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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은 무시무시한 괴물이 되어 팽팽하게 활시위를 당겼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의 희로애락에 젖은 평범한 얼굴로 편하게 박자를 타는 배우다. <모가디슈>에선 전자가 아닌 후자, 범인의 분투를 보여준다. 그가 연기한 한신성은 1990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 파견 나가 있는 대한민국의 대사다.
유엔 가입을 위한 아프리카 외교전이 그의 임무인데, 소말리아 내전이 발발하는 바람에 대사관 식구들과 함께 무사히 모가디슈를 빠져나와야 하는 새 임무가 주어진다. 그 과정에서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한 북한 대사관 식구들과도 한배를 탄다. 총알이 빗발치는 내전의 한복판에서 탈출을 이끄는 인물이지만 한신성은 “평범한 사람이 비범해지는 순간”을 보여줄 뿐 스스로 영웅이 되진 않는다. 헐렁한 여름 양복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실루엣으로 한신성을 완성한 김윤석과 <모가디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류승완 감독과는 언제 처음 <모가디슈> 얘기를 나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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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배우 김윤석, “감정을 절제해 찍으니 그 여운이 관객의 몫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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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분야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대학교수는 집에서 펜 태블릿을 이용해 수업을 하고, 직장인들은 화상으로 주간 업무 회의를 한다. 대면 업무가 필수적인 것처럼 보였던 영상 업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인근 세트장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촬영이 일주일간 중단되고 유선동 PD가 자택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갔을 때도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원래는 제작진과 연출자가 편집실에 와서 직접 편집본을 컨펌했지만 비대면 영상 편집 방식을 이용하면 각기 다른 공간에 있어도 편집 과정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리는 다음과 같다. 테라디치(Teradici)사가 만든 PCoIP(PC-over-IP) 프로토콜을 이용한 애뮬렛 핫키(Amulet Hotkey) 원격 워크스테이션을 이용하면, 편집실에 있는 영상의 픽셀 데이터와 오디오를 실시간으로 원격지로 전송해 원격으로 작업할 수 있다. 모든 데이터가 모여 있는 편집실 컴
애뮬렛 핫키 원격 워크스테이션을 활용한 비대면 영상 편집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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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영화제의 유일한 한국영화 수상작인 윤대원 감독의 <매미>는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2등상을 차지했다. 미래의 칸 경쟁부문이라 불리는 시네파운데이션은 전세계 학생 단편영화가 경쟁하는 섹션으로 2009년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이 3등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서울 남산 소월길에서 몸을 파는 트랜스젠더에게 일어난 이상한 사건을 따라가는 이 17분짜리 단편영화는 육체에 갇힌 성 정체성의 균열을 감각적으로 담아낸다.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한 윤대원 감독은 비범한 졸업작품을 통해 허물을 벗은 매미처럼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마친 셈이다. 난생처음 칸영화제를 경험한 그는 영화의 미래와 자신의 바람에 대한 짧지만 묵직한 성찰을 전했다. “영화를 감히 멈출 수 없었던 시대를 기억한다. 영화가 끝난 후의 평가는 있을지언정 진행되고 있는 동안은 막을 수 없던 시대. 영화에 대한 동경과 압도가 존재하는 시대. 칸에 와서 여전히 위용을 자랑 중인 극장의
'매미' 윤대원 감독, 관객을 강력하게 리드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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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의 잎사귀는 다른 영화에 돌아갔지만 올해 칸을 가장 아름답게 빛낸 영화는 누가 뭐라 해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다. 북미 언론의 최고 평점이나 프랑스 평단에서 쏟아진 찬사 때문만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라는 행위’의 뿌리가 쓸려나가고 있는 지금,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세파에 휩쓸리는 일 없이 오직 영화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증명한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올해 제74회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뿐 아니라 <휠 오브 포춘 앤드 판타지>로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도 수상했다.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최고작 기록을 경신 중인 “하마구치의 또 다른 최고작”(<데드라인>)인 <드라이브 마이 카>는 아내를 잃은 남자와 어머니를 잃은 여자, 두 사람이 차 안에서 함께 나눈 여정을 따라간다. 한없이 위태롭기에 도리어 온화해 보이는 그 시간 속엔 풍성하고 아름다운
'드라이브 마이 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영화를 꽉 채워 만들지 않는다 관객 속에서 완성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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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회 칸영화제를 찾은 한국 영화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전한다. 개막식의 봉준호 감독과 폐막식의 배우 이병헌, 영화제 기간 내내 심사위원으로 바빴던 배우 송강호, 올해 칸에서 소개된 2편의 한국영화 <비상선언>과 <당신 얼굴 앞에서>의 프랑스 현지 반응도 함께 싣는다.
봉준호
올해 칸영화제는 봉준호 감독의 개막 선언으로 시작됐다. 코로나19로 1년을 쉬었던 칸영화제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에 2019년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만 한 적임자도 없었다.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가 마련한 마스터클래스 행사인 ‘랑데부 아베크’에도 참석해 팬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이병헌
<비상선언>의 배우 이병헌은 폐막식 무대에 시상자로 나섰다. 여우주연상 부문을 시상하기 위해 무대에 등장한 그는 불어로 꽤 긴 인사말을 전하는 센스를 보였다. 이어서 “올해 칸영화제는 내게 무척 특별하다. 영화제의 문을 연 봉준호 감독과 올해 심사위원인
제74회 칸국제영화제를 빛낸 한국 영화인들…봉준호 감독이 열고 이병헌 배우가 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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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에서 가장 아찔하고 짜릿했던 순간은 폐막식에서 벌어졌다. 단편부문과 명예 황금종려상 등의 시상이 이루어진 뒤 본격적으로 경쟁부문 결과 발표가 시작될 참이었다. 사회자는 심사위원장인 스파이크 리에게 배우상, 심사위원상, 각본상, 감독상, 심사위원대상, 황금종려상 중 어떤 상부터 시상하면 되냐는 의미로 질문을 건넸다. “어떤 게 첫 번째 상(first prize)이죠?” 수상자 명단이 적힌 종이를 펼쳐보던 스파이크 리는 중간 과정은 생략한 채 최종 결과로 직진해버렸다. “황금종려상은 <티탄>.” 사회자는 다급하게 “잠깐만!”을 외쳤고, 동석한 심사위원들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거나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제일 마지막에 발표해야 할 최고상을 제일 먼저 공개하다니. 수습이 불가능한 대형 사고였다. 결과적으로 시상식은 70분짜리 혼돈의 스릴러가 돼버렸고, 스파이크 리는 폐막식을 망쳐버려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발표 과정이 아찔했다면 결과는 파격
제74회 칸국제영화제 총정리…되짚어 본 주요 이슈와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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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회 칸국제영화제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한해를 건너뛰고 올해도 적지 않은 위기가 있었지만 “영화는 한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낸 셈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는 철저한 방역 속에서 극장이 어떻게 관객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한 시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해를 참았던 만큼 이전보다 한층 풍성한 작품들이 소개됐고 환경, 여성, 정치사회적 변화 등 다양한 주제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12일간의 여정 끝에 도달한 목적지는 결국, 다시 영화다. 영화는 우리 앞에 어떻게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실체적 진실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올해 역시 영화계 성평등과 다양성에 대한 요구와 고민들이 꾸준히 이어졌고, 칸은 파격적인 선택으로 이에 화답했다.
<씨네21>에서는 74회 칸국제영화제를 총정리하며 주요 이슈와 경향을 짚어보았다. 칸의 앞뒤를 장식한 한국영화, 한국 영화인들의 결정적 순간도 모아보았다. 마지막으로 올해 한국영화
제74회 칸국제영화제 폐막…황금종려상 수상작 '티탄'이 새로 쓴 역사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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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추천작 10편 ①…일상은 사라져도 음악은 계속된다>에서 이어집니다.
8월 12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로부터 명랑한 초대장이 날아왔다. 첫장에 적힌 슬로건은 ‘다짐: BE JOYFUL’.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일상의 즐거움을 영화와 음악으로 되찾자는 의지를 담은 이 문구는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도 영화와 영화제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제천을 찾은 작품에도 혼란 속에서 음악을 지속하는 이들의 사연과 마음이 저마다의 빛깔로 깃들어 있다. 성별과 인종, 국적과 전공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온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제천의 자연을 느끼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추천작 10편과 공연 프로그램 등을 소개한다. 5박6일간의 축제에 동행할 대표 영화인인 올해의 큐레이터, 올해의 짐페이스도 함께 전한다. 상영작 일부는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웨이브(wa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추천작 10편 ②…영화와 영화제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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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로부터 명랑한 초대장이 날아왔다. 첫장에 적힌 슬로건은 ‘다짐: BE JOYFUL’.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일상의 즐거움을 영화와 음악으로 되찾자는 의지를 담은 이 문구는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도 영화와 영화제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제천을 찾은 작품에도 혼란 속에서 음악을 지속하는 이들의 사연과 마음이 저마다의 빛깔로 깃들어 있다. 성별과 인종, 국적과 전공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온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제천의 자연을 느끼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추천작 10편과 공연 프로그램 등을 소개한다. 5박6일간의 축제에 동행할 대표 영화인인 올해의 큐레이터, 올해의 짐페이스도 함께 전한다. 상영작 일부는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웨이브(wavve)에서도 즐길 수 있다.
빌리 홀리데이 The United States vs. Billie Holiday
리 다니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추천작 10편 ①…일상은 사라져도 음악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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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으로, 배우로, 심사위원으로 74회 칸영화제를 찾은 이들이 레드카펫 위에서, 기자회견장에서, 영화제 공식 인터뷰에서 한 인상 깊은 말들을 모았다. 영화에 대한 존중과 사랑, 자기만의 영화 철학을 읽을 수 있는 말들이다.
틸다 스윈튼
“웨스 앤더슨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자신의 친구들을 데리고 뭘 해야 하는지 알고, 그 친구들이 기꺼이 파티를 즐기게 만들며, 당신이 아는 모든 감독들보다 아마 조금 더 유니크할 것이다.”
→ 경쟁부문 상영작 <프렌치 디스패치>의 배우 틸다 스윈튼. <개들의 섬>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문라이즈 킹덤> 등 웨스 앤더슨 감독과 오랫동안 협업해온 틸다 스윈튼이 <프렌치 디스패치> 레드카펫 행사에서 웨스 앤더슨의 특별함에 대해 언급했다.
숀 펜
“(연기까지 하는 건) 처음에 선택지에 없었다. 연출이라는 우선순위의 첫 번째 일을 할 때는 두 번째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종
칸을 찾은 영화인들의 말말말…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의 제안을 내게 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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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감독인 <해피 아워> <아사코>의 하마구치 류스케의 만남.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이 뜨거운 만남만으로도 충분히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하루키의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드라이브 마이 카>는 칸영화제 중반까지 최고 평점을 기록하며 강력한 수상작으로 거론되고 있다.
영화는 연극배우이자 감독인 가후쿠 유스케(니시지마 히데토시)와 그의 전속 운전기사로 고용되는 와타리 미사키(미우라 도코)의 조용한 동행을 따라간다. 유스케는 2년 전 사랑하는 아내(기리시마 레이카)를 잃었고, 안톤 체호프의 연극 <바냐 아저씨>를 연출하기 위해 히로시마로 향하는 중이다. 3년 전 <아사코>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하마구치 류스케는 이번에도 사랑과 이별, 소멸과 지속에 관한 섬세한 드라마를 들고 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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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 기자회견, “언어 너머에 있는 의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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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맨>(1983), <아그네스의 피>(1985), <원초적 본능>(1992), <쇼걸>(1995), <엘르>(2016) 등 폴 버호벤 감독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단연 섹스, 폭력, 종교 그리고 스캔들일 것이다. 82살에 선보이는 그의 17번째 장편 <베네데타>도 이 키워드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번 작품은 17세기에 실존했던 레즈비언 수녀 베네데타 카를리니의 삶을 기록한 역사학자 주디스 C. 브라운의 <수녀원 스캔들: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한 레즈비언 수녀의 삶>(1987)이 원작이다.
9살 때 수녀원에 들어간 베네데타(비르지니 에피라)는 스스로 선택받은 자라 확신하며 예수를 향한 사랑을 키워간다. 그러던 중 바르톨로메아 수녀(다프네 파타키아)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국 두 사람은 교황 대사로부터 이 극악무도한(?) 행위에 대한 재판을 받게 된다. 영화를 본 관객은 ‘강렬하다’, ‘역겹다’,
폴 버호벤 감독의 '베네데타' 기자회견, 신성 모독이라고? 이건 실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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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해변에 화려한 불꽃 쇼가 펼쳐졌다.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를 축하하는 바스티유데이 불꽃놀이를 기점으로 7월 6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칸영화제도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열린 만큼 크고 작은 문제가 없진 않았지만 순조롭게 축제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씨네21>에서는 올해 칸영화제의 전반적인 흐름과 함께 유난히 치열했던 경쟁부문의 추세를 점검했다. 24편의 작품 중 16편이 공개된 가운데 개막작 <아네트>, 폴 버호벤의 <베네데타>,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가 높은 평가를 받으며 두각을 드러내는 중이다. 현지 통신원이 전해온 74회 칸영화제 중간 평가와 함께 <베네데타> <드라이브 마이 카>의 기자회견을 정리해보았다. 올해 칸을 장식한 말들을 통해 영화제의 고민과 나아갈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의 세
'제74회 칸국제영화제 중간결산'...현실의 균열 속에서 영화는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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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랑종>은 올해 상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였다. ‘믿음과 의심’이라는 혼란한 주제로 관객을 출구 없는 미로에 빠트리며 극한의 공포를 선사했던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제작한 영화로 원안이 <곡성>의 프리퀄이라는 정보가 알려지면서 이미 흥행은 보증된 것처럼 여겨졌다. <셔터>와 <샴>으로 태국 공포영화를 전세계에 알린 반종 피산다나쿤이 연출을 맡았다는 소식 또한 한국·태국 합작이라는 새로운 화학작용에 관심을 높이며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최종적으로 공개된 트레일러는 그 기대를 거의 믿음과 확신으로 전환시켰다. 트레일러는 영화 초반부에서 차용하고 있는 민족지적 다큐멘터리의 사실적인 양식을 전유하고 태국 북부 이산 지방의 정글과 동굴이 선사하는 압도적인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하며, 태국의 무당인 ‘랑종’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으스스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화제가 되었다.
그러
'랑종'에 부재한 재현의 윤리와 공포영화로서의 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