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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독립영화 홍보·마케팅이 비슷해 보이는 구조적 이유 - 유동적이지 못한 지원 정책의 한계, SNS 시대에 독립영화가 겪는 난점
이우빈 2024-04-18

<괴인> 배지와 배경지

“관객들이 보기에 ‘독립영화 마케팅이 왜 다 비슷하지?’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조계영 필앤플랜 대표)라는 말처럼 최근 독립영화계의 홍보·마케팅 수단은 다소 한정적이다. 시사회, 관객과의 대화, 굿즈 프로모션 정도로 축약할 수 있다. 상업영화처럼 지상파와 유튜브의 홍보 프로그램을 순회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왜 언뜻 비슷해 보이는 홍보·마케팅만 눈에 띄고 있는 것일까. 홍보·마케팅 실무자들은 이러한 상황의 구조적인 허점을 짚어줬다.

첫 번째 이유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개봉지원 사업의 정책적인 한계에 있었다. 독립영화계 전반의 성적이 어려운 상황에서 배급사들은 P&A 비용을 자부담하지 않고 대개 영진위 지원금에 의지하고 있다. “영진위나 경기콘텐츠진흥원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관객들의 눈에 띄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장선영 영화사 진진 기획마케팅팀 부장)인 것이다. 하지만 사업을 통한 지원금의 용처가 제한적임에 따라 홍보·마케팅의 다양성도 적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 외 지역에 관객과의 대화 행사를 가려고 해도 교통비나 실비는 정산이 불가능”(주희 엣나인필름 기획마케팅총괄이사)해서 오프라인 홍보의 반경을 넓히기가 어렵다. 또는 “작품의 성격에 맞춰서 예전처럼 관객과의 대면 스킨십을 위한 파티를 열어보려고 해도 지원금으론 불가”하기에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시사회를 많이 여는 등 반복적이고 천편일률적으로 돈을 쓰게 된다”(조계영 대표)라는 설명이다.

<돌들이 말할 때까지> 포스터

두 번째 이유는 SNS 마케팅이 주류로 자리 잡은 환경의 문제다. 자본의 크기가 곧 SNS 마케팅의 양으로 직결됨에 따라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의 태생적 차이는 더욱 커지고 있다. 상업영화의 일반적인 P&A 비용은 30억~4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영진위 개봉지원 사업을 통한 “독립영화 P&A 비용은 15년 전쯤부터 계속 4천만~5천만원 수준”(조계영 대표)이고 “지금 그 돈으로 홍보·마케팅을 모두 충당하려면 건수가 큰 오프라인, 온라인 행사는 엄두도 못 내는 현실” (김명주 시네마달 홍보마케팅팀 대리)이다. 하물며 지난해 말부터 멀티플렉스 극장에 종이 전단지 배포가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독립영화의 유일한 오프라인 광고 창구마저 소멸”(조계영 대표)했고 “독립영화의 노출 창구는 거의 SNS밖에 남지 않았다”(장선영 부장).

SNS 홍보·마케팅에서 독립영화가 살아남는 법은 대개 굿즈 프로모션이다. SNS를 통해 단편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이미지가 필요한 것이다. “독립영화든 해외 아트하우스든 배지나 일러스트 포스터 같은 굿즈의 이미지가 중요해진”(장선영 부장) 상황이다. 하지만 “예산 문제로 극장 굿즈 프로모션을 하지 못할 때”가 잦고 “포스터를 만들더라도 일반 출력으로만 진행해야 하니 상업영화보다 상대적으로 기계적인 결과물만 내게 된다”(수입배급사 관계자 C씨)라는 아쉬움도 있다. 즉 서두에 언급했던 시사회, 관객과의 대화, 굿즈 프로모션은 여러 구조적 난점에서 그나마 효과를 낼 수 있는 독립영화 홍보·마케팅 방식이었던 셈이다. 이에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는 곧 개봉하는 <돌들이 말할 때까지>의 관객과의 대화 게스트로 “영화의 성격에 맞는 시인, 작가 등 독립영화 바깥의 분들을 초청”하면서 “독립영화를 찾는 관객층의 범주를 넓히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언제나 그랬듯, 독립영화는 정해진 틀 안에서도 각자의 활로를 찾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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