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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위인 중 하나일 유관순 열사의 활동에 관해, 그리고 같은 시기 존재했던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존재에 관해 부끄럽게도 그동안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1919년 4월 1일 17살의 나이로 고향 병천의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 운동을 주도하고 체포된 유관순 열사가 서대문 감옥에 머물렀던 1년여의 시간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배우 고아성이 유관순을 연기했고, 김새벽이 수원 지역 기생들의 만세 운동을 주도한 김향화를, 김예은이 개성 시위를 이끈 유관순의 이화학당 선배인 권애라를, 그리고 정하담이 8호실의 막내로 설정된 가상의 인물 이옥이를 연기했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항거: 유관순 이야기>가 비추는 여옥사 8호실은 25명의 수인들이 겨우 제 한몸 서 있을 공간을 찾기 힘들 정도로 좁디좁다. 옥중 동료로서 “추위도, 배고픔도, 답답한 공기도 모두 함께 느끼는
<항거: 유관순 이야기>의 배우 4인 대담 _ 고아성, 김새벽, 김예은, 정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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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황금곰상 수상작 <시너님스>는 나다브 라피드 감독이 프랑스에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토대로 한 영화다. 이스라엘 청년인 주인공 요아브는 배낭 하나 들고 파리에 와서 모국어인 히브리어를 쓰지 않고 오로지 프랑스어만 하며 살기로 결심한다. 이스라엘인이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프랑스인이 되려는 것이다. 빈집에서 모든 것을 잃고 목숨까지 잃을 뻔한 요아브는 부유한 또래 커플에게 극적으로 구조된다. 낯선 것을 대면하는 한 인간의 실존과 정체성 문제를 다루는 이 영화는 올해의 베를린국제영화제를 찾은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너님스>의 기자회견 내용을 요약 발췌했다.
-<시너님스>는 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어떻게 영화를 만들게 되었나.
=나는 20년 전 3년 반 동안의 군역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패션 잡지에서 일하기도 하고 소설을 쓰기도 했다. 사는 것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잔 다르크처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시너님스> 나다브 라피드 감독 - 이 영화는 정체성, 그리고 자신에 대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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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은 줄었지만 실속은 커졌다.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가 지난 2월 7일부터 17일까지 베를린 포츠다머플라츠에서 열렸다. 집행위원장 디터 코슬릭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이번 영화제는 20편을 훌쩍 넘기던 경쟁부문 상영작을 17편으로 줄였다. 장이머우 감독의 <원 세컨드>가 영화제 도중 돌연 참가를 취소하는 일이 발생했고, 현지 언론은 그 이유를 중국 당국의 검열 문제라 짐작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 불참을 선언한 <원 세컨드>를 제외한 16편의 경쟁부문 상영작 대부분이 어떤 작품이 수상하더라도 손색없을 만큼 수작이었다는 점이 올해 영화제의 성취다.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의 영예는 프랑스 누벨바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이스라엘영화에 돌아갔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스라엘 출신 감독, 나다브 라피드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시너님스>가 그 작품이다. 이 영화는 미국 영화지 <스크린>에서 가장 높은 별점을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수상작과 경향 현지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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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불경, 부조리, 기이, 기묘 그리고 추락과 파국.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를 표현할 단어들을 긁어모으다 보면 여러 갈래 나뉜 물길이 결국 한줄기로 모인다. 가족, 연인, 동화, 신화 등 어떤 세계에 머물건 간에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나침반은 언제나 불편함을 가리켜 왔다. 그는 좋은 의미에게 관객에게 불편함을 선사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한다. 하지만 란티모스에게 불편함이란 인간 혹은 관계의 본질에 다다르는 과정에 따라오는 부산물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그와 오래 호흡을 맞춰온 각본가 토니 맥나마라는 란티모스의 특질을 이렇게 설명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인간을 좀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는 방식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더 깊이 들여다볼수록 인간은 비뚤어지고 기이한 존재가 되고 관객은 바로 그런 모습에 반응한다.” <송곳니>(2009)에서 세상과 단절된 가족이 도달한 파국을 그리고, <더 랍스터>(2015)에서 동화와 설화 어딘가에서 기이한 사
[제91회 아카데미⑥] 요르고스 란티모스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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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클로스에 비하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오스카 수난사’는 과대평가됐다. <길버트 그레이프>(1993)로 연기상 후보에 처음 올랐던 디카프리오는 네번 고배를 마시고 다섯 번째 도전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글렌 클로스는 <가프>(1982) 이래 여섯번 오스카에 노미네이트되고도 한번도 상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데보라 커, 델마 리터와 동률 기록이며, 글렌 클로스는 현재 살아 있는 배우 중 오스카를 받지 못한 최다 후보 지명 배우다. 2018년까지 그가 받은 2개의 골든글로브, 3개의 에미상, 3개의 토니상은 모두 TV나 무대와 관련된 트로피이며, 미국배우조합상에서도 호명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디카프리오처럼 오스카 후보에 오를 때마다 전세계 네티즌이 ‘인터넷 밈’을 만들며 놀고 매체에서 그의 수상 여부를 점치느라 호들갑을 떠는 일도 없었다.
여성들이 요구받은 조력자로서의 인생에 대하여
2월 27일 국내 개봉 예정인 <더 와이프>
[제91회 아카데미⑤] 일곱 번째 오스카 후보 지명된 글렌 클로스로 보는 <더 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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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다크호스는 단연 <빅쇼트>를 연출한 애덤 매케이 감독의 <바이스>다. 작품상, 감독상, 남우 주·조연상, 각본상 등 아카데미의 주요 부문에 빠지지 않고 후보로 오른 이 작품은 조지 W. 부시 정부의 진정한 실세였던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2000년대 초, 그러니까 조지 W. 부시의 행정부 시절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메인 작가로 일하고 있었던 애덤 매케이는 무대 뒤편에서 “고요하고, 인내하며,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먼 관료(딕 체니)가 세계 역사를 바꿔놓는 모습”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으며 이를 계기로 <바이스>를 완성했다고 한다. 4월경 국내 개봉예정인 <바이스>를 미리 관람했다. 영화를 보기 전 알아두면 좋을 여러 가지 일화들을 먼저 소개한다.
딕 체니는 누구?
“다음 이야기는 실화다. 혹은 실화에 가까운 이야기다. 딕 체니는 역사상 손 꼽히는 비밀스러운 지도자였으므로
[제91회 아카데미④] 2019년 아카데미의 다크호스, 주요 부문 후보 지명된 <바이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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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칸국제영화제 최대 이변은 단연 <블랙클랜스맨>(국내에서는 극장 개봉 없이 2차 시장으로 직행했다)의 심사위원대상 수상이었다. 냉정하게 말해 스파이크 리는 21세기 들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름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좋아해>(1986)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인상적인 데뷔를 한 스파이크 리는 <똑바로 살아라>(1988), <정글 피버>(1991), <말콤 X>(1992) 등 대표작을 연달아 내놓으며 블랙 시네마의 아이콘이 됐지만, 최근 10여년간 그가 손댄 작품은 흥행에 참패하고 비평적으로도 혹평을 면치 못했다. 특히 한국영화 <올드보이>(2003)의 할리우드 리메이크판이 안겨준 실망감이 결정타가 됐다. 투자받는 데 난항을 겪은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흑인 부대를 다룬 <안나 성당의 기적>(2008)의 제작비 마련을 위해 유럽까지 건너갔고, <더 스위트 블러드 오브 지저스>(2014)는 크라
[제91회 아카데미③]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한 스파이크 리 감독을 중심으로 본 <블랙클랜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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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상
<씨네21>의 선택_ <로마>
<로마>가 받아야 한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을 시작으로 2018년 가장 뜨거운 이슈를 몰고 다닌 영화를 하나만 꼽는다면 단연 <로마>다. 넷플릭스 영화, 100% 스페인어로 제작된 외국어영화라는 점이 약점으로 거론됐지만 골든글로브에서 감독상과 외국어영화상을 함께 수상하며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이민자 문제 등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_ <로마>
<로마>가 받을 것이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만큼 중요한 것이 그해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명분과 상징성이다. 올해는 유난히 각 후보들이 대표하는 메시지가 선명하여 각축이 예상된다. 매체에 주로 거론된 영화는 <로마> <보헤미안 랩소디> <그린 북>이다.
● 감독상
<씨네21>의 선택_ <
[제91회 아카데미②] 아카데미의 선택 예측 vs <씨네21>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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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채롭다. 2019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관전평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시상식의 진행 방식을 두고 시작부터 수많은 잡음을 낸 올해의 아카데미는 후보작 선정에서 전례 없는 파격을 선보이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분명한 건 영미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동시에 가장 보수적인 시상식인 아카데미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는 시청률과 다변화된 플랫폼을 넘나들며 콘텐츠를 즐기는 현대 관객의 성향, 영화적 다양성에 대한 요구는 아카데미에 여러 측면에서 경각심을 심어준 듯하다. 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법이다. 현지시각 2월 24일 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상연될 이 극본 없는 드라마가 끝나고서야 우리는 비로소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온전하게 해독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둘러싼 화제와 논란의 키워드를 정리해보았다.
1. 올해 작품상 후보
[제91회 아카데미①] 형식 면에서 큰 변화를 겪은 아카데미, 과연 내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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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2월 24일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를 필두로, 한해 동안 주목할 만한 성취를 거둔 영미권 영화들이 각축을 벌이게 된다. 이어지는 지면에서 더 자세히 말하겠지만, 올해의 시상식을 둘러싼 다양한 사건과 해프닝은 시대 변화에 따라 아카데미의 보수적인 기반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게 한다. 올해 시상식의 주요 키워드와 수상작 예측, 국내 개봉을 앞둔 화제작에 대한 다채로운 분석 글을 준비했다. 변화의 기점에 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현재를 만나보시라.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미리 보기 - 오스카의 행방을 점친다! ① ~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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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치열해 다소 어려움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외면받을지는 몰랐다.” 오랜 제작기간을 거쳐 선보인 한국 장편애니메이션 <언더독>이 18만7천명(2018년 2월 12일 기준)의 관객을 동원하며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오성윤 감독은 <언더독>의 부진에 대해 “아쉬움만큼 장편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제작이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 장편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 이후 100만 관객을 돌파한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은 같은 해 개봉한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이하 <점박이>)밖에 없었다.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이 220만, <점박이>가 105만 관객을 동원할 땐 한국 애니메이션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후 2012년에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이 93만 관객을 모은 것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 진단, 늘어난 편수와 시장의 정체된 인식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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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사건 실화를 토대로 한 원천 콘텐츠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
=실존 인물과 사건 실화가 저널리즘을 넘어 영화, 드라마, 소설, 웹툰 같은 콘텐츠로 많이 제작되고 있다. 독자나 관객 또한 실화를 가공한 이야기를 보길 원한다. 기존의 저널리즘이 이 영역을 전혀 다루지 않은 까닭에 직접 시도해 보고 싶었다. 팩트스토리가 손을 대면 더욱 잘할 수 있는 지점이 보였다.
-그러한 결정은 <한겨레> 기자 시절 고민했던 저널리즘의 한계나 가능성에서 나온 결과라고 봐도 되나.
=지난 150년 동안 신문, 방송 같은 데일리 저널리즘은 실존 인물과 사건 실화를 다룬 장르의 왕좌였다. 하지만 저널리즘만으로 이들을 모두 다룰 수는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인물 전기다. 마이클 루이스 작가가 메이저리그 야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구단주인 빌리 빈에 관해 쓴 책 <머니볼>은 저널리즘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픽션인가, 그것도 아니다. 인물 전기,
고나무 팩트스토리 대표 - 한국도 미국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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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콜드 블러드> <머니볼> <히든 피겨스> <블랙 호크 다운> 등등. 제작 시기도, 장르도 제각기 다른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하나는 모두 실존 인물과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르포르타주, 전기 등 논픽션으로 먼저 출간된 뒤 영화로 제작된 이야기라는 것이다. 최근 한국영화 및 드라마 산업에서 실존 인물과 사건 실화를 가지고 실화 소재 웹소설·웹툰과 인물 전기를 기획하는 제작사가 등장했다. 팩트스토리라는 이름의 회사다. 실화는 공공재라는 인식이 강한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에 그들이 용감하게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조지 오웰, 톰 울프, 트루먼 카포티, 마이클 루이스, 마고 리 셰털리, 마크 보우든 등등. 그는 논픽션 작가 이름을 차례로 늘어놓았다. 활동 시기도, 취재 분야도 다 다르지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를 썼고, 그들이 쓴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2년 전
실화 소재 웹소설·웹툰과 인물 전기를 기획하는 제작사 팩트스토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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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의 2018년 라이징 스타에 친한 친구인 배우 최리가 인터뷰를 했다. 나는 왜 라이징 스타에 들지 못했을까 부러웠는데 올해 인터뷰 연락을 받고 정말 기뻤다.” 부러움은 긍정의 동력이 되었다. 2018년의 김혜준은 화제의 작품에 연이어 캐스팅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과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인 <미성년>(가제)을 동시에 찍었고, 두 작품이 끝나자마자 드라마 <최고의 이혼>에 출연했다. <킹덤>에서 김혜준은 영의정 조학주(류승룡)의 딸이자 자신의 뱃속 아이를 왕의 자리에 앉히려는 야욕을 지닌 10대 중전을 연기했다. “기존에 악역으로서의 10대 중전을 그린 작품이 없어서 캐릭터를 완전히 새로 구축해야 했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킹덤>이 공개된 뒤 사람들의 “쓰디쓴 관심”을 삼켜야 했지만 그 또한 배우로서 단단해지는 과정으로 삼는 중이다. 4월 개봉예정인 <미
[2019 라이징 스타⑦] <미성년>(가제)·<킹덤> 김혜준 - 대세는 김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