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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지만 강렬한 열정의 영화가 찾아온다. 11월 30일 개봉한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헝가리 감독 일디코 에네디는 이 작품을 통해 18년간의 공백을 깨고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같은 꿈을 꾸는 두 남녀가 결핍을 극복하고 소통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줄거리가 다소 평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이 영화의 특별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는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은 수많은 현실의 편린과 이성의 영역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가해한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이러한 꿈의 속성으로부터 개인과 세계의 연결을, 무의식과 의식의 통합을 읽었다. 그에 따르면 의식과 분별의 세계에 살아가는 우리는 꿈을 통해 원형의 세계와 만날 수 있다. 더불어 그는 꿈속에서 인간은 완전한 자기 자신이 되며, 문명화된 세계에서 손상된 삶을 온전히 복원할 수 있다고 믿었다. 헝가리 감독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헝가리 감독 일디코 에네디의 화려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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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제작해 크게 성공한 제작사 뉴라인 시네마는 실은 블록버스터영화 제작보다는 다른 제작사에서 쉽게 도전하기 어려워하는 저예산 공포영화 제작에 더 관심을 쏟아왔다. 희대의 살인마 프레디 크루거를 탄생시킨 <나이트메어> 시리즈,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데드>(1981), <크리터스> 시리즈 등이 바로 뉴라인 시네마의 손을 거쳐 탄생한 공포영화들이다. 2000년대를 거치면서 여러 실패를 거듭하며 잠시 주춤했던 뉴라인 시네마가 최근 제임스 완 감독과 손잡으면서 다시 예전의 공포 전문 제작사로서의 명성을 회복해가고 있다. 뉴라인 시네마가 지금껏 지향해 온 장르영화 제작의 큰 그림과 최근의 공포영화의 흐름이 어떻게 만나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는지 살펴봤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는 <컨저링>(2013)의 홍보 카피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고는 이야기를 흐지부지 끝
[호러 하우스②] <컨저링>·<애나벨> 시리즈·<그것> 성공시킨 ‘뉴라인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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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성장은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머니볼>(2011)과 같은 성공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최초 제작비의 12890배 이상을 벌어들인 <파라노말 액티비티>(2007)를 시작으로 ‘가성비’ 높은 호러영화를 주로 만들어왔고, 업계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후 제작한 <겟 아웃>(2017)은 흥행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수상작만큼의 비평적 성과를 얻었다. 작은 회사가 공룡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근사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들이 어떻게 공룡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이 모색하는 그 다음의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한국 극장가에서 해외 영화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블록버스터이거나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작품이어야 한다. 이 말은 과장이 아니다. 2017년 한국 박스오피스 흥행 성적 50위권 안에 든 작품 중 스타 배우를 내세우지 않은
[호러 하우스①] <23 아이덴티티> <겟 아웃> <해피 데스데이>의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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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할리우드의 주요한 흥행 키워드 중 하나는 ‘공포영화’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귀환을 알린 <23 아이덴티티>와 조던 필 감독의 <겟 아웃>이 여름 시장이 아닌 비수기 극장가에서 흥행했고 뒤이어 제임스 완 감독이 만들어낸 ‘컨저링 유니버스’ 중 한편인 <애나벨: 인형의 주인>, 그리고 스티븐 킹 소설을 원작으로 관객과 평단 모두의 찬사를 받은 <그것> 등의 공포영화가 줄줄이 성공을 거두면서,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이른바 가성비갑 영화 시장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비단 올해뿐만이 아니라 기존 블록버스터 흥행 공식을 깨고 새롭게 시장을 구축해온 공포영화들은 특정 제작사와 감독 중심으로 거대 자본이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영역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이번호에서 <씨네21>이 주목한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 뉴라인 시네마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은 전세계 공포영화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흥행 공식을 새로 정립해나가는
호러 하우스 라이벌전 ①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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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상업영화다.” 연말을 앞두고 많은 영화인들 입에서 <범죄도시>가 오르내리고 있다. 이 영화는 11월 22일 현재까지 약 68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얼마 전에는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 영화는 강윤성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그의 나이 47살. 30살부터 감독 데뷔를 준비했다니 <범죄도시>를 내놓기까지 무려 17년이 걸린 셈이다. 제작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강윤성 감독을 만나 길고 긴 데뷔기를 들었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과 눈주름을 보고 영화 몇편 찍은 중견감독인 줄 알았다. “처음 만났을 때 입봉 감독처럼 안 보였다. (웃음)”는 배우 윤계상의 귀띔이 무슨 뜻으로 한 얘기인지 알 듯하다. 영화 <범죄도시>가 약 680만 관객(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동원하며 막판 스퍼트를 내던 지난 11월 20일, 강윤성 감독을 만나자마자 런던한국영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 - 데뷔 감독 맞아? 17년 만에 첫 영화를 만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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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이 26년 만에 정식으로 국내에서 개봉한다. 대만 뉴웨이브의 기수 에드워드 양 감독은 2007년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영화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영롱하게 빛난다. 타이베이 3부작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대만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실제 사건을 경유하여 시대의 불안과 부평초 같은 대만인의 심리를 그리고 있다. 2000년 연출한 <하나 그리고 둘>이 다음 세대에 거는 희망에 관한 영화라면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에드워드 양이 직시하는 어둠에 관한 영화다. 사실 이 영화에 관해 어떤 수식어를 더한다 해도 본질에서 멀어질 뿐이다. 다만 영화의 역사가 얼마나 장대해지건 이 영화가 반드시 봐야 할 영화 리스트에서 빠질 일은 없다는 것 정도는 단언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의 하루를 바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뉴욕 타임스>), 그걸로 충분하다. 당신이 영화에 관심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착각하지 마라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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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독립영화를 결산하는 자리이자 앞으로 개봉할 독립영화를 미리 만나는 자리가 바로 서울독립영화제다. 올해로 43회를 맞는 서울독립영화제2017이 11월 30일부터 12월 8일까지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MADE IN NOW’라는 슬로건에서 짐작 가능하듯, 올해 서울독립영화제는 ‘지금’의 독립영화가 건져올린 동시대의 이야기, 동시대의 감수성에 주목한다. 서울독립영화제2017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총 111편. 이중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영되는 프리미어 작품들 위주로 추천작을 뽑았다. 극영화, 다큐멘터리, 장편, 단편 할 것 없이 독립영화만의 패기와 실험정신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너와 극장에서>
유지영, 정가영, 김태진 / 2017년 / 개막작
개막작 <너와 극장에서>는 ‘극장’이라는 소재를 공유한 세편의 단편, <극장쪽으로> <극장에서 한
서울독립영화제2017 상영작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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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이 있었다.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시작에 불과하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원작을 영상화해 그녀의 유산을 이어가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다. 2017년 이후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만날 애거사 크리스티 원작 영화와 드라마를 소개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조국, 영국에서는 지난 2015년 애거사 크리스티 탄생 125주년을 기념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방영채널 <BBC One>)를 3부작 미니시리즈로 방영했다. 이 작품은 매회 500만명 이상의 시청자를 끌어모으며 평단으로부터 “줄거리뿐만 아니라 (애거사 크리스티) 원작 소설의 정수를 충실히 반영한 작품. 범죄의 여왕이 인정할 만한 작품이다”(<가디언>)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에 고무된 애거사 크리스티 프로덕션은 향후 3년간 <BBC One>에서 방영할 7편의 새로운 드라마를 선보이기로 했다. 그 첫 작품은 <누명>이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생전 개
앞으로 제작될 예정인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 원작 영화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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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가 발표한 작품 중 소설과 연극을 통틀어 지금껏 영화화 된 작품은 원작으로 삼았거나 혹은 모티브를 얻어 만든 작품까지 합하면 거의 100여편에 가깝다. 전체 소설의 총 판매 부수는 세계에서 성서와 셰익스피어 다음 3번째로 많이 팔린 작가로 기네스북에 올랐을 만큼 잘 알려진 그녀의 작품은 영화계로선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없었으리라. 1928년 단편집 <신비의 사나이 할리퀸>의 첫 번째 수록작인 <퀸의 방문>이 영화화된 뒤 지금껏 수많은 그녀의 작품들이 영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앞다투어 영화화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완성도와 재미가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작품을 골라 소개한다.
<패딩턴발 4시50분>(1961) Murder, She Said
포와로와 함께 주목해야 할 애거사 크리스티의 주요 캐릭터 미스 마플을 연기하는 마거릿 러더퍼드는 첫 번째 데뷔작인 이 영화를 포함해 모두 4편의 영화에 출연했는
영화화된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들 중 놓치기 아까운 수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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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는 100여권의 소설을 썼다. 세상을 떠난 지 4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받는다. 앞으로 100년이 더 흘러도 그녀의 작품은 여전히 각색되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질 것이다. 그런 크리스티에 대한 정보를 모아보았다. 어떤 것은 크리스티 입문 가이드로 필수적인 정보일 테고, 또 어떤 것은 TMI(Too Much Information). 아마도.
● <오리엔트 특급 살인> 말고도 애거사 크리스티는 기차와 관련된 작품을 더 썼다. <칼레 열차 살인 사건>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마찬가지로 살해 방법이 자상이며, <블루트레인의 수수께끼>의 살해 방법은 교살, <패딩턴발 4시50분>은 교살과 비소, 아코니틴을 사용했다. 단편 <플리머스 급행열차>(<포와로 초기 사건집> 수록)에서도 자상으로 죽은 사람이 등장한다.
● 애거사 크리스티의 <쥐덫>은 연극으로 만들어져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애거사 크리스티에 관련된 쓸모 있는 정보와 굳이 알 필요 없는 정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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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유스티노프 Peter Ustinov
명실상부 포와로 전문 배우이자 대표 배우다. 1921년생인 그는 배우이자 작가, 제작자, 연극과 오페라 감독은 물론 무대 디자이너로도 활동한 바 있다. 그외에 책도 쓰고 신문과 잡지에 기고를 했고 코미디언으로 TV나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활동했다. 늘 빵빵 터지는 개그로 주변 사람들을 흐뭇하게 해주는 긍정의 아이콘이었다고 전해진다. 여러 학술 활동과 유니세프 친선대사, 세계 연방주의 운동 회장 등 외교관으로서의 활동도 많이 해온 배우다. 그는 다수의 TV영화 시리즈에서 포와로를 연기했고 1978년작 <나일강의 죽음>을 시작으로 <백주의 악마>와 <죽음과의 약속> 등 5편의 장편영화에 더 출연했다. 가장 포와로다운 연기를 했지만 외형적으로는 가장 포와로답지 않다고 여겨졌던 배우다. 그는 또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번도 참여해보지 못했다.
앨버트 피니 Albert Finn
포와로를 연기한 대표 배우들 - 피터 유스티노프 vs 앨버트 피니 vs 데이비드 서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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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루멧의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1974)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영화화에 처음으로 성공한 사람은 당대의 뛰어난 스토리텔러, 미국 감독 시드니 루멧이었다. 비평적으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이 작품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중 가장 성공적으로 영화화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 배우 앨버트 피니가 포와로를 연기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숀 코너리, 로렌 바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잉그리드 버그먼, 앤서니 퍼킨스, 존 길구드 등 당대의 톱스타들을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특히 잉그리드 버그먼은 그녀와 마찬가지로 스웨덴 출신인 캐릭터 그레타 올슨을 연기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시드니 루멧 영화는 원작과 달리 모든 사건의 전말이 된 비극적인 사건을 보여주고 시작한다.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소설 속 캐릭터의 다국적성을 십분 이용한다는 것인데, 이름 있는 영미권 배우들의 이국적인 악
<오리엔트 특급 살인> 영상물 베스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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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속에는 두명의 명탐정이 있다(상대적으로 활약이 적었던 부부 탐정, 토미/터펜스와 할리 퀸은 잠시 잊도록 하자). 영국 근교의 세인트 메리 미드 마을을 거의 떠나지 않음에도 누구보다 명석하게 인간 본성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할머니 탐정, 미스 마플과 “영국에서 가장 멋진 콧수염을 가진” 세계적인 명탐정, 에르퀼 포와로가 그들이다. 미스 마플이 크리스티의 유년 시절을 행복하게 해준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들”(가장 직접적인 롤모델은 크리스티의 외할머니 마거릿 밀러다)로부터 영향받아 만들어진 인물이라면, 에르퀼 포와로는 낯선 장소와 우연한 만남을 사랑했던 모험가로서의 애거사 크리스티를 닮은 캐릭터다. <메소포타미아의 살인>(1936)과 <나일강의 죽음>(1937) 등 이국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한 포와로의 여정은 실제로 두 번째 남편이자 고고학자였던 맥스 맬로원의 탐사 여정에 종종 동반했던 크리스티의 삶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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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고전 걸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 케네스 브래너 연출로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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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열차엔 죽음이 타고 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대표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추리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1934)이 영화화됐다. 영국 감독 케네스 브래너가 감독과 주연을 겸한 2017년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원작의 품격과 21세기적 즐거움을 두루 장착한 영화로 완성되었다. 이 작품의 개봉(11월 29일)과 더불어 새로운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매력과 원작을 집필한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세계를 보다 자세히 소개하는 지면을 마련했다. 20세기 수많은 걸작 추리소설을 남긴 ‘미스터리의 여왕’은 21세기가 된 지금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얼마나 거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나. 여기에 그 답이 있다.
케네스 브래너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애거사 크리스티의 세계로의 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