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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토머스 앤더슨의 영화는 숙제와도 같다. 황홀경에 이르는 영화적 밀도와 장면의 완성도는 언제나 경탄을 자아내지만 같은 이유로 점차 벽이 높아져만 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언젠가부터 폴 토머스 앤더슨 영화의 중력은 점점 무거워졌고 그만큼 선뜻 발을 들이기 쉽지 않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신작 <리코리쉬 피자>는 조금 다르다. 1970년대로 돌아간 이 영화는 15살 소년의 성장영화 같기도 하고, 젊은 청춘남녀의 로맨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의 공기는 무대로 삼은 히피 정신의 자유분방함으로 가득하다. 잠깐 쉬어간다고 했지만 명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펀치 드렁크 러브>처럼 폴 토머스 앤더슨의 가볍지만 잊을 수 없는 감초 같은 영화. 뜨겁고 설레고 불안한 청춘의 나날은 어떻게 시대를 관통하는가. 폴 토머스 앤더슨이 지나온 궤적을 중심으로 <리코리쉬 피자>가 남기고 가는 그리움의 잔향을 전한다.
완벽주의자 폴 토머스 앤더슨이 돌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리코리쉬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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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 현장에서 스틸 작가의 역할은 정확하게 무얼 의미할까. 촬영 현장을 담은 한장의 스틸컷에는 다양한 현장 상황을 기록하는 의미도 담겨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비하인드 컷이라 부르는 사진이 그에 해당한다. 그런데 관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현장의 비하인드를 보여줄 목적의 사진만 있을까. 지금은 필름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며 한편의 영화 촬영 현장을 담은 사진의 양이 실로 어마어마해졌다. 몇 테라바이트를 훌쩍 넘는 수만장의 사진을 통해 영화를 기억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아마도 사진집 <아가씨의 순간들>을 보면 그 의미를 곱씹게 될 것 같다. <아가씨>의 촬영 현장을 누비며 현장 곳곳과 배우들의 면면을 모두 찍은 이재혁 스틸 작가는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 스틸 작가로 시작해 20년 넘게 한국 영화 현장을 촬영해온 베테랑 작가다. 국내뿐만 아니라 <이퀄스><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해외 영화에도 스틸
'아가씨' '기생충' 등 작업한 이재혁 스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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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사진집 <아가씨의 순간들>(플레인 아카이브 펴냄)이 출간된다. 책이 또 나온다고?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 관한 서적은 현재 <아가씨>의 프로덕션 과정 전반을 소개하고 비평가들의 글을 엮은 공식 메이킹북 <아가씨 아카입>(2017, 그책 펴냄)이 출간된 상태다. 사실 <아가씨 가까이>(2016, 그책 펴냄)도 있지만 이는 박찬욱 감독의 첫 번째 개인 사진집이다. 두 책 모두 <아가씨> 촬영 현장 사진이 실려 있지만 <아가씨의 순간들>이 앞선 두권의 책과 다른 점은 촬영 현장을 공식 기록한 이재혁 스틸 작가의 사진으로만 이뤄진 사진집이라는 점이다. 물론 감수는 박찬욱 감독이 직접 맡았다. 국내에 출간된 영화 관련 서적 중 사진집 형태로 출간되는 책은 드물다는 점에서 귀한 아카이브 자료가 아닐 수 없다. 간단하게 사진집의 얼개를 소개하고 책에 실린 촬영 현장 몇컷을 최초로 공
STYLE STYLE STYLE: '아가씨'의 촬영 현장 담은 플레인 아카이브의 사진집 '아가씨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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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에게도 할 말은 하는 완벽주의자 정지우(서현)와 적을 두지 않는 따뜻한 성격의 정지후(이준영). 비슷한 이름 외엔 둘은 성격도 취향도 다르다. 사내 동료에 불과했던 지우와 지후는 잘못 배달된 택배 하나로 3개월간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모럴센스>는 지우가 지후의 특별한 성적 취향을 알게 된 뒤 새롭게 펼쳐지는 세계를 묘사한다. 성적 취향이라는 소재를 자극적으로 소비하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유쾌하고 사려 깊게 그려지는 작품이다. 극의 중심에 선 서현과 이준영은 영화의 아슬한 분위기를 흥미롭게 견인한다. 매 작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줘온 두 사람이지만 <모럴센스>는 소녀시대의 서현, 유키스의 이준영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도, 두 배우의 연기를 꾸준히 봐온 이들에게도 신선한 이미지를 각인시켜줄 것이다.
- <모럴센스>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서현 배우라면 다들 다양한 역할과 장르를 하고
다름의 특별함 '모럴센스' 배우 서현,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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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줘> <6년째 연애중> 등 다양한 로맨스 작품을 연출해온 박현진 감독이 영화 <모럴센스>로 돌아왔다. 일상의 기쁨과 슬픔을 세세히 잡아내는 것이 기존 박현진 감독 작품의 묘미였다면, 이번에는 독특한 성적 취향을 가진 두 주인공의 관계가 리드미컬하게 그려진다. 성적 취향이란 소재가 연상시키는 자극적인 연출에 기대는 대신 영화는 지우(서현)와 지후(이준영)가 가까워지는 과정을 차분히 따라간다. 이들을 ‘이상하다’고 바라보는 시선에 외려 정상성에 대한 질문을 건네는 영화의 신중함 또한 돋보인다. <모럴센스> 공개를 앞두고 박현진 감독을 만나 소회를 들었다.
- 원작 웹툰의 어떤 점이 흥미로웠나.
= 성적 취향에 관해 선정적이지 않게 묘사하면서도 다양한 인간관계, 로맨스에 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게 좋았다. 특히 마음에 든 건 지우 캐릭터였다. 지우는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차갑다, 사근사근하지 않다는 소리를 듣는 캐릭터다. 자기
남녀 관계의 정상성이란? '모럴센스' 박현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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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서현)와 정지후(이준영). 회사의 같은 팀 소속이며 이름이 비슷하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교집합이 없던 두 사람. 하지만 지후의 특별한 택배가 지우에게 잘못 전달되면서 둘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시작된다. 2월1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모럴센스>는 독특한 성적 취향을 가진 지후와, 택배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새로운 취향을 깨달아가는 지우의 관계를 다룬다. 지우와 지후의 일상과 플레이 신을 균형 있게 묘사하며 두 사람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 발맞춰 나아가는 과정을 세심하게 그린 영화다. <모럴센스>를 두고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말하는 박현진 감독과 배우 서현, 이준영을 만났다.
'모럴센스'의 박현진 감독와 배우 서현, 이준영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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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와로 / 배우 케네스 브래나
똑똑하고 낭만적인 기사도 정신을 가진 벨기에 태생 탐정. 이집트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카르낙호 살인 사건을 맞닥뜨린다. 원작 소설에서는 포와로가 하얀 실크 양복을 입은 이집트의 “숱 많은 검은 콧수염을 기른 키 작은 사내”로 묘사된다.
리넷 / 배우 갤 가돗
막대한 부를 상속받은 젊은 상속녀. 윈들샴(러셀 브랜드)과 파혼하고 절친한 친구의 약혼자인 사이먼에게 마음이 빼앗겨 그와 결혼한다. 이집트로 신혼여행을 떠났다가 카르낙호에서 살인 사건에 휘말린다. 원작 소설에서 금발로 묘사됐으나 흑발의 갤 가돗이 캐스팅됐다.
재클린 / 배우 에마 매키
열정적이고 매력적인 리넷의 친구이자 그녀에게 약혼자 사이먼을 빼앗긴 인물. 사이먼을 열렬히 사랑했던 재클린은 총을 구해 리넷과 사이먼 부부 앞에 계획적으로 계속 나타나 두 사람을 놀라게 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를 통해 데뷔한 배우 에마 매키에게 <나일 강의 죽음>
'나일 강의 죽음' 캐릭터들: 탐정, 살인 사건 피해자, 그리고 용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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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의 캐릭터를 설명한다면.
케네스 브래나 에르큘 포와로는 한마디로 강박적인 사람이다. 범죄자를 좇는 탐정이고 굉장한 프로다. 포와로의 콧수염은 그에게 배트맨 슈트이자 슈퍼맨 슈트다. 포와로는 살인자를 찾는 데 몰두하는 것만큼이나 콧수염에 집착하는데, 그의 콧수염은 결벽증적인 캐릭터를 보여주는 동시에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을 상징하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에마 매키 재클린은 외로운 사람이고 사이먼과의 사랑에 절박하게 매달리는 인물이다. 사이먼이 리넷에게 떠나자 재클린은 더이상 살아야 할 이유를 못 느낄 정도다. 재클린은 유약한 젊은 여성이지만 한편으론 뜨거운 열정과 강인함을 지녔기 때문에 연기할 때 정말 흥미로웠다.
- 캐스팅은 어떻게 진행됐나. 레전드 코미디언 돈 프렌치와 제니퍼 손더스는 선상에 탄 간호사 보워스와 리넷의 대모 마리를 연기하고, 주인공 재클린은 신인배우 에마 매키가 연기한다.
케네스 브래나 애거사 크리스티의 또 다른 앙상블 영화를 찍는 입장에서, 이
감독이자 주연배우 케네스 브래나와 배우 에마 매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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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신혼부부와 질투에 눈먼 옛 연인. 그들을 태우고 이집트 나일강을 항해하던 증기선에서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가 1937년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케네스 브래나 감독의 <나일 강의 죽음>이 2월9일 국내 개봉한다. 전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7)에서 크리스티의 미스터리 세계를 탐구했던 케네스 브래나 감독은 이번에도 연출은 물론 주인공 탐정 에르큘 포와로 역에 도전한다. 지난 2020년은 애거사 크리스티가 데뷔한 지 100주년 되던 해였다. 케네스 브래나 감독은 여왕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2020년에 <나일 강의 죽음>을 공개하려 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러 차례 개봉을 미뤄야만 했다. 예기치 않게 출항이 지체된 <나일 강의 죽음> 탑승을 준비하면서, 독자 여러분이 참고할 만한 미리 보기 기사를 건넨다. 케네스 브래나 감독과 주연배우 에마 매키의 인터뷰와 사랑과 질투로
케네스 브래나의 두 번째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 영화화 프로젝트 ' 나일 강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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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장르 문법이 존재하는 세계에는 확실한 역할을 해줘야 하는 캐릭터들이 존재하기 마련 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귀남 역의 유인수, 나연 역의 이유미가 적시적소에서 시청자의 분노를 견인한 다면, 대수 역의 임재혁은 작품에서 가장 많은 웃음을 견인한다. 귀남 캐릭터 하나만 보기보다는 고등학교 생태계의 역학을 고민하는 명민함을 보여준 유인수, 대사의 호흡과 손짓 하나까지 동료 배우와 의논하는 디테일로 나연 캐릭터를 쌓아간 이유미, 작품을 위해 체중을 28kg 정도 늘렸다가 촬영 종료 후 다시 감량하는 놀라운 투지를 보여준 임재혁을 만났다.
- 재능 있는 신인배우들이 포진한 작품이라 오디션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줬는지 궁금하다.
유인수 오디션을 따로 보진 않았다. 원래 이재규 감독님과 인연이 있었다. 감독님과 만나는 자리에서 1시간 넘게 대화를 나누다가 “다음 작품 같이하자”라는 제안을 받았다. 2~3개월이 지난 후 <지금 우리 학교는>
'지금 우리 학교는' 유인수, 이유미, 임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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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반장 소녀와 잘생기고 싸움 잘하는 소년. 얼핏 순정 만화에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이들이 속한 공간이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고등학교라면 어떨까. 게다가 외부와 소통을 거부하는 외로운 섬 같은 남라, 폭력의 가해자였던 경험이 있는 수혁은 말랑말랑한 하이틴물과는 제법 다른 결을 가진 인물들이다. 오컬 트영화 <변신>부터 메디컬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까지 자유로이 흡수되는 백지의 매력을 가진 조이현, 또래 배우 중 희소성 있는 고전적 마스크로 이목을 끌며 일찌감치 눈 밝은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로몬은 원작 웹툰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두 캐릭터에게 산뜻한 숨을 불어넣는다.
- 신선한 얼굴들을 과감하게 기용한 프로젝트로 화제를 모았다. 두 배우는 어떻게 작품과 인연을 맺게 됐나.
로몬 이재규 감독님과 식사 자리가 있었다. 내가 감독님이 원하는 느낌을 갖고 있다며 <지금 우리 학교는>을 같이하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지금 우리 학교는' 조이현, 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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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지 않는 바다처럼.”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이 박지후와 윤찬영의 성정에 빗대 표현한 말이다.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두 배우에게선 유연하되 쉽게 흔들리지 않는 어떤 다부짐이 느껴졌다. 박지후가 연기한 온조는 <지금 우리 학교는>의 화자로서 변화와 성장이 눈에 띄는 캐릭터고, 윤찬영이 맡은 청산은 좀비들로부터 친구들을 지키는 행동 대장이다. “온조와 청산이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기 때문에 애드리브도 자제했다”는 둘의 답변을 들으며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낭만닥터 김사부> 등에 주로 아역으로 등장한 윤찬영, <벌새>의 윤희로 익숙한 박지후에게 <지금 우리 학교는>이 새로운 도약점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
-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부산행>이다’라는 청산의 대사가 화제가 됐다. 학생들이 좀비에 관해 잘 알고 있다는 세계관이 흥미로웠는데, 실제 두 배우도 좀비물을 잘 보는
'지금 우리 학교는' 박지후, 윤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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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은 종종 축소화된 사회의 인간 실험실처럼 보인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좋든 싫든 한 공간에서 부대끼며 관계를 맺고, 특히 한국에서는 획일화된 규칙을 강요하며 자유를 제한한다. 때문에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가상의 재난 상황에서 변모하는 인간관계와 심리의 양상을 펼쳐 보이기에 무척 매혹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 1월2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신인배우들을 캐스팅해 이 날카로운 지옥도를 시청자들에게 더욱 실감나게 조감한다. 진짜 극중 캐릭터처럼 인지될 수 있는 도화지 같은 매력을 가진 배우들인지라 시리즈의 화제성과 함께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기대케 한다. 가장 반짝이는 청춘의 시간을 <지금 우리 학교는>의 현장과 함께했던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이유미, 임재혁을 만났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배우들을 만나다: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이유미, 임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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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관 중이었던 KT&G상상마당 홍대 시네마(이하 상상마당)가 단장을 마치고 1월25일 재개관한다. 지난 2020년 8월29일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휴관에 들어간 지 515일 만의 일이다. KT&G 사회공헌실은 10년 넘게 상상마당의 운영대행을 맡아온 컴퍼니에스에스와 계약을 해지하고,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 키노라이츠를 새로운 대행사로 선정했다. 키노라이츠는 기존 상상마당의 유산을 이어가되 독립영화를 배급하던 역할에서는 잠정적으로 손을 뗄 계획이다. 앞으로의 상상마당은 어떤 모습일까. 키노라이츠가 제시한 청사진과 함께, 상상마당이 문을 닫는 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정리했다.
KT&G 사회공헌실과 키노라이츠는 상상마당의 새 출발에 앞서 1월18일 운영 방향 계획을 설명하는 재개관식을 열었다. 행사에 참석한 심영아 KT&G 사회공헌실장은 “새로운 상상마당 시네마는 대단한단편영화제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영화인을 위한 VIP 상영관 무료 대관이나
KT&G상상마당 홍대 시네마, 1월25일 재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