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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를 찾는 소설 독자들이든, 경이로운 비주얼을 빚어낼 새로운 스토리를 찾는 영화, 드라마 제작자들이든 한국 SF를 주목하고 있다. <씨네21>이 인터뷰를 위해 만난 4인의 SF소설가 천선란, 심너울, 이경희, 황모과의 소설 다수는 이미 영상화되었거나, 영상화 판권이 팔린 상태다. 4인 모두 영화나 드라마의 대본을 쓰거나, 대본 관련 각색 작업 등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이야기꾼으로서의 SF작가의 어떤 측면이 이런 뜨거운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들 모두 몹시 근면한 동시에 손 빠른 창작자들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이 네 작가는 최근 3년 사이에 장편, 단편집, 앤솔러지 등으로 한해에도 몇편씩 새 작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이 작가들이 지닌 상상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나아가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고루 들었다. 당신이 SF소설에 입문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때는 없을 것이다.
SF작가 4인을 만나다: 천선란, 심너울, 이경희, 황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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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7일 미국 샌타모니카에서 열린 미국 배우조합(Screen Actors Guild, SAG)상에서 <오징어 게임>이 3관왕(TV 드라마 스턴트 부문 앙상블상, TV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의 쾌거를 이룰 때 배우 이정재, 정호연만큼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으니 작품이 호명될 때마다 매번 무아지경의 환호를 보낸 배우 김주령이었다. 김주령은 <오징어 게임>으로 약 4주 만에 글로벌 스타가 됐다. 2021년 9월, 작품이 넷플릭스에 공개되기 직전 400명 남짓하던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현재 223만명. 스트리밍 한달차에 전세계 1억명이 넘는 시청자를 확보하고 넷플릭스 TV시리즈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오징어 게임>의 212번 한미녀는 성가신 만큼 강력하고 매력적인 적수였다. 2000년에 영화 <청춘>으로 데뷔한 김주령은 <도가니>의 기숙사 사감, 드라마 <SKY 캐슬>의 세리 이모 등으로 눈도장을 찍
'오징어 게임'의 한미녀, 배우 김주령이 경험한 미국 배우조합(SAG)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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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의 감흥이란 그 자체로 얼마나 귀한지. 일본영화에서 수화와 외국어, 영화와 희곡 사이를 오가는 독특한 꿈의 실험을 마친 한국의 신인배우 3인에게 지난 2년간 들이닥친 새로운 경험을 전부 다 소화시키기도 전에, 폭풍 같은 기회가 또 밀려들었다.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고 결과적으로 수상까지 성공한 <드라이브 마이 카>로 할리우드 돌비극장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신예로 떠오른 박유림은, 연극 연출가 가후쿠(나카지마 히데토시)가 다양한 언어를 뒤섞어 만드는 <바냐 아저씨>에서 수화를 쓰는 배우 이유나를 연기해 순수와 결의, 초연함을 오가는 얼굴로 영화 속에 자기만의 순간을 아로새겼다. 이유나의 남편이자 가후쿠를 안내하는 연극제 프로듀서 공윤수를 연기한 진대연은 말을 잃은 아내를 새로운 방식으로 사랑하기 시작한 남자의 얼굴로 인상적인 존재감을 더했다. <바냐 아저씨>의 아스트로프 역을 따낸 후 반복적인 대사
'드라이브 마이 카'의 신인배우 박유림, 진대연, 안휘태, 2022 아카데미 시상식에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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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배우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글로벌 무대를 가깝게 체감하고 있다. <기생충>이 1밀리미터쯤 낮춘 1인치의 장벽을 타넘고 K콘텐츠에 친밀도를 높여가는 글로벌 관객이 증가하는 이때, 대세를 발빠르게 캐치한 할리우드와 해외 필름메이커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난해 글로벌 OTT 플랫폼의 부상에 힘입어 반향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은 한국의 ‘국민 배우’ 이정재가 할리우드 레드 카펫에서 떠오르는 무명 스타로 오해받는 웃지 못할 풍경을 연출하고, 그에 앞서 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이터널스>에 배우 마동석을 유입하며 그가 앞으로 “이터널스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콘텐츠 산업의 각 분야에서 촉각을 곤두세울 만한 지금의 현상 속에서 <씨네21>이 주목한 것은, 해외 프로덕션과 시상식을 경험하며 맨살로 새 시장을 감각하고 돌아온 배우들의 경험담이다.
우선 현재 <범죄도시2>를 마무리하고 <황야>를 촬영 중
해외로 향한 한국 배우들의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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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핀다. 그곳에 내가 있었고, 이제 당신이 있다. 2022년 3월16일부터 10월30일까지 성수동 서울숲 인근에 새로이 자리 잡은 디뮤지엄(D MUSEUM)에서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가 열린다.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는 로맨스의 다양한 순간과 감정을 사진, 만화, 영상, 일러스트레이션, 설치 등 여러 형태의 작품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는 K콘텐츠를 대표하는 만화 거장, 젊은 포토그래퍼, 일러스트레이터 등 23명의 아티스트들이 참여, 사랑을 주제로 한 300여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개별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독특한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것이 흥미롭다. 한국 대표 순정만화 7편의 명장면을 모티브로 해 구성된 7개 섹션은 관객 각자의 기억 속에 묻힌 설렘의 순간을 되살려줄 것이다.
SECTION1. 사랑인지도 모르고 서툴고 수줍었던 그때
굳이 사랑이라 부르지 않
전시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 10월30일까지 서울 성수동 디뮤지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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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적인 이미지로 소비된 <하몽하몽>(1991) 촬영 직후 회의감을 느낀 10대 소녀 페넬로페 크루스는 당시 급부상하기 시작한 젊은 아티스트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야심을 뒷받침할 만큼 밝은 안목이 페넬로페 크루스에겐 있었고, 그건 어쩌면 자신을 정확히 사용해줄 감독을 운명처럼 알아보는 유능한 배우의 직감이었을 수도 있다. <패러렐 마더스>까지 결과적으로 크루스가 이름을 올린 88편의 영화, 드라마 중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과 협업한 작품은 의외로 단 7편뿐. 이들의 관계는 사실 그리 유일하거나 절대적이지 않은 데다 누군가의 페르소나로 남기에 페넬로페 크루스는 근면함을 무기로 다작하는 유의 배우다. 하지만 알모도바르 영화의 전통이 쌓여감에 따라 페넬로페 크루스의 존재가 프레임 속에서 자꾸만 제3의 마술적 아우라를 더해가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라이브 플래쉬>(1997)에서 프랑코 정권의 영향력 아래
알모도바르 영화의 카르멘, 페넬로페 크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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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렐 마더스>에는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친애하는, 남편 없는 여자들, 폭력과 강간으로부터 살아남은 여자들,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들이 또다시 나온다. 그들은 이번에도 천연덕스럽게 용맹한 얼굴로 경계 없는 유대가 빚어내는 삶의 확장을 보여주며, 이는 곧 감독의 전작 <하이힐>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귀향> <줄리에타>를 돌아보게 만든다. 동시에 <패러렐 마더스>는 <나쁜 교육> <나쁜 버릇>이 시도했던 ‘역사기억법’의 일환으로 프랑코 군사정권이 남긴 상흔도 집요히 되새긴다. <페인 앤 글로리>에서 동굴처럼 설계된 유년의 뜰로 되돌아갔던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다음 행선지로 정한 곳은 더 깊고 어두운 자궁 속, 그리고 무덤 속이다. 요동치는 색채와 펑크적 감각이 한결 가라앉은 자리에 더욱 진해진 이 감흥은 도대체 무엇일까. <패러렐 마더스>에서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의 전통을 되짚
<패러렐 마더스>를 통해 돌아보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의 역사 그리고 페넬로페 크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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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가 Apple TV+에서 시리즈화되는 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사람을 꼽으라면 각본가 수 휴(허수진)다. 노력의 경중을 따질 수는 없지만 수 휴 쇼러너의 진두지휘 아래 많은 프로듀서와 작가들이 협업해 사전 준비 과정을 거쳤고,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전 감독이 전체 시리즈 중 각각 4개의 에피소드 연출을 맡았다. 언론에 첫선을 보이는 온라인 프레스 컨퍼런스 내내 배우들은 제작진의 협업을 칭찬했다. 한국 매체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들은 선자의 일생을 중심으로 4대에 걸친 이민자 가족의 수난사를 다룬 대서사시 <파친코>를 만든 과정에서 겪은 경험과 고민을 들려줬다. 가장 가슴을 울린 말은 우리 모두 “한국인”임을 강조할 때였다.
- 원작 소설을 각색할 때 이민진 작가는 관여하지 않았나. 한국인으로서 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남다른 의미였을 텐데.
수 휴 이민진 작가는 각색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물론 원작을 거의 성경처
'파친코' 코고나다 감독/수 휴 쇼러너(각본 및 총괄 제작), 마이클 엘렌버그·테레사 강 로우 총괄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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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는 시대를 뚫고 살아남은 여성, 선자의 이야기다. 비극적인 시대를 살아간, 4대에 걸친 가족 구성원 모두의 아픔이 작품 곳곳에 서려 있지만 이야기 안에서 대표되는 한 사람을 꼽는다면 그건 선자란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시대의 뒤쪽에 내몰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살아온 수많은 선자들을 대변하듯, 신인배우 김민하가 연기하는 선자는 시대의 여성들의 눈과 귀와 목소리가 되어준다. 김민하가 시나리오를 읽고 받아들인, “정말 현명하고 융통성 있고 소녀 같고 나약해 보이기도 하지만 누구보다도 강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줄 알고 또 가족도 보호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선자다. 2016년 웹드라마 <두여자> 시즌2로 데뷔해서 드라마 <학교 2017> <검법남녀> 등에 출연했고 영화 <봄이가도>에서 아픈 아빠 곁에서 위로해주던 딸을 연기했던 김민하는 <파친코>에 이르러 제 옷에 꼭 맞는 역할을 입었다. <파
'파친코'의 선자, 김민하 "모두를 아우르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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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로 자신의 존재를 강렬하게 각인시킬 배우를 꼽을 때, 솔로몬 역의 진하를 결코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가 연기한 솔로몬은 선자(윤여정)의 손자로, 일본에서 태어났으나 차별을 피해 미국으로 유학을 간 인물이다. 야심찬 은행가가 되어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던 솔로몬은 큰 계약을 진행하기 위해 일본으로 돌아온다. 항상 돈을 우위에 두던 솔로몬의 철학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자신의 부모와 조부모의 희생을 생생히 마주하면서부터다.
진하는 자이니치에 관해 이해하기 위해 따로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한다. “<파친코>를 준비하면서 자이니치가 얼마나 자부심이 넘치는 공동체인지 깨달았다. 그렇기에 진정성을 담아 정확한 방식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고 다양한 자료를 참고했다. 내 컴퓨터에는 자이니치에 관련된 정보가 항상 50페이지가량 띄워져 있었다. 연구를 통해 당시의 시대, <파친코>의 캐릭터들이 존재하는 맥락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그
'파친코'의 솔로몬, 진하 "'나'에서 '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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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누구인가. 시대가 낳은 안타고니스트인가. 오직 생존 본능을 지닌 야수와 같은 리얼리스트인가. <파친코>의 한수는 매력적이면서 동시에 끔찍하다. 부산 영도 바닥을 쥐락펴락하던 생선 중개상 한수의 첫 등장은 8개 에피소드를 통틀어 가장 멋진 장면일 것이다. 그는 첫눈에 선자와 사랑에 빠진다. 아마 <파친코>의 시청자는 한수의 첫 등장 장면에서부터 그의 눈빛에 설득당하게 될지 모른다. 이민호가 전작들에서 한결같이 보여줬던 동화 속 백마 탄 왕자님의 이미지 그대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필 그의 전작이 부산 해운대 도심을 말 타고 질주하던 <더 킹: 영원의 군주>의 이곤 황제였기 때문에 이곤이 <파친코>의 배경인 영도로 타임슬립해서 등장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한수는 시대를 찢고 선자 앞에 나타난 남자다. 선자 역시 한수가 멋진 남자일 거라 여긴다. 하지만 이민호의 한수는 뭔가 꿍꿍이가 있는 듯하다. 그는 한수를 표현하기에 앞서 “절대
'파친코'의 한수, 이민호 "시간을 기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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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이 연기한 선자는 드라마 <파친코>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인물이다. 일제강점기, 남편과 함께 고국을 떠난 10대 시절의 선자는 노년의 여성이 된 현재 일본에 정착해 살고 있다. “1910년대에 태어난 선자라는 여성을 1980년대까지 연기하는 게 굉장한 미션으로 여겨졌다.” 격동의 시기를 지나온 선자는 모자수(아라이 소지)의 어머니이자 솔로몬(진하)의 할머니로서 가족을 살뜰히 보살핀다. “내는 다 지나간 일에 목매다는 사람들 보모, 참 이해가 안된데이. 그기 다 뭔 소용이라고.
그렇다고 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손자 솔로몬의 이야기를 듣던 선자가 한탄처럼 내뱉는다. 과거에 미련이 없다는 그 말은 도리어 사무치게 지난날을 그리워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처럼 들린다. 그래서일까. 윤여정 배우가, 선자가 아들과 함께 다시 한국에 돌아오는 것을 좋아하는 신으로 꼽은 것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소설 원작에는 없던, 드라마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신
'파친코'의 선자, 윤여정 "집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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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TV+가 선보이는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는 시대를 견뎌낸 한국 가족의 이야기다. 1915년 일제강점기 치하를 배경으로 한 부산 영도의 허름한 하숙집 부부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1989년 일본의 도쿄, 오사카 등지에서 파친코 사업으로 일가를 이룬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가로지르는 하나의 키워드는 디아스포라다. 이것은 버려지고 넘어진 한국인들의 이야기면서 동시에 그들이 어떻게 다시 일어서서 고향으로 돌아오는지를 다룬다. 시대를 버티며 견뎌낸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대서사를 다룬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가 원작이다.
이민진 작가는 어릴 적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미국인으로, 변호사를 하다가 일본계 미국인 남편을 만나 4년간 일본에서 생활했고, 십수년간 취재와 연구를 거쳐 <파친코>라는 소설을 완성했다. 출간 이후 많은 화제를 모았고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17년 베스트 도서 10선, 2017년 전미도서상 소설
Apple TV+ '파친코' 공개! 우리 안의 선자,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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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를 원작으로 한 Apple TV+의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가 3월25일 공개됐다. 총 8개 에피소드로 이뤄진 <파친코>는 25일 공개 첫날 3개 에피소드가 공개되고 이후 매주 금요일 한편씩 순차 공개될 예정이다. 원작 소설 <파친코>가 1880년대 후반에서부터 1980년대 후반으로 이어지는, 워낙 방대한 세월에 걸친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60분 분량의 에피소드 8편으로는 부족해 제작진은 이미 후속 시즌 제작을 발표한 상태다. 한국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일제강점기 치하의 한국과 동북아 역사를 잘 알지 못해도 주인공 선자가 성장하며 겪어야 했을 아픔을 전세계 시청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할리우드에서 활약 중인 한국계 미국인 작가와 감독들이 사명감을 갖고 만들어낸 <파친코>의 본격적인 미디어 홍보 일정이 시작되던 지난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서 <파친코&
이민진 작가의 소설 시리즈화한 '파친코'의 배우들과 제작진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