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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만스>를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가장 개인적인 영화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파벨만스>는 스필버그의 개인사를 전면에 내세운 첫 작품이지만, 영화가 복기하는 그의 청소년기는 그가 천착해온 주제나 무의식, 궁극적으로 연출 철학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때문에 <파벨만스>는 스필버그 영화사를 다시 써내려가는 시작점이다. 영화는 유년기의 스필버그가 투영된 캐릭터, 새미(마테오 조리안)가 필름메이킹에 매혹됐던 최초의 순간부터 본격적인 경력을 시작하기 전까지를 다룬다. 부모의 이혼, 존 포드 감독과의 인연 등 이미 세간에 알려져 있는 스필버그에 대한 일화가 영화적으로 재배열되면서 <파벨만스>는 예술과 삶, 이미지가 진실을 포착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3월22일 국내 개봉예정인 <파벨만스>를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이야기를 정리해보았다.
이미지의 통제, 감정의 이해
1952년 뉴저지, 부모와 함께 극장을 찾은 새미는 세실
[기획]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전적 영화 '파벨만스'를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네 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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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4일,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 명단이 발표됐다. 매해 그렇듯 발표 결과를 두고 후보에 오른 작품과 오르지 못한 작품에 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와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각각 11개 부문, 9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사실이 보도되며 크게 주목받았다. 반면 <틸> <더 우먼 킹> <생토메르> 등의 흑인영화가 감독상, 작품상, 여우주연상 등의 후보에 오르지 못한 데 대해 <더 우먼 킹>의 지나 프린스바이스우드 감독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유력 후보였던 <헤어질 결심>과 <놉>이 어느 부문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 또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를 두고 미국 현지에서는 “아카데미가 박찬욱 감독을 무시한 결과”(<버라이어티>), “<헤어질 결심>을 무시하기로 한 아카데미의 결심은 범죄”(<매셔블>)와 같은 반응
[기획] 아카데미는 왜 ‘헤어질 결심’과 ‘놉’을 외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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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주연상 후보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제임스 프렌드,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 다리우스 콘쥐, <엘비스> 맨디 워커, <엠파이어 오브 라이트> 로저 디킨스, <TAR 타르> 플로리안 호프마이스터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제임스 프렌드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의 제임스 프렌드가 받을 것이다. 이변이 없는 한 국제장편영화상 수상이 유력시되는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또 하나의 트로피를 가져간다면 촬영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오스카 촬영상 수상작은 높은 확률로 프로덕션 디자인과 시각효과 부문에도 노미네이트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세 부문에 모두 노미네이트된 유일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오스카 레이스 초반 기세가 좋았던 <탑건: 매버릭>이 촬영상 후보 지명에 실패하면서 앞서 BAFTA와 영국촬영감독
[기획] '씨네21'의 선택 VS 아카데미의 선택: 촬영상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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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상 후보 <이니셰린의 밴시> 마틴 맥도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다니엘 콴·다니엘 쉐이너트, <파벨만스> 스티븐 스필버그 · 토니 쿠슈너, <TAR 타르> 토드 필드, <슬픔의 삼각형> 루벤 외스틀룬드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 <이니셰린의 밴시> 마틴 맥도나
<이니셰린의 밴시>의 마틴 맥도나가 받을 것이다. <이니셰린의 밴시>는 이미 골든글로브와 BAFTA 각본상을 수상했고, 지난 23년간 골든글로브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던 오리지널 시나리오 작품 12편 중 7편이 오스카 각본상을 받았다. 크리틱스 초이스를 비롯한 비평가협회에서 선전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다니엘 콴·다니엘 쉐이너트가 경쟁자로 지목되고 있지만, 특정 작품에 너무 많은 트로피가 쏠리는 것을 원치 않는 오스카 유권자들은 <이니셰린의 밴시>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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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씨네21'의 선택 VS 아카데미의 선택: 각본상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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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조연상 후보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앤절라 배싯, <더 웨일> 홍 차우, <이니셰린의 밴시> 케리 콘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제이미 리 커티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테파니 수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앤절라 배싯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앤절라 배싯이 받을 것이다. 골든글로브와 크리틱스 초이스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그는 지금 가장 유력한 오스카 후보다. BAFTA의 승자는 <이니셰린의 밴시>의 케리 콘던이었지만 영국 중심, 특히 백인 중심의 수상으로 꾸준히 구설에 오르는 시상식의 특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변수는 14년간 단 한번의 예외를 제외하고 수상 결과가 일치했던 SAG 여우조연상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제이미 리 커티스에게 돌아간 것일 텐데, 같은 영화에 출연한 스테파니 수
[기획] '씨네21'의 선택 VS 아카데미의 선택: 여우조연상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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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조연상 후보 <이니셰린의 밴시> 브렌던 글리슨, <더 브릿지>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파벨만스> 저드 허슈, <이니셰린의 밴시> 배리 키오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조너선 케 콴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조너선 케 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조너선 케 콴이 받을 것이다. 4대 메이저 시상식 중 <이니셰린의 밴시>의 배리 키오건이 수상한 BAFTA를 제외하고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SAG를 수상한 그는 이변이 없는 한 오스카에서도 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인디아나 존스: 미궁의 사원>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40년 가까이 할리우드에서 좋은 기회를 얻지 못해 스턴트맨으로 일했던 조너선 케 콴의 스토리는 시상식 시즌 내내 화제가 됐고, 오스카는 이 감동적인 그림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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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씨네21'의 선택 VS 아카데미의 선택: 남우조연상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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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주연상 후보 <엘비스> 오스틴 버틀러,<이니셰린의 밴시> 콜린 패럴, <더 웨일> 브렌던 프레이저, <애프터썬> 폴 메스칼, <리빙> 빌 나이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 <더 웨일> 브렌던 프레이저
<더 웨일>의 브렌던 프레이저가 받을 것이다. 골든글로브와 BAFTA는 <엘비스>의 오스틴 버틀러를 선택했지만, 크리틱스 초이스에 이어 아카데미 회원의 비율이 높은 SAG가 선택한 <더 웨일>의 브렌던 프레이저가 미세하게 우위에 있다. 주인공의 자기 혐오 심리를 자살에 가까운 폭식 행위로 시각화한 <더 웨일>은 배우가 감당했을 신체적·감정적 고통을 짐작하며 함께 감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스크린 바깥에서 발견한 사연이 영화 경험의 연장이 될 수 있다면 <미이라> 시리즈 이후 긴 침체기에 빠졌던 브렌던 프레이저의 재기는 적절한 예시가 될 수 있고, 축제는 이러한 주
[기획] '씨네21'의 선택 VS 아카데미의 선택: 남우주연상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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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주연상 후보 <TAR 타르> 케이트 블란쳇, <블론드> 아나 데 아르마스, <투 레슬리> 앤드리아 라이즈버러, <파벨만스> 미셸 윌리엄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양자경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양자경
양자경이냐, 케이트 블란쳇이냐. 오스카 연기상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4대 시상식(골든글로브, BAFTA, SAG, 크리틱스 초이스) 결과가 두 배우에게 양분되면서 오스카 여우주연상은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부문이 됐다. 케이트 블란쳇이 골든글로브와 BAFTA, 크리틱스 초이스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세 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는 듯했던 분위기는 SAG가 양자경의 손을 들어주면서 반전됐다. 더욱이 아카데미 회원의 인종 다양성을 강화하는 최근 흐름은 동양인 최초로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양자경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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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씨네21'의 선택 VS 아카데미의 선택: 여우주연상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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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상 후보 <이니셰린의 밴시> 마틴 맥도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다니엘 콴·다니엘 쉐이너트, <파벨만스> 스티븐 스필버그, <TAR 타르> 토드 필드, <슬픔의 삼각형> 루벤 외스틀룬드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다니엘 콴 · 다니엘 쉐이너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다니엘 콴·다니엘 쉐이너트가 받을 것이다. BAFTA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한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의 에드워드 버거는 오스카 노미네이트에 실패했고, 골든글로브가 선택한 <파벨만스>의 스티븐 스필버그는 다른 메이저 시상식에서 호명되지 못했기 때문에 수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무엇보다 오스카 감독상의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인 DGA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선택했고, 그동안 DGA와 오스카의 감독상은 89%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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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씨네21'의 선택 VS 아카데미의 선택: 감독상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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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상 후보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아바타: 물의 길> <이니셰린의 밴시> <엘비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파벨만스> <TAR 타르> <탑건: 매버릭> <슬픔의 삼각형> <위민 토킹>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받을 것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표를 행사할 회원들이 다수 소속된 미국감독조합상(DGA), 미국제작자조합상(PGA), 미국배우조합상(SAG)을 휩쓸면서 올해 오스카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 영화의 독주를 막을 유력 후보로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7개 부문 수상에 성공한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꼽힌다. 넷플릭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설득된 오스카 유권자들이 집에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인 만큼 깜짝 수상에
[기획] '씨네21'의 선택 VS 아카데미의 선택: 작품상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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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가 공개됐을 때 <헤어질 결심>과 <놉>이 어떤 부문에도 호명되지 못한 결과를 두고 국내외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오스카 전초전으로 불리는 유력 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선전한 두 영화가 아예 외면을 받은 것은 여전히 장르영화에 박한 오스카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반응이다. <헤어질 결심>과 <놉>의 후보 탈락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여전히 오스카는 영화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축제 중 하나다. 올해도 어김없이 <씨네21> 기자들이 지지하는 작품과 아카데미의 선택을 비교·예측하는 기사를 마련했다. <헤어질 결심>과 <놉>의 노미네이트 불발을 중심으로, 최근 다양성을 강화하는 과시적인 흐름에도 불구하고 오스카가 지닌 한계와 최근의 경향도 짚었다. 주요 후보작 중 <씨네21>이 다루지 않았거나 처음 소개하는 작품들도 있다. 3월22일 국내 개봉이 확정된 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 <파
[기획] 별들의 전쟁의 승자는? ‘씨네21’의 선택 VS 아카데미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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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10년 전 관람한 새뮤얼 D. 헌터의 연극에 기반한 <더 웨일>은 감독이 오랫도록 천착한 인간 구원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를 한정된 공간과 시간의 굴레 안에서 다룬다. 관객은 온라인으로 에세이를 가르치는 대학 강사인 주인공 찰리(브렌던 프레이저)가 간신히 거동할 뿐인 그의 집 안에 붙잡힌 채로, 간호사 리즈(홍 차우)에 따르면 “이대로라면 주말쯤엔 죽을 것이 뻔한” 남자의 일주일을 지켜본다. 주제와 형식의 조우 면에서 <더 웨일>에 대한 첫인상은, 과잉의 벌레스크로 치닫곤 했던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영화가 돌연 고전의 창연한 기색을 풍긴다는 사실에 흥미를 품게 한다.
반종교적 구원 서사의 재료들
찰리는 죽어간다. 혈압 234, 몸무게 272kg의 울혈성 심부전 환자인 그는 지난날의 사연 대신 우선 화면을 압도하는 온갖 증상들로 존재를 호소한다. 친구인 간호사 리즈가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것 외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집에서 그는 병원행을 거
[기획] ‘더 웨일’로 보는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세계, 그리고 배우 브렌던 프레이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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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애러노프스키의 5년 만의 신작이자 배우 브렌던 프레이저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이 점쳐지는 영화인 <더 웨일>은 처리되지 않는 슬픔의 양면에 관한 매우 적나라한 응시와 통찰을 보여준다. 과체중이 유발한 울혈성 심부전으로 죽어가면서도 끝내 폭식을 멈추지 않는 주인공은 허먼 멜빌의 <모비딕>으로부터 탄생한 누군가의 에세이 한편에 생의 마지막을 의지하려 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이것은 가족과의 뒤늦은 재회, 혹은 에세이로 대변되는 예술의 존재가 인간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하는 간편한 구원 서사가 아니다. 종교적 세계에 심취한 반종교적 작가이자 자기 파괴로부터 구원의 대안을 찾는 대런 애러노프스키 영화의 연장선에서 <더 웨일>을 읽는 한 가지 통로를 소개한다. <더 레슬러>(2008)의 미키 루크가 그랬듯, 영화의 세례를 받고 부활한 배우 브렌던 프레이저의 스토리도 담았다.
*이어지는 기사에 <더 웨일>로 보는 대런 애
[기획] 파괴와 구원이라는 슬픔의 양면, ‘더 웨일’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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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희 <헤어질 결심>에 대한 애정을 여러 번 고백해왔다. 유독 이 영화에 매혹된 이유가 무엇인가.
RM <마침내, 박찬욱>이라는 책과 <알쓸인잡>에서도 언급했지만, 8회차 관람까지 온 지금 이 영화가 왜 좋은지 정확한 언어로 형용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팬이나 마니아란 그런 것이니까. 그냥 내가 해준(박해일)이 되고, 서래가 되고, 안개가 되고, 망원경과 핸드폰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구구절절 나열해보자면 적당한 불편함, 매혹적인 미장센들, 배우들의 연기, 안개라는 테마, 강요되지 않는 모든 것들일 것이다.
류성희 평소 미술에 대한 애정을 많이 보여줬다. 수많은 좋은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본 아티스트로서, <헤어질 결심>의 미술이나 시각적 이미지들을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RM 세트의 느낌, 영상의 색(마치 가수의 보컬 음색 같다), 사랑과 죽음을 향해가는 방식들. 핸드폰의 시점…. 특히 서래와 해준의 집 색감이 너무 좋았다.
[인터뷰] 류성희 미술감독이 묻고 RM이 답하다 ‘Closer‘ × ‘헤어질 결심’ 컬래버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