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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린 배급이다. 2019년을 3개월 남겨둔 현재까지 CJ엔터테인먼트(이하 CJ)는 브레이크 없는 독주를 하고 있다. 설(<극한직업>의 1626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여름(<엑시트>의 941만여명), 추석(<나쁜 녀석들: 더 무비>(448만여명) 같은 성수기 시장뿐만 아니라 2월(<사바하>의 239만여명), 5월(<걸캅스>의 162만여명, <기생충>의 1008만여명) 등 비수기까지, 내놓은 거의 모든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흥행했다. 천만 영화도 무려 두편이나 된다. 11월 개봉하는 <신의 한 수: 귀수편>과 겨울에 공개될 <백두산> 등 남은 라인업이 크게 찬물을 끼얹지 않는 이상 CJ가 올해 총 관객수 5천만명을 동원하는 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백두산>마저 겨울 시장을 차지한다면 설, 여름, 추석, 겨울 4대 성수기 시장 모두 석권하게 된다. 한 배급사가 성수
[한국영화 위기설①] 결국 재미있어야 흥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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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고백하겠다. 올해 초만 해도 <씨네21>은 한국 영화산업이 위기라고 판단하고 빨간불을 켰다. 지난해 추석과 겨울 성수기 시장에서 한국영화들이 연달아 출혈 경쟁을 하며 흥행에서 참패한 상황은 무척 심각했다.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동영상 거대 기업들이 안착하면서 관객의 입맛과 눈높이도 달라졌다. 극장을 찾는 단골 관객이 바뀌었고, 그들의 달라진 입맛을 얼마나 만족시키는지가 올해 한국영화의 관건이었다. 중급 규모(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에 한하여 200만~600만 관객)의 흥행작이 눈에 띄게 줄어들긴 했지만, <극한직업> <기생충> <엑시트> 등 크게 흥행한 작품들의 면면은 그나마 희망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이 한국영화의 위기라고 말하고 있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씨네21>은 아직은 빨간불을 켜기엔 이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9년이 3개월 남은 현재, <씨네21>은 올해 한국 영화산업을 4가
[스페셜] 한국영화 위기설의 실체 ①~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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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나리오들과 만났다. 지난 9월 24일 오후 2시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2019 경기 시나리오 기획개발지원사업 시나리오 쇼케이스가 열렸다. 경기콘텐츠진흥원과 한국영화감독조합(이하 감독조합)은 ‘2019 경기 시나리오 기획개발지원 공모’에 지원한 273편 중 15편을 엄선해 기획개발을 도왔다. 감독조합의 공동대표인 윤제균 감독을 비롯해 김용균·부지영·안상훈·이호재·정윤철·홍지영 감독이 멘토로 참여해 3개월간 멘토링에 나섰다. ‘시나리오 쇼케이스 행사’에서 영화화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15편의 작품을 산업 종사자들에게 최초로 공개했다. 1, 2부로 나눠 진행된 피칭 이후 비즈니스 미팅, 수상작 발표 및 시상이 이어졌다. 감독조합 공동대표인 민규동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작가님들이 피칭 수업까지 들으며 이번 행사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멘토로 나선 감독님들은 본인이 먼저 겪었던 경험담을 나누고, 시나리오 개발 단계
2019 경기 시나리오 기획개발지원 시나리오 쇼케이스 현장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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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가장 보편적인 은희(박지후)의 이야기를 꺼내든 <벌새>가 1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2008년 <똥파리>의 12만 관객에 이어, 10여년이 흐른 후 다시 경험하는 한국 독립영화의 의미 있는 발자취다. 이 영화가 전진하기까지 주인공 은희뿐만 아니라 은희가 사는 세상, 그 공기 속 인물들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살아 있고 입체적으로 그려진 점이 큰 힘이 됐다. 또한 지난 10여년, 한국 독립영화계의 고비고비마다 지치지 않고 중요한 작품을 통과하며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준 배우 길해연•정인기•이승연 등 세 배우의 파워를 <벌새>를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기력과 열정으로 무장된 세 배우가 <벌새>라는 정교한 시나리오를 만났을 때의 파급력이야말로 이 기록적인 작품의 날갯짓을 가능하게 만든 힘센 동력이다. <똥파리>에 세 배우가 함께 참여한 지난 역사부터, 그들의 이야기가 곧 한국 독립영화계의 현재이자 미래로 짜맞춰지는
배우 길해연·정인기·이승연이 말하는 <벌새>의 힘 - 10만 돌파 <벌새>의 숨은 페이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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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국계 미국인 배우 샌드라 오에게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 TV시리즈 드라마 부문의 여우주연상을 안긴 그 작품, 바로 <킬링 이브>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배우 샌드라 오가 골든글로브 시상식 여우주연상 수상과 더불어 사회자를 맡아 입지를 드러낸 데에는 이 드라마의 인기가 주효했다. 채널에서 2018년 4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킬링 이브>는 루크 제닝스의 소설 <코드네임 빌라넬>(2014)을 드라마화한 작품. 시즌1이 시작된 이후 에피소드 3화 방영 무렵에 이미 시청률이 2배 가까이 상승했고, 새 시즌이 시작되는 즉시 곧바로 다음 시즌 제작이 결정되며 인기를 증명했다. 2019년 4월에 방영된 시즌2를 통해선 또 다른 주인공인 조디 코머가 두각을 드러내며 지난 9월 22일 열린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아시아인 여성주인공이 정보국요원으로 등장하는 스릴러라는 컨셉만으로 한국 시청자를 흥분
첩보 수사관과 사이코패스의 로맨틱 스릴러 <킬링 이브>의 매력 탐구 - 여자, 장르를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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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2일 미국에서 열린 제71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체르노빌>(감독 요한 렌크, 작가 크레이그 메이진)은 리미티드 시리즈 19개 부문 후보로 올라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10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다. 미국 <HBO>와 영국 <SKY>가 공동제작한 이 드라마는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을 거느린 프랜차이즈물이 아닌데도 지난 5~6월 방영 당시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시청률 52%를 기록했다. 이것은 <왕좌의 게임>이 가지고 있던 최고 기록인 46%를 훌쩍 넘긴 것으로, <HBO> 드라마 중에서 처음으로 50%를 넘겼다. <체르노빌>은 현재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인 왓챠플레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거짓의 대가가 무엇일까?” 1화가 시작되자마자 등장하는 누군가의 묵직한 고백은 이 드라마가 이끄는 방향을 명확하게 가리킨다. “거짓을 진실로 착각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정말로 위험한 건 거짓을 듣다보면 진실을 보는
제71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10개 부문 수상한 드라마 <체르노빌> - 진실을 보는 눈을 되찾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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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지 않는 장면이 없을 정도로 꽉 찬 원맨쇼의 주인공이자 새로운 조커로 기억될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를 만났다. 영화 속 조커보다 훨씬 밝은 분위기로 <조커>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는 더없이 행복해보였다. 까다롭고 예측하기 어려운 배우로 알려진 피닉스지만 속편에 대한 의향을 묻는 질문에 두눈을 반짝이며 “하고 싶다”라는 대답을 통해 영화에 대한 그의 애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처음 조커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처음에 내가 이걸 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웃음) 그렇지만 토드 필립스를 감독으로서 좋아해서 만났고 첫 만남에서 그는 조커의 웃음에 대해 비디오와 스크립트를 보여줬다. 그게 흥미로웠다. 그때부터 만날 때마다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토드는 대담하고 유니크한 감독이다. 누구에게도 영화에 대해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그는 이 영화에 어떤 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영화에 그보다 더 완벽한 감독은 없을 것 같았다.
-조
[<조커>의 모든 것⑦] <조커> 배우 호아킨 피닉스, "아서가 진정한 나르시시스트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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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없이 웃긴 코미디 감독이라고만 생각했던 토드 필립스가 어둡고 우아하며 전복적이기까지 한 <조커>로 돌아왔다. <행오버> 삼부작을 만든 감독의 영화로 줄긋기 어려운 <조커>에 대해 토드 필립스 감독과 베니스국제영화제 진출 소식에 앞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의 시작부터 영화 밖 정치적 상황에 관한 다양한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하던 필립스 감독과 나눈 2번의 인터뷰를 정리해 전한다.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조커는 히스 레저다. <조커>를 시작할 때 이런 사실이 걱정되지는 않았나.
=글쎄, 히스 레저가 조커를 연기할 때 아마 걱정스러웠을 거다. 그전까지 가장 알려진 조커는 잭 니콜슨이었으니까. (웃음) 사실 걱정해야 할 일은 너무 많았지만 이 문제는 아니었다. 영화를 시작할 때 오히려 신났던 건 조커에게 어떤 규칙도 없다는 거였다. 거부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에 잭 니콜슨부터 자레드 레토에 이르기까지 매료됐을 거다.
-<조커&g
[<조커>의 모든 것⑥] <조커> 토드 필립스 감독, "좋은 이야기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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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영화
슈퍼히어로영화에 어울리는 배우와 그렇지 않은 배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호아킨 피닉스는 슈퍼히어로영화를 나서서 선택할 것 같은 배우는 아니다. 물론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닥터 스트레인지>(2016)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드라마 <셜록> 시리즈의 셜록 홈스가 슈퍼히어로에 버금가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긴 했지만. 어쨌든 호아킨 피닉스도 슈퍼히어로영화의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닥터 스트레인지>의 닥터 스트레인지였다. 21세기 최고의 메소드 배우 중 한명인 호아킨 피닉스가 그린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것의 불편함을 이유로 들어 출연을 고사했다는 이야기는 십분 이해되고도 남는다. 그런 호아킨 피닉스가 토드 필립스의 <조커>를 선택한 것은 캐릭터와 이야기의 고유함 때문이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대담한 이야기라고 느꼈다. 슈퍼히어로 장르에 속하는 그 어떤 영화와도 달랐고, 지금껏 봤던 그 어떤
[<조커>의 모든 것⑤]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 혹은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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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다. 어떤 식으로든 뒤흔든다. 조커는 슈퍼히어로영화 속 수많은 빌런 중에서도 특히 자극적인 영감을 주는 캐릭터다. 토트 필립스 감독과 호아킨 피닉스는 이 위험한 인물의 기원을 매혹적이며 도전적인 방식으로 더듬어 나갔다. 다만 여기서 ‘도전적’이라는 표현에 대해 몇 가지 덧붙일 말이 필요할 것 같다. <조커>의 플롯이나 인물을 그리는 접근방식이 새롭다고 보긴 어렵다. 감독이 공공연하게 밝힌 바와 같이 이 영화는 가깝게는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1976), <분노의 주먹>(1980), <코미디의 왕>(1983)에 빚을 지고 있으며 멀게는 파울 레니 감독의 <웃는 남자>(1928)를 떠올리게 만든다. 요컨대 이건 정신적으로 불안한 한 남자의 영혼을 파헤쳐 내려가는 이야기이자 좁은 무대에서 벌어지는 익숙한 사이코드라마다. 한데 그 뒤에 슈퍼히어로 장르 속 캐릭터, 21세기 제작, 현재를 연상시키는 70, 80년대 고
[<조커>의 모든 것④] <조커>를 둘러싼 상반된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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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얗고 과장된 광대 분장을 한 채로 차가운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는 슈퍼 악당 조커는 단순한 만화 속 캐릭터 이미지의 영향력을 넘어서서 더 근원적인 악의 형태처럼 소비되기에 이르렀다. 조커가 등장했던 지난 몇편의 슈퍼히어로영화들과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는 분명 다른 결을 지닌 영화지만 ‘조커’의 고유한 특징은 충분히 공유하고 있는 듯 보인다. 웃음 뒤에 가려진 비극과 혼돈, 가면 뒤에 숨은 허상과 진실을 대변하는 듯한 아서 플렉, 아니 조커의 이미지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이번에는 원작 그래픽노블을 둘러싼 기원과 출처를 모았다.
조커는 갱스터였다
그래픽노블 작가 빌 핑거, 밥 케인, 제리 로빈슨에 의해 만들어진 조커는 <웃는 남자>(1928)에서 콘래드 베이트가 보여줬던 그로테스크한 웃음과 트럼프 카드 속 광대 조커의 이미지가 뒤섞인 채 태어났다. 조커의 출신에 관해 처음 소개됐던 건 1951년 <디텍티브 코믹스> 168호를 통해서였는데
[<조커>의 모든 것③] <조커>에 영향을 끼친 원작 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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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필립스 감독이 <조커>를 구상할 무렵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몇편의 영화들을 모았다. 이미 많은 언론인터뷰에서 감독이 직접 언급한 작품도 있지만 <조커>를 보고 나면 여기 소개하는 영화들을 한번쯤 다시 찾아보고 싶어질 것 같다. <조커>가 지닌 고통과 비극의 뿌리가 지난 영화 역사 속에서는 어떤 식으로 그려졌는지 되짚어보는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웃는 남자> (1928)
<조커>의 아서(호아킨 피닉스)가 보여주는 페이소스 짙은 억지웃음의 기원을 따져 올라가면, 독일 표현주의 영화 <웃는 남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한 이 영화는 <노틀담의 꼽추> 등과 결을 같이하는 작품으로 토드 필립스 감독에 따르면, <조커>의 아서를 개발할 때 <웃는 남자>에서 주인공 그윈플레인(콘래드 베이트)이 보여준 양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잡아당겨 웃음짓는
[<조커>의 모든 것②] <조커>에 영향을 끼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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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는 배트맨의 천적이자 고담시의 제일가는 악당인 조커의 기원을 써내려가는 영화다. 알려졌듯 DC 코믹스 <배트맨> 시리즈에서 캐릭터와 배경을 가져왔지만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진 않는다. 토드 필립스 감독과 스콧 실버가 함께 쓴 각본은 코미디언으로 성공하고 싶은 아서 플렉이 조커가 되는 과정, 즉 반영웅의 탄생 서사를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1976)의 톤으로 그린다. 히어로와 안티히어로의 초능력이 충돌해 우주적 재앙을 불러오는 21세기 슈퍼히어로영화들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다. 더불어 토드 필립스의 <조커>는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와도 다르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와도 다르다. 캐릭터 드라마에 가까운 <조커>는 조커라는 인물에 온전히 집중하며 조커의 내면에 깊숙이 접속한다.
사회 또한 병들어 있다
영화는 경제적, 사회적으로 위기에 직면한 고담시의 상황과 거
[<조커>의 모든 것①] 기존 <배트맨> 시리즈들과 다른 길 가는 <조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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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필립스 감독이 연출하고 호아킨 피닉스가 조커를 연기한 <조커>가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코믹스 영화 사상 최초의 수상이라는 타이틀뿐만 아니라 영화를 둘러싼 반응은 <조커>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10월 2일, 드디어 <조커>가 개봉한다. DC 코믹스 최고의 악당 중 한명이자 배트맨의 숙적인 조커가 주인공이지만 <조커>의 조커는 우리가 알던 조커와는 조금 다르다. <조커>는 광대 아서 플렉이 악당 조커가 되어가는 이야기다. <조커>의 리뷰는 물론 <조커>를 둘러싼 엇갈린 반응과 평가, <조커>에 영향을 끼친 영화와 코믹스, 조커가 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까지 꼼꼼히 뜯어보았다. 더불어 LA에서 진행한 토드 필립스 감독과 호아킨 피닉스의 인터뷰도 전한다.
[스페셜] <조커>의 모든 것 ①~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