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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바깥에서 들려오는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노크 소리를 대신했다. 16살의 싱그러운 기운은 금세 주변의 공기를 오렌지색으로 물들였다. 이제 막 패션과 뷰티에 호기심을 갖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데 재미를 느끼고 있는 이레는 베레모에 안경까지 멋스럽게 쓰고 나타나 마치 <안녕? 나야!>의 반하니와 같은 텐션으로 “본 투 비” 배우의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 상반기 방영된 드라마 <안녕? 나야!>에선 17살의 반하니와 37살의 반하니를 최강희와 2인1역으로 연기하며 드라마 첫 주연을 맡았다. 극중 이름처럼 모두를 반하게 만드는 자기애 가득한 10대의 반하니는 당돌하고 거침없다.
사실 이레의 에너지도 그 못지않다. “낯가림이 풀리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텐션이 치솟고,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땐 밝고 쾌활하고 도전하는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정작 스스로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이렇게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기에 내 목소리 톤이나 성격이 잘 맞을까” 걱정이었다는
2006년생 '이레', 연기라는 홈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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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최선을 다하는 윤찬영이 되겠습니다.” 연기 학원에서 막 연기를 배우기 시작한 초등학생 윤찬영이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했던 말이다. ‘최선을 다하자’는 좌우명은 중학생이 되어 이내 ‘착하게 살자’로 바뀌었다. 좌우명대로 “중학교 다닐 땐 친구들과 싸움 한번 하지 않았다. 화도 내지 않고 늘 많이 웃었다”. 성인이 된 지금은 다시 최선의 의미를 곱씹는 중이다. 20살의 길목에서 꿀맛 같은 최선의 결실을 맛봤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는 대학에 합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에 캐스팅된 것이다.
윤찬영은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대학 생활의 낭만을 경험하지 못한 비운의 2020학번이다. 지난해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는데, 합격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윤찬영은 13살 때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로 데뷔했고, <마마>로 아역상, <의사요한> <17세의 조건>으로 청
2001년생 '윤찬영', 최선과 진지함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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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처음 카메라 앞에 선 순간부터 배우가 된다. 이는 결국 배우가 보는 사람에 의해 평가받는 직업군이기에 가능한 일인데, 예쁘거나 잘생겼다는 이분법적인 구분이나 기술적인 연기를 뛰어넘는 마술적 순간을 동반한다. 박지후를 처음 봤을 때부터 관객은 그가 가상의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이산적 기억을 공명하는 힘이 있는 배우임을 직감했다. <벌새>의 은희와 같은 중학교 2학년 때 첫 장편영화를 만난 박지후는 그렇게 필연적으로 배우가 됐다.
흥미로운 것은, <벌새>가 전세계 영화제 59관왕 기록을 세우고 배우 역시 트라이베카페스티벌 여우주연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 들꽃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는 와중에도 쉽게 요동치지 않고 현실에 발 딛고 사는 학생의 모습을 잃은 적이 없다는 점이다. 박지후는 예나 지금이나 자신을 대단하지 않다고 묘사한다. 자신이 자라온 대구에서 학교도 계속 다니고 있다. “그냥 급식 메뉴 얘기하고 랜덤 게임 하면서 논다. 친구
2003년생 '박지후', 배우의 아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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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김제덕, 신유빈, 황선우…. 이번 도쿄올림픽의 화제성을 이끈 건 단연 2000년대생 선수들이었다. 벌써 2000년대생이 활약하며 이름을 알리는 시대가 됐느냐며 놀라지 말자. 이미 영화와 드라마계에서도 2000년대생들은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독립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자기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절대다수가 열광하는 무언가가 점점 사라지고 유튜브와 SNS가 발달하는 등 플랫폼이 다변화될 때 연기 활동을 시작한 세대다. 그리고 배우를 ‘내 직업’, ‘일터’로 인지하며 누구보다 프로 중의 프로로 성장했다.
그동안 어른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단연 “그러면 2002 월드컵을 못 봤단 말이야?”. 하지만 본인보다 어린 세대를 볼 때 생경한 마음은 자신들도 똑같다고 한다. “이해한다. 나도 <라켓소년단>에서 동생으로 나오는 (안)세빈이가 2013년생인데 ‘쟤가 태어날 때 나는 뮤지컬을 하고 있었는데!’ 하고 놀란다.”(탕준상) “2013년에 태어났다고 하면 ‘엑
2000년대생 배우 5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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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28살의 이준익 감독은 봉급 30만원에 혹해서 서울극장으로 직장을 옮겼다. 15만원 받고 일했던 잡지 <주부생활> <여성자신> 일러스트레이터를 그만두고 그길로 약 2년간 서울극장 선전부장으로 일했다. 영화 포스터는 물론 대형 간판, 작은 신문광고, 지하철역에서 나눠줄 지라시 광고까지 모두 디자인했다. 그가 처음 광고한 영화는 <변강쇠>였다. 영화에 대한 꿈이 없었던 청년 이준익은 서울극장과 인연을 맺으면서 영화를 시작했고, 오늘날 영화감독으로까지 성장했다. 1980년대 낭만이 가득한 서울극장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그에게 그 기억을 조금 나눠달라고 청했다.
-단관극장 시절 서울극장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했다.
=당시 서울극장 좌석 수가 1003석이었다. 그땐 단관극장 시절이기 때문에 좌석 수가 1천석이 넘느냐 안 넘느냐가 중요했다. 1천석은 굉장히 상징적인 숫자다. 서울극장 주변에 있었던 재개봉관 오스카극장, 금성극장, 성남극장, 화양극장
서울극장 선전부장으로 일했던 이준익 감독이 기억하는 서울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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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극장 블록화, 최초의 멀티플렉스. 서울 종로3가에 자리한 서울극장(회장 고은아, 사장 곽승남)은 유난히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따라붙는 극장이다. 단성사, 피카디리극장에 비해 뒤늦게 개봉영화관 사업에 뛰어든 서울극장은 ‘막내극장’으로 출발했으나, 80~9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우리의 ‘시네마 천국’이었다. 그런 서울극장이 오는 8월 31일 관객과 작별을 하고 43년간 돌렸던 영사기를 멈춰 세운다. 서울극장을 운영해온 합동영화주식회사는 지난 7월 2일 “약 40년 동안 종로의 문화 중심지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서울극장이 2021년 8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영화를 매개로 관객과의 추억을 쌓았던 서울극장은 작별 인사도 영화 상영으로 대신했다. 극장은 ‘젊은 시절부터 평생 서울극장에서 영화를 봤다’는 관객에게 보답하기 위해 지난 8월 11일부터 3주간 ‘감사합니다 상영회’를 열고 무료로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서울극장이 걸어온 길은 한국 극장의
'굿바이, 서울극장' 사진으로 추억하는 서울극장의 4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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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기주봉 선생님은 한 사람 같지 않고 여러 사람 같다. 그는 예민하고 둔하며, 친절하고 불쾌하며, 이타적이고 이기적인 우리의 얼굴이다.”(임대형 감독) 데뷔 45년차에 접어든 배우를 수식할 만한 관록과 예우의 말들이 기주봉에겐 유유히 비껴나갔다. 홍상수·박찬욱·임대형·임선애 감독, 배우 예수정·권해효·전여빈이 보내온 기주봉에 관한 생각은 저마다 그를 재료로 쓴 몽상적 시나 일기처럼 자적했다. 권위 없는 방랑자적 면모, 야생과 감상(感傷)의 지대를 오가는 특유의 거칠거칠한 순수를 기억하는 동료들이 기주봉에 대해 남긴 목소리를 전한다. 여전히 그를 잘 모르겠다는 고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긴 말과 태도가 또렷한 장면으로 각인되었다는 애호의 말들이다.
홍상수 감독
<강변호텔> <인트로덕션>
매번 그분을 뵙고 느낀 것들이 그 당시 그 신을 만드는 데 설명하기 힘든 경로로 깊은 영향을 주었고 그래서 영화가, 내가 억지로 추린 몇 마디 말보
동료들이 말하는 인간 기주봉, 예술가 기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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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그런 일이 있었어요. 대학로에서 길을 걷고 있는데, 누가 알아보고 ‘배우시죠?’라고 묻더라고요. 네, 하고 다시 길을 가는데 어디서 ‘어, 연예인이다’라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렇게 또 한참을 걷고 있는데 낯선 분이 와서 탤런트 처음 봤다고 사인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유난히 많이 알아보는 희한한 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차에 또 다른 분이 다가와 ‘예술 하는 분이시죠?’라고 하는 겁니다. 그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나는 뭐 하는 사람일까.” 누구라도 자문해볼 만하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연기 경력 50년이 다 되어가는, 삶의 대부분이 연기로 채워졌던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탤런트, 연예인, 예술가 그리고 배우. 이 농담 같은 일화에서 한 배우가 걸어온 길을 마주한다. 배우이자 연예인이고 예술가, 모든 합이 곧 기주봉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에겐 좀더 구체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기주봉 배우가 1981년 <어둠의 자식들>로 영화계
‘기주봉 배우전’ 개최…기주봉이라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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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제작 총괄, 최영환 촬영감독, 김보묵 미술감독, 윤대원 무술감독, 박훤 VFX 슈퍼바이저, 김창섭 사운드 디자이너, 이석술 조감독
뒷심이 무섭다. 7월 28일 개봉한 영화 <모가디슈>가 개봉 22일 만에 총관객수 250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돌파했다. 개봉 3주차에 접어들었는데도 신작 사이에서 여전히 힘을 잃지 않아 올해 최다 관객수를 기록한 <블랙 위도우>의 294만여명을 넘어서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인샬라>(1996) 이후 24년 만에 아프리카에서 올 로케이션을 진행한 영화를 두고 어떻게 찍었을까 궁금해하는 관객을 위해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준비했다. 조성민 제작 총괄, 최영환 촬영감독, 김보묵 미술감독, 윤대원 무술감독, 박훤 VFX 슈퍼바이저, 김창섭 사운드 디자이너, 이석술 조감독 등 총 7명의 주요 스탭에게 영화만큼 흥미진진한 제작기를 들었다.
사실변신(事實變身)
모로코 에사우이라를 1990년 소말리아
7명의 주요 스탭이 말하는 '모가디슈' 촬영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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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듣는 예술이다. 하지만 때로 음악은 춤을 위해 만들어지고, 공간을 채우는 진동과 함께 경험되기도 한다. 음악영화는 음악에 대해 말하기 위해 영화라는 매체를 활용하지만, 영화음악은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수단으로 음악을 끌어들인다. 음악이 만들어진 과정을 전달하거나 음악을 이해하는 법을 제시하는 책 다섯권을 골랐다.
스코어 오리지널 인터뷰집
맷 슈레이더 지음 | 백지선 옮김 | 컴인 펴냄
“20세기의 위대한 작곡가들이 모두 영화음악을 만든 건 아닙니다. 영화음악은 연주 음악과 다릅니다. 작곡가로서의 자존심은 잠시 접어둬야 합니다. 영화음악 작곡가는 영화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하고 음악 외적인 부분을 고려할 줄 알아야 해요. 극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하죠.” (랜디 뉴먼)
영화음악에 대한 다큐멘터리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을 연출한 맷 슈레이더 감독이 영화에 다 못 담은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영화음악의 변화가 시각 기술의 변화와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음악을 이해하는 다섯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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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분석 알고리즘이 날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가장 강력한 큐레이션은 우리가 ‘좋아하는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다. “요즘 뭐 보세요 혹은 뭐 들으세요?”라고 기꺼이 물어보고 싶은 배우와 감독에게 이 계절이면 찾게 되는 영화와 노래를 추천받았다. 여름을 닮은 생기와 변화무쌍함을 지닌 10명의 배우(김고은, 이제훈, 김다미, 안재홍, 이주영, 변요한, 정수정, 최우식, 방민아, 박규영), 열대야에도 시나리오를 작업 중인 7인의 감독(정윤철, 김보라, 이상근, 김성호, 이환, 김의석, 윤단비)으로부터 수집한 그들 각자의 형형한 취향을 만끽해보시길.
<음악 추천>
배우 김다미
<Room Temperature> 페이 웹스터
“여름이 잔잔하게 다가온 듯한, 설레는 느낌이 든다.”
<Pop Therapy> 비디오 에이지
“레트로한 느낌이 어릴 적 풋풋한 시절의 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Mystery of Love> 수프얀
'씨네21'이 만난 감독 · 배우 17인의 여름 음악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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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분석 알고리즘이 날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가장 강력한 큐레이션은 우리가 ‘좋아하는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다. “요즘 뭐 보세요 혹은 뭐 들으세요?”라고 기꺼이 물어보고 싶은 배우와 감독에게 이 계절이면 찾게 되는 영화와 노래를 추천받았다. 여름을 닮은 생기와 변화무쌍함을 지닌 10명의 배우(김고은, 이제훈, 김다미, 안재홍, 이주영, 변요한, 정수정, 최우식, 방민아, 박규영), 열대야에도 시나리오를 작업 중인 7인의 감독(정윤철, 김보라, 이상근, 김성호, 이환, 김의석, 윤단비)으로부터 수집한 그들 각자의 형형한 취향을 만끽해보시길.
<영화 추천>
배우 김고은
<헤드윅>(2001) 감독 존 캐머런 미첼
“시원하고 황홀한 경지의 록 음악을 즐기며 한편으로 자신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
<스타 이즈 본>(2018) 감독 브래들리 쿠퍼
“공연장에 온 듯 생생한 음악과 따뜻한 위로로 지친 마음을 달래줄 힐링 영화
'씨네21'이 만난 감독 · 배우 17인의 여름 영화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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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폭염과 기약 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겹친 2021년의 여름을 보내기가 어느 때보다도 힘겹다. 여름 블록버스터의 계절이 돌아왔음을 반기며 극장가를 강타하는 흥행 대작을 소개하기 바빴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무엇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여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에 독자 여러분들의 취향을 미끼 삼아 올여름을 더욱 시원하게 보낼 음악영화 8편을 엄선했다. 개봉한 지 40여년이 흐른 뮤지컬영화에서부터 8월 말 극장 개봉을 기다리는 신작까지 장르와 국적을 불문하고 다양하게 선정했다. OTT 플랫폼이란 망망대해에 드리워진 낚싯대의 심정으로 여러분을 기다리는 영화들이다.
#음악이 촉감이 될 때
<코다>(2021)
감독 션 헤이더 출연 에밀리아 존스, 말리 매트린, 트로이 코처, 퍼디아 월시 필로, 에우헤니오 데르베스, 다니엘 듀런트
가족 구성원 중 유일하게 청인인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s),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
‘씨네리’의 취향저격 여름 음악영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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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영화는 모닥불이 만든 그림자였을 것이다. 흔들리는 불과 그 불이 만드는 흔들리는 그림자는 인류 최초의 동영상이 되었다. 선사시대 사람들은 그 그림자를 보면서 이야기를 상상했을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더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그림을 그려서 이야기를 설명했다.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곳은 흙으로 된 땅바닥이었다. 그런데 비가 오면 땅에 그려놓은 그림이 지워지는 문제가 있었다. 당시에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인공적으로 불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은 횃불로 어디든 밝힐 수 있었다. 동굴은 자연이 만든 실내공간이지만 햇볕이 안 들고 어두워서 음파로 공간을 파악하는 박쥐 외에는 사용하는 동물이 없었다. 박쥐 외에 최초로 인간은 횃불을 이용해서 동굴을 밝히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동굴의 벽과 천장에 그림을 그리면 비가 와도 그림이 지워지지 않고 유지되었고 사람들은 횃불을 들고 와서 그림을 볼 수 있었다.
횃불을 비추며 걸어 들어가면서 보는
메타버스와 영화 속 공간, '트론' '매트릭스' '레디 플레이어 원'을 중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