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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극장가에서 김종수는 가장 바쁜 배우 중 한명이 됐다. <밀수>의 악당인 세관계장 이장춘과 <비공식작전>의 외무부 최 장관 모두 배우 김종수의 손길을 거쳐 태어났다. 앞서 그는 홈리스 출신의 축구부 에이스 김환동으로 <드림>에서도 활약했으니 2023년의 기대작에 줄줄이 이름을 올린 셈이다. 건달부터 대통령까지, 거치지 않은 직업과 지위가 없지만 다작 배우임에도 소모되지 않은 그의 저력은 “단 몇분, 몇신만 나온대도 그 인물에 매료되면 전부 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는 소신과 직업정신에서 나온다. <밀수>로 어느 때보다 안타고니스트적 존재감을 자랑하는 요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화란>까지 줄줄이 예고된 그의 다음 행보도 기대감을 자아낸다.
- <밀수>의 세관계장 이장춘은 엄격한 공무원처럼 보이지만 후반부에 장르적 변곡점을 지닌다. 본색을 드러내는 인물의 포인트를 어떻게 준비했나.
[인터뷰] ‘고유한 연기의 결’, ‘밀수’, ‘비공식작전’ 배우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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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극장 스크린에서 마주한 얼굴이 드라마 속에서 다시 등장한다. 이 정도의 다작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싶은데 정작 질문을 받아든 배우들은 처음도 아니라는 듯 괜찮다고 답한다. 분량에 상관없이 자기 파트를 책임지고 완성하는 이들 덕에 작품의 완성도 또한 배가된다. 여름 성수기를 겨냥한 4편의 한국영화, <더 문> <밀수>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도 반가운 배우들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문>에서 과기부 장관으로 분한 배우 조한철, <밀수> <비공식작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김종수, <밀수>의 명암을 그려낸 배우 김원해·김재화, 황궁 아파트의 일원이 된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배우 김도윤. 여름영화 BIG4의 빛나는 조연들을 만났다.
* 이어지는 기사에서 김종수, 김원해, 조한철, 김재화, 김도윤 배우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배우열전’ - 여름영화 속 빛나는 조연들, 김종수, 조한철, 김원해, 김재화, 김도윤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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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오펜하이머>의 원작인 J.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이다. 전기 작가 카이 버드와 미국사 교수 마틴 셔윈이 썼다. 한국어판의 분량이 대략 1천장일 만큼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한다. 두 저자가 25년에 걸쳐 모은 오펜하이머의 개인 문서와 유품, FBI가 만든 수천쪽의 기록물과 녹취록, 그리고 100여명에 가까운 오펜하이머 주변인들의 인터뷰가 주된 자료다.
스팅의 <Russians>(1985)
냉전 시기 구소련 체제를 비판하며 불렀던 이 곡의 가사를 통해 크리스토퍼 놀런은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고 한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How can I save my little boy from Oppenheimer’s deadly toy?”(오펜하이머가 만든 죽음의 장난감으로부터 난 어떻게 내 아이를 지킬 수 있을까?) (오펜하이머가 개발하여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무기의 이름 ‘littl
[기획] 데이비드 보위에서 안드레이 타르콥스키까지, ‘오펜하이머’에 영감을 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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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는 전기영화인가. 이상한 질문이다. 제목부터 실존 인물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영화의 내용 역시 오펜하이머의 역사적 행적을 따른다. 그러나 <오펜하이머>를 온전한 전기영화라 부르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이것에 대한 의문과 해답을 차근차근 짚어가다 보면 크리스토퍼 놀런이 왜 그리고 어떻게 <오펜하이머>를 만들었는지, 그 결론이 놀런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어림잡을 수 있다.
길가에 팬 물웅덩이에 빗물의 파장이 인다. 이 광경을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가 빤히 바라보고 있다. <오펜하이머>의 첫 장면이다. 관객은 오펜하이머가 어떠한 연유로 이토록 우수에 잠겨 있는지 파악할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이내 영화는 해당 장면과 영 무관해 보이는 시퀀스로 이동한다. 불꽃이 일렁이고 연소하는 일련의 폭발 과정인 듯한데, 아마 물웅덩이를 보고 있던 오펜하이머의 상상이 아닌가 싶다. 물과 불,
[기획] 오펜하이머라는 미지에서 놀런이 당도하려는 곳은 어디인가, <오펜하이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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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런이란 이름의 완성판이다. <오펜하이머>엔 그가 초기작 <미행>이나 <메멘토> 혹은 <덩케르크>에서 보여줬던 다수 시계열의 교차편집부터 <인터스텔라> <테넷> 등에서 채택했던 과학적 소재의 활용, <다크 나이트> 이후 꾸준히 애용해온 아이맥스 촬영의 형식미가 합쳐져 있다. 크리스토퍼 놀런 영화의 거의 모든 구성 요소가 총집합한 셈이다. <오펜하이머>는 ‘핵폭탄의 아버지’로 불렸던 실존 인물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그린다. 천재 물리학자로 이름을 떨치던 그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핵무기 개발의 총책임자를 역임하고, 종전 후 국제 핵무기 규제에 힘썼던 일화가 중심이다. 비평적 성공과 함께 흥행도 순항 중이다. 개봉 4주차에 월드와이드 수익 6억5천만달러를 거두며 <인셉션>의 성적을 넘보고 있다.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제외하고 가
[기획] 크리스토퍼 놀런과 오펜하이머라는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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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의 우진은 수혁(정우성)을 해하라는 성준(김준한)의 지시를 받고 진아(박유나)와 함께 지구 끝까지 수혁을 쫓는다. 진아는 수혁의 딸 인비(류지안)를 납치하지만 정작 우진은 수혁에게 납치돼 오도가도 못한다. 별안간 수혁과 우진의 로드 무비가 이어지는 와중에 우진은 수혁을 사살하길 포기하지 않는다. 사람을 해하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는 사이코패스도 김남길을 거치면 특별해진다. 우진은 등장마다 비장함으로 팽팽한 영화에 숨통을 틔우고 단선적인 내러티브에 놀라운 박진감을 부여한다. 캐릭터를 섬세히 구축하고 이를 유려하게 표현해내는 김남길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 평소 목소리보다 톤을 높여 노래하듯 대사를 소화해 우진이 유년기에 천착하는 캐릭터로 느껴졌다. 우진의 대사 톤을 어떻게 만들어갔나.
= 우진은 그의 대사처럼 어린 시절 발생한 일련의 일들을 환각인지 실제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캐릭터다. 멀쩡한 성인이라면 과거의 고통을 직시하고 깨부수어 갈
[인터뷰] 배려하는 연기, <보호자> 김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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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의 수혁은 러닝타임 내내 평범한 삶의 가치를 찾아 헤맨다. 그런 수혁을 평범과 가장 거리가 먼 정우성이 연기한다는 점이 놀랍다. <보호자>의 서사는 폭력의 세계에서 벗어나길 희구하는 한 남자의 몸부림이다. 그런 영화를 한국영화 역사에서 숱한 액션 명장면을 끊임없이 만들어온 배우 정우성이 연출한다는 점 또한 의미심장하다. 일견 모순으로 가득해 보이는 <보호자>는 영화인 정우성이 커리어 내내 고심한 의문에 대한 결론이라는 점에서 그가 만들 수밖에 없는 영화기도 하다.
- 수혁은 주인공임에도 대사가 많지 않고 수혁의 전사도 극 중에서 자세히 설명되지 않는다. 연출자이자 각색 작가로서 의도한 여백인가.
= 영화를 만들다보니 지금과 같은 여백이 생겼다. 출소 전 수혁의 모습도 촬영해두었지만 편집 과정에서 전부 걷어냈다. 수혁은 폭력 조직에 몸담았던 스스로에 대한 회한으로 가득한 인물이다. 수혁은 언어보다는 물리적 폭력이 우선되는 세계에서만 살
[인터뷰] ‘평범’과 ‘몸부림’의 딜레마, <보호자>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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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의 감독 데뷔작 <보호자>가 8월15일 개봉했다. <보호자>는 정우성이 직접 쓴 <폭력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영화는 출소 후 어린 딸에게 평범한 아빠가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수혁(정우성)을 통해 (한국)영화가 답습해온 폭력 재현과 약자 묘사의 정당성을 묻고, 고질적 문제의 개선안을 탐구한다. 한편 청부살인콤비 세탁기의 일원인 우진(김남길)은 무차별 범죄를 즐기며 폭력에 무감해진 사회를 삽시간에 경각한다. 이처럼<보호자>는 폭력의 주체와 이를 거부하기 위한 감독 겸 작가의 분신을 영화에 공존시킴으로써 한국영화가 누적해온 폭력 묘사의 현주소에서 벗어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데뷔 초부터 품어온 영화연출의 꿈을 마침내 이룬 감독 겸 배우 정우성과 등장하는 장면마다 관객을 무장해제시키는 배우 김남길을 만났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보호자> 정우성, 김남길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평범을 향한 이정표, ‘보호자’의 정우성, 김남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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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저작권법은 별도의 특약이 없는 한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을 감독과 작가 등 창작자가 제작사에 양도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알고 있다. 특히 한국의 OTT사는 재상영분배금을 일절 지급하지 않는다던데.
= OTT 오리지널 콘텐츠는 창작자와 제작진이 매절 계약(저작자에게 저작권료를 한번에 지급하고 향후 저작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을 독점하는 계약 형태)으로 체결한다. 드라마나 영화가 지상파에서 상영될 경우 재방송료가 지급되는 반면 대한민국의 OTT 오리지널 콘텐츠는 재상영분배금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 전세계 작가들이 공통으로 주장하는 보상 체계가 ‘공정하고 비례적인 보상’이다. 실제 사용량에 비례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공정한 것 아닌가. 그런데 OTT 업계는 디지털 전산망으로 사용량을 집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 전 인기를 예측해 창작자들에게 급여를 제공하는 것 이외의 어떤 후속 보상도 지급하지 않는다.
1980년대 김수현 작가가 방송작가협회장으로 있던 시절 방송
[인터뷰] ‘한국의 저작권법 개정, 더이상 미룰 수 없다’,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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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멈췄다. 촬영 중이던 영화와 TV시리즈는 모두 제작을 중단했고, 하반기에 있을 영화제 레드 카펫에 배우들은 서지 않을 예정이다. 지난 5월2일 미국작가조합(WGA)이 무기한 파업을 시작한 데 이어 7월14일 미국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 또한 미국영화·TV제작자연맹(AMPTP)을 상대로 파업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양 노조가 동반 파업을 한 것은 1960년 이후 처음이다. 아직까지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가운데, 지금 양 노조의 파업이 대립 중인 쟁점은 무엇이며 할리우드에 미칠 영향은 어떤 것이 있는지 정리해보았다. 지난 6월14일 미국작가조합 파업을 지지하는 공동성명 및 연대시위를 기획한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를 만나 한국 시나리오작가의 근무 환경과 파업이 창작자에게 던지는 쟁점에 관해서도 물었다.
미국영화·TV제작자연맹(AMPTP)은 어떤 단체인가?
AMPTP(Alliance of Motion Picture TV Producers)는 미국
[기획] 할리우드 작가조합, 배우조합 파업 무엇이 쟁점인가 - WGA와 SAG-AFTRA의 파업을 둘러싼 7가지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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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을 위한 영화는 아니라는 감독의 말은 들었지만, <보호자> 액션의 차별성은 무엇인지 여전히 궁금하다.
= 처음엔 설정을 많이 줬다. 예컨대 게르의 월등한 거구를 상대하는 수혁(정우성)의 움직임 안무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감독과 영화를 준비해가면서 보여주는 액션에 힘을 주기보다 수혁이 이렇게 계속 갈 수밖에 없는 감정의 표현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데에 동의했다. 수혁은 게르를 넘어가야만 딸을 구할 수 있는 입장인데 게르는 사냥꾼이다. <보호자>는 전에 못 봤던 액션을 보여주진 않으나 접근 방식의 포인트가 다르다.
- 그래도 <이저씨>하면 관절을 탁탁 끊어내는 듯한 액션을 생각하듯이 시그니처가 없나.
= 결과적으로 동작이 찍히지만 그것이 목표는 아니다. 호텔에서 수혁과 붙어 승부를 보지 못한 게르는 스스로 무적이라고 자부해온 자로서, 수혁을 목표로 삼게 된다. 그래서 아지트를 찾아갔을 때 의자로 수혁을 가둬놓고 먹이를 갖고 놀 듯
[인터뷰] "철저히 감정선을 따랐다", '보호자' 허명행 무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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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극장가는 한산했지만, 영화 공장은 방역수칙 아래에서 쉬지 않고 돌아가며 이미 시동을 건 프로젝트들을 제작했다. <씨네21>은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석달 후인 2020년 4월18일과 19일 이틀 동안 정우성 감독의 데뷔작 <보호자>의 김포 세트를 방문했고 그 기록을 개봉 즈음에 여기 공개한다.
2020년 4월18일 토요일 이른 아침. 코로나19 확진자가 어제보다 22명 늘었다는 뉴스를 들으며 <보호자> 촬영이 진행 중인 경기도 김포시 아라스튜디오로 나의 털털이 차를 몰았다. 11년 전 <호우시절> 촬영 직후 인터뷰에서 정우성은 <비트> 시절부터 노트에 시나리오를 썼고, 남양주종합촬영소 춘추관에 들어가 매니저에게 타자를 치게 하며 시나리오를 쓴 적도 있다고 말했다. 영화 기자로 오래 버티다 보니 마침내 정우성 감독의 첫 장편 연출 현장을 목격하는 날이 오는구나, 혼자만의 감회에 젖어 아
[기획] "감독님, 손에 피 좀 묻히고 갈게요.", 정우성 감독 데뷔작 ‘보호자’ 촬영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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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제 감독이 뽑은 웹툰 <무빙>의 이 장면
웹툰 15화 <비밀>에서 봉석이 비밀을 감추고 살아야 하는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엄마에게 화내는 장면이 있다. 이어 어린 시절 아빠와의 추억이 플래시백처럼 나온다. 벚꽃이 떨어지는 골목길, 봉석이 하늘로 떠오르자 봉석을 안고 있는 엄마도 함께 떠오른다. 그러자 아빠 두식이 날아올라 하늘로 날아갈 뻔한 아들과 아내를 꼭 끌어안는다. “그리고 아빠가 말했다. 우리 가족 언제까지나 지켜줄게.” 가족의 아름답고 행복했던 기억을 ‘떠오른다’는 이미지로 표현한 아름다운 장면이다.
강풀 작가가 뽑은 시리즈 <무빙>의 이 장면
시리즈 17화에서 미현이 두식에게 아빠가 남긴 말을 전한다. 하늘을 잘 날려면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는 거다. 날아오르기 위해선 “잘 떨어져야 한다”는 말은 <무빙>의 메시지이기도 한데 이게 자칫하면 교조적인 메시지가 되기 쉽다. 아빠 두식 역의 조인성 배우가 이걸
[기획] 감독과 작가가 뽑은 웹툰 ‘무빙’, 시리즈 ‘무빙’의 장면과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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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웹툰 <무빙>
누적 조회수 2억뷰를 달성한 강풀 작가의 웹툰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를 감추고 살아가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타이밍> <어게인> <무빙> <브릿지>로 이어지는 강풀 세계관의 중심에 선 이 작품은 부모가 된다는 기적과 가족애, 세상을 구하기 전에 내 곁의 소중한 것들을 먼저 보듬는 한국형 히어로물이라 할 만하다. 하늘을 날고 신체가 재생되는 특별한 능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면 가슴을 울리는 건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치열함이다. 8월9일 7화까지 한번에 공개한 이후 매주 2화씩 선보일 예정이다.
소박하고도 거대하다. 강풀 작가의 메가 히트 웹툰 <무빙>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로 다시 돌아왔다. 강풀 작가는 시나리오작가 데뷔작이기도 한 이번 작품에서 직접 각본을 맡아 원작의 매력을 최대한 살렸다. <무빙>은 세상을
[기획] 소중한 것을 지키는 사람들의 멜로드라마, ‘무빙’ 박인제 감독 x 원작과 시나리오의 강풀 작가 대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