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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세편의 한국영화가 이례적인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제작비 100억원 이상의 대작들이 겨울 시장에서 한주 차이로 맞붙었음에도 관객의 고른 선택을 받은 것은 꽤 드문 일이다. 먼저 <신과 함께-죄와 벌>(2017년 12월 20일 개봉)이 지난 1월4일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역대 20번째 천만 영화가 됐고, 1월 18일 현재 1300만 관객까지 기록한 상태다. 같은 시기, 가장 먼저 개봉한 <강철비>(2017년 12월 14일 개봉)가 440만 관객, 가장 늦게 개봉한 <1987>(2017년 12월 27일 개봉)도 61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38호에서 이들 세 영화에 대해 김소희·송형국·안시환 평론가가 대담을 나눴던 것에 이어 이번호에서는 김영진 평론가의 비평을 싣는다. 세 영화 모두 얼마간 자신에게 미흡했다는 그의 비평과 함께하시길.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을 상영하
<강철비> <신과 함께-죄와 벌> <1987> 세편의 한국영화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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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의 불빛이 완전히 꺼지면 등장하는 신데렐라의 성, 그곳에는 두 가족이 산다. 하나는 월트 디즈니의 직계가족. 미키마우스가 휘파람을 불며 방향키를 돌리는 <증기선 윌리>(Steamboat Willie, 1928)의 대표 장면이 이 가족의 문패이다. 또 하나는 픽사. 이들의 문패는 룩소 주니어가 폴짝거리며 등장하는 장면이다. 한 지붕 두 가족, 전략적 공생관계, 그러면서도 그 아래에 깔려 있는 치열한 경쟁의식. <코코>의 상영은 이러한 긴장감을 여실히 드러낸다. 픽사에서 만든 장편은 늘 단편애니메이션을 먼저 보여준다. 장편 <코코>도 마찬가지다.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라는 단편이 마중물 구실을 한다. 잠깐! <겨울왕국>(2013)의 그 올라프? 반갑기도 하지만 갑자기 혼돈이 인다. <겨울왕국>은 디즈니 스튜디오의 작품이 아니던가?
디즈니·픽사, 한 지붕 두 가족
뭐지, 이 상황은? 일단 지켜보자. &l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코코>는 소리와 영상으로 기억을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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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완득이>), 오다기리 조(<마이웨이>), 이제훈(<파파로티>), 이현우(<은밀하게 위대하게>), 정재영(<역린>). 웬만한 주연배우의 아역 역은 성유빈 말고 다른 이름을 찾기 어렵다. 데뷔작 <완득이> 이후 8년 동안 스케줄이 안 맞아서 못한 걸 빼면, 시쳇말로 ‘싹쓸이’다. 주연배우의 반항적인, 혹은 어두운 과거에는 성유빈이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 잠든 어머니를 두고, 가난에서 벗어나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어린 자홍에 이르러 성유빈의 능란한 ‘어린’ 역할은 정점에 이르렀다. 영화가 전달하는 비극의 조명, 그 사이로 1300만 관객을 울린 장면의 주역이 됐다. “극장 가서 두번을 봤는데, 베개 신 나올 때 눈을 감고 봤다. 못 보겠더라. 좀더 유연하게 완급 조절하는 감정을 주었어야 했는데….” 촬영으로부터 벌써 2년이 흘렀다. 성유빈은 그사이 <살아남은 아이>와
[라이징 스타⑩] 성유빈 - 20년 후엔...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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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으로 먼저 기억될 배우다. ‘최리’라는 외자 이름 덕분에 어릴 때부터 “별명이 진짜 많았다. 체리마루, 체리주스, 체리체리냠냠 등으로 불렸고 크레이지 아케이드 게임 할 때는 ‘체리케 냠냠’이란 아이디를 썼다.” 데뷔 직전, 이름에 관해 결정해야 할 시기에 그녀와 소속사는 모두 “어릴 때부터 독특하고 특이한 이름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나와 가장 잘 어울리고 또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본명 그대로 활동하기로 결정했다(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 ‘최리’는 동명이인이다). 그녀는 데뷔작 <귀향>에서 씻김굿을 하는 은경 역을 맡은 이후 본격적으로 영화배우의 길로 접어선 뒤, 지성원 감독의 <순이>와 이병헌·박정민 주연의 <그것만이 내 세상>에 출연했다. 최종 오디션장에서 최성현 감독은 최리가 오디션장에 들어서자마자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적역이라고 생각했다. 극중 수정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진태(박정민)를 거의 유일하게 편견 없이 대해주는
[라이징 스타⑨] 최리 - 어디로 튈지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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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4분 만이었다. 배우 이주영이, 원신 원컷으로 촬영한 이충현 감독의 단편 <몸값>에서 조건만남을 하는 여고생으로 등장해, 당돌하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걸린 시간은. 그토록 짧은 러닝타임 14분은, 모델 일을 하다 처음으로 연기 경험을 한 이주영을 지난 1년간 영화계 캐스팅 우선순위에 오르게 만든, 그의 인생에 있어서의 찬스이기도 했다. “로또 당첨이나 마찬가지다.” <몸값> 이전의 이주영은 동덕여대 모델과를 전공한 프로 모델이었다. “대학 2학년 때부터 일을 했는데, 쇼할 때 찰나의 희열은 크지만 공허하더라. 솔직히 말하면 매일 그만둬야겠다 생각했고 우울증도 왔는데 그때 연기가 하고 싶었다.” 무대, 현장 모두 남 앞에 나서는 거지만 카메라 앞에서 최상의 화려함을 보여줘야 하는 모델 일 대신 이주영은 밑바닥까지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에 더 끌렸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워낙 좋아해, “못 쓴 글이지만” 장편 시나리오를 두편이나 쓰기도 했
[라이징 스타⑧] 이주영 - 강렬한, 잊히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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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김준한이 연기한 인물들은 은근한 파격을 품고 있다. 최근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그는 마약 범죄로 수감된 한양, 일명 해롱이(이규형)를 꾸준히 접견하는 동성 애인 송지원을 연기했다. <박열>의 다테마스 예심판사는 아나키스트 박열과 후미코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흔들린다. 흥미로운 것은, 김준한의 반듯한 얼굴은 오히려 반항과 거리가 먼 모범생에 가깝다는 것이다. “운 좋게 신인 때 맡을 수 있었던 센 캐릭터”들은 그런 그와 만나면서 보다 풍부한 결을 갖게 됐다.
위안부 관부 재판 실화를 다룬 <허스토리>(가제)도 이런 행보의 연장선상일지 모르겠다. 그는 할머니들의 재판을 돕는 재일동포 변호사 이상일을 연기한다. 다양한 할머니 캐릭터를 담아낼 작품의 태도와 김준한의 이미지, 그리고 보다 깊어진 그의 연기적 고민이 어우러진 결과물이 기대된다. 눈에 들어오는 신인이라는 호평을 받기 위한 어떤 연기적 욕심은 없었냐고 묻자 “그런 게 아예 없었다고
[라이징 스타⑦] 김준한 - 반듯한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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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낯을 많이 가리나요?” 배우 이유진에게 던진 첫 질문이다. 카메라 밖에서의 그는 고요하다. 자작랩과 춤을 선보이며 무대를 활보하던 <프로듀스 101> 연습생으로서의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다. “긴장은 안 하지만 낯을 많이 가린다. 인터뷰할 때가 가장 쑥스러운 것 같다. 연기는 다른 사람이 되는 거지만 인터뷰는 사람 대 사람으로 진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거니까.” 그렇게 이유진은 외적으로 표출하는 에너지보다 내면에 담고 있는 것들이 더 많은 사람이다. 그런 그와 꼭 닮은 캐릭터를 우리는 올해 극장가에서 만날 예정이다. 소지섭과 손예진이 주연을 맡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제)가 그 작품이다. 죽었던 아내가 기억을 잃은 채 남편과 아들 앞에 다시 나타난다는, 일본 작가 이치카와 다쿠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이 영화에서 이유진은 남편 우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 “숫기가 많이 없는 친구다. 체육특기생으로 운동이 자기 인생의 전부였던 친구인데, 그
[라이징 스타⑥] 이유진 - 결함을 포함해, 인간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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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먹은 건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체질이다. 이선빈이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들려준 자신의 걸그룹 연습생 시절이 그랬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노래와 춤 연습이 끝나면 전단지 배부, 오리고깃집·삼겹살집·아이스크림 가게 아르바이트 등 온갖 종류의 일을 했다. 일이 끝나면 난방도 안 되는 연습실에서 쪽잠을 잤다. 김성훈 감독이 일찍이 세상에 눈을 떴던 그에게서 <창궐>의 사연 많은 여성 덕희를 발견한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곽시양의 애인으로 아주 잠깐 등장하는 <굿바이 싱글>이 그의 첫 영화 출연작이지만 제대로 된 연기를 선보이는 영화는 <창궐>이 처음이다. <창궐>에서 그가 맡은 덕희는 밤에만 출몰하는 ‘야귀’에 맞서는 이청(현빈) 무리의 유일한 여성 캐릭터로, 활쏘기에 능하다. 이선빈은 액션 신이 많은 시대극인 만큼 “활쏘기, 말타기를 체화하기 위해 촬영 전 철저하게 연습”하되 덕희를 “연기적으로 접근하기보다
[라이징 스타⑤] 이선빈 - 오래오래 빛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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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짝사랑도, 차인 적도 많다. (웃음)”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서 박규영이 연기한 소미는 ‘주원(이기우)바라기’다. 건축사무실 동료 문수(원진아)를 의도치 않게 곤경에 빠뜨릴 때는 약간 얄밉지만 대체로 귀엽고 발랄한 아가씨다. 드라마 촬영 때문에 5개월째 서울과 부산을 오가고 있다는 박규영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이목구비 때문에 인기가 많았을 것 같은데, 대답이 예상 밖이다.
올해 극장가에서 그가 얼굴을 내비칠 영화는 <괴물들>(감독 김백준)과 <레슬러>(감독 김대웅) 두편이다. 2년 전 촬영을 일찌감치 끝냈던 <괴물들>은 박규영의 첫 영화 출연작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예리와 보경, 1인2역을 연기했다. 예리는 지적장애를 가진 순수한 소녀인 반면, 보경은 남학생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다. 연기 경력이 거의 없는 그에게 상반된 두 인물을 동시에 연기해야 했던 <괴물들>은 “호흡이
[라이징 스타④] 박규영 - 제이크 질렌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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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죄송했습니다. 쓸쓸한 퇴장. 다음엔 착한 녀석으로 뵙겠습니다.” 지난해 11월 말, 배우 위하준이 SNS에 남긴 글이다.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그는 해성그룹 막내딸 서현(이다인)의 보디가드 ‘류’로 출연했다. 아가씨를 위해서라면 몸을 던져 구정물을 뒤집어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우직함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류의 진짜 정체는 부부사기단. 아가씨를 협박하려다 매서운 반격을 당하고 퇴장하는 류의 모습은 씁쓸함을 남겼지만 그의 반전 면모는 신인배우 위하준이라는 이름 석자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기엔 충분했다.
아직 영화 팬들에겐 낯선 이름인 위하준의 데뷔작은 <차이나타운>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차이나타운의 실세, ‘엄마’(김혜수)의 오른팔인 우곤(엄태구)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공교롭게도 데뷔작인 <차이나타운>이 촬영을 시작한 날은 위하준의 생일이었는데, 그에게는 이 ‘우연’이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출연 분량은 적었지만 <
[라이징 스타③] 위하준 - 매력적인 액션영화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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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서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기자도, 약간 떨어진 곳에 앉아 대화를 듣던 투자·배급사 및 홍보 관계자들도 수시로 박장대소했다. 김재영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키득거리게 되는 천진한 고등학생들을 닮았다. 부모님에게 손 벌리지 않기 위해 20대 초반에 기숙사 공장 일을 포함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다 해봤지만 31살이 된 지금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든지, 증권가 이야기를 다룬 영화 <돈> 때문에 일부러 주식을 시작했는데 잘 안 되는 바람에 독립에 실패했다는 엉뚱한 발언을 누가 예상이나 하겠는가. <돈>의 박누리 감독에게 “때 묻지 않은 소년 같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하니 “때는 좀 묻었는데…. 많이 묻지는 않은 건가”라고 반응한다.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계산도 그럴싸한 포장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을 것 같은 독특한 캐릭터. 이런 매력이 연기할 때도 녹아들면 꽤 재미있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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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스타②] 김재영 - 차별화? ‘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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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얼굴이 있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목격하지 못한 이면의 이야기를 알고 싶고, 듣고 싶게 만드는 얼굴. 전소니는 그런 얼굴을 가진 배우다. 그녀가 연기한 인물들이 대개 마침표보다는 물음표의 여운을 남기는 건 전소니라는 배우가 지닌 특유의 미스터리한 기운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녀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최근작은 지난여름 개봉한 영화 <여자들>이다. 이 작품에서 전소니는 작가(이자 주인공) 시형에게 영감을 주는 네 여성 중 한명으로 등장한다. “찾았어요?”(소니) “네? 뭘요?”(시형) “그건 저도 모르죠.”(소니) 오키나와 해변에서 시형이 우연히 만나는 미스터리한 여자, 소니는 시형의 질문 공세를 요리조리 피해가는 한편 허를 찌르는 말로 창작자로서의 시형을 자극한다. “볼수록 궁금해지는 사람, 여운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건 고등학생 시절 처음 배우가 되기를 결심했던 순간부터 영원히 계속될 전소니의 바람이다. 지난해 <여자들>과 더불어 선보였던 독립
[라이징 스타①] 전소니 - 매번 다르게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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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씨네21> 기획회의에서 빠지지 않는 이슈. 올해 스크린에서 두각을 나타내 우리를 사로잡을 신인배우는 누가 될까? 늘 새로운 기획, 감독, 소재, 장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그 새로움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줄 배우의 출현은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다. 감독, 제작사, 매니지먼트, 투자·배급사 등 영화계 각층으로부터 2018년 가장 주목할 만한 신예배우를 사전조사했다. 그중 선정한 배우는 김재영·김준한·박규영·성유빈·위하준·이선빈·이유진·이주영·전소니·최리 등 총 10인이다. 각 배우들 모두 <악질경찰> <독전>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곤지암> 등 올해 주목할 만한 화제작들을 통해 작은 역할이지만 존재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자 한다. 이중에는 전작을 통해 이미 인지하지 못한 사이 눈에 익거나 눈여겨본 배우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그들의 이름을 하나씩 새겨둘 차례다.
올해 한국영화에서 당신이 기억하게 될 새로운 이름들 ① ~ 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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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입이 달린 얼굴.’ 이 미스터리한 제목의 의미를 영화는 마지막까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영화 작업을 할 때 제목을 빨리 정하는 편이다. 그런데 유독 이 영화는 그럴 수가 없었다. 시나리오를 다 썼을 때 한 여자의 얼굴이 불현듯 떠올랐다. 유화 물감을 두껍게 덧칠한 느낌의, 파란 입이 달린 얼굴이었다. 입술이 아니라 입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그건 굉장히 추상적인 느낌의 이미지였다.”
김수정 감독이 떠올린 ‘파란입’을 가진 여성. 그녀가 이 영화의 주인공 서영(장리우)이다. 병든 어머니와 장애인 오빠를 둔 그녀의 삶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서영은 뭇 한국 독립영화에서 보아왔던 불우한 여성 캐릭터들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인물이다. 그녀의 목표는 이 정글 같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다. 병든 어머니의 병원비를 더이상 내지 못하겠다고 선언하는 천하의 불효자식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작업복을 빌려 주지 못하겠다는 동료의 외면에 브래지어 차림으
[여성감독②] <파란입이 달린 얼굴> 김수정 감독 - 불편한 정서가 어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