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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좋아하세요?”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고요.” <슬램덩크> 덕분에 농구를 시작하고 알게 되고 좋아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끝난 월드컵이 전 세계인을 축구에 흠뻑 빠지도록 만들었지만 적어도 한국과 일본에서 90년대는 농구의 시대였다.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주간소년점프>에 연재된 만화 <슬램덩크>는 당시 농구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계기 중 하나였다. 한편의 만화를 넘어서 시대의 아이콘이자 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한 <슬램덩크>는 <드래곤볼>과 함께 90년대 일본 만화를 이끈 쌍두마차지만 여느 만화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당시 인기 만화들은 작가가 원한다 해도 마음대로 끝낼 수 없었고, 그 결과 무리하게 연재를 이어가다 본래의 색과 매력을 잃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슬램덩크>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박수칠 때 과감히 떠나는 선택을 감행한다.
<슬램덩크>의 갑작스러운
[기획] 26년 만에 극장판으로 돌아온 ‘더 퍼스트 슬램덩크’ 미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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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귀환. <슬램덩크>가 연재 종료 후 26년 만에 극장판으로 돌아왔다.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이미 일본에서 <아바타: 물의 길>을 누르고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열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한국에서는 국내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강수진 성우를 비롯하여 신용우, 엄상현, 장민혁, 최낙윤 성우 등이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국내 공개를 앞두고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이 <씨네21>과 독점 인터뷰를 가졌다. 이노우에 감독의 친필 메시지와 함께 “상대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것”을 소망한 감독의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한다.
*이어지는 기사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 미리보기와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 독점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그걸 전하는 것: ‘더 퍼스트 슬램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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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글을 떠난 당신의 첫 번째 영화다. 습하고 더운 열대우림을 떠나 고지대로 향했다. 타지에서 영화를 찍는 것은 어떤 경험이었나.
= 무척 멋진 일이었다. 그동안 나는 많은 것을 알지 못했고, 보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가 스스로를 낯선 곳, 낯선 문화 속으로 던져넣을 때라고 생각했다. 사실 낯선 것과 대면하는 것은 영화를 만드는 작업에 있어 꽤나 무서운 일이다. 진정성에 대한 많은 도전을 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더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느꼈다. 나는 위대한 영화감독처럼 스스로를 잘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무언가를 만들 뿐인데, 이것은 사실 실패하기 위한 도전에 가깝다. 어떤 것에 실패하고, 그 실패로부터 독특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자 했다.
- <메모리아>는 폭발성 머리 증후군이라는 당신의 사적인 질병으로부터 출발했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질병의 감각을 어떻게 영화로 옮겨오고자 했나.
= 그것은 단순한 신
[인터뷰] ‘메모리아’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 “환영의 안쪽을 가장 투명하게 들여다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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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결말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영화는 스크린의 적막을 깨뜨리는 ‘쿵’ 소리로부터 시작된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쿵’ 소리라고 적을 테지만, 그것이 불완전한 재현임을 상기해두고자 한다. 그 소리는 사실 ‘쾅’ 소리일 수도, 영어의 표현을 따라 ‘Bang’ 혹은 스페인어로 ‘Bum’이라 적을 수도 있다. 그 소리를 문자로 옮겨 적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슷한 이유에서 프리드리히 키틀러는 축음기를 실재계의 매체에 비유했다. 축음기는 소리를 기호화하지 않고 소리의 주파수적 속성을 그 자체로 기록하며, 그러므로 모든 우연한 청각적 사건들의 수집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메모리아>가 ‘쿵’ 소리와 함께 시작되고 그 소리의 기원을 밝히기를 영원히 유보할 때, 영화는 마치 축음기의 매혹처럼 기능하며 소리의 주술적 힘으로 우리를 이끄는 것만 같다.
한편 <메모리아>는 그 힘 속으로 충실하게 빠져드는 것만큼이나 영화로부터 빠져나오기라는 각성의 순간을 요구한다.
[기획] ‘메모리아’, 가능한 모든 깨어남들의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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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홍열 촬영감독. 영화 <간신>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심장소리> 등을 촬영하고 다큐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를 연출했다.
요즘 누구도 하지 않는 3D를 제임스 카메론은 왜 13년 동안 붙잡고 있었을까. 다른 무엇보다도 그 지점이 궁금해 용산 아이맥스를 찾았다. 두번을 봤다. 한번은 3D 안경을 착용하고, 다른 한번은 3D 안경을 벗고 쓰기를 반복하며 거의 안경을 벗은 상태로 관람했다. 첫 번째 3D 안경을 착용하고 봤을 때는 3D 기술을 미학으로 승화시킨 점에 놀랐고, 두 번째 3D 안경을 거의 벗고 봤을 때는 기존 3D 영상에서 에러로 피해야 하는 것들을 완벽하게 구현한 3D 기술에 놀랐다.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의 3D 기술은 이 영화에 참여한 많은 기술 스탭들뿐만 아니라 제임스 카메론의 장인 정신이 구현한 것을 인정할 수
[비평] '아바타: 물의 길', 기술이 서사의 배경을 숲에서 바다로 이동시킨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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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최우리 <한겨레> 기자. 기후변화팀에서 기후위기와 환경, 동물권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몇해 전 여름, 미국 올랜도에서 놀이공원인 시월드에 갔다. 시월드의 대표 상품인 돌고래와 범고래 쇼를 보기 위해서였다. 쇼를 보면서 내가 애써 떠올린 것은 자연의 소리였다. 물 밖으로 높게 튀어오르고 지느러미로 물을 튕기고 난 뒤 사육사에게서 죽은 생선을 받아먹는 고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자연의 소리를 닮은 음악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종일 놀이공원을 돌며 고래들의 쇼만 4번 봤다. 그러고 나자 첫 공연 때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이 보였다. 처음에는 범고래의 역동적인 모습에 감동했지만 번쩍거리는 조명과 시끄러운 클럽 노래 소리의 진동을 견디며 수차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공연장이 슬슬 지겨워졌다. 바닷속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셀 수 없이 반복해온 고래들에게 이곳은 노예노동의 현장이었다. 그날 밤 화가 났고 우울했다.
동물원이나 수족
[비평] ‘아바타: 물의 길’을 보며 지구의 미래 환경을 걱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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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손희정 영화평론가. <을들의 당나귀 귀2> <당신이 그린 우주를 보았다>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 등을 썼다.
2009년 당시 <아바타>의 등장은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북반구 선진국(Global North)의 남반구(Global South)에 대한 착취를 성실하게 반성하는 작업이자 발을 들이는 곳마다 모든 걸 파괴하고 마는 초국적 자본에 대한 생태주의 비판으로서, 무엇보다 기꺼이 타자-되기를 선택하는 탈휴머니즘적 철학의 대중적 재현으로, 영화는 진지한 사유와 토론을 촉발했다.
물론 의심스럽기도 했다. 영화는 다른 한편으로 하반신 마비를 자신의 한계라고 생각하는 퇴역군인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가 그 ‘망가진 신체’를 버리고 자신의 기억을 그대로 보존한 채 전설적인 영웅 ‘토르크 막토’로 거듭나는 트랜스휴먼 서사였던 것이다. 게다가 이는 지구에서 손상된 남성성을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했는데, 제이크는 ‘남자가 되는’ 통과의
[비평] ‘아바타: 물의 길’의 스토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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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주 만에 누적 관객수 600만명 돌파, 글로벌 매출 10억달러 달성 등 <아바타: 물의 길>을 둘러싼 거대한 수치 기록이 연일 이어진다. 전세계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며 판도라로 초대한 제임스 카메론의 세계관을 면밀하게 이해하기 위해 세 가지 관점의 비평을 담았다. 먼저 손희정 영화평론가가 <아바타: 물의 길>의 서사를 관찰하며 이분법적 구조가 만들어낸 허점을 짚어냈다. 이어 최우리 <한겨레> 기자가 환경의 관점으로 키리가 대변하는 미래 세대의 중요성을 짚어냈고, 마지막으로 박홍열 촬영감독이 제임스 카메론이 왜 <아바타> 속편으로 바다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기술의 관점으로 풀어냈다. 각기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통해 <아바타: 물의 길>이 지닌 상징과 함의를 구체적인 언어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기사에 스토리, 환경, 기술로 바라본 <아바타: 물의 길> 리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아바타: 물의 길' 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 스토리, 환경, 기술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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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무빙>
감독 박인제 | 각본 강풀
출연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빙>은 거의 모든 플랫폼의 콘텐츠 책임자들이 기대작으로 꼽았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다. “<오징어 게임>의 두배 이상 제작비가 들어갔다고 알려진”(양시권 티빙 오리지널국 국장), “규모감이 있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김성한 쿠팡플레이 총괄) 블록버스터라는 점은 물론, “강풀의 히어로물이 어떻게 표현될지”(김태원 넷플릭스 디렉터), “흥미로운 원작을 어떻게 구현해냈을지”(이찬호 스튜디오웨이브 대표) 궁금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넷플릭스 <셀러브리티>
감독 김철규 | 각본 김이영
출연 박규영, 강민혁, 이청아, 이동건, 전효성
온라인상의 인기가 돈이자
[기획] OTT 콘텐츠 책임자 5인이 꼽은 2023년 기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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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장은 포화 상태일까?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디즈니+, 왓챠… 여기에 유튜브 프리미엄까지 고민해야 한다면 어떨까. 수많은 플랫폼 중 무엇을 구독해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면, 플랫폼 춘추전국시대라 불리는 현 시장이 이미 레드 오션에 접어든 것은 아닐지 냉정하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양시권 티빙 오리지널국 국장은 “2021년에는 OTT 산업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느냐를 논했다면, 앤데믹 전환 이후 2022년 초부터는 이중 몇개사가 살아남을 수 있느냐로 질문이 바뀌었다”며 치열해진 경쟁 구도를 묘사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한 가정이 평균 4개 이상의 OTT를 구독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각사 OTT의 장점과 셀링 포인트를 잘 살려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면, 잠재적 고객을 더 끌어들일 수 있다. 지금의 티빙은 초기 모델이다. 차후 글로벌 사업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에 가야 할 길이 많이 남
[기획] OTT 콘텐츠 책임자 5인이 점치는 2023년 OTT 산업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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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시리즈부터 스포츠 리그 중계까지, 2020년 서비스를 론칭한 이래 쿠팡플레이는 장르와 분야에 국한됨 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선호도를 가늠해왔다. 지난 2년의 경험을 토대로 쿠팡플레이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고객이 콘텐츠를 이용하는 방식까지 차별화할 계획이다. 2023년의 문을 열 오리지널 콘텐츠로 <미끼>를 준비 중인 김성한 쿠팡플레이 총괄에게 대화를 청했다.
- 쿠팡플레이의 2022년 한해를 정리한다면.
= 2022년 크리스마스이브가 쿠팡플레이 서비스를 론칭한 지 딱 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지금까지 <어느 날> <안나> <유니콘> 같은 오리지널 작품들, <사내연애>와 같은 데이팅 리얼리티쇼나 축구 국가대표팀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국대: 로드 투 카타르> 등을 선보였다. 시즌3로 돌아온 <SNL 코리아>도 반응이 좋다. 지난 7월 진행된 토트넘 방한 경기
[인터뷰] 김성한 쿠팡플레이 총괄, “양질의 콘텐츠를 더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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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는 2022년 12개의 오리지널을 포함해 20개 이상의 한국 콘텐츠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더 존: 버텨야 산다> <핑크 라이> 등 새로운 포맷의 예능, 와 같은 콘서트 실황 및 오리지널 시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포함됐다. 특히 한동화 감독, 미이케 다카시 감독, 강윤성 감독이 각각 연출한 <형사록> <커넥트> <카지노> 시리즈는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배우들까지 합세해 영화와 드라마, OTT 시리즈의 경계가 없음을 방증했다.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글로벌 브랜드의 강력한 IP를 보유한 디즈니+는 ABC, FX, Hulu 등에서 제작되는 방대한 콘텐츠까지 더해 전세계 1억6420만명(2022년 10월 기준)의 구독자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김소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대표는 <씨네21>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에도 업계와 크리에이티브와
[인터뷰] 김소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대표, “크리에이티브 생태계와 함께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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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티빙은 <유미의 세포들> 시즌2, <술꾼도시여자들2> <환승연애2> 등 시즌제로 확장된 콘텐츠를 성공시켰다. <돼지의 왕> <몸값> 등 눈 밝은 관계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작품들도 있었다. <사랑의 불시착>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한 작품들을 다수 제작한 CJ ENM이 세운 OTT 플랫폼인 만큼 티빙은 해외 진출 후 성장세가 더욱 주목되는 플랫폼이다. 양시권 티빙 오리지널국 국장을 만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 지 3년차에 접어든 티빙이 그리는 청사진이 무엇인지 물었다.
- KT 시즌 합병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우선 월평균 활성 이용자 수(MAU)가 국내 OTT 중 1위에 오른 것이 눈에 띈다.
= 이번 합병의 가장 큰 이유는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데 있었다. 첫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혜택으로 티빙 이용권을 제공한 것은 커머스쪽 소비자들에게 티빙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었는데,
[인터뷰] 양시권 티빙 오리지널국 국장, “충성도가 있는 고객에게 보다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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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웨이브는 10대들의 학원 액션물 <약한영웅 Class 1>을 필두로 국세청을 배경으로 삼은 <트레이서>와 희망퇴직, 주식 폭락, 집값 폭등의 고난을 맞이한 인물이 등장한 <위기의 X> 등을 선보였다. 소재와 스토리 전개 측면에서 독특한 우위를 점한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CJ미디어와 스튜디오드래곤 등을 거치며 20년 넘게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제작해온 이찬호 스튜디오웨이브 대표는 3년차에 접어든 소회를 밝히며, 더 많은 국내 시청자와 글로벌 시장까지 저변을 넓히기 위한 전략을 들려주었다.
- 2022년 <트레이서> <위기의 X> <약한영웅 Class 1> 등 웨이브에서 공개된 오리지널 작품이 많았다. 그중 <약한영웅 Class 1>은 웨이브의 유료 가입자 견인 1위로 올라설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내부에선 그 원인을 무엇이라 판단하나.
= 극본, 연기, 연
[인터뷰] 이찬호 스튜디오웨이브 대표, “30대 여성이 즐길 수 있는 스토리에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