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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에 실린 <야구소녀> 프리뷰를 보고 새벽에 아내를 깨워 함께 기뻐했다.” 부산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 상영작 <야구소녀>는 최윤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첫 관객과의 대화(GV)를 앞두고 인터뷰에 응한 그는 우황청심환까지 챙겨먹었다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신인감독 최윤태가 자신의 첫 장편영화에 담은 진정성과 진심에 기꺼이 마음을 주었다. <야구소녀>는 올해 부산영화제 기간 동안 관객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한국영화 중 하나다. 지난해 <메기>로 부산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배우 이주영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프로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자 고등학생 수인(이주영)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해가 다르게 벌어져만 가는 남학생들과의 물리적 힘의 차이는 수인을 좌절시키고, 주변에서는 여자가 프로야구선수가 되는 건 아무래도 어렵겠다며 포기를 종용한다. 하지만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발견한 새로운 한국영화들, 감독들①] <야구소녀> 최윤태 감독 - ‘편견’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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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한국영화의 경향 중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여성감독들의 약진이었다. 뉴커런츠와 비전 부문 상영작 13편 중 공동 감독을 포함해 8편의 작품이 여성감독의 연출작이었다. 정한석 프로그래머는 이에 대해 “실제로 한국영화계에서 여성감독들의 창작적 진보가 일정 부분 이뤄진 특징을 보여준다”고 말한 바 있다. 부산영화제 폐막식과 더불어 개최된 시상식에서도 여성감독인 윤단비 감독(<남매의 여름밤>)과 김초희 감독(<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신작이 다관왕에 올라 화제였다. 또 하나의 경향을 꼽자면 첫 장편 데뷔작을 만든 신인감독들이 대중적인 드라마와 재능을 겸비한 작품으로 부산을 찾았다는 점이다. 이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다양한 루트로 상업영화 현장을 경험하거나 영화학교를 통해 치열하게 단편영화 작업을 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준비된 신인들의 작품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않았나 싶다. 이제 영화제는 막을 내렸고, 부산에서 소개된 신진
[스페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발견한 새로운 한국영화들, 감독들 ①~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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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곽철용’ 팬 생활을 불과 한달 전에 시작했다. 유튜브에 들어가니 너도나도 곽철용 얼굴로 도배한 섬네일을 앞세운 영상들을 올렸다. “묻고 더블로 가”,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화란아, 나도 순정이 있다”, “적금 들고 보험 든다” 같은 영화 속 곽철용 명대사가 유행어가 됐다. 그때 곽철용 팬이던 놈들이 100명이다 치면은, 유튜브에 들어가 곽철용 영상만 보는 놈 제치고, 곽철용을 연기한 배우 김응수가 출연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나 <공작> 영상까지 찾아보는 놈 보내고, 김응수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까지 몇번 돌려보는 데 그친, 안경잽이같이 배신하는 XX들 다 죽였다. <타짜>가 개봉한 지 13년이나 지난 지금, 대체, 왜 많은 사람들은 주인공도 아닌 곽철용에게 열광할까. 인생 캐릭터 곽철용 덕분에 강제 전성기를 맞은 배우 김응수를 직접 만나 곽철용 신드롬은 물론이고 그의 영화 인생을 진득하게 들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2006년 영화 <타짜> 곽철용 연기로 2019년에 전성기 맞은 배우 김응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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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이유로 <조커>를 보고 싶었다. 하나는 이 영화가 광대를 전면에 내세우기 때문이다. 트럼프 시대의 악몽을 말하기 위해 누군가는 70년대 신문사의 도덕극을 경유하고(<더 포스트>), 누군가는 변모하는 영화의 풍경을 들여다볼 때(<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데드 돈 다이>) <조커>는 어떤 은유나 우회도 없이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유산을 탐욕스럽게 핥아먹으며 어릿광대의 얼굴에 칠해진 끈적거리는 얼룩을 직접 마주보도록 요구한다. 이런 시도에 폭력에 관한 비판적 검토나 세심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건 (그 언술의 상투성을 제쳐두고서라도) 타당하지만 유효하지 않은 반응이다. 지독한 반영웅의 초상을 그리는 시도는 작가가 의도하는 비판적 관점과 무관하게 금지된 것의 프로파간다에 가까워지고, 대상을 향한 건조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필연적인 매혹을 동반하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조커>가 보여주는 극단적인
[조커 찬반 평론-반대] <조커>의 폭력, 엉성한 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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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화란 윤리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윤리적인 영화가 모두 훌륭한 영화인 것은 아니지만, 비윤리적인 훌륭한 영화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이 도덕적 영화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의 윤리란 단단하게 굳어진 현재의 도덕에 대해 질문하고, 이를 통해 아직 오지 않은 도덕을 정초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오랫동안 영화가 수행해온 일이었고, 영화가 가지는 진보성이었다. 예컨대 프리츠 랑은 <M>(1931)에서 아동연쇄살인범에게도 법의 보호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리고 아서 펜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에서 살인자인 보니와 클라이드의 훼손되는 신체를 통해 사회의 야만성을 드러냈다. <조커>가 좋은 영화일 수 있다면 오직 윤리의 기반 위에서만 그렇다.
<조커>는 폭력을 미화하는가? 그렇지 않다. <조커>는 폭력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을 뿐이다. 사실적으로 그려진 폭력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기괴하거
[조커 찬반 평론-찬성] <조커>의 폭력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문제와 우리 시대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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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논쟁적이고 시끄러운 영화를 꼽으라면 <조커>는 반드시 들어갈 것이다. 미국에서는 극장 입장 시 총기 검사를 할 정도로 모방범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고, 동시에 반대편에선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중이다. <조커>를 둘러싼 상반된 평가는 이 영화의 미학적 완성도는 물론 사회적 파급력, 나아가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 다다른다. 이에 박지훈, 김병규 두 평론가가 보내온 <조커>에 대한 각기 다른 평가를 여러분께 전한다. 이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에 대한 이야기다. 두 가지 평행선을 달리는 잣대 중 무엇을 선택하고 얼마나 참고할지는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다.
<조커>에 대한 박지훈, 김병규 두 영화평론가의 찬반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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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영화 속 명대사 “I’ll be back” 이후 잊을 만하면 돌아오던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새 영화가 첫 영화로부터 35년이 지난 2019년, 다시 한번 돌아온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터미네이터>(1984)와 <터미네이터2>(1991)로부터 직접 이어지는 속편으로 인정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로 말이다. <터미네이터2>로부터 27년 뒤를 시간적 배경으로 정한 새 영화는 프랜차이즈를 통틀어 여섯 번째 영화이며, 여전사 사라 코너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었던 린다 해밀턴이 60대가 된 사라를 다시금 연기하는, 팬들이 기다려온 속편이기도 하다. 특히 닉 스탈(<터미네이터3: 라이즈 오브 더 머신>(2003)), 크리스천 베일(<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2009)), 제이슨 클라크(<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 등 당대의 남성미 넘치는 배우들을 거친 존 코너를 에드워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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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형 부산영상위원회 국제사업팀장은 아시아 신진 영화인을 육성하는 부산시의 사업 전반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력이다. 부산아시아영화학교에서는 국제 영화비즈니스 아카데미, 부산영상아카데미, 한-아세안 협력사업의 FLY(ASEAN-ROK Film Leaders Incubator, 한-아세안 차세대 영화인재육성사업)를 비롯한 아시아영화창작워크숍 업무를 맡고 있고, ‘링크오브시네아시아’와 아시아영상위원회네트워크(AFCNet)는 그가 담당한다. 링크오브시네아시아와 FLY 랩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행사 기간에 만난 배주형 팀장은 “피칭 이후 비즈니스 미팅 신청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왔다. 출발이 좋은 것 같다”고 올해 행사를 자평했다.
-올해 비즈니스 미팅은 어느 정도 성사됐나.
=올해는 행사 장소나 포맷이 바뀌어서 지난해와 수치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2017년 485건(촬영지원기관 21개, 프로젝트 44개, 투자·제작사 35개 3자 매칭), 2018년 509건(촬영지원기관 21개,
배주형 부산영상위원회 국제사업팀장, "아시아 영화인들의 교류 창구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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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오브시네아시아’는 매년 아시아 영화계에서 가장 새롭게 대두되는 이슈를 다루는 세미나를 연다. 10월6일과 7일 양일간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올해 행사가 주목한 키워드는 ‘스토리’와 ‘5G’다.
10월 6일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과 공동주관한 세미나1, ‘작가간 협업, 새로운 성장의 해법을 찾아서’는 아시아 3국의 시나리오작가가 각국의 상황과 국제공동제작 등 해외 교류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한국의 황조윤 작가, 타이의 오누사 돈사와이와 뿐 홈츤 작가, 대만의 구어광왕 작가가 패널로 참석하고 부산아시아영화학교의 조희영 교수가 모더레이터를 맡았다. 타이의 <Cracked>은 한국의 <미인도>(2008년 개봉한 전윤수 감독의 작품이 아닌, 아직 한국에서 영상화되지 않은 동명의 시나리오다. 터키에서 영화화된 바 있다. -편집자)를 현지화한 작품이다. 오누사 돈사와이와 뿐 홈츤 작가는 CJ ENM이 타이 현지에 만든 호러 스릴러 영화 전문 레이블 ‘413 픽처스’와 함께 각본
‘링크오브시네아시아’에서 만난 두개의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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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방울방울>은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5개국의 영화인이 모여 기획한 옴니버스영화다. 성차별적인 사회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가 각기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인도네시아의 레아는 종교간 결혼이 금지된 상황에 갈등하고, 말레이시아의 시티는 임신에 대한 압박을 받는다. 필리핀의 청소년 수아는 성매매 여성이며, 싱가포르의 오스만투스는 가장 친한 남자친구가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상이한 환경에서 성장한 창작자들의 눈으로 서술한 여성의 삶이 겹칠 때 가능한 다각성이 기대되는 프로젝트다. 각 에피소드가 결혼에서 출산, 청소년에서 대학생으로 이어지는 삶의 단계를 상징하며 하나의 맥락으로 완성되기도 한다. 한편 부산을 배경으로 단편 <하나>를 만들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에 초청됐던 나카니시 마이 감독은 이를 장편으로 확장한 프로젝트 역시 부산에서 촬영하기를 원한다. 그는 “한국은 다른
부산영상위원회 ‘링크오브시네아시아’ 현장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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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화권은 물론 할리우드로까지 진출해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배우 안젤라 베이비가 부산을 찾았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아시아필름마켓이 야심차게 준비한 아시아 콘텐츠 어워즈의 시상자 자격으로다. 올해 부산에서 처음 선보이는 아시아 콘텐츠 어워즈는 아시아 전역의 우수한 TV드라마를 대상으로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등을 포함한 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이다. 지난 5년간 제작된 TV드라마 중 각국을 대표하는 작품들이 참가해 8개 부문 수상작을 가린다. 730만명에 달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린 그녀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에 영향을 끼치고 있어 심지어 ‘안젤라 베이비 메이크업’이라는 게 유행될 정도지만 여전히 자신을 “선배들에 비하면 아직 한참 모자란 배우”라고 지칭한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던 와중에 시상식 당일, 그녀에게 시상자로 나서게 된 소감을 물었다.
-이번 시상식의 시상자로 참여한 소감이 어떤가.
=우선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시상식의 첫 번째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⑪] 아시아 콘텐츠 어워즈 시상자 안젤라 베이비 - 아시아의 매력을 알릴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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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프랑스에서 카트린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와 함께 찍은 그의 첫 해외 올 로케이션 영화다. 다정한 엄마, 좋은 친구보다 위대한 배우로 기억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프랑스의 전설적 배우 파비안느(카트린 드뇌브)와 그런 엄마에게서 서운함을 느끼는 뉴욕에 사는 딸 뤼미르(줄리엣 비노쉬)의 관계가 영화를 지탱하는 큰 줄기다. 엄마의 회고록 출간에 맞춰 파리에 도착한 뤼미르가 회고록에 진실이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파비안느는 이렇게 답한다. “나는 배우라서 진실을 다 말하지 않아. 진실은 전혀 재미없거든.” 파비안느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카트린 드뇌브가 선사하는 최고의 연기, 삶을 쉽게 미화하거나 냉소하지 않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시선이 인상깊은 작품이다.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감독으로, 더불어 제24회 부산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부산을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만났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⑩]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는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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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0년 만의 귀환이다. 전작 <눈물의 왕자>(2009) 이후 오랜 시간 공백기를 가졌던 홍콩 감독 욘판이 첫 장편애니메이션 <7번가 이야기>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반영(反英) 폭동과 시대적 변화의 물결이 당도했던 1967년 홍콩을 배경으로,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창작자로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말하는 욘판 감독은 홍콩에 바치는 러브레터이자 스토리텔링과 예술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는 <7번가 이야기>가 자신의 모든 것을 담은 작품이라고 말한다.
-홍콩이 아니라 부산에서 <7번가 이야기>의 아시안 프리미어 시사를 열게 됐다.
=지금 현재 홍콩은 군중이 몰려 집회로 변모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금지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영화 상영은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게 된 건 큰 영광이었는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⑨] <7번가 이야기> 욘판 감독 - 그 시절 홍콩에 바치는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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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품부터 봤나?”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야론 샤니 감독이 기자에게 먼저 질문을 던졌다. <인연>(1편), <속박>(2편), <부활>(3편)이라는 부제를 가진 <사랑의 3부작>을 어떤 순서로 관람했는지가 궁금하고, 그로부터 어떤 감흥을 느꼈는지 듣고 싶다는 것이다. <부활> <인연> <속박> 순(3-1-2)으로 보았고 세편을 관람한 뒤 다시 <부활>이 보고 싶어졌다고 말하자, 야론 샤니 감독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3부작 영화를 어떤 순서로 보아도 무방하며, 세편을 모두 본 관객이 다시금 어떤 작품으로 돌아가 디테일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랑의 3부작> 시리즈는 지난 2009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실상을 담은 영화 <아자미>로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며 화려하게 데뷔한 이스라엘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⑧] <사랑의 3부작> 야론 샤니 감독 - 사랑은 언제 의미를 갖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