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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해 잡아놓은 캐릭터를 한번만 하고 끝내는 게 아까울 때가 많았”는데, “박범구로 출연한 <D.P.>의 세계관을 다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어 뿌듯”했다고 김성균은 말한다. 김성균이 공들여 완성한 박범구는 제103보병사단 헌병대 수사과의 군무이탈담당관으로 D.P. 소속 준호(정해인)와 호열(구교환)에게 업무를 부과한다. “원작 웹툰에선 냉소적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서늘”하지만 시리즈에선 훨씬 따뜻한 인물로 바뀌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속은 그렇지 않다는 걸 사병들도 다 알고 있었을 거다.” 실제로 군부대에 있을 때 부사관들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깝게 지낸 덕에 군대 간부를 더 인간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
스쳐 지나가듯 박범구는 자신이 학창 시절 내내 연극부였다고 말한다. “나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과거인데 글쎄, 꿈은 꿈으로 남겨둔 게 아닌가 싶다. 부사관으로 전향하면서 가족을 꾸리고 현재는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살아간다. 다만 현실과 타협했다면
[기획] ‘D.P.’ 시즌2 김성균, 속 깊은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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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새롭고, 더 깊어졌다. 7월28일 공개된 <D.P.> 시즌2는 시즌1과 마찬가지로 탈영병들의 서사를 중심으로 극을 전개한다. 김루리 일병(문상훈) 등을 비롯해 전에 없던 캐릭터를 등장시키며 문제를 제기하고 극을 환기시키면서도 이를 해결하려는 기존 인물들의 고뇌를 비중 있게 다룬다. 시즌1에 이어 얼굴을 비춘 박범구 중사(김성균)는 총격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에 중책을 담당한다. 새롭게 등장한 구자운 중장(지진희)과 서은 중령(김지현)은 한때 같은 목표를 바라봤으나 시스템에 대한 의견 대립으로 결국 다른 길을 택한다. 시청자들에게 강렬하게 각인된 박범구 중사, 구자은 중장, 서은 중령. 이들을 연기한 배우 김성균, 지진희, 김지현을 만났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김성균, 지진희, 김지현 배우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D.P.’ 시즌2 김성균, 지진희, 김지현, 전설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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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수>의 고옥분은 다방 막내에서 시작해 마담까지 올라간, 생활력이 강한 여자다. 몇년의 타임 루프 사이에 옥분의 인생은 어땠을 거라고 생각했나.
= 종로 다방 자체가 만남의 장소 같은 곳이었기 때문에 아마 해녀들 역시 자주 왔을 테고, 그중에서도 옥분은 유독 춘자(김혜수)에게 존경심을 품게 됐다. 춘자가 사라진 후 춘자에 대해 도는 소문을 모두 들었지만, 그가 돌아왔을 땐 서울 냄새가 가득한 헤어와 패션에 오히려 또 다른 호기심을 가졌다. 옥분은 잡초처럼 자란 춘자의 미니미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춘자가 어떠한 제안을 했을 때 곧이곧대로 따른다. 대사에도 나오듯 신랑 있는 마누라들에게 머리채 잡혀가며 악착같이 살아남아 다방도 인수까지 하게 됐다.
- 과거 호스티스 영화나 최근 한국영화에서 술집 여자 캐릭터를 납작하게 표현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지 않나. 옥분 캐릭터가 소모적으로 쓰이거나 단순하게 보이지 않도록 부여한 디테일이 있나.
= 그래서 중·후반부
[인터뷰] “시대극이 잘 어울리는 얼굴”, ‘밀수’ 고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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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시 눈썹을 나도 그렇게까지는 못할 것 같은데”
박찬욱 영화 초반 춘자와 진숙이 밀수로 성공했을 때 옷을 사입는데 아랫도리와 윗도리를 바꿔 입잖아요.
류승완 옛날에 자매그룹 ‘바니걸스’가 그렇게 입었어요.
박찬욱 거기서 영감을 받은 거예요?
류승완 네, 그리고 의상팀이 저보다 어리니까 제가 좋아했던 당시 헤어스타일이나 김추자 선생이 무대에서 어떤 옷을 입었는지 보여줬죠. 남자 의상의 경우, 장도리(박정민)가 입은 끈으로 묶은 티셔츠는 브루스 리(이소룡)가 즐겨 입던 옷이니 만약 못 구하면 만들어서라도 입혀달라고 했어요. 권 상사(조인성)의 셔츠 칼라가 넓은 건 저희 아버지가 예전에 입었던 옷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랬으면 좋겠다고 말했죠.
박찬욱 하여간 바니걸스처럼 아래위 바꿔 입은 컨셉이 처음부터 나를 사로잡았어요. 이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가 한눈에 잘 보이더라고요.
류승완 감독님이 사로잡혔다고 하시는 게 참 저희 같은 대중영화 만드는 사람들한텐 좋은 건지
[기획] “해녀들과 깡패들과 상어가 만났다. 그리고 공무원!”, ‘밀수’ 류승완 x 박찬욱 감독 대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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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조인성씨 액션 신은 류승완 감독쯤 되면 아무 기약 없이 현장 가서 바로 하나요?
류승완 왼손만 가지고도? (웃음) 농담이고요. 이번에 함께한 유상섭 무술감독님은 박 감독님 작품을 많이 하셨고 최동훈, 나홍진 감독님 작품의 무술감독도 많이 했던 분이에요. 근데 그분이 인터넷으로 공개한 제 데뷔작 <다찌마와 리>(2000)의 스턴트 더블이었어요.
박찬욱 아, 그 단편영화.
류승완 그러니까 저하고는 20년도 더 된 관계죠. 물론 액션 신을 촬영할 때마다 긴장은 되죠. 다칠 수 있으니까. 조인성 배우가 태권도 4단이라 사범증도 있고 태권도를 되게 잘해요. 근데 무릎이 안 좋아져서 <모가디슈> 끝나고 수술을 했죠.
박찬욱 <모가디슈> 때문에?
류승완 그건 아니고 사람이 너무 긴 게 안 좋습디다. 너무 기니까 무릎에 하중이 많이 가나봐요.
박찬욱 액션영화 전문가인 제삼자라면 이 영화의 액션 신을 보고 어떤 점이 특징이라고 말할 것 같아요
[기획] “제삼자라면 <밀수> 액션을 뭐라고 평할 것 같아요?”, ‘밀수’ 류승완 x 박찬욱 감독 대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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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제 영화를 가지고 감독님하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게 처음이지 않나요?
박찬욱 아, 그래? 그런가?
류승완 저는 감독님 영화가 개봉하면 GV도 하고 블루레이 코멘터리도 하고….
박찬욱 아니, 류 감독의 요청이 없어서….
류승완 저한텐 상당히 떨리는 자리예요. 물론 감독님은 항상 제 영화의 가장 첫 번째 관객이시고 대본을 쓸 때나 편집본을 만들 때나 떨리는 기분으로 말씀을 청해 듣곤 하는데 오늘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얘기를 하니 좋네요.
박찬욱 부르지도 않는데 내가 먼저 전화해서 “GV 좀 하면 안될까?” 할 순 없잖아요. <밀수>는 제가 예전에 가편집본으로 마지막 물속 액션 시퀀스를 봤어요. 수조 세트에 바위만 몇개 있었지 그냥 퍼런 배경이었어요. 어떻게 저렇게 물속에서 액션을 구사할 수 있을까 정말 놀랐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물론 그 장면도 압권이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신나고 활력이 있었어요. 제가 류승완 감독 영화 중 제일 좋아했던 것이
[기획] “70년대에는 서스펜스가 구축되는 방식 자체가 달라요.”, ‘밀수’ 류승완 x 박찬욱 대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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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박찬욱, 류승완 감독 대담을 마련한 건 20년 만의 일이다. 2003년 박 감독은 <올드보이>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었고, 류 감독은 <아라한 장풍대작전> 촬영을 준비 중이었는데, 대화 주제는 두 사람의 영화가 아니라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2003)였다. 한국영화계에 불현듯 나타난 컬트영화를 환영하며 두 영화인은 자신들이 사랑한 영화 속 마니악한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했었다.
그로부터 20년 뒤, 두 감독을 마주 앉게 만든 영화는 류승완 감독의 <밀수>다. 1970년대 작은 바다 마을 밀수꾼인 해녀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이 우정을 쌓고 오해도 더께로 쌓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영화다. <밀수>에 대한 대담이 시작되자마자 류승완 감독은 자신의 영화로 박찬욱 감독과 공식적인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건 처음이라며 떨리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박 감독은 류 감독의 필모그래
[기획] 20년을 넘나드는, ‘밀수’ 류승완 x 박찬욱 감독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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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시리즈에 이어 다시금 김용화 감독과 함께한 최태영 음향감독은 <더 문>의 이야기를 ‘한 사람의 생존기’로 요약한다. 여타 SF 우주영화와 달리 <더 문>의 사운드가 ‘현실성’에 방점을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록 실제 우주에선 소리가 나지 않지만, 관객이 우주의 소리를 감정적으로 문제없이 수용하게끔 만드는 ‘영화적 리얼리티’가 그의 목표였다. 한편 <더 문>은 동시녹음을 최소화했기에 보통의 장편영화보다 2배의 작량이 필요했다. <기생충> 등 봉준호 감독의 전작을 비롯해 200편이 넘는 영화에 참여해온 그에게도 <더 문>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새로운 시도였던 셈이다.
- 김용화 감독은 <더 문>을 두고 “SF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우주 배경의 영화이긴 하나 현실성과 드라마 요소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음향 측면에선 이 간극을 어떻게 조절했나.
= 여기서 말하는
[인터뷰] ‘소리로 구현한 우주의 리얼리티’, 최태영 음향감독이 말하는 ‘더 문’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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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내고 싶었다”, “잘 만들고 싶었다”. 홍주희 미술감독이 <더 문>의 프로덕션 디자인 제작기를 설명하며 가장 많이 건넨 말이다. 그는 이미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통해 본 적 없는 젤리와 악귀의 세계도 구현해봤고 영화 <형사 Duelist> <음란서생> 등을 통해 경험한 적 없는 조선시대를 만들어낸 바 있다. 하지만 누구도 가본 적 없고 답사조차 불가능한 달과 우주를 그리는 일은 다른 차원의 도전을 요했다. 하이퍼리얼리즘을 추구하며 우주영화를 만들었다는 김용화 감독의 전언처럼 홍주희 미술감독 또한 무엇 하나 넘치지 않되 관객들이 진짜 같은 우주를 즐길 수 있길 바라며 지구 밖 낯선 공간을 생생하게 구현했다.
<더 문>의 주조 톤은 설정되진 않았지만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사용되는 컬러는 태양빛의 골드다. 한국항공우주국(KASC) 본부의 조명과 유니폼, 우리호의 태양 계기판 모두 금빛을 띤다. “태양 계기판은 고증
[기획] 근거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홍주희 미술감독이 말하는 ‘더 문’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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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현 VFX 슈퍼바이저는 <미스터 고>부터 <신과 함께> 시리즈, <더 문>까지 김용화 감독의 VFX 세계를 진두지휘해온 인물이다. 그는 일전에도 <유랑지구><승리호> 등 우주 배경 영화의 VFX 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 다만 <더 문>의 우주와 달을 만드는 것은 또 다른 과제였다. VFX의 상상력과 아날로그 촬영의 균형을 유지하며 극의 현실성을 해치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다. 모든 장면의 영상 콘티를 사전 제작하는 프리 비주얼 단계부터 작품이 극장에 걸리기까지, 그의 손을 거쳐 지구에 당도한 <더 문>의 VFX 제작기를 들어봤다.
실제 우주를 재현하다
<더 문>은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우주의 모습을 택했다. SF 판타지가 아니다. “달 전체는 우리가 만든 이미지다. 다만 상상력에 기반하기보단 실제 우주의 모습을 최대한 상세히 재가공한 쪽에 가깝다.” 이에 미항공우주국(NASA)이 제공하
[기획] 철저한 고증의 VFX, 진종현 VFX 슈퍼바이저가 말하는 ‘더 문’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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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저메키스, 알폰소 쿠아론, 크리스토퍼 놀런, 리들리 스콧, 제임스 그레이…. 자기만의 영화 세계를 공고히 쌓아가는 감독들은 필모그래피에서 불현듯 혹은 기필코 한번쯤 ‘무한한 공간, 저 너머’인 우주로 날아오른다. <더 문>의 김용화 감독 또한 그랬을 터다. 일순간 활공 후 땅에 착지하는 것이 핵심인 스키 점프 선수들에 관한 영화 <국가대표>나 아예 땅밑 사후 세계로 내려가던 <신과 함께> 시리즈를 거친 후, 그는 지상과 지하를 떠나 대기권 밖 달을 향해 영화를 쏘아올렸다.
미디어가 부여한 동시대성
2024년 대한민국은 유인 달 탐사선 나래호를 우주로 쏘아올렸지만 나래호에 탄 우주인 셋을 모두 잃는 참변을 겪는다. 이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세계 우주 연합에서 탈퇴당하는 수모를 겪고 각고의 노력 끝에 2029년 다시 세명의 유능한 우주인을 달 탐사선 ‘우리호’에 싣는다. 하지만 우리호는 달 착륙 직전 태양풍을 직격으로 받아 우주인 두명이 정비
[기획] 황선우 대원의 우주 생존기, 가족주의와 미디어 활용으로 차별화 꾀한 SF영화 ‘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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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계도 우주영화를 만들 기술력을 갖췄다는 찬사는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반응이 됐다. 우주 SF <더 문>은 덱스터 스튜디오의 기술력 이전에 김용화 감독이 천착해온 용서와 구원의 테마가 4K 화질로 구현된 우주에서 어떻게 승화되는지에 관해 먼저 논해야 할 작품이다. 대한민국 최초로 달 탐사에 성공한 근미래 한국이 배경인 <더 문>을 안내하기 위해 영화 리뷰와 김용화 감독의 긴 인터뷰를 실었다. 더불어 진종현 VFX 슈퍼바이저, 홍주희 미술감독, 최태영 음향감독의 제작기는 이 영화가 구현하고자 했던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상세한 비하인드를 알려줄 것이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더 문>의 리뷰와 김용화 감독 인터뷰, 제작 비하인드가 계속됩니다.
[기획] Over the moon, ‘더 문’ 리뷰와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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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는 군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유형의 폭력을 이전보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며 국가적·체계적 책임을 함께 묻는다. 시즌1에서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이 천연덕스러운 콤비로 D.P.의 여정을 보여줬다면, 시즌2에서 이 둘은 묵직한 태도의 진중한 안내자가 되어 시청자가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도록 돕는다. 은폐하려 하지만 은폐할 수 없고, 진실이라 믿지만 거짓에 가까운 사건들을 하나의 메시지로 엮어내며 <D.P.>는 그간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았던 사회의 민낯을 다시금 진단한다.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한준희 감독에게 질문을 건넸다.
- 두 번째 시즌은 조석봉(조현철) 사건이 벌어진 뒤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아닌, 시즌1 마지막 회의 연장선인 김루리 일병(문상훈)의 이야기로 출발한 이유는 무엇인가.
= 시즌2를 준비하던 중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조석봉 사건을 목도한 인물들이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을
[인터뷰] 방관자들을 향해 묻다, ‘D.P.’ 시즌2 한준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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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라” 외치며 <D.P.> 시즌1에서 호열이 능청스럽게 등장했을 때 그의 이면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탈영병의 흔적을 능숙하게 좇다가도 D.P. 조장으로서 자신의 가용 범위를 가늠하며 남들 앞에 나서길 주저하는 모습 같은 것 말이다. 그 망설임이 유쾌함 저변에 가라앉은 그의 속내를 짐작게 한다. 그러나 배우 구교환의 말대로 그가 동료들과 다를 바 없는 “보통 청년”임을 깨달은 뒤로 탈영병을 도우려는 호열의 진심은 더욱 선명하게 와닿는다. “한준희 감독이 자신을 잘 써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며 구교환은 본인이 파고든 <D.P.>의 두 번째 챕터 그리고 호열에 관해 들려주었다.
- 시즌제 작품에 연이어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연기한 인물을 또 만나니 반갑더라. 시즌1을 거치며 호열이를 잘 알게 됐지만 시즌2에서 새로운 사건들이 일어나는 만큼 달라지는 지점이 분명 있을 거라고 봤다. 그래서 억지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보다 시나리오
[인터뷰] 호열이 그 이상의 구교환, ‘D.P.’ 시즌2 구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