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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신대륙, 블랙시네마의 최고 흥행작, 코믹스 원작 영화 최초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블랙 팬서>가 4년9개월 만에 왕국의 문을 다시 연다. 티찰라 없는 와칸다의 위기와 전진을 담아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11월9일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북미 11월11일 개봉). 공개에 앞서 <블랙 팬서>의 기원을 되돌아보고 MCU의 30번째 작품이자 페이즈4의 문을 닫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LA에서 이뤄진 라이언 쿠글러 감독과의 인터뷰도 함께 전한다.
*이어지는 기사에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관전 포인트와 라이언 쿠글러 감독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기획]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미리 보기: 새로운 블랙 팬서를 기다리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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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테로 가부장주의의 종결, 키메트의 눈물
<알카라스의 여름>에서 유일하게 눈물을 흘리는 인물은 솔레 가문의 맏아들 키메트다. 쇠약한 신체와 낡은 기계가 그의 마지막 복숭아 수확마저 망쳐놓자 그는 솔직한 울음을 터뜨린다. 카를라 시몬 감독은 ‘지금 이곳’의 초상을 그릴 때 “세상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당위나 필름메이커 개인의 의견, 심지어 심미적 기준보다 세계를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캐나디안 뉴스>)고 강조한다. “모든 이야기가 여성과 페미니스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다. 이질적인 헤테로 가부장주의를 깨고 지금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캐나디안 뉴스>) 가령 상대적으로 페미니즘의 영향을 덜 받은 시골의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융통성 없고 고집을 꺾지 않는 키메트를 독소적 남성성의 전형으로만 묘사하는 것은 관객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키메트가 눈물을 흘리고 오히려 주변
[기획] ‘알카라스의 여름’② 주목해야 할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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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은 아이들에게 먼저 찾아왔다. 알카라스의 어린이들에게 외계인과 조우하는 우주 로켓이 되어줬던 낡은 에메랄드 자동차는 기중기에 들려 홀연 사라진다. 그리고 기계가 노리는 다음 타깃은 3대째 솔레 가문이 대물림해온 복숭아 농장이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의 주인공이 된 카를라 시몬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알카라스의 여름>은 현대화의 물살이 전통을 무너뜨릴 때 무모하게 저항하거나 혹은 무력하게 관망하는 대가족의 시선을 패치워크처럼 엮어가는 찬란한 비가다.
복숭아 농장의 위기는 계약서에서 시작됐다. 솔레 가족의 수장, 어느덧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된 로헬리오(요셉 아바드)의 부모는 피뇰 가족의 목숨을 구해준 대가로 그들의 땅 일부를 경작할 권리를 부여받았다. 문제는 이 협의가 구두로 이루어졌다는 것. 부모 세대가 세상을 떠난 후 피뇰의 아들(제이콥 디아르테)은 계약 무효를 주장한다. 다만 태양전지판을 설치하고 이를 맡아줄 경우 솔레 가족은 땅을 지킬 수 있다.
[기획] ‘알카라스의 여름’①, 미리보기: 그해 여름의 끝에 우리에게 남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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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와 젠더, 역사와 미래, 현실과 신비를 가로지른 제24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이 지난 10월25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총 109편의 작품이 5일간 부천 일대에서 일상에 지친 관객의 마음에 생명의 숨결(anima)을 불어넣었다. 올해 국제경쟁부문 대상 수상작으로 호명된 스톱모션애니메이션 <개와 이탈리아 사람은 출입할 수 없음>은 생계를 위해 프랑스로 건너간 이탈리아 노동자 가족을 회고하는 자전적 드라마로, 애니메이터의 손이 프레임 속에서 캐릭터와 함께 호흡하는 장면이 심사위원 다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알랭 우게토 감독은 “여전히 누군가의 아버지일 루이지와 누군가의 어머니일 체시라가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넘어가 어떻게 매일 살림을 꾸리고 저녁을 보내는지 표현하고 싶었다. 이 두 사람에게 여러분이 몰입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감동적이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아카데미 시상식 출품 자격을 얻는 단편 대상은 엘리자베스 홉스 감독의 <야생의 무도회&g
[기획] 2022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결산: 애니메이션이 꾸는 꿈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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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영화를 힐끔거리는 TV칼럼니스트. <한겨레S>에 ‘술탄 오브 더 티브이’를 연재 중이다.
조부 투파키(스테파니 수)는 왜 이 평행우주의 에블린(양자경)을 콕 집어 찾아 헤맨 걸까? 그 답은 에블린이 가지고 있다. “난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는걸.” 에블린은 미국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다. 가수가 되고 싶은 꿈이나 자기만의 커리어를 쌓고 싶은 꿈 대신, 남편 웨이먼드(조너선 케 콴)와 함께 허름한 세탁소를 꾸리며 사는 쪽을 택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희생한 결과는 무엇인가?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상이 된 세탁소는 언제 압류되어도 이상할 게 없고, 남편과의 사이는 서먹해졌으며, 한때 가득했던 가능성들은 죄다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온 수많은 이민자들이 그런 것처럼, 이 모든 희생을 감수한 부모는 그 결실을 자식에게서 보고자 한다.그러나 딸 조이(스테파니 수)는 에블린의 기대와 달리 대학을 중퇴하고 팔에 문신을 새긴
[기획]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④ 이승한 TV칼럼니스트의 관점에서: 에에원의 이민 가족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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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통계물리학과 복잡계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세상물정의 물리학> <관계의 과학> <김범준의 과학상자> 등이 있으며 현재 <경향신문>에 ‘김범준의 옆집물리학’을 연재하고 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모든 것이 모든 곳에서 모두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평행우주 얘기다. ‘에에올’도 좋고, ‘모모모’로 줄여 말할 수도 있겠다. 유니버스(universe), 코스모스(cosmos), 그리고 스페이스(space)가 모두 ‘우주’로 번역된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모든 것의 모임이 유니버스이고, ‘질서 있는 우주’라 할 수 있는 것이 코스모스다. ‘우주선’(spaceship)의 스페이스는 인간이 탐사할 수 있는 공간을 뜻한다. 인간의 이해로 유니버스는 코스모스가 되고 인간의 탐험으로 유니버스는 스페이스가 된다.
하늘 천 따 지로 시작하는 천자문의 우주홍황(宇宙洪荒)은 크고
[기획]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③ 김범준 물리학자의 관점에서: 에에원의 평행우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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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연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대학에서 철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계명대 철학과 교수를 거쳐 동 대학 총장, 포스텍 교수, 한국니체학회 회장, 한국철학회 회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포스텍 명예교수이다.
“너도 여기에 있다니 참 좋다.” “나는 너와 함께 여기에 있어.” 자신의 실존적 의미를 찾지 못할 때 실존 자체가 존재할 이유와 의미라는 사실을 깨달으려면 엄청난 사건을 겪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금 그리고 여기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진부한 인식은 우리를 새로운 우주로 안내한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영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갑자기 원시의 적막이 내리고, 어느 생명체도 존재할 것 같지 않은 황량한 세계를 바라보며 두 돌이 나누는 무언의 대화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철학적 메시지를 간단하게 전달한다. 인간은 보잘것없고 어리석은 존재다. 무한한 우주 속의 미미하고 무의미한 존재이지만, 모든 게 우리의 마
[기획]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② 이진우 철학자의 관점에서: 우리의 마음이 멀티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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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모든 것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영화다. 우주의 모든 것을 수렴한 베이글 앞에서 누가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무한한 세계가 열린다. <씨네21>에서는 이 압축된 영화를 해석하기 위해 세명의 필자를 찾았다. 우선 이진우 철학 교수가 다중우주 속 실존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다음으로 김범준 물리학 교수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속 평행우주론에 대해 논한다. 마지막으로 이승한 TV칼럼니스트가 아시아-디아스포라와 가족 드라마 관점에서 이 영화의 의미와 성취를 살펴봤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둘러싼 평행사고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이어지는 기사에 철학, 과학, 가족드라마 관점에서 살펴 본 리뷰가 이어집니다.
[기획]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① 이 영화를 세 가지 시선으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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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의심하는 자만큼 믿음직한 사람도 없다. 비관주의자의 역설은 가장 괴롭고 어두운 바닥에서 끝내 희망을 본다는 데 있다. <비닐하우스>속 인물들의 삶은 어둡다. 소년원에 간 아들을 기다리는 문정(김서형)은 비닐하우스에 삶의 터전을 꾸린다. 노부부의 요양사로 일하는 문정에게 예기치 못한 불행이 닥쳐오고 선의를 지닌 인물들의 삶은 바닥까지 추락한다. 그럼에도 이솔희 감독은 <비닐하우스>를 따뜻한 드라마로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보여지는 것과 보여주고 싶은 것 사이의 거리, 의도와 결과, 절망과 희망 그 사이 어딘가에 영화의 가능성과 진실이 숨 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고 단호하게 내뱉는 이솔희 감독의 언어는 자신의 영화를 닮았다.
- CGV상, 왓챠상, 오로라미디어상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 감사하다. 선생님들이 상을 받으면 허공에 붕 뜨는 기분일 테니 조심하라고 하셨지만 나는 반대로 땅이 꺼지는 기분이랄까. 뭔가 위축되고 걱정이
[인터뷰]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 <비닐하우스> 이솔희 감독,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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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망 이용료’는 한국에만 존재한다는 것이 사실인가? 인터넷 접속료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도 훨씬 높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있는가?
망 접속료 외에 CP가 ISP에 네트워크 비용을 내고 있는 국가는 한국뿐이라는 주장이 있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전부 거짓말이다. 유럽에서도 망 이용료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 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됐다. 켄 플로렌스 넷플릭스 콘텐츠 전송 부문 부사장도 직접 컴캐스트에 이용 대가를 지불한다고 증언한 적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망 중립성을 옹호하는 박경신 교수는 개인과 기업 모두가 인터넷 접속료를 내고 있는데 트래픽에 따라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2016년 발신자 종량제가 시행되고, 망 사업자가 인기 콘텐츠를 호스트할 동기가 없어지면서 접속료가 대폭 올라갔다.” 더불어 박경신 교수는 “인터넷 접속료가 파리의 8배, 프랑크푸르트의 10배, 미국의 5~6배라는 것은 2016년 이후 매년 확인되고 있는 내용”이라며 근거를
[기획] 망 이용료를 둘러싼 10가지 질문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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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유튜브의 ‘망 이용료’ 반대 서명 운동 촉구와 트위치의 화질 제한 결정이었다. 9월20일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유튜브 한국 블로그에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안들은 결과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 그리고 그러한 기업들과 생계를 같이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불이익을 주게 될 것”이라며 “관련 법안을 우려하는 분들은 서명을 통해 함께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슈카, 대도서관, 김성회 등 인기 유튜버들도 망 이용료 이슈에 대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했고, 오픈넷에서 진행 중인 서명 운동에 25만여명(10월20일 기준)이 참여했다. 넷플릭스와 구글 등 콘텐츠제공사업자(CP, Contents Provider)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 Internet Service Provider, 흔히 통신사를 지칭함)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소비자들은 망 이용료를 둘러싼 논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 망 이용료 법안이 통과되
[기획] 망 이용료를 둘러싼 10가지 질문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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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이가 윤서에게
본래의 나는 누군가와 아주 쉽게 가까워지기보다 조심스럽게 거리를 지키는 줄 알았는데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영화 한편을 같이 만드는 관계에서는 오히려 더 씩씩하게 기운을 내고 싶어진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어. <20세기 소녀>에서 함께할 수 있어 너무 좋았어! 처음엔 혹시나 네가 나를 조금 어려워할까봐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우리가 그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관계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었어. 나, 갑자기 연두가 보고 싶어진다!! 우리 같이 교복 입고 촬영하다가 직접 운전해서 드라이브 스루 음식점에 갔던 일, 보라비디오가 있는 주택가 골목의 수제비 집에서 밥 먹은 것도 잊지 마~!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하자! 무슨 일이 있어도 난 항상 네 편이야. ♡ » 0 « ♡
윤서가 유정이에게
골목길에서 말다툼하는 장면을 찍을 때 계속 눈물이 났던 일이 생각 나. 네가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너를 보고 있기만 해도 카메라 밖에 서 있는데 그
[기획] ‘20세기 소녀’⑥ 21세기 청춘 배우들의 교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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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사연 많은 고등학생 방영주로 대중 앞에 처음 등장한 노윤서는 아직도 미지의 배우다. 이번엔 <20세기 소녀>로 넷플릭스 영화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이 배우는 공교롭게도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배우 배현성과, <20세기 소녀>에서는 김유정, 변우석, 박정우라는 또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맑고 군더더기 없는 연기로 주목받고 있다. 서양화 전공의 미술학도인 그는 대학교 재학 중 화장품 브랜드 광고, 온라인 쇼핑몰 모델로 활동하다가 매니지먼트 회사 MAA에 합류하게 됐다. “덜컥 연기를 시작하는 것이 겁이 났지만 일단 최선을 다해 배워보고 포기해도 늦지 않을 거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다.” 그렇게 조금씩 변화와 성장의 계단을 오르며 “생애 처음 미술보다 더 재미있고 열정을 쏟고 싶은 일을 찾았다”고 느낄 때쯤 <우리들의 블루스> 오디션 통과 소식이 그를 반겼다. “‘내가 지금 어디서 누구와 일하고 있
[기획] ‘20세기 소녀’⑤ 노윤서, “일단은, 지금 해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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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를 모으고 필름 카메라를 쓰는 박정우는 <20세기 소녀>에 담긴 20세기가 낯설게 다가오지 않았다. 아날로그가 가진 투박한 매력과 느린 속도를 좋아하는 그는 촬영장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그때 그 시절을 느낄 수 있어서” 즐겁기만 했다. <20세기 소녀>에 담긴 풍경 중 독특하다고 느낀 건, 써보지 않은 삐삐나 공중전화가 아니라 현진의 고백 방법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을 관찰하다 직진하는 사람은 요즘에도 있긴 하지만 현진처럼 대뜸 ‘네가 좋아, 사귀자’라고 말할 수 있는 게 그때 그 시절다운 고백법 같았다. 만약 20세기로 돌아가면 나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현진이처럼 고백해보고 싶더라.”
연두(노윤서)의 심장을 두드린 첫사랑이자 보라(김유정)의 관찰 대상이 되는 백현진은 학교에서 인기 많은 소년이다. 단짝 친구 풍운호와 늘 붙어 다니는 현진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다. 자신의 주변을 맴돌며 관찰하는 보라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현진으
[기획] ‘20세기 소녀’④ 박정우, “나만의 속도로 한발 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