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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 공간이 근사해요. 술과 향초가 많네요.
= 처음 들어왔을 때 어떤 냄새가 나는지에 따라 공간에 대한 인상이 달라지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많이 가져다 놨어요. 술 냄새를 빼는 정화용이기도 하고. (웃음)
- 위스키 병이 쌓여 있어요. 글 쓰는 데 좋은 파트너인가요.
= 글렌모렌지 시그넷에 푹 빠져 있는데요. 초콜릿 향이 나서 안주 없이 훌훌 마시기 좋아요. 제가 의지력이 떨어지는 편이라 ‘때려치우고 술이나 한잔해’, ‘차라리 자고 다음날 리셋해서 다시 생각해’ 싶을 때 마시곤 하죠.
- 포스트잇에 쓴 메모가 어마어마하게 붙어 있습니다.
= “주저앉았지만 아직은 링 위다.” 최근 본 미국 드라마 <털사 킹>에서 실베스터 스탤론이 70대 마피아를 연기하며 한 대사죠. 전 늘 확신 없이 글을 쓰고 다음 걸 또 쓸 수 있을지 의심하는 사람인데, 그 장면이 참 좋더라고요. 그리고 여기, ‘희망을 위해 필요한 것은 확실성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그리고 모든 역사는 우리에게
[인터뷰] ‘너를 닮은 사람’ 유보라 작가, “시청자들은 사적 복수에 대한 열망이 커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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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적도, 여자의 편도 여자다. 고현정(희주 역)과 신현빈(해원 역)이 팽팽히 맞서는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과 김향기와 김새론이 서로를 지탱하는 영화 <눈길>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인물에게 가닿는 시선을 보면 참 다정한 작가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여성에게, 그리고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계에 각별한 애정을 지닌 유보라 작가는 언젠가 꼭 일제강점기에 여성 독립운동가로 우뚝 서는 한 소녀의 여정을 쓰고 말 작정이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그외에도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외상 후 증후군을 그린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희생하고 대속하는 여성을 내세운 매운맛의 복수극 <비밀>을 썼고, 장편 데뷔 전엔 <드라마 스페셜-연우의 여름>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담은 단막극의 귀재로 불렸던 유보라 작가의 작업실을 3월3일 찾았다.
문을 열자 유기묘 출신 반려묘 보리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
‘너를 닮은 사람’ ‘눈길’ 유보라 작가 [22 WRITERS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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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고 나갈 거야. 여기서 저기로”
박해영 작가는 SBS <LA 아리랑> 보조 작가로 시작해 청춘 시트콤 <행진> <골뱅이> <달려라, 울엄마> <올드미스 다이어리> <청담동 살아요>까지 오랫동안 시트콤을 썼다. 시작할 때 애를 먹었다. “남이 재미있을 만한 걸 가늠하고 웃을 만한 걸 찾아 써야 하는데” 그게 재미가 없었다. “메인 작가님을 찾아가 말씀드렸어요. 사람들이 웃어도 나는 재미가 없다고요. 그때 작가님이 해주신 말씀이 ‘글은 억지로 쓰지 못한다. 그러니까 네가 재미있는 걸 끝까지 파라. 그러다 보면 네 것을 재미있어 하는 감독이 나타날 수 있다. 그 감독 만나면 그때부터 작가 인생 풀리는 거다.’ 그렇게 계속할 수 있게 판을 만들어주셨어요. 감사한 조언이었지요. 만약 ‘극은 이런 거야. 이렇게 써야 하는 거야, 저렇게 하면 재미있대’ 이렇게 말씀하셨으면 오래 못 갔을 것 같아요.”
- 그렇게 10년을 파
[인터뷰]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작가, "내가 쓴 걸 누군가 연기하는 걸 본 경험은 완전히 다른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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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 속에서 캐릭터를 선명하게 만드는 여러 에피소드는 어떻게 정리해나가나요.
= 한 작가님과 대화하면서 생각하게 됐는데, 그 작가님은 매화를 중요한 사건으로 끊는다고 하더라고요. 1부 엔딩, 주인공 빠져나간다. 2부 엔딩, 교도소에 간다. 이런 식으로요. 반면에 저는 매화를 감정으로 끊어요. 그러니까 마음이 간다. 요동친다. 참는다. 그다음에 거기 들어갈 수 있는 에피소드를 만져보는 식이죠. ‘추앙해요’의 경우 대사가 먼저였는지 관계가 먼저였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아요. 아마도 이 지점에서 우리가 출렁여야 한다. 2부 엔딩은 감정적으로 모두 흔들려야 한다, 라고 잡아놨으면 ‘추앙’이 떠올랐을 때 ‘이건 2부다’ 이렇게 가는 식으로요. 에피소드를 떠올릴 때도 사건보다는 어떤 감정이 일어나야 할까, 이런 쪽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박해영 작가는 이 대목을 설명하면서 회차마다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황을 손으로 그려 보였다. 감정의 궤적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의 아
[인터뷰] ‘나의 아저씨’ 박해영 작가, “배우가 꽃을 피우기에 그 꽃의 자양분을 대자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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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꽃을 피운다, 그 꽃의 자양분을 대자
<나의 해방일지>가 끝나고 박해영 작가는 “썼다가 엎고 생각나는 대로 끼적였다 버렸다 하며”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보는 눈이 없으면 딴짓하는 편”이라 동네 카페 서너 군데를 돈다고 했다. “아침 9시 이전에 나가서 밤 10시까지 앉아 있다 들어오려고 해요. 진짜 일해야 하는 때가 오면 스터디 카페에 종일 앉아 있어요. 사람이 있으면 눈치가 보여서 뭐라도 하거든요.”
<나의 해방일지> 속 미정이 퇴근 후 카페에 앉아 일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당신과 함께 여기 앉아서 일한다고 생각하면 이런 그지 같은 일도 아름다운 일이 돼요. 견딜 만한 일이 돼요. 연기하는 거예요. 사랑받는 여자인 척. 부족한 게 하나도 없는 척.” 지금의 처지를 견디게 하는 상상, 누구나 해봄직한 상상. 카페에서 글을 쓰며 떠올린 것이냐고 묻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땐 제가 아마 염미정이었을 거예요.”
“마음에 걸리는 게 없으면 뭘
[인터뷰] ‘나의 아저씨’ 박해영 작가, “감정의 근원을 찾아가는 작업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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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진짜다’ 싶은 표정으로 말하는 인물, 살아 있는 인물
- <나의 해방일지>의 단초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였나요.
= <나의 아저씨>를 끝내고 다음엔 뭐할까, 그 생각을 몇 개월 했어요. 처음부터 목표나 골조를 정확하게 잡고 시작하진 않습니다. 바라는 정서 정도만 있었어요. 가벼웠으면 좋겠다. 해맑았으면 좋겠다. 깔깔거렸으면 좋겠다. 그러다 어느 순간 경기도민 얘기를 해야겠다. 밭일도 했으면 좋겠고 땀을 흘렸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왜 젊은이들 얘기를 도시에서만 할까. 우리가 <섹스 앤 더 시티> 세대잖아요. 30대가 되면 아무렇지 않게 다들 <섹스 앤 더 시티>를 찍을 줄 알았는데 집도 없고 시티에 살지도 않고. 출퇴근하면 아프고. 내 인생 내가 주도적으로 살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잖아요. 그런데 그게 실패 같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서사라는 건 기본적으로 어떤 설정이 필요해요. 누가 어떤 처지에 있는지, 문제를 어
[인터뷰] 박해영 작가가 말하는 ‘나의 해방일지’가 시작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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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되면 후계동 ‘정희네’가 떠오르고 여름 되면 삼남매가 퇴근하고 걷던 산포시 논길이 떠오른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나의 해방일지> 속 어떤 장면들이 내 기억처럼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누군가 그 드라마의 줄거리를 묻는다면 “후계동 사람들 이야기” 혹은 “경기도 산포시에 사는 세 남매 이야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만 만약 박동훈(이선균)이 어떤 캐릭터였는지, 염미정(김지원)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묻는다면 내가 잘 아는 사람처럼 소개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박해영 작가는 그런 드라마를 쓴다. 해방, 추앙이라는 말로 일상을 견디는 사람들의 마음 깊숙한 곳을 흔든다. 내성적이고 의욕이 없는, 내가 숨기고 싶은 일면을 정면에 드러낸 캐릭터를 만든다. “교육원 강의를 할 때 학생들이 ‘어떻게 쓰느냐’고 물어봐요. 그럼 제가 반문하죠. ‘재미있었지?’ 재미있었대요. ‘네가 그게 재미있다고 느끼는 건 그 요소가 네 안에도 있는 거야. 그러니까 네 속에 있는 걸 보여
‘나의 해방일지’ ‘나의 아저씨’ 박해영 작가 [22 WRITERS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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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는 더이상 해결이 안 난다
<김과장> 때는 “힘들어도 사람답게 살면서 버티자”였다면 <열혈사제> 때는 “왜 여러분은 성당에 와서만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어요? 자신들이 잘못한 사람들한테 가서 용서부터 받고 오세요”라며 강한 어조로 세상을 질타합니다. 급기야 <빈센조>에서는 “악마가 악마를 괴롭힌다”는 기조로 타락한 것들을 향해 칼날을 들이밀어요. 주인공의 행동이 통쾌할수록 점점 비관적으로 보이는 건 착각일까요.
= 결국 글은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대한 화답입니다. 세상이 점점 나빠지고 있으니 내 리액션도 거기에 맞춰서 커진 거죠. <김과장> 때는 그래도 일말의 낙관이 있었다면 <빈센조>를 쓸 때 즈음엔 회의적이랄까, 비관론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 됐어요. 계기를 고백한다면 노회찬 의원(전 정의당 국회의원)이 돌아가셨을 때 크게 바뀐 것 같아요. 마피아라는 일종의 장르적 판타지를 택한 건 도저히 해결될 수 없는 상황에
[인터뷰] ‘빈센조’ 박재범 작가, “다음 차기작은 2058년 배경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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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과장>을 기점으로 독특하고 참신한 도전에서 공감의 영역으로 무게추가 옮겨간 걸로 보입니다.
= 맞습니다. <블러드>까지는 메디컬 의학, 미스터리에 기반을 둔 구도였는데 <김과장>부터 코미디가 강해지고 웃음에 많은 공을 들였죠. <블러드>가 끝나고 온갖 병이 다 몰려왔어요. 10년치 스트레스에 몸이 무너진 시기였죠. 수술하고 병원에서 2주 정도 쉬면서 할 일이 없어서 대한민국 예능이란 예능은 다 봤어요. 지금도 글을 쓸 땐 보든 안 보든 항상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습니다. 요즘엔 <피지컬: 100>이 재미있더라고요. 아무튼 그때 확장성, 그러니까 대중적인 이야기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한번은 쉬면서 군산으로 여행을 갔는데, 거기서 우연히 수다를 떠는 두 아저씨를 만났어요. 한쪽이 다른 쪽에 채용을 부탁한 상황처럼 보였는데, 나중에 성의 표시를 안 해서 섭섭하다는 말을 나누고 있었죠. “김 과장, 사람 그러는 거 아니
[인터뷰] ‘김과장’ 박재범 작가,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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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부전공하면서 연극 활동을 하셨습니다. 어떻게 작가의 길로 접어든 건가요.
= 중학생 때부터 영화 연출이 꿈이었습니다. 대학에 가서도 포기 못하고 부전공으로 연극영화과를 선택했는데, 막상 가서는 연극에 더 빠져들었죠. 연출, 극작, 시나리오 공부를 하긴 했지만 당시엔 연극을 더 많이 했을 정도였어요. 다만 연기라는 게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재능의 영역이 확실한 분야잖아요. 한창 즐겁게 하긴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결국 돌아갈 집은 영화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2000년 영화 <씨어터> 각본을 쓴 이후 영화 연출을 준비했는데 몇 차례 무산되고 나니 시간이 금방 갔어요. 뭐라도 해야만 했죠. KBS 극본 공모에 응모했는데 5명 뽑을 때 6등을 했어요. 보통은 그냥 넘어갈 기회였는데 아쉽다고 따로 연락이 와서 6개월 인턴을 할 수 있었어요. 그게 첫걸음이었고, 2002년 <드라마시티>에서 단막극으로 시작했어요.
- 2002년 <
[인터뷰] ‘빈센조’ 박재범 작가 “장르는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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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의미는 마치 다른 방향으로 뛰어가는 두 마리 토끼 같아서 동시에 잡기 힘들다고들 한다. 하지만 어쩌면 이 또한 우리가 만들어낸 양자택일의 고정관념 중 하나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박재범 작가의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짐작은 이내 확신으로 변모한다. 잔혹한 이탈리아 마피아가 국내 재벌과 법조계의 부정한 카르텔을 박살내는 <빈센조>는 묘한 배덕감과 충격, 그리고 즐거움을 안긴다. 악으로 악을 벌하는 이야기 자체는 새로울 건 없지만 <빈센조>가 색다른 건 그 저변에 깔린 끈덕진 유머에 있다. <빈센조>는 절차와 시스템 바깥에 있는 부도덕한 자들을 더 큰 폭력으로 일망타진한다. 시원한 대리 만족의 즐거움만큼이나 이 작품을 지탱하는 건 소나기처럼 퍼붓는 웃음 코드들이다. 때로는 화려한 몸으로, 때로는 촌철살인의 대사로, 대체로는 기상천외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난장판으로 웃음을 안기는 <빈센조>는 마치 버라이어티 쇼처럼 신이 난다.
‘빈센조’ ‘신의 퀴즈’ 박재범 작가 [22 WRITERS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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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작은 초국적 첩보액션물
이들에게 이야기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자 “전부”(B)다. B는 어릴 때부터 뭐든 이야기로 풀어내는 걸 좋아했다. “학교에서 수행평가를 할 때 논설문 같은 것 쓰라고 하잖아요. 저는 그때도 이야기를 썼어요. 어떤 이야기를 통해서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으로요.”
A는 고등학생 때 영화의 매력을 알았다. “한 장면에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잖아요. 음악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표현되는 것들에 (소설보다) 더 매력을 느끼면서 이런 장면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현실에 없는 걸 보는 일, 일어날 법하지만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을 볼 수 있잖아요. 이야기는 결국 상상을 통해 발전시키면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일이고, 그런 점이 재밌던 것 같아요.”
틈틈이 메모하는 것도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단 이미 영화나 드라마에 나온 대사를 메모해두진 않는다. “이미 한번 쓰인 거니까요. 대신 실생활에서 들리는 말, 지인들과 대화하거
[인터뷰] ‘구경이’ 성초이 작가가 요즘 꽂혀있다는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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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핑퐁 게임
<구경이>의 극본을 쓴 ‘성초이’를 만나고 싶던 건 이런 반짝이는 이야기의 탄생 배경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성초이를 2월15일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만났다. 성초이는 한 작가의 이름이 아니라 “내가 보고 싶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글을 쓰고 있는 작가팀”이다. (두 사람의 답변은 성초이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정리하되, 각자의 답변을 나눌 필요가 있을 때만 ‘A’와 ‘B’로 임의로 적는다.) 각자 영화 작업을 해오던 이들이 드라마 작업을 함께하기 위해 만든 또 하나의 정체성이다. “드라마를 쓸 때는 같이 합의할 수 있는 그림을 찾아보자는 맥락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나란히 적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정체성으로 만들고자 했어요.”
<구경이> 아이디어를 처음 주고받은 건 2017년께다. “그 시기에 영화 하던 사람들이 드라마쪽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시작됐거든요. (각자 작업하다가) 짬 나는 시간에 드라마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고 한 게 시작이었어요.
[인터뷰] ‘구경이’ 를 하나의 정체성으로 함께 집필한 성초이의 독특한 작업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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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스러운데?”
기름진 머리, 목이 늘어난 티셔츠, 쓰레기가 잔뜩 쌓인 집, 그곳에서 퀭한 눈으로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다가 차가운 맥주가 온몸의 혈관 구석구석 퍼진 뒤에야 비로소 생기가 도는 40대 여성, 강력반 형사 출신이지만 남편의 죽음 이후 방에 틀어박힌 ‘게임 폐인’, 구경이.
탐정 구경이가 연쇄살인범 ‘케이’의 흔적을 쫓는 12부작 드라마 <구경이>는 시청자에게 여러모로 전례 없는 경험을 선사했다. 이를테면 배우 이영애(구경이 역)가 쓰레기장에서 족히 며칠은 지냈다가 나온 듯한 차림새로 극을 활보한다거나, 마음 시리게 하는 어머니 배역을 주로 해왔던 배우 김해숙(용 국장 역)이 용 문신을 하고 사냥용 엽총을 들고 다니는 60대 여성 보스 역할을 하는 것. 게다가 거침없는 연쇄살인범의 역할은 이보다 더 천진난만하고 해맑을 수 없는 미소를 띤 20대 여성 배우 김혜준(케이 역)이 너끈히 소화한다. 배우 곽선영(나제희 역)은 아이 양육을 아버지에게 맡겨두면서도 권
‘구경이’ 성초이 작가팀 [22 WRITERS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