두려워한다. 인간의 것을
[인공지능①] 영화 속 인공지능의 변화, 현실의 인공지능 발전상, 그리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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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가 그리는 미래 사회의 풍경은 예술가의 세계관이 담긴 상상력의 산물이자 지금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1982년에 만들어진 영화 <블레이드 러너>가 35년 전에 상상했던 2019년 LA 풍경 속에서 당시 세계 정세와 미국인들의 근심을 읽어낼 수 있듯이 말이다. 2017년 현재, 영화에 담길 미래 사회의 풍경에 대해 고민하는 수많은 창작자들에게 가장 뜨거운 화두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일 것이다. 사람이 인공지능과 바둑을 두고 또 그 인공지능의 바둑 실력이 신의 영역을 들먹일 정도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심지어 인공지능 로봇이 시민권까지 얻게 된 분위기에서 창작자들은 인공지능의 어떤 점에 주목하고 그것을 영화에 담아내려 할까. 그렇게 만들어진 지금의 SF영화는 우리의 어떤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게 될까. 이번호에서는 최근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뜨겁게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인공지능에 대한 전문가의 강연을 통해 기존의 묘사방식과 다르게
정재승 교수와 함께하는 ‘영화로 보는 인공지능’ ① ~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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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의 모험>(1977) 스토리보드 작가
“꽤 많은 캐릭터를 그려왔지만 지금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위니 더 푸’(Winnie-the-Pooh)의 곰돌이 푸다. 스스로 가끔 뇌가 작은 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웃음) <로빈 후드>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곰돌이 푸의 모험>의 스토리보드 작가로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 때문에 2011년 디즈니에서 <곰돌이 푸>를 리메이크할 때 스토리보드를 다시 그려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 곰돌이 푸 목소리까지 연기해가며 발표를 했고 승낙을 받았다. 목소리 하나, 캐릭터 동작 하나까지 직접 해보면서 그리는 건 푸가 유일한 것 같다. 1977년 <곰돌이 푸의 모험>을 그릴 때 아내가 곰돌이 푸의 인형을 만든 적이 있다. 실제로 오프닝에 실사 인형이 등장하는 장면까지 찍었는데 볼프강 라이테르만이 최종적으로는 삭제해 쓰지 못했다. 그때 만든 인형을 다락방에서 꺼내어 다
버니 매틴슨의 대표작들 - 유명한 이야기를 ‘재창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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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입사 후 올해로 64년째 한해도 거르지 않고 출근 중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최장수 애니메이터 버니 매틴슨이 제19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고교 졸업 후 무작정 디즈니에 입사해 사내 우편배달부부터 경력을 시작한 버니 매틴슨은 보조 애니메이터, 스토리 작가를 거쳐 감독과 프로듀서를 역임했다. 설립자 월트 디즈니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13년간 함께 근무했던 그는 지금도 여전히 현역 애니메이터로 활약 중인 디즈니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2008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큰 기여를 한 아티스트로서 ‘디즈니 레전드’에 선정되었고, 2013년 60년 근속상을 받았다. 걸어온 길이 곧 역사가 된 거장이지만, 그는 스스로 무언가 되고자 의식했다면 지금의 위치에 다다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저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지내며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전부라는 그는 내일도 출근 도장을 찍고 책상에 앉아 손으로 그림을 그릴 것이다. 버디 매
디즈니의 살아 있는 전설, 버니 매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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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가득 채운 눈동자가 우리를 바라본다. 아니, 우리가 거대하게 찍은 눈동자를 목격하는 걸까. 두 문장은 같지만 전혀 다르다. 드니 빌뇌브의 <블레이드 러너 2049>(이하 <2049>)와 1982년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의 관계가 정확히 이러하다. <2049>는 리들리 스콧이 스크린에 붙들어 맨 세계의 형태에 경배를 바치며 충실한 복제를 시작하는 것처럼 보인다. <블레이드 러너>의 오프닝을 먼저 떠올려보자. 칠흑 같은 암흑에 별처럼 박힌 건물의 불빛들과 간헐적으로 솟아오르는 불기둥이 익스트림 롱숏으로 펼쳐진다. 이윽고 클로즈업된 눈동자가 화면을 메우는데 녹색의 눈동자에는 불빛과 화염들이 거울처럼 반사되고 있다. <2049>의 경우 시작과 함께 화면을 메우는 건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포착한 눈동자다. 영화는 눈동자를 한참 바라본 뒤에야 익스트림 롱숏으로 하얀 바닥에 점처럼 박힌 단백질 농장의 전경을 천천히
<블레이드 러너 2049> 세계의 창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