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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평론가들이 선정한 2022년 해외영화 10선
※ 필자별 올해의 해외영화 베스트 5
*이어지는 기사에 씨네21 선정 2022 BEST 해외영화 기사가 계속됩니다.
[기획] 2022 올해의 해외영화, 하마구치 류스케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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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덕 사나이픽처스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여름 시장을 과감히 공략하며 “<헌트>와 이정재의 비상을 이끈 제작자”(김수영)다. 올해의 제작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한재덕 대표는 “영광이다”라며 운을 띄웠다. “<헌트>의 배우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이정재 감독이 연출을 맡도록 부추긴 감이 있는데,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입증해준 것에 대한 감사함이 크다.”
8월10일 개봉한 이래 <헌트>는 총 435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일반적인 첩보영화와 다르게 두명의 안타고니스트가 같은 목적을 갖고 질주한다는 점, 액션도 나쁘지 않았고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가 오랜만에 한 작품에서 합을 맞췄다는 점을 좋게 봐주신 듯하다. 무엇보다 이정재 배우가 ‘언제 이렇게 연출을 했나?’라며 흥미롭게 지켜본 관객이 많았다. 이정재, 정우성 배우가 마케팅 측면에서 정말 애를 많이 썼다. 두 사람 덕분에 100만명은 더 들지 않았을까. 가히 둘의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
[기획] 2022 올해의 한국영화 제작자, ‘헌트’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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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의 지독함은 감정을 극단의 지점까지 밀어붙였다는 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배우의 밑바닥을 긁어내는 무시무시한 장악력은 근본적으로 “불필요한 대사와 행동을 삭제한 절제미와 주제를 응축시키는 구심력”(이현경)으로부터 반동을 키웠다. 모녀 관계의 병적인 풍속도를 직시한 김세인은 “신인의 예각과 기성의 절제력을 동시에 갖춰 차기 한국영화계를 이끌 것이라 확신시키는 예민하고도 아린 감성”(홍수정)의 소유자, “양말복 배우와 함께 선정되어 특별히 기쁘다”는 김세인 감독은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의 초기 제작 단계에서 “수경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냐, 란 말을 들을 정도로 두 여자를 비난하거나 이상하게 보는 시선과 싸워”왔다.
그는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는 중년 여성들, 주체성을 찾아가려는 여성들이 너무 강하거나 혹은 너무 약하다는 이유로 쉽게 손가락질당하는 현실의 세태”에 오기를 다졌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기획] 2022 올해의 한국영화 신인감독,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김세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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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내가 사라졌다>에서 가수 윤시내의 이미테이션 가수인 ‘운시내’는 배우 노재원의 학교 근처 노래방에서 탄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오디션을 볼 때 노래방에서 강산애의 <라구요>를 녹음해 보냈는데 다행히 김진화 감독이 그걸 좋게 봐줬다. 그 뒤로 여러 노래를 불러봤는데 내게 가장 잘 맞는 노래가 윤시내의 <열애>더라. 이미테이션 가수긴 하지만, 어떻게 나로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거의 하루에 한번은 코인 노래방에 들러 <열애>를 불렀다.”
첫 장편이자 첫 개봉작인 <윤시내가 사라졌다>에 대한 노재원의 애정은 남다르다. “준옥과 비슷한 점이 많다. 나 역시 입시나 캐스팅 과정에서 실패를 많이 겪어봤고, 그래서 준옥에게 많이 동요됐다. 얼마 전 부산 해운대에서 앉은 자리에서 1시간10분 동안 버스킹 공연을 봤다. 너무 추웠고, 그의 공연이 완벽하지 않았는데도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게 꼭 준옥 같았다. 그때 김
[기획] 2022 올해의 한국영화 신인 남자배우, ‘윤시내가 사라졌다’ 노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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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복 배우는 “올해의 신인 여자배우로 선정됐다니, 새로 태어난 느낌”이라며 밝은 목소리로 기분을 전했다. “모자란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계속 해도 괜찮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에서 “표독스럽게 몰아붙이다가도 우울하고 지친 기색이 스치는 양말복의 얼굴은 올해 스크린에서 만난 얼굴 중 가장 강렬했다”(배동미).
숱한 연극과 단편 영화, 장편 영화의 조·단역으로 출연했지만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에서 딸 이정(임지호)과의 애증 관계를 노련하게 그려내 주목받았다는 점에서, 베테랑 배우임에도 “‘발견’이라는 의미에 딱 부합한다”(정지혜). 연기를 그만두려던 힘든 시기에 “손 내밀어준 김세인 감독 덕에” 작품에 참여하게 됐고 그렇게 만난 수경이란 캐릭터에 자신의 삶을 많이 대입시켰다. “수경과 이정은 분명 내 삶의 나이테에서도 존재했던 관계다. 때문에 수경을 연기하며 나의 삶과 배우라는 직업을 정리해볼 수 있
[기획] 2022 올해의 한국영화 신인 여자배우,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양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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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보완적으로 완벽한 버디 라이터”(이자연)인 정서경 작가(사진)와 박찬욱 감독. “잠깐 나오는 캐릭터의 대사 한마디에서 해당 인물의 지나온 시간을 유추하게 하는 능력은 이들의 20년 가까운 공동작업이 쌓아올린 성과”(허남웅)다. 특히 정서경은 박찬욱의 영화에 여성 인물의 개성과 충동, 시대정신에 기반한 설득력 있는 내적 동기와 동화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부여하면서 독자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헤어질 결심>은 특히 고유한 물성을 지닌 정서경표 명대사들이 세간에 부지런히 회자되었다. 그는 “사랑한다는 말을 사랑과는 맥락상 거리가 먼 일상적 언어로 표현”했고, 그렇게 해준(박해일)의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가 나왔다. 최근 정서경 작가는, 이 대사가 단순히 오늘날 장르영화에서 테크놀로지 사용이 불가피한 측면만 반영한 것은 아니며 “우리가 핸드폰을 사용할 때 마치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고, 그 안에 누군가가 들어 있는 것처럼 대한다는 것. 겉보기엔 너무나 현대적인 산
[기획] 2022 한국영화 올해의 시나리오, ‘헤어질 결심’ 정서경, 박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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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뜬 망자의 시선과 한창 문자를 입력 중인 핸드폰의 시점으로 우리는 <헤어질 결심>에서 수사와 사랑의 미스터리에 달뜬 얼굴들을 보았다. 김지용의 카메라는 “미장센이 곧 캐릭터인 박찬욱의 세계에서, 매 장면 잘 재단된 회화처럼 이야기의 빈칸을 채워넣는 역할”(장영엽)을 해냈다. 2021년 3월 크랭크업 후 꽤 시간이 흘렀지만 “특히 엔딩의 바닷가 장면은 잊을 수 없는 과제”였다고 김지용 촬영감독은 회상했다. “온전히 컨트롤할 수 없는 자연의 영역, 실제 촬영본 이상을 살려낸 VFX와 사운드 등 후반작업의 공이 컸다. 모두가 협업해야만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었기에 이 기회에 꼭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특히 많은 관객이 인상적으로 본 <헤어질 결심>의 독특한 시점숏들에 관해 김지용 촬영감독은 “망자의 시점에서 출발해 핸드폰, 모니터, 생선 등 약간 장난스러운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는데, 박찬욱 감독님이 이야기의 갈피마다 그것을 잘 녹여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린 것”
[기획] 2022 한국영화 올해의 촬영, ‘헤어질 결심’ 김지용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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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2010) 이후 ‘올해의 여자배우’는 이번이 두 번째. <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는 피사체로서의 웅장함, 섬세한 해석과 여유를 유지하며 자신의 매력으로 캐릭터의 위상을 능가한다. “외국인이면서 한국말을,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를, 사랑하면서도 결국 헤어져야 하는 그 아이러니한 조건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경지”(허남웅)로 “단숨에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꼿꼿한 서래로 완벽하게 존재”(김수영)한 그에게 많은 이들이 압도당한 이유다.
“해일씨와 나 사이엔 암묵적인 이해가 있었다. 언어적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처음엔 번역기를 썼지만 현실의 번역기가 우리 영화에 나오는 앱보다 좋지 않았다. (웃음) 번역을 포기하고 결국 Just let it be! 그랬더니 한두장의 사진과 한줄의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통하게 되었다.” 헤어졌던 서래와 해준이 이포에서 재회하는 첫 장면은 그 과정에서 탄생한 긍지의 결과물이다. “어시장 장면에서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이 말없이 구두,
[기획] 2022 올해의 한국영화 여자배우, ‘헤어질 결심’ 탕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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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은 “칸영화제부터 지금까지 긴 호흡의 마라톤 레이스를 잘 달려온 기분”이라고 했다. “애정의 파고에 휩쓸리는 꼿꼿한 형사, 해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홍수정)한 <헤어질 결심>부터 “침묵하는데도 힘이 있는 연기. 박해일만이 할 수 있는 이순신을 보여준”(이지현) <한산: 용의 출현>까지, 2022년은 박해일의 활약이 도드라진 해였다. 그 결과 “담백한 중년의 남성배우를 고심한다면 박해일은 그 이전과 이후가 떠오르지 않는 보기 드문 선택지”(장영엽)라는 찬사가 잇따랐다.
선정 소식을 들은 박해일은 “마침 올해 <씨네21> 표지에도 두 작품이나 선보였다”고 웃으며 “관객과 기자, 평론가분들께 이렇게 많은 관심과 지지를 동시에 받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날 만큼 기쁜 한해의 끝을 보내고 있다”고 화답했다. “관객과 좋은 작품으로 만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인데, 영화를 재밌게 본 관객의 N차 관람 또한 이어져 배우로서 짜릿할 때가 많았다.”
그
[기획] 2022 올해의 한국영화 남자배우, ‘헤어질 결심’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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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지만, 박찬욱만큼 안주하지 않는 거장도 없다.”(이주현) 평자들은 일제히 그의 끊임없는 변화에 주목했다. “작품을 거듭할수록 더 멀리, 더 예기치 못한 곳으로 나아가는 예술가도 존재한다는 점을 일깨우고”(장영엽),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관객의 예상치를 벗어나는 새로움이 다루는 소재에 맞춰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허남웅)는 것.
박찬욱의 무량 세계는 자신의 터를 허물고 다시 짓는 과정에서 비로소 놀라운 풍경에 둘러싸인다. 박찬욱 감독이 정밀하게 가공한 <헤어질 결심>의 리얼리티 속에선 낭자한 유혈이나 금기로 얼룩진 섹스 없이도 사랑과 복수, 욕망의 각축전이 벌어진다. 기지가 번쩍이는 시점숏과 매치컷, 줌과 패닝의 절제된 사용으로 고전의 품위를 풍기는 <헤어질 결심>의 양식미에 “‘시네마’의 언어, 표현 특성을 다루는 능력이 경지에 올랐다”(장병원)는 찬사도 따랐다. 막상 들여다보면 12개의 주머니가 달린 희한한 양복 같은 이 영화를 “올해 나온 한국
[기획] 2022 올해의 한국영화 감독,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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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속의 풍요다.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권 아래에 놓였던 올해 한국영화는 전체적인 관객수 하락과 함께 여름 시장을 비롯한 상업영화의 부진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의미 있는 성취와 단단한 목소리가 꾸준히 나와주었고 저예산, 독립영화들의 고군분투가 눈에 띄었다. 올해 1위를 차지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개봉 첫주 낮은 스코어로 시작했지만 꾸준한 지지를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를 반영하듯 평자들의 지지 역시 압도적이었다. 2, 3위를 나란히 기록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탑>과 <소설가의 영화>는 순위가 의미 없을 정도로 근소한 차를 보였다. 같은 해 개봉한 동일 감독의 영화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각 영화의 미학적 성취의 방향성이 분명히 달랐다는 점도 중요하다. 김세인 감독의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한국 독립영화의 희망과 가능성을 증명한 발견이라 할 만하다. 김동원 감독의 <2차 송환> 역시
[기획] 2022년 한국영화 BEST 6~10위, 그리고 올해의 한국영화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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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나 만듦새로 측정할 수 없는 작품들이 있다. <2차 송환>은 세련된 다큐멘터리와는 거리가 멀다. 아니 차라리 적극적으로 매끈한 만듦새를 거부하는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김동원 감독의 의지와 끈기는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또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독보적인 끈기를 가진 다큐멘터리스트의 끝나지도, 꺾이지도 않은 마음이 담긴”(김수영) 이 작품은 2003년 공개된 <송환>이후의 20년을, 비전향 장기수들의 그 지난한 세월을 담아낸다. 20여년의 세월은 단지 카메라가 대상을 찍는 것을 넘어 함께 얽히고설키는 과정이라 불러 마땅하다.
2001년부터 2021년까지 누적된 비전향 장기수의 얼굴은 한 개인의 세월이자 역사의 단면이며 분리 불가능한 덩어리다. <2차 송환>은 무엇을 찍고 어떤 기록을 남기느냐보다 어떻게 마침표를 찍을 것인가에 대한 가열찬 질문을 던진다. 끝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뜨거운 물음표. “멈출 수 없는 싸움
[기획] 2022년 한국영화 BEST 5위, ‘2차 송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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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신인. 올해의 데뷔작이다.
“감정의 과잉이 아닌 감정의 자연주의를 성취한 뚝심의 데뷔작”(김소미), “한국영화계를 이끌 차세대라 확신하게 되는 섬세함과 절제미”(홍수정), “‘다음’이 궁금한 신인감독의 탄생”(장영엽) 등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를 향한 지지와 상찬에는 반가움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하지만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를 칭찬하는 데 굳이 신인의 데뷔작이라는 타이틀이 필요하진 않다. “감정의 밑바닥을 파고드는 집요한 연출, 중년 여성 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인상적”(장영엽)인 이 영화는 “상투적일 수 있는 소재에서 진부함을 쏙 빼고”(이현경) 독특한 호흡과 존재감을 선보인다.
“보수적인 구조 속에서 힘들어하는 여성의 불평등을 다룬 많은 수의 여성영화와 다르게 특정한 모녀 관계를 탐구”(허남웅)하는 것이다. 특히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어디에서도 쉽게 접하기 힘든 캐릭터들의 매력이 특출나다. “모
[기획] 2022년 한국영화 BEST 4위,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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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기적 같은 일이다. 이렇게 꾸준하고 빠르게, 1년에 두편의 작품을 꼬박꼬박 선보이면서도 구멍이 없다. 아니 편차는커녕 매 작품이 다른 방향으로 도약하여 끝내 정점에 다다른다.
홍상수 감독이 퍼나르는 창작의 샘은 왜 마르지 않는 걸까. “사소하지만 귀한 것들, 언젠가 저물 것들에 대한 영화감독으로서의 고백”(박정원)이 담긴 이 영화는 매우 사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예술 전반에 대한 통찰로 확장되더니 마침내 “영화로 찍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작가의 영화”(김철홍)로 거듭난다. “영화에서 끊임없이 이어져야 할 안과 밖의 사유를 수많은 레이어로 쌓아올리고 있는”(이보라) 이번 작품은 “유독 캐릭터들의 얼굴, 몸짓, 대사가 기억에 많이 남는”(이지현) 영화다. 홀로 존재하는 사람이 없듯이 스쳐 지나가는 듯한 범상한 장면들이 연결되어 거대한 물결을 이룬다.
그리하여 매 장면 힘을 주지 않고도 “인물을 향한 넘치는 애정을 바탕으로 창조한, 보잘것없고 사소한 질감의 장
[기획] 2022년 한국영화 BEST 3위, ‘소설가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