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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락’(The Fall)이란 재앙을 겪은 지구는 초토화되고 기술 문명의 발전이 멈춰버렸다. 하지만 인류는 살아남아 폐허 위에서 또 다른 문명 세계를 건설하기 시작하고 사이보그 기술에 의존해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평범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고철도시에 머물며 지식과 부를 가진 자들이 산다고 전해지는 하늘 위에 떠 있는 공중도시 자렘을 우러러보며 산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필생의 프로젝트로 알려진 <알리타: 배틀 엔젤>이 제시하는 미래는 암울하다. 그 속에서 생명 연장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영웅이 탄생하니, 바로 10대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로사 살라자르)다. <아바타>(2009)를 탄생시킨 시각특수효과(VFX) 스튜디오 웨타 디지털의 기술력을 총동원해 만들어낸 알리타는 제작 발표 때부터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까지 많은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영화의 원작인 기시로 유키토의 만화 속 캐릭터 ‘갈리’의 외형을 그대로 옮겨온 탓에 언캐니밸리(인간과 똑같이
[설 연휴 영화①] <알리타: 배틀 엔젤>의 세계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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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일 개봉한 <극한직업>이 개봉일에만 36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말모이>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그렇게 설 연휴 극장가의 문이 열렸다. 이어 한주 뒤인 1월 30일 본격 카체이싱 장르를 표방하는 <뺑반>과 성대하게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드래곤 길들이기3>가 개봉하고, 2월 5일에는 <아바타>의 웨타 디지털 스튜디오가 선보이는 기술 혁신이 담긴 <알리타: 배틀 엔젤>이 개봉한다. 물량 면에서 화려하다 할 수는 없지만 장르와 스케일만큼은 여느 때 못지않다. <극한직업>과 <뺑반>은 각각 이병헌 감독과 한준희 감독을 만나 대화를 나눴고, <드래곤 길들이기3>와 <알리타: 배틀 엔젤>은 영화의 이해를 돕는 정보들을 가득 실었다. 당신은 이중 어떤 영화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설 연휴, 영화 뭐 볼까 ① ~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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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이 3월 중순 한국 관객을 만난다. 올 3월 공개될 6편의 에피소드는 2018년 가을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방영된 방송판과 다양한 측면에서 차별화되는 감독판으로, 국내 VOD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플레이를 통해 전세계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다. 왓챠플레이는 <리틀 드러머 걸>의 감독판을 국내에 선공개한 뒤 방송판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 첩보 소설의 거장,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을 영상화한 <리틀 드러머 걸>은 1979년 유럽을 배경으로 평범한 영국 여배우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공작원으로 고용되며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과정을 다룬다.
무명 극단에서 활동하던 영국인 여자배우, 찰리(플로렌스 퓨)가 주인공으로, 그녀는 모사드가 기획한 현실의 무대 속에서 한번도 본 적 없는 테러리스트 미셸의 연인이 되어 유럽의 여러 장소를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현실을 무대로 펼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박찬욱 감독, “우리는 디테일을 사랑하는 족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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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화는 그렇게 문턱이 높은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출생의 비밀이나 가족 사이의 갈등 같은 자극적 요소도 있다. 이런 다양성영화를 접하지 않은 어르신 관객 중에는 따귀 때리는 장면 하나쯤 나올 줄 알았다는 분도 계셨다. (웃음)” 이동은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접했다는 반응처럼, <당신의 부탁>은 출생의 비밀을 기본으로 깔고 가는 막장 홈드라마의 단골 소재를 오히려 징글징글하고 끈적끈적하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영화다. <환절기>(2018)에 이은 이동은 감독의 두 번째 영화로, 남편을 일찍 떠나보낸 30대 여자 효진(임수정)이 죽은 남편이 전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과 함께 살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당신의 부탁>에 관객 2만5천여명이 들었다. 최근의 독립영화 스코어를 생각하면 적지 않은 수지만 감독으로선 아쉬움도 있을 것 같다.
=지난해 1만명 이상의 관객이 든 한국 독립영화가 많지 않기 때문에 독립
[히든픽처스] <당신의 부탁> 이동은 감독 - 애도의 시간을 따뜻하게 감싸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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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물이야 어디 한두편이랴. 하지만 정은경 감독의 ‘뱀파이어’는 다르다. 일단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지만 타죽지 않는 뱀파이어. 비결은 UV차단지수 높은 선크림이다. 사람 잡는 흡혈에 나서는 대신 정육점에서 선지를 사서 마시는 ‘이성적’인 뱀파이어기도 하다. 서기 2018년 서울 망원동에서 메이크업 숍을 하며 치솟는 월세 대느라 급급한 500살 란(정연주)과 스무살 소년(송강)의 사랑을 그린 판타지 멜로. <뷰티풀 뱀파이어>는 동명의 웹드라마와 영화가 동시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영화 홍보사와 미국 독립영화 배급사를 거쳐 합작 영화 프로덕션 코디네이터, <베를린>(2013) 연출부 등 1999년부터 영화계에서 다양한 일을 해온 정은경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예측 불가의 오버 캐릭터, 뱀파이어 란의 매력에 빨려드는, 독특한 판타지 로맨스를 만날 수 있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확실한 장르의 컨벤션이 있다면, 그걸 가뿐히 변형한 ‘변종 뱀파이
[히든픽처스] <뷰티풀 뱀파이어> 정은경 감독 - 헬조선에 사는 뱀파이어, 능청스러운 매력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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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찢’ 영화라고 하면 딱 맞을까. <소녀의 세계>는 평범한 고등학생 선화(노정의)가 선배 하남(권나라)을 만나면서 겪는 두근두근 알 수 없는 마음의 세계를 그린 영화다. 고교 시절 연극부 부장이었던 안정민 감독이 그때의 순수하고 풋풋한 감정을 새겨두었다가 9년 동안 개발한 작품. SF물 <천사몽>(2000)의 연출부로 영화계에 입문해 그간 <검은집>(2007), <그림자 살인>(2009)의 조감독을 거쳐 만든 데뷔작. 상상력을 극대화한 성장 드라마다.
-히든 픽처스에 선정되고 반응이 좋아졌다고.
=사실 내 친척들조차 이 영화가 개봉한 줄 몰랐다. (웃음) 히든 픽처스의 지원이 이렇게 큰힘이 될 줄 몰랐다. 포털사이트에서 영화 순위 100위권밖에 밀려나 있었는데 히든 픽처스에 선정돼 다시 소개되면서 댓글과 트위터의 트윗이 활성화됐다.
-주인공 선화를 중심으로 한 10대 소녀의 성장물이다. 9년 전부터 개발한 만큼 그간 어려운 고비가
[히든픽처스] <소녀의 세계> 안정민 감독 - 독립영화 사람스러움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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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웍스의 인기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3>가 1월 30일 국내 개봉한다. 용과 인간의 우정과 성장을 유려한 비주얼과 감동적인 스토리로 풀어낸 이 작품은 지난 2010년 1편을 공개한 이래 전세계적으로 흥행수익 11억2천만달러를 기록하며 글로벌한 사랑을 받았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드래곤 길들이기3>는 1월 3일 호주에서 개봉한 뒤 해외 평단으로부터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다. “애니메이션계의 <보이후드>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드래곤 길들이기3>는 지금까지 시리즈가 거쳐온 시간에 대한 감정적 여진을 남긴다”는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의 평대로, 이번 작품이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감동적인 마무리를 선보인다는 반응이 많다. 시리즈에 뜨거운 안녕을 고하기 전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사실들을 키워드로 정리해 소개한다.
01. 사라진 용들
“어렸을 때는 드래곤들이 많았죠.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드래곤 길들이기3> 재밌게 보는 다섯 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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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것과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것 중 무엇이 더 괴로울까. 제 살 깎아먹는 고백부터 하고 시작해야겠다. 지난해 12월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진 한국영화 3편 <마약왕> <스윙키즈> <PMC: 더 벙커>를 이제야 봤다. 어느 순간부터 한국상업영화, 특히 규모 있는 영화를 보는 게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노동처럼 느껴졌기에 애써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뒤늦게나마 호기심이 생긴 건 슬프지만 세편의 영화가 모두 흥행에 실패한 탓이다. <마약왕> 186만명, <스윙키즈> 145만명, <PMC: 더 벙커> 166만명(2019년 1월 17일 기준)의 관객을 동원하며 제작비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다. 관객 반응도 하나같이 아쉬움의 토로였다.
적당히 현실인 척, 편리해서 더 나쁜 한국영화의 몇 가지 습관
만약 여느 때처럼 어떤 작품이 적당히 관객을 모으고 시즌의 승자로 기록됐다거
다양한 방식으로 기대를 배신하는 <마약왕> <스윙키즈> <PMC: 더 벙커>, 그 참을 수 없는 피로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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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마동석 주연의 <챔피언>, 신인배우 김다미를 주연으로 발탁한 <마녀>, 그리고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고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이 주연한 <인랑> 등 3편을 선보였다. 이중 흥행에 성공한 것은 <마녀>였고 기대작 <인랑>은 참패했다. 최재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 프로덕션 대표는 <인랑>의 실패와 지난해 한국영화 전반의 부진을 곱씹으며, 충격적 결과의 반추가 자성과 각성, 새로운 방안 모색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심했다”, “안일했다”, “오만했다”는 표현은 모두 자성의 정도를 말해주는 서술어였다. 관객의 변화 및 경쟁자가 늘어난 시장 상황의 변화,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의 향후 계획까지 최재원 대표에게 들었다.
-2018년에 <챔피언> <마녀> <인랑>을 선보였다. <마녀>를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한해였다.
=우선 출연배
[한국영화 기획⑦] 최재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 프로덕션 대표 - 이게 맞아? 옳고 재밌어? 되물으며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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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이하 메가박스)은 그간 <동주>(2015), <미씽: 사라진 여자>(2016), <박열>(2017), <범죄도시>(2017), <기억의 밤>(2017) 등 내실 있는 중저예산 영화들을 선보이며 투자·배급사로 입지를 다졌다. 지난해엔 <변산> <리틀 포레스트> <너의 결혼식> <명당> <도어락> 등 5편을 선보였다. 소재와 장르 등에서 차별화를 꾀한 이 영화들은 흥행 결과와 무관하게 저마다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그해, 그 시즌에 새로운 영화는 있을 수 있다.” 메가박스에서 투자한 작품 중 규모가 가장 컸던 사극 <명당>과 <동주> <박열>의 성공을 이을 것으로 예상됐던 이준익 감독의 <변산>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지만 이정세 메가박스 영화사업 본부
[한국영화 기획⑥] 이정세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사업 본부장 - 다양성이 산업을 건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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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이라는 이름 뒤에 붙은 ‘쇼박스 투자제작본부장’이라는 직책이 아무래도 낯설고 어색하다. 이상윤 투자제작본부장은 CJ엔터테인먼트와 CGV아트하우스 등에서 20여년 동안 지내온 CJ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해 7월 쇼박스로 옮겼다. ‘CJ맨’이던 그가 쇼박스로 간다는 소식이 충무로에 전해졌을 때 많은 영화인들이 깜짝 놀란 것도 그래서다. 쇼박스에서 6개월째 일하고 있는 이 본부장은 “집중력이 높은 조직이다. 라인업 한편 한편을 성공시키기 위해 전사적인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쇼박스를 소개했다.
-지난해 쇼박스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곤지암> <암수살인> <성난황소> <마약왕>을 차례로 선보였다. 지난해 라인업을 운용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지난해는 예산이 많이 투입된 영화들이 대체로 고전한 반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한 공포영화 <곤지암>이나 쇼박스 영화는 아니지만 <
[한국영화 기획⑤] 이상윤 쇼박스 투자제작본부장 - 더 도전적인 선택을 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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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다운 선택.’ 함진 NEW 영화사업부 한국영화투자 본부장과의 인터뷰에서 ‘초심’과 함께 가장 자주 언급된 표현이다. 그 의미를 묻자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선택한 작품에 대해서는 최선의 성과를 내기 위해 전사가 하나 되어 움직이는 것”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지난해 NEW의 성적은 다소 아쉬웠다. <안시성>과 <스윙키즈> <독전> <염력> <창궐> 등 NEW가 배급한 100억원 이상의 대작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 지난해 연말 NEW가 단행한 조직 개편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초심으로 돌아가 독창적인 기획과 시의적절한 배급 전략에 다시금 승부수를 거는 2019년 NEW의 전략이 보다 명확하게 보인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NEW 영화사업부의 한국영화투자 본부장을 맡게 된 함진 전 한국영화 2팀장은 이번 개편의 중심에 놓인 인물이다. 쇼박스,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씨네그루를 거쳐 2015년 NE
[한국영화 기획④] 함진 NEW 영화사업부 한국영화투자 본부장 - 한국영화만의 이야기에 힘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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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균 CJ ENM 한국영화사업부장을 만나기로 한 지난 1월 11일, 이른 아침부터 기사 하나가 주식시장을 잠깐 뒤흔들었다. CJ ENM이 덱스터를 인수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해 ‘쌍천만’을 기록한 덱스터의 주식이 덩달아 급등했다는 기사도 줄을 이었다.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는 공시가 발표돼 명백한 오보로 밝혀지기까지 얼마 안 걸렸지만, 신생 투자·배급사 관련 뉴스가 화제가 된 최근의 영화산업에서 CJ ENM이 여전히 ‘핫’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임명균 한국영화사업부장을 만나 CJ ENM의 덱스터 인수설부터 확인했다. 전략기획팀(2008~2013년)과 해외사업본부장(2013~2018년)을 거친 뒤 지난해 현재의 보직으로 발령받은 그다. 그는 “구관이 명관”이라고 올해 CJ의 각오를 전했다.
-CJ ENM의 덱스터 인수 관련 기사는 사실인가.
=공시했으니 그외의 내용은 얘기할 수 없다(CJ ENM은 “덱스터 인수를 추진 중은 아니다.
[한국영화 기획③] 임명균 CJ ENM 한국영화사업부장 - 배우 풀을 확대하고, 신인 발굴에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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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롯데컬처웍스는 서울 송파구 롯데캐슬골드에서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본사를 이전했다. 롯데월드타워 27층에 위치한 롯데컬처웍스의 새 사무실에 들어서면 잠실 일대는 물론이고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관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앞으로 글로벌하게 나아가야 하는데 사무실이 좁으면 회사의 규모부터 작아 보이지 않겠냐”는 차원천 대표의 뜻이 주효했다고 한다. 지난해 6월 1일,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에서 분리, 독립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업으로 거듭난 롯데컬처웍스는 2018년 국내 메이저 영화 투자·배급사 중 가장 주목할 만한 활약상을 보여줬다. 김용화 감독의 판타지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 <신과 함께-인과 연>이 <신과 함께-죄와 벌>에 이어 다시 한번 천만 관객을 기록했고,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658만명)과 <완벽한 타인>(529만명)도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에 진입하며 순항을 거듭했다. 덕분에 롯데컬
[한국영화 기획②] 차원천 롯데컬처웍스 대표 -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