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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락(오승훈)의 어머니를 죽음에 몰아넣고 그가 키우던 강아지마저 심각한 화상을 입힌 자. 브라이언은 서영락이 관객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도록 만든 유일한 촉매제이자 그 죗값을 그대로 대갚음받는 피심판자다. 이 말은 <독전>에서 브라이언은 영락의 질주를 위해 설계된 인물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배우 차승원은 브라이언에게 이전보다 더 능동적인 주체성을 부여하고 싶었다. 이 선생이 되고 싶지만 결코 될 수 없는 현실에의 집착. 들끓는 명예욕과 인정욕. 채워지지 않는 콤플렉스. 그는 브라이언을 설명할 상징적인 면면을 세분화하기 시작했고, 거기서부터 얼굴과 표정, 자세와 제스처를 함께 구체화했다. “브라이언은 신체적 결함을 얻으면서 서영락에 대한 분노와 이 선생을 향한 집착이 커져간다. 그래서 온몸을 구부정하게 구부린 채 얼굴만 앞으로 쭉 내밀었다. 화상으로 인한 고통이 어마어마해 숨소리조차 고르지 않지만 그 와중에 어떻게든 감정을 표출하고 싶어 하는, 기괴하고 강렬한 의지를 드러
[인터뷰] 함몰되지 않고 경직되지 않고, <독전2> 차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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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2>는 <독전>에서 마약 조직의 보스를 쫓던 형사 원호(조진웅)가 브라이언(차승원)을 체포하고 진짜 ‘이 선생’을 만나는 노르웨이로 떠나기 전, 그 중간 이야기를 다루는 미드퀄이다. <독전2>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조진웅은 “1편의 연결이 튄다고 느껴지지도 않은 데다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막상 시나리오가 나온 후 그의 마음은 달라졌다. “원호는 이 선생을 잡아야 한다는 집념을 가진 사람이다. 그렇게 열정이 넘쳤던 형사가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푸석한 얼굴을 보여준다. 왜 이렇게까지 사람이 건조해졌을까?” 그렇게 <독전2>는 원호가 더이상 얻을 게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노르웨이에 가야만 했던 이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아마 원호는 노르웨이에 감으로써 죽은 이들의 원혼을 풀었을 것이다. 그를 억눌렀던 고통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지만 마냥 행복한 감정은 아니었다. 그래서 <독전2>를
[인터뷰] 성실하게, 뚝심 있게, <독전2> 조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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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부호 중에 ‘넣음표’라는 게 있다. 문장에 부호나 글자가 빠졌을 때 추가로 넣는 기호를 말한다. 편지를 쓰다가 특정 단어를 빠트려본 사람이라면 브이(V)자 표시로 단어 사이를 벌려본 적 있을 것이다. <독전2>는 <독전>에 넣음표 부호를 넣어 만든 미드퀄이다. 전편에서 축약된 구간을 돋보기 들여다보듯 새로운 이야기로 확장시킨 것이다. 조원호 형사(조진웅)가 용산역에 쓰러진 브라이언(차승원)을 발견한 후, 서영락(오승훈)을 찾아 노르웨이에 가기까지 생략된 일련의 사건, 사고들을 다시금 재조명해 펼친다.
여전히 이 선생을 찾는 데 혈안이 된 조원호는 서영락의 그림자 아래서 실체 없는 발자취를 좇아나가고, 막 병상에서 눈을 뜬 브라이언은 자신의 등에 화상을 입힌 서영락을 향한 복수를 결심한다. 서로가 서로를 낚아채기 위한 지리멸렬한 심리전과 함께, 이제는 어느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다. <독전2>는 더이상 선과 악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의와 불의에
[기획] 더 지독하게, 더 잔혹하게, <독전2> 조진웅, 차승원, 한효주, 오승훈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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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U는 일종의 대체역사물의 기능을 해왔다. 마블이 자신들의 공간 배경을 ‘지구-199999’라고 명명하고 ‘멀티버스 사가’로의 진출을 결정한 순간, 영화의 역사가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미래가 펼쳐진 셈이다. 코믹스 시장이 그래왔고 <스타워즈> 시리즈가 팬들과 함께 성장하며 새롭게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과는 다른 방식의 기회가 열린 셈이다. 이를테면 어벤져스에게 승리를 안겨준 치타우리족의 뉴욕 침공이나 ‘시빌 워’의 발단이 됐던 소코비아 협정, 우주 생명체의 절반이 5년 동안 사라졌다 돌아온 ‘블립’과 같은 ‘인피니티 사가’의 주요 사건들은 21세기 초에 벌어졌던 진짜 지구의 역사를 거울처럼 반영했다. 페이즈5의 작품들은 물론이고 향후 몇년 안에 만들어질 <어벤져스: 캉 다이너스티>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 역시 작금의 국가간 분쟁 이슈나 시대정신을 반영하게 될 것이다. <시크릿 인베이전>의 결말에 충격을 받은 팬들이 많지만
[특집] MCU의 ‘타임라인’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히어로물 애호가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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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한 게 2019년이니 계산하면 얼추 들어맞는다. 2008년 <아이언맨>에서 시작해 11년에 걸친 대장정을 마무리한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마블은 슈퍼만 강조하며 정작 히어로는 없는 슈퍼히어로 영화를 내놓으며 연명해왔고, 그 대가는 3년이 지나 비어버린 곳간에서 쥐어짜낸 <더 마블스>를 통해 톡톡히 치르고 있다.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필자는 관련 업계 종사자로서 누구보다도 슈퍼히어로 장르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라는 개국공신 두명을 날리는, 마블 스튜디오를 제외하고 세상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 과감한 결정과 함께 거창하게 포문을 열었던 페이즈4와 5는 역시 거창하게 출범한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방영하는 시리즈를 꼬박꼬박 챙겨보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든 대사와 캐릭터라는 벽을 스스로 쌓아올림으로써 신규 관
[특집] 지금 MCU에는 영웅이 없다, 마블 코믹스 신작 발표로 보는 마블의 청사진, 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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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MCU의 신작을 관람할 때마다 (큰 의미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은근히 공을 들여 살펴보게 되는 장면이 있다. 바로 마블 스튜디오의 로고가 등장하는 인트로다. 몇번의 변주가 있긴 했지만, 2016년 <닥터 스트레인지>를 기점으로 MCU의 인트로는 동일한 포맷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MCU를 빛낸 수많은 히어로들의 순간순간이 빠르게 전환되며 3D 형태의 ‘Marvel Studios’라는 글자를 이룩하는 것이다. 히어로들이 활약한 장면들의 축적이 마블이라는 거대 스튜디오를 세웠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의미 부여하기에 제격인 인트로다.이는 한때 영화계를 뜨겁게 달궜던 ‘마블&시네마’ 논쟁과 관련해서도 하나의 단서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대체 마블 영화가 다른 영화와 다른 것이 무엇이냐, 다른 영화에서 느끼지 못한 큰 감동을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하 <엔드게임>)에서 얻었으니 된 것 아니냐는 반문들이 많았지만, <엔드게임
[특집] 이제 팀을 위한 희생을 멈춰야 할 때, 과거의 영광을 반복하려는 MCU, 타개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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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블스>가 MCU 역사상 가장 낮은 오프닝 성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실 관람객의 만족도를 조사하는 시네마스코어 역시 다른 마블 영화보다 현저히 낮은 B등급을 기록하면서 입소문을 통한 반등도 요원하다. <캡틴 마블> 시리즈만의 실패는 아니다. 뉴 페이스들을 성공적으로 마블 브랜드에 안착시켰어야 할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기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고, <이터널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극장 관객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 실패했다. 편당 제작비가 2500만달러로 추정되는 디즈니+ <변호사 쉬헐크>가 시장에서 미지근한 평가를 받는 등 과도한 예산 집행이 지적되자 최근 마블 스튜디오는 준비 중인 프로젝트를 보류하거나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2025년 개봉 예정인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대대적인 재촬영을 앞두고 있고 감독과 시나리
[특집] 마블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더 마블스>를 중심으로 살펴본 마블 하락세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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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블스>가 개봉 8일 만에 관객수 50만명을 가까스로 넘겼다. 한국 배우 박서준의 캐스팅이 한국 시장 흥행에 거는 기대와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충격적인 스코어다. 해외에서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역사상 가장 낮은 오프닝을 기록할 전망이다. 사실 <더 마블스>의 저조한 성적은 마블 위기론과 함께 꽤 오래전부터 예상된 시나리오였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쳐 ‘멀티버스 사가’를 준비 중인 마블 스튜디오는 요즘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단지 코로나19가 가져온 극장 영화의 위기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MCU의 행보를 산업적, 비평적 측면에서 검토해보았다. 임태현 코믹스 번역가는 코믹콘을 통해 공개됐던 마블의 향후 라인업과 이들의 리부트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살피는 글을 보내왔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MCU 리포트 특집이 계속됩니다.
[특집] 마블의 향방은?, MCU의 행보에 관한 산업 및 비평적 분석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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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33번째 장편영화 <더 마블스>가 11월8일 개봉했다. 개봉 첫날 국내 관객수는 9만명을 간신히 넘겨 마블 영화로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캡틴 마블을 단독 주연으로 내세운 2018년작 <캡틴 마블>이 개봉 3일째에 100만명, 전체 관객수 500만명을 돌파했던 지난 흥행 기록은 재현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렇다. 캡틴 마블은 슈퍼히어로영화 장르의 위기, 나아가 극장 산업 전체의 위기 한복판에서 귀환했다. 과연 <더 마블스>는 어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반응으로 봤을 땐 MCU의 전반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21세기 할리우드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MCU는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 것인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씨네21>에서는 차제에 MCU의 과거와 현재를 종합적인 시선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그에 앞서 <더 마블스>의 매력과 한계에 대해 먼저 이야기
[기획] 오 캡틴, 마이 뉴 캡틴! 새로운 리더의 시대를 여는 ‘더 마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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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두천> <소요산> <아메리칸 타운> 후반작업에 각각 1년 가까이 걸렸다. 작품별로 가장 핵심이 되는 시각효과로서 어떤 것에 중점을 뒀나.
= 말 그대로 키 이펙트가 있었고 그건 감정에 얽힌 것이었다. <동두천>에선 시신이 없는 방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이미지가 가장 중요했다. 여성 신체 이미지에 대한 착취 없이 어떻게 폭력을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장면이다. <소요산>은 마지막에 큰비가 내리는 장면을 CG로 구현했기 때문에 비를 표현하는 데만 9개월이 걸렸다. 처음 낙검자 수용소에 갔을 때 느낀 감정은 공포라기보다는 고통에서 오는 슬픔이었고, 이곳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가 어떤 기운으로 전해져왔다. 재개발 소식을 접한 상태에서 시작한 <아메리칸 타운>은 촬영하는 일이 타인의 고통을 두번 건드리는 일이 될까봐 가장 괴로웠던 작업이다. 타자화를 경계했기에 현재와 과거의 시차가
[인터뷰] 참여하되 괴리를 본다는 것, <동두천> <소요산> <아메리칸 타운> 김진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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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이 첫 VR 특별전을 개최했다. 10월24일부터 11월18일까지 열리는 ‘당신의 침묵을 비추는 거울-김진아 감독 VR 특별전’은 미군 위안부가 머물다 떠난 자리를 감각하게 하는 김진아 감독의 단편 3부작 <동두천> <소요산> <아메리칸 타운>을 시네마테크KOFA 로비 전시 공간에서 상영한다.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 형태로 그의 작품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김진아 감독의 뉴미디어 작업은 작금의 게임 산업이 잠식하려는 가상의 스펙터클이 아닌 현실을 재감각하는 영역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2017년 선보여 호평받았던 <동두천>부터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을 거쳐 한국 프리미어로 상영된 <아메리칸 타운>까지 세 VR 작품을 연속 관람한 경험을 토대로 김진아의 영화가 보존한 장소,
[기획] 시차위에 빚은 환시적 풍경, 미군 위안부 VR 3부작 특별전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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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M+는 홍콩과 중화권,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의 시각 미술, 디자인과 건축 및 무빙 이미지를 포괄하는 복합미술박물관이다. 이처럼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M+의 무빙 이미지 센터에 M+ 시네마가 있다. 이곳의 3개 상영관에선 시대, 국가, 장르, 형식을 불문하고 수많은 영화, 비디오 아트가 방문객들을 만나는 중이다. 또 M+ 시네마는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기원’ 콘퍼런스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했으며 박찬욱 감독의 전작 특별전을 진행하는 등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고 있다. 이에 M+ 시네마의 중추로 활동 중인 실케 슈미클(Silke Schmickl) 샤넬(CHANEL) 무빙 이미지 리드 큐레이터를 만났다. 싱가포르 국립미술관과 싱가포르 현대미술학회 큐레이터, 파리 독일미술사센터 연구원 등을 역임했던 그는 아시아영화의 가능성을 역설하며 미래 세대의 영화인들을 전폭적으로 돕고자 한다.
- M+ 시네마의 프로그래밍 방향성은.
= 20세기 홍콩뿐 아니라 한국, 일본, 필리
[인터뷰] 극장 경험의 보존, 미래 세대 지원에 힘쓴다 - 실케 슈미클 M+ 샤넬 무빙 이미지 리드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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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일부터 4일, 홍콩의 근현대 시각 문화박물관 M+에서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기원’ 콘퍼런스(The Origins of the South Korean Film Renaissance Conference)가 열렸다. 홍콩 링난대학교 디지털예술창의산업학과와 워싱턴대학교 아시아어문학과가 공동으로 주최했고,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지원했으며, 주홍콩한국문화원이 협력했다. 이상준 링난대학교 교수와 김응산 워싱턴대학교 교수가 콘퍼런스의 공동 조직위원장으로 나섰다. 2003년쯤,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가 등장하고 국내 영화산업이 유례없이 부흥했던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풍경을 면밀히 분석하기 위해서 세계 각지의 학자와 비평가, 창작자가 모였다.공동 조직위원장 이상준 교수와 김응산 교수는 다음처럼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1980~90년대 한국 영화문화와 산업의 변화, 미디어 대기업의 등장, 시네마테크 운동, 부산국제영화제의 탄생, 영화학교의 확산, 새로운 영화 저널리즘과 이
[기획] 한국영화 르네상스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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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트>(2021)에서 레오스 카락스는 흥미롭게도 영화와 영화 바깥의 인접 매체를 불순하게 뒤섞는다. 뮤지컬과 스탠드업 코미디, 연극과 무성영화를 기반에 두고 시작한 영화는 텔레비전 뉴스와 소셜미디어, 스마트폰에서 재생되는 유튜브 영상과 스타디움 스크린에 떠오른 중계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영화에 무분별하게 개입하는 미디어의 풍경을 무람없이 받아들인다. 12년 만에 복귀한 전작 <홀리 모터스>에서 이미 거대한 필름카메라와 배우가 머무는 영화의 장소를 끊임없이 이동하는 리무진에 빗댄 바 있는 카락스는 영화를 영사기, 스크린, 극장과 불특정 다수의 관객이라는 전통적 결합으로 상상하는 대신 불규칙하게 모습을 변형하는 동사의 형태로 간주한다. 쇠락해가는 ‘시네마’의 전통을 지키려는 이들이 영화를 둘러싼 보편적 조건을 옹호하곤 하지만, 영화는 원칙적으로 그것들이 없더라도 성립할 수 있는 임의적 사건이다. 21세기에 내놓은 두편의 연출작에서 레오스 카락스는 순혈주의적
[특집] 불순한 영화를 향하여, 콘텐츠의 길이가 전부가 아니다… 영상과 수용자는 무엇을 상실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