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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이후 홍콩영화 더이상 전과 같을 수 없다
지난 12월 1일 오후 6시 20분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아트1관에서 ‘반환 이후의 이미지들: 1997년 이후의 홍콩독립영화’를 주제로 한 대담이 열렸다. 올해 서독제는 홍콩아시안영화제와 함께 1997년 이후 주목할 만한 홍콩 독립영화 10편을 모았다. 김성훈 <씨네21> 기자의 진행으로 열린 이번 대담은 클라렌스 추이 홍콩아시안영화제 집행위원장이자 홍콩 브로드웨이 시네마테크 디렉터, 윤영도 성공회대학교 교수, <메이드 인 홍콩>(1997)의 프루트 챈 감독, <대람호>(2011)의 제시 창 취이샨 감독, <10년>(2015)의 앤드루 초이 프로듀서가 참여했다. 1997년 이후의 홍콩과 홍콩 영화산업에 대한 밀도 있는 이야기가 오간 자리였다.
-1997년은 홍콩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진 해인지, 홍콩영화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클라렌스 추이_1997년 7월 1일은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반환 이후의 이미지들: 1997년 이후의 홍콩독립영화’에서 만난 감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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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은 <글로리데이>(2015)에 이어 또 한번 최정열 감독이 동시대 소년들의 초상을 담은 작품이다. 다만 하룻밤의 사고가 청춘들에게 초래한 비극을 차갑게 보여준 전작과 달리 <시동>의 에피소드는 대체로 귀엽고 유쾌하다. “너무 사랑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리데이>를 다시 꺼내볼 때마다 내가 아이들을 영화에 가둬놓고 나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시동>은 최대한 경쾌하게 만들고 싶었다.” <시동>은 고등학교를 자퇴한 두 소년, 택일(박정민)과 상필(정해인)이 사회 속에서 부대끼는 법을 체득해가는 성장담이다. 특히 엄마 정혜(염정아)와 싸운 후 무작정 군산으로 내려간 택일이 배달부로 일하며 만나는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은 청춘물에 나오는 ‘멘토’의 클리셰를 흥미롭게 깨며 그에게 영향을 준다. 이렇듯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시동>은 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 원작의 개성을 잘 보전하면서 모
[겨울 한국영화⑤] <시동> 최정열 감독 - 젊은 스타의 새로운 얼굴을 찾을 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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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가장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는다는 크리스마스 연휴. 그 직전에 개봉하는 작품들은 1년간 투자•배급사들이 여름 시장 다음으로 사활을 기울이는 격전지다. <시동>의 개봉일이 이 시기로 잡혔을 때 적지 않은 관계자들이 ‘의외’라고 생각했다. 마동석을 필두로 중견배우와 젊은 배우의 조화가 돋보이는 캐스팅은 근사하지만, 중급 예산의 드라마 장르는 보통 명절 연휴나 비수기를 겨냥하기 때문이다. 12월 10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공개되자 다양한 의미에서 예상을 빗나갔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시동>은 가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소재를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캐릭터 자체에 승부를 건 원작 웹툰의 정체성을 그대로 고수한다. 집을 나와 군산에서 중국집 배달부 일을 시작한 택일(박정민), 사채업자들과 함께 일하게 된 상필(정해인)이 가족 아닌 어른들과 부대끼며 벌어지는 일은 갈등의 크기도 성장의 폭도 소박하다. 그럼에도 <시동>은 웹툰의 호흡
[겨울 한국영화④] <시동>의 네 가지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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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는 지난 1년 동안 시도 때도 없이 걸었다. <PMC: 더 벙커>(2018), <클로젯>(2020년 개봉예정이다.-편집자), <백두산> 등 세편을 연달아 제작하고 출연까지했다. 자신의 회사인 워크하우스컴퍼니를 차려 배우 매니지먼트와 영화 제작 사업에 더욱 힘을 주었다. 유튜브 방송 <걷기 학교>에 출연해 후배 배우들과 함께 걷기에 대한 애정을 끊임없이 드러내고 있으며, 현재 강제규 감독의 신작 <보스턴 1947>을 촬영하고 있다. 한시도 쉬지 않고 걸어가는 그의 행보는 영화 <백두산>에서 그가 맡은 조인창과 여러모로 닮았다. 인창은 전역을 앞둔 폭탄 제거반 군인으로, 예기치 못한 작전에 투입돼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우직하게 임무를 수행하려는 인물이다. 워크하우스컴퍼니에서 오랜만에 그를 만나 <백두산>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오늘도 사무실까지 걸어왔나.
=아니, 오늘은 밖에 일이 있어서….
[겨울 한국영화③] <백두산> 하정우 – 생생하게 더 생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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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은 북한의 리준평(이병헌)과 남한의 조인창(하정우)이 백두산 폭발이라는 대재앙 앞에서 손발을 맞춰 재앙의 시계를 멈추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재난영화지만 버디무비의 성격도 강한 영화다. 20여년이 넘게 한국 상업영화의 특별한 성취를 함께한 이병헌으로서도 <백두산>은 새로움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재난영화도, 북한 캐릭터도, 하정우와 함께 연기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백두산>은 굉장히 상업적인 영화다. 기쁨과 슬픔, 감동과 재미, 스펙터클이 있다. ‘이번 겨울에 정말 재밌는 오락영화 한편 보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 생각에 딱 부합하는 영화가 될 것이다.” 연기로 모든 것을 증명해 보이는 배우인 만큼, 멀티 캐스팅의 블록버스터 <백두산>에서도 이병헌의 폭발적 연기를 기대하게 된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차기작으로 선택한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 준비에 돌입했나.
=새 작품 준비는 시작 전이고, 오랜만
[겨울 한국영화②] <백두산> 이병헌 – 기술보단 감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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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시리즈를 성공시킨 덱스터스튜디오가 제작•투자하고 이해준•김병서 감독이 공동 연출한 <백두산>은 26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규모의 스펙터클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이병헌, 하정우, 마동석, 전혜진, 배수지라는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도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키운다. 백두산의 화산 폭발로 한반도가 최악의 상황에 빠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리준평은 작전 실행에 있어 중요한 정보를 가진 인물로 이병헌이 연기한다. 하정우가 연기한 조인창은 전역을 앞둔 폭탄 제거반 군인으로, 백두산 폭발을 막기 위한 작전에 투입돼 북한의 리준평과 접선한다. 이병헌과 하정우는 <백두산>으로 첫 만남을 가졌다. 두 배우를 만나 <백두산>에 합류하게 된 이야기부터 차근차근 들었다.
[겨울 한국영화①] <백두산> 이병헌•하정우 – 뜨거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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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국영화 대전이 시작됐다. 마동석이라는 치트키를 앞세운 <시동>과 백두산 폭발을 소재로 한 재난 블록버스터 <백두산>이 12월 18일과 19일 관객을 만난다. 일주일 뒤엔 최민식, 한석규가 주연한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이야기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 개봉한다. 장르도, 이야기도 서로 다른 세편의 한국영화 개봉을 앞두고, <씨네21>은 우선 <백두산>과 <시동>의 매력을 살펴보았다. 배우 이병헌과 하정우에게 <백두산>의 작업에 대해 들었고, 이어 <시동>의 관전 포인트와 최정열 감독 인터뷰를 전한다. 허진호 감독의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주에 계속된다. <겨울왕국2>의 마법을 잠재울 한국영화는 과연 어떤 영화가 될까.
[스페셜] 겨울 한국영화 대전의 서막 ①~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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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송중기•장동건 주연의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는 일부 장면을 브루나이에서 촬영했다. 드라마 관계자는 “극중 배경이 상고원시시대이기 때문에 브루나이 특유의 대자연 풍광이 촬영 장소로 적합했다”고 전했다. 한-아세안 영화공동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배주형 부산영상위원회 국제사업팀장은 영화 촬영지로서의 브루나이를 “브루나이 하면 떠오르는 부유한 이미지에 걸맞은 깔끔하고 좋은 건물도 많지만 수상가옥도 있는 나라다. 다양한 로케이션이 가능한 나라”라고 소개했다. <아스달 연대기> 같은 판타지 드라마가 이국적이고 다채로운 그림을 얻기 위해 브루나이 현지 로케이션을 결정한 이유다.
영화산업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잠재성을 주목할 만한 브루나이에서 흥미로운 영화제작 워크숍이 열렸다. 영화인을 꿈꾸는 아시아 11개국 22명의 교육생들이 브루나이의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 모였다. 11월 13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영화 제작 워크숍 한-아세안 차세대 영화인재 육성사업(AS
한-아세안 차세대 영화인재 육성사업 ‘FLY 2019’ 열린 브루나이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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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빌어먹을 재산.”
8천만부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작가 할란 트롬비는 뇌까린다. 자택에서 자녀와 손자, 손녀를 초대해 85살 생일 축하연을 연 할란은 이튿날 아침 서재에서 경동맥이 정확히 벤 시체로 발견된다. 그의 죽음은 보이는 대로 자살일까? 경찰의 일대일 탐문이 시작되면 관객은 파티에 참석한 가족 여럿이 그날 밤 가장에게 원하는 바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둘째 며느리 조니는 딸의 학비 송금을 재촉했고 막내아들 월트는 아버지의 소설 판권을 넷플릭스에 팔자고 졸랐다. 손자 랜섬과 사위 리처드는 다른 이유로 할란에게 언성을 높였다. 게다가 아버지도 자식들에게 별러온 용건이 있었다. 생일잔치는 할란에게 한눈파는 사위, 철없이 방탕한 손자, 이중 생활비를 청구한 며느리, 독립 의지를 잃은 아들에게 최후통첩 디데이였다. 혈연 외에 저택을 자유롭게 출입한 인물은 가정부 프랜과 할란의 간병인 마르타. 히스패닉계 불법 이민자 어머니를 둔 젊은 마르타는, 세대차와 직분을 넘어
트럼프 시대에 부활한 애거사 크리스티식 범인 찾기 미스터리 <나이브스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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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이태원>의 주인공은 1970년대부터 이태원에서 산 삼숙, 나키, 영화 세 여성이다. <시국페미>(2017), <우리는 매일매일>(2019) 등 여성주의 시각으로 공간과 사람을 이야기해온 강유가람 감독은 2014년부터 <이태원>의 촬영을 시작했다. 세 주인공과 자주 만나기 위해 아예 작업실을 이태원으로 옮긴 감독은 긴 시간 세 여성의 일상을 공유했다. 인물과 친밀한 사이를 유지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구체적이고 꾸밈없는 언어는 <이태원>을 특별하게 만든다. 강유가람 감독과 함께 세 여성을 만나려 했으나 매체에 자신을 노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도 있어 이들을 한자리에 모시지 못했다. 대신 영화의 주요 배경인 이태원의 클럽 그랜드 올 아프리에서 삼숙과 강유가람 감독을 만났다. 제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공개돼 호평받은 <이태원>은 12월 5일 극장 개봉했다.
당신
여성의 삶을 통해 공간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이태원> 강유가람 감독의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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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어딘지 알 수 없는 숲속 풍경과 시시각각 뒤바뀌는 온갖 영상들이 겹친다. 타임랩스 기법(저속촬영해 정상 속도보다 빨리 돌려서 보여주는 특수영상기법)으로 촬영된 숲속은 실제 물리적인 시간보다 더 빠르게 재생된다. 화면 하단에는 촬영한 날짜와 시간 그리고 카메라 기종이 표기되어 있다. 촬영한 시간과 날씨에 따라 숲속은 매번 다른 얼굴을 한다. 그런 숲속 위로 포개져 나타나는 영상은 일상의 연속이다. 숲속은 2018년 7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미국 볼티모어에서, 여러 일상은 서울에서 찍은 영상이다. 이원우 감독의 신작 <그곳, 날씨는>은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찍은 영상들이 겹쳐진 독특한 영화다.
이원우 감독은 지난 2015년 가족과 함께 돌연 미국 볼티모어라는 도시로 떠났다. 필름을 활용한 영상을 작업하는 집단 ‘셀’ 출신인 그는 <난시청>(2008), <거울과 시계>(2009), <살 중의 살>(2010), <두리반발전기&g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만난 감독들④] <그곳, 날씨는> 이원우 감독 - 볼티모어로부터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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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세상을 떠난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고향 거제도에 내려온다. 여름의 거제도 해변에는 피서를 즐기려는 관광객이 즐비하고, 오랜만에 만난 소녀의 고향 친구는 그를 관광객처럼 대한다. 늙은 할머니의 밭일을 도와주는 것 외엔 딱히 할 일도 없던 소녀는 느닷없이 낚싯대를 사서 바다로 나간다. 제45회 서독제 본선경쟁에 진출한 오정석 감독의 <여름날>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에 내려간 승희가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일상의 순간을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다. “의지할 곳 없는 청춘의 여름날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연출의도가 말해주듯, 승희는 고된 서울 생활과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에 조금은 지친 듯한 모습을 보인다. 카메라는 별다른 사건의 묘사나 하다못해 인물간의 사소한 대화조차 포착하지 않고 그저 승희의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일거수일투족을 멀찌감치서 바라본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관객과 승희가 동시에 견뎌야 하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주인공이 경험했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만난 감독들③] <여름날> 오정석 감독 - 흔들리는 나날을 그려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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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쓴일기>는 세명의 20대 친구가 연락이 두절된 또 다른 친구를 찾아 나서는 청춘물이자 성장담이다. 하지만 장경환 감독은 장르영화의 전형적인 서사를 따르기는커녕 자꾸 딴길로 샌다. 그는 극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아슬하게 넘나들며 취업, 유학, 도심 재개발, 세월호 사건 등 20대의 다양한 고민들을 펼쳐낸다. 그러면서 친구와의 우정, 지친 마음에 위안을 주는 고양이, 좋아하는 공간들이 모여 있는 부산 등 자신이 좋아하는 풍경과 존재들을 화면에 담아내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장면과 장면 사이의 연결이 다소 헐겁고 완성도가 서툰 장면도 더러 있지만 어디서도 보지 못한 서사 전개 방식이라 새롭고 신선하다. 놀랍게도 <모아쓴일기>는 영화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 없는 장경환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영화를 너무 찍고 싶어 고향 부산에 내려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했었다. 돈도, 스탭도 없었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만난 감독들②] <모아쓴일기> 장경환 감독 - 부산에서 좋아하는 공간을 다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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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의 감독의 장편 데뷔작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은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 입양과 실향민 문제 등 한국 사회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다양한 이슈를 소재로 한 영화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극영화에 담아내려 한 시도가 반갑다. 처음에는 수수께끼 같은 제목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미스터리한 제목의 의미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서독제가 열리는 가운데 만난 이인의 감독 역시 관객에게 이 영화가 좀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서부터 입양과 실향민 문제 등 많은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오래전 <기타 이야기>(2009), <꿈의 공장>(2010) 등을 만들며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부당해고 투쟁 현장을 함께했던 김성균 감독의 촬영 현장 지원을 나갔다가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독립다큐멘터리 현장은 스탭이 많지 않으니 서로 품앗이하듯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만난 감독들①]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이인의 감독 - 사람의 관계에도 순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