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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는 현대 일본영화를 장기간 대표해온 이른바 ‘4K 클럽’(고레에다 히로카즈, 가와세 나오미, 구로사와 기요시, 기타노 다케시)에 이어 2010년대 중반부터 세계 평단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은 새로운 이름이다. 신작 <드라이브 마이 카>가 얻은 압도적 호평과 봉준호 감독의 찬사를 계기로 국내에 그의 전작들이 한꺼번에 소개되며 뒤늦게 맞춰진 퍼즐은, 이론이 정연하면 서도 그 이론과 영화적 실천을 실시간으로 일치시켜가는 침착한 작가의 초상을 가리키고 있다. 이를테면 <우연과 상상>은 <드 라이브 마이 카>의 각색을 허락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만든 옴니버스인데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핵심이될 세 요소- 자동차, 섹스, 역할 놀이- 의 에튀드이자 하마구치 영화 세계의 친절한 입구이기도 하다.
‘존 카사베티스의 시간과 공간’이라는 제목의 학부 졸업논문을 쓰고 촬영 현장으로 갔던 하마구치 류스케는 구로사와 기요시가
'드라이브 마이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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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영화계의 가장 앞자리에 선 감독은 누가 뭐라 해도 하마구치 류스케다. 세계는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지각변동을 주목한다. 조짐은 진즉부터 있었다. 대학원 수료 작품인 <열정>이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후 한일 공동 제작의 <심도>, 동일본대지진에 관한 다큐멘터리 <파도의 소리>, 하마구치의 시간을 연 <해피 아워>까지 신작이 나올 때마다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첫 상업영화인 <아사코>가 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고, 각본을 맡은 <스파이의 아내>가 7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했을 때만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2021년은 그야말로 하마구치 류스케의 한해였다. 2021년 3월 <우연과 상상>으로 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같은 해 7월 <드라이브 마이 카>로 74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일본영화계의 젊은 거장으로 우뚝 섰다. 세계
'드라이브 마이 카'와 하마구치 류스케 작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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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씨네21> 한국영화 베스트 설문 결과에는 몇 가지 눈에 띄는 점들이 있었다. 홍상수 감독의 <당신얼굴 앞에서>와 <인트로덕션>이 각각 1, 2위에 올랐고 5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상업영화는 <모가디슈>가 유일하다는 점이 특히 그러했다. 이에 ‘올해의 영화 결산’ 기획 기사에 참여한 송경원, 임수연, 김소미, 조현나, 남선우 기자가 모여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한국영화계의 변화와 흐름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홍상수 감독과 독립영화, 상업영화의 부진, 극장의 존재 의미,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이 한국영화계에 미친 영향 등 네개의 질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답과 고민이 오갔다.
질문1.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또다시 ‘한국영화 베스트 1위’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의 뒤를 이을 시네아스트는 없는 것인가.
송경원 올해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두편이 한국영화 리스트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두편이 개봉된 해에 두편이 다
BEST Of 2021: 송경원, 임수연, 김소미, 조현나, 남선우 기자의 올해의 한국영화 결산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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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올해 해외영화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을 불러모았다. 오히려 과거에 비해 좀더 다채로운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접촉면이 넓어진 부분도 있다. 올해 1위를 차지한 <퍼스트 카우>는 북미보다 상당히 뒤늦게 개봉되었지만 오래 기다린 만큼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는 반응이다. 특히 극장이란 공간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슬로 시네마적인 특성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2위 <스파이의 아내>도 유사한 맥락이다. 구로사와 기요시 특유의 서스펜스 위에 한계까지 높인 화면의 밀도가 우아하게 관객을 잠식했다는 평이다. 3위의 <그린 나이트>는 스크린의 자리가 점차 희미해져가는 시대에 시네마의 지표와 같은 장면들을 제공한다. 그야말로 극장의 존재 가치를 다시금 환기시킨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4위 <피닉스> 역시 최근 극장가의 분위기를 반영하는데, 작품이 좋다면 제작 시기와 무관하게 극장에 걸린다는 점에서 일말의 가능성을 제공했다. 5위 &l
BEST OF 2021: 올해의 해외영화 총평, 6위부터 10위까지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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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퍼스트 카우>
“역사의 모래 속에 묻힌 사람의 자리를 발굴하는 서부극”(김소희)인 <퍼스트 카우>는 “뉴 웨스턴의 최전선에서, 미국사의 한 페이지를 다시 쓴 기념비적인 작품”(남선우)이다. 2019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국내에 공개되기 전부터 비평적 찬사가 이어졌고 마침내 도착하여 예정된 경탄을 안긴다. <퍼스트 카우>는 두 가지 측면에서 지지를 받았다. 첫 번째는 영화가 품고 있는 온기, 인간과 우정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애정 가득한 무심함이라는 형용모순이 켈리 라이카트의 세계에서는 실제로 벌어진다”(김성찬), “우정과 존중, 집안일과 빵 굽기, 말없는 소와 잠든 친구에게 건네는 몇 마디 말로도 역사가 생성된다”(김소미), “소박하지만 삶에 꼭 필요한 것들, 이를테면 우연히 맺은 우정과 기름진 빵을 주재료로 삼아 아메리칸드림의 자본주의를 해부하는 솜씨가 섬세하기 그지없다. 어떤 뼈아픈 진실을 드러내건 간에 켈리 라이카트는 늘 영화에 인
BEST OF 2021: 해외영화 BES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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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여자배우
문소리 <세자매>
“문소리가 연기를 굉장히 잘한다는 말을 굳이 또 해야 할까, 떡볶이는 맛있다 같은 것인데.”(임수연) 그렇긴 하지만 또 하긴 해야겠다. 언젠가부터 존재 자체로 스크린에 핍진성을 더하는 독보적인 미장센이 된 배우, 문소리에게 연기에 대한 찬사는 그리 새롭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기구한 세 자매 중 그나마 번듯이 사는 둘째로 분해 김선영과 장윤주 사이에서 앙상블의 기둥을 받치고, 카메라 밖에서는 현장의 큰언니를 자처한 문소리가 남긴 <세자매>의 성취는 올해 다시금 호명되어야 마땅하다. 가히 “냉철히 끓어오르다 열렬히 삭혀버리는 연기의 마스터”(남선우)라 할 만하다. 게다가 문소리는 <세자매>로 올해의 제작자 투표에서도 2위를 기록하면서 “문소리가 감응하는 시나리오, 지금의 그가 존재하기를 선택한 자리들”(임수연)에 한국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증명했다. <리틀 포레스트> <배심원들&g
BEST OF 2021: 올해의 여자배우, 남자배우, 감독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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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사라졌다. 이렇게 심경 고백을 해도 좋을 만큼 2021년 한국영화의 풍경은 쓸쓸하다. 단지 물리적으로 개봉 편수가 줄어든 것뿐만이 아니다. 극장으로 관객을 모아줄 상업영화들은 여러 이유로 개봉을 연기했고, 눈에 띄는 신작도 없었다. 베스트10선에 대중상업영화가 <모가디슈> 한편밖에 없다는 점이 한국영화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홍상수 감독은 시류에 상관없이 꾸준히 존재 증명을 해나가고 있다. 올해의 영화 1, 2위에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나란히 꼽힌 건 홍상수 감독에게 비약적인 변화가 찾아와서가 아니다. 차라리 홍상수를 제외한 나머지 영화들이 후퇴했기 때문이라 보는 편이 타당하다. 그런 점에서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가 3위에 꼽힌 건 고무적이다. 한국영화에서 쉽게 시도하기 힘든 로케이션 등 외적인 요소도 충분하지만 감독 류승완의 원숙미와 절제가 돋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적대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킨 점 역시 미덥다. 4위를 차지한
BEST OF 2021: 올해의 한국영화 총평, 6위부터 10위까지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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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당신얼굴 앞에서>
홍상수 감독은 올해 두편의 영화를 극장에 걸었고, 나란히 1, 2위에 뽑혔다. 왜 또 홍상수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은 간단하다. 홍상수이기 때문에 뽑힌 게 아니다. 좋은 영화 두편을 뽑고 보니 그저 홍상수 감독의 영화였을 뿐이다. 영화산업이 급격한 변화와 부침을 겪고 있는 와중에 오직 홍상수만이 초연하게 자신의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홍상수는 자신만의 길과 시간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뚜벅뚜벅 나아가는 중이다. 아니, 정확히는 현재를 산다. 그는 한번도 비슷한 영화를 만든 적이 없다. 홍상수의 영화는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 대한 반응이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이후 그의 영화 언저리에 죽음에 대한 실루엣이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근작인 <당신얼굴 앞에서>에서 홍상수는 또 한 차례 자신의 현재를 증명했다. <당신얼굴 앞에서>는 “유쾌하고 우울하며, 기이
BEST OF 2021: 한국영화 BES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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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변했고, 이제 바뀐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단계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영화의 역사, 거대한 분기점 위에 서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가운데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 영상 콘텐츠는 빠르게 바뀌는 중이다. 단순히 위기라는 말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차라리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떤 방향으로도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의 시대가 열렸다고 보는 편이 적절할 것이다. 변화의 파도가 거셀수록 근본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의 영화를 정리해보는 건 그런 의미에서 필수적인 작업이다. 이것은 순위를 정하는 게임이 아니다. 미처 다루지 못한 영화를 발굴하는 만남의 장이자 영화를 향한 애정 고백이며, 앞으로 나아갈 바를 미리 짐작해보는 점검의 시간이다. 2021년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영화에는 31명의 평론가와 기자들이 소중한 의견을 보내주었다. 설문에 응해준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전한다.
변화의 흐름에
BEST OF 2021: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영화,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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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Mermaid>
정새별(26)
부산 남천동에서 50년 가까이 물질하며 살아온 해녀의 삶을 그려낸 작품. 부산이 고향인 정새별 감독은 “한국의 나이 든 여성을 다루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며 “세상과 환경이 변해도 끝까지 자신의 삶을 지켜가는 해녀의 모습을 통해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 같은 나이듦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Waves>
정태회(29)
사고 때문에 한동안 몸이 불편했던 김옥순 할머니가 수영장에 나가 아쿠아로빅을 하면서 건강한 삶을 되찾아가는 이야기. 정태회 감독은 “건강을 잠깐 잃었지만 수영장에서 삶의 물결을 다시 만들어내고 에너지를 불어넣는 할머니의 사연을 통해 이런저런 굴곡이 있는 삶에도 불구하고 어떤 태도로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연출 소감을 말했다.
<Jordie: Challenging America’s Fashion Industry>
세르게이 하르토노(3
CNN 필름 스쿨 장학 프로그램 참가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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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들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코로나19도 막을 수 없다. 지난 12월10일 온라인에서 열린 CNN 필름 스쿨의 ‘제네시스 영화 장학생 프로그램’ 상영회에서 한국과 미국의 대학생 4명이 만든 단편다큐멘터리가 공개됐다. CNN 필름 스쿨은 CNN 인터내셔널 커머셜(CNNIC)이 제네시스와 함께 글로벌 차세대 영상 제작자를 양성하기 위해 올해 초 론칭한 프로그램이다. 이번 장학 프로그램에 선발된 학생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재학 중인 정새별(<City Mermaid>), 정태회(<Waves>), 뉴욕대학교의 세르게이 하르토노(<Jordie: Challenging America’s Fashion Industry>), UC버클리대학교의 스카일러 글로버()다. 각각 1만5천달러의 장학금과 CNN 필름 스쿨의 전문적인 멘토링과 지도 아래 제작한 단편다큐멘터리는 국적도, 소재도, 형식도 제각각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다양성과 공동체 연대의 가치를
CNN 필름 스쿨 장학 프로그램 참여한 한국과 미국의 젊은 감독 4인 대담: 정새별, 정태회, 세르게이 하르토노, 스카일러 글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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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가 한국영화에 어떤 식으로 기여했다고 보나.
= 각 지역에 영화촬영스튜디오가 생기는 데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부산에 스튜디오가 생긴 이후 전주, 대전 등에도 스튜디오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부산이 지역 거점 스튜디오들의 시금석이 되지 않았나 싶다.
- 초창기엔 어떻게 영화인들과 신뢰를 쌓아 촬영을 유치했나.
= 우리가 지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을 지원했다. 지금은 없어진 사업이지만 과거엔 세트 철거 후 생기는 부산물들을 우리가 폐기했다. 스튜디오 대여료를 고정가로 받지 않고 다양하게 할인 정책을 시행했다. 운영자가 아니라 사용자의 입장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 했다.
- 시설의 확장 및 보강에 대한 계획은.
= 당장은 구체적 계획이 수립되어 있지 않지만, 영화진흥위원회가 기장에 준비 중인 촬영소가 완공되면 부산의 영화 촬영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2030년 가덕 신공항이 생기면 부산이 글로벌 촬영지가 되는 것도 꿈꿔볼 수 있지
김윤재 부산영상위원회 스튜디오운영팀장 "운영자가 아니라 사용자의 입장에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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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6일,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선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총감독을 맡고 서성원 감독이 연출과 공동집필한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최종병기 앨리스>의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스탭들의 분주한 발걸음을 쫓아 촬영 중인 A스튜디오를 기웃거렸더니 마침 밥때. 허기를 자극하는 밥 냄새를 따라 걸음을 옮기니 스탭들이 식당에서 ‘영일만 밥차’ 사장님의 손맛과 인심으로 두둑하게 배를 채우는 중이었다. 식사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같은 1층에 위치한 B스튜디오에 들어섰더니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감독 박인제·출연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의 세트 제작이 한창이었다. <무빙>은 내년 2월까지 이곳에 진을 칠 계획이라고 하는데, 이날은 목재 냄새와 간간이 들려오는 스탭들의 노동요 소리가 널찍한 스튜디오를 채웠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곳곳에 사람들의 숨소리, 발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곧 오늘도 한국영화·영상 제작 현장이
개관 20주년 맞은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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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U 역사상 최초의 10대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은 그의 정체와 실명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극히 드문, 익명성이 유일하게 보장된 히어로이기도 했다. 그런데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결말에서 미스테리오에 의해 그의 실명이 만천하에 공개된다. 원작 코믹스에서도 스파이더맨의 신분 공개는 아주 중대한 사건이었다. 영화와 달리 피터 파커라는 실명 공개는 자의에 의해서 이뤄졌다. 그것은 ‘시빌 워’라는 이벤트를 통해서였다. 아이언맨이 미국 정부와 함께 ‘초인등록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대중과 동료 히어로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기자회견장 앞에서 스파이더맨의 신분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었다. 이는 피터 파커의 인생을 뒤흔드는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되고 만다. 피터는 법안 반대 진영인 캡틴 아메리카쪽에 합류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노선을 번복했고 도망자 신세가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범죄자 킹핀에게 메이 큰엄마가 살해당한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망자의 손’의 도움을 받아보려 하지만 실패하고, 피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영향을 준 원작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