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브가 여기에도 나온다고? 데뷔 1주년을 맞이한 플레이브의 행적은 버추얼 아이돌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어디까지 진출할 수 있는지 증명해나간 시간이었다. <쇼! 음악중심>부터 <아이돌 라디오>까지, 플레이브를 중심으로 버추얼 아이돌의 활동 양상이 어떻게 개척되어왔는지, 그리고 이로부터 무엇을 읽어낼 수 있는지 비하인드를 정리해보았다.
메이브의 탄생
플레이브 이전에 메이브가 있었다. 4인조 버추얼 걸 그룹 메이브의 소속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그리고 MBC 사내벤처 메타로켓팀이 협업한 결과 <쇼! 음악중심>에서 메이브가 데뷔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다. 플레이브를 제작한 블래스트는 MBC 사내벤처에서 출발해 독립 분사한 버추얼 캐릭터 스타트업이었다. <쇼! 음악중심>의 노시용 PD는 “원래 메타버스와 버추얼 아이돌에 관심이 있었다. 메이브의 <쇼! 음악중심> 출연을 준비 중 비슷한 시기 플레이브측에서 협업 제안이 오면서 플레이브의 첫 음악방송 무대가 성사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어느덧 <쇼! 음악중심>이 버추얼 아이돌 론칭에 상징성을 갖게 되면서 시청자들도 이를 K팝의 한 갈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됐다. “처음에는 기존 K팝 팬들이나 시청자들이 거부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지만 막상 방송에 나가고 나니 ‘노래가 좋다’, ‘안무가 멋있다’며 편견 없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으면서 요즘 시청자들이 다른 문화를 관대하게 받아들인다는 인상을 받았다.”(노시용 PD)
플레이브 무대의 변천사
지난해 3월18일 데뷔앨범 타이틀곡 <기다릴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플레이브의 <쇼! 음악중심> 출연은 총 4번. 그동안 플레이브의 무대도 조금씩 진화했다. 노시용 PD는 “첫 출연인 <기다릴게> 때는 버추얼 아이돌이 <쇼! 음악중심>에 기존의 아이돌들과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출연하는 모습 구현에 방점을 뒀다면 회차를 거듭해갈수록 버추얼 아이돌만 할 수 있는 독특한 연출을 추가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시청자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도 했고 실제 아이돌의 무대를 흡사하게 재현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면 지금은 판타지 요소를 적극적으로 끌어오게 됐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멤버들의 눈에서 빛이 나온다거나 들판에서 무대로 공간 이동을 하는 것은 실물이 아닌 버추얼이기에 가능한 그림이다.
연출의 약진
매주 송출되는 음악방송이지만 버추얼 아이돌은 아직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사전에 보다 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쇼! 음악중심> 역시 (다른 K팝 아이돌도 그러하지만) 사전 미팅 단계부터 함께 컨셉을 논의하며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플레이브의 경우 자체 제작 아이돌이라는 특성상 멤버들이 뮤직비디오나 안무, 무대에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편이다. 거시적인 컨셉을 블래스트와 멤버들이 제시하면 음악방송 PD가 세부 아이디어를 첨가하기도 한다. <여섯 번째 여름> 무대에 야외 들판이 등장하는 것은 노시용 PD가 추가한 아이디어라면, <WAY 4 LUV>에서 밤비가 계단을 올라간다거나 멤버들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연출은 플레이브 멤버들의 발상에서 시작됐다.
‘아돌라’에 출동하다
<아이돌 라디오>(아돌라)는 에이티즈 홍중·윤호, 더보이즈 선우 등 인기 아이돌이 DJ를 맡아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으는 K팝 그룹들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방송이다. K팝 산업 특성상 ‘듣는’ 라디오보다 ‘보이는’ 라디오의 성격이 더 강하다. 플레이브는 <아이돌 라디오>에 3번 출연했다. 유튜브, 트위치 등에서 실시간 소통하며 팬덤을 확장하는 버추얼 아이돌과 지상파 플랫폼은 거의 접점이 없기 때문에 의미 있는 컬래버레이션이었다. <아이돌 라디오>를 연출하는 김무녕 PD는 “멜론 차트에서 이세계아이돌, 플레이브 등 버추얼 아이돌들이 상위권을 차지한 것을 보고 이들을 팔로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팬덤 규모가 크더라. 지상파의 외연 확장을 위해 새로운 유입을 끌어올 수 있다고 판단해 섭외하게 됐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지상파 방송국 입장에서도 트위치, 아프리카TV 등 뉴미디어 플랫폼에 익숙한 젊은 소비층을 흡수하는 자리는 중장기적으로 중요하다. 실제로 플레이브 출연 당시 김무녕 PD는 팬덤의 활동력 자체가 남다르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요즘 라디오방송은 편하게 틀어놓고 듣는 경우가 많지 시청자들의 참여도가 아주 높지는 않다. 플레이브의 팬덤은 유튜브, 트위치 등 소통 중심의 플랫폼에 익숙한 세대다. 그래서인지 플레이브가 출연했을 때 적극적이고 열렬한 반응을 보여줬다.”
뜨거운 환호
지난해 9월24일 MBC 라디오가 기획한 <아이돌 라디오 라이브 인 서울> 콘서트가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플레이브는 이 자리에서 첫 오프라인 공연을 선보였다. 당시 레드카펫을 담당한 김무녕 PD는 “플레이브가 등장하자 밖에서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전광판에 송출되는 플레이브의 무대가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도록 입체감을 고려해 영상이 제작됐고, 출연자들이 입퇴장하는 입구 역시 따로 무대 LED로 재현했다. 김무녕 PD는 당시 2만명 넘는 관중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팬덤이 뭉치는 데에는 꼭 실물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