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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프리드 히치콕이 데뷔하고 스릴러 장르의 흥행 감독으로 자리잡아가던 무렵, 히치콕이 비유되었던 감독은 다름 아닌 ‘프리츠 랑’이었다. 로베르트 비네로부터 시작된 독일 표현주의영화를 완성시켰고, 할리우드에서는 이를 장르화하여 필름 누아르가 독자적 형식미를 갖추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프리츠 랑의 회고전이 2008년 5월9일부터 25일까지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열린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독일 표현주의영화의 걸작에서부터 할리우드 망명 시절의 다양한 장르영화까지 총 1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자세한 정보는 cinema.piff.org에서)
1890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태어난 프리츠 랑은 그림에 빠진 젊은 시절을 보내다 짧은 군생활을 마치고 영화판으로 뛰어든다. <혼혈>(1919, 미상영)로 데뷔한 프리츠 랑이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각인시킨 계기는 독일 낭만주의 전통을 계승한 <운명>(1921)을 연출하면서이다. 겹으로 구성된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갖춘 이 작품에
시대적 불안과 공포의 창조주, 프리츠 랑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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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이란 이름의 소년이 가상 게임의 무대 19세기 런던에 가 영국 최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를 만난다. 영화 안에 게임이 있고 그 안에 코난 도일의 소설과 실화가 엉켜 있다. <명탐정 코난: 베이커가의 망령>은 아오야마 고쇼의 인기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코난 도일의 작품과 19세기 실화를 섞어 꾸며 쓴 작품이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추리하고 악당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는 별로 새롭지 않지만 실화와 픽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픽션을 만들어낸 솜씨가 흥미롭다. 어디까지가 허구고, 어디까지가 실재일까. <명탐정 코난: 베이커가의 망령>에서 궁금한 것 몇 가지.
1. 원작_김전일 이후 최고의 추리만화
<명탐정 코난: 베이커가의 망령>의 원작은 1994년 <주간소년선데이>에 5호부터 연재되기 시작한 아오야마 고쇼의 만화 <명탐정 코난>이다. 아오야마 고쇼는 1986년 <잠깐 기다려>로 소학관신인코믹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알고 봅시다] 장수 연재만화, 영화로도 큰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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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영화진흥위원회를 이끌 조타수는 누구인가. 신임위원 및 위원장 인선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영화계 안팎의 시선들이 영진위로 쏠리고 있다. 4월23일 영진위 임원추천위원회는 공고를 통해 상임 위원장 및 비상임 위원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영화계 각 단체들로부터 위원 후보자를 추천받은 뒤 조율 과정을 거쳐 위원을 위촉했던 과거와 달리 4기 영진위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다. 3기 영진위 위원 일부와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는 5월 중순까지 심사를 끝낸 뒤 약 3배수의 후보자 명단을 기획재정부 주관의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로 넘길 예정이다. 신임위원에 대한 결정은 바로 이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이뤄진다. 위원장 임명 방식 또한 달라졌다. 신임위원 중에서 호선을 통해 뽑는 것이 아니라 따로 후보 추천, 심사 과정이 진행된다.
어떤 면면의 위원들이 조타수로 들어설 것인가에 따라서 영진위의 향방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비단 정부
[포커스] 이춘연, 위원장 후보로 최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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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8일부터 20일까지 3일 동안 <국가대표> 오디션이 열렸다. 제작사인 KM컬쳐가 “기성 신인 막론하고 캐릭터에 가장 부합하는 배우를 뽑겠다”고 공언한 터라 지원자만 무려 1500명 넘게 몰렸다. 서류 심사를 거친 뒤 1차 면접 기회를 쥔 남녀 배우는 모두 150명. 주어진 과제는 <오! 브라더스>와 <미녀는 괴로워>의 한 장면을 재연하는 것이었다. 당일 아침 대본을 받아들었기에 응시자들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진땀 뺀 건 시험대에 선 응시자들뿐만은 아니었다. <마이 뉴 파트너>에서 여형사로 출연하기도 했던 신인 이은지가 조감독 대신 상대 배역을 맡았는데, 연신 눈물 연기를 해야 했다. “대충 할 수 없잖아요. 내 역할은 응시자들이 연기를 뽑아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건데. 근데 배우들이 다 다르다 보니까 나중에는 진이 빠지던데요.” 정작 본인도 마지막 날엔 오디션 응시자로 김용화 감독 앞에 섰다고. “잘했는지는 모르겠어
스키점프 국가대표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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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포트라이트> 촬영이랑 겹쳐서 힘들겠다.
=전에 <클래식>이랑 <대망>이랑 조금 맞물린 것 말고는 같이 한 적이 없어서. 다행히 영화가 거의 끝날 무렵이라 견딜 만하다. 밤샘 촬영 해도 잠 푹 자면 괜찮았는데 이젠 피로가 쌓인다. 흑염소랑 홍삼이랑 달인 보약 먹고 있다.
-김주혁과는 전부터 친했나. 두 배우가 장난이 많아서 스탭들이 불만이라던데. 제발 리허설 좀 진지하게 해달라고.
=NG를 많이 내는 건 아니다. 김주혁 선배님이랑 연인으로, 부부로 스킨십이 많이 나온다. 맞대는 시간이 많고 또 길다. 서로 어색하게 대하면 리얼하게 보이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애쓰다 보니까 저절로 그런 편한 관계가 되더라. 1분만 제발 진지해달라던 감독님이지만 요즘엔 본인이 한술 더 떠 장난치신다.
-두 남편을 거느린 아내라.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인아 역을 맡으면서 좀 통쾌하겠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가부장적 사회니까 더 흥미롭게 느껴
[손예진] 두 남자 거느린 자유로운 삶이 부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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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처도 아니고, 불륜도 아니다. ‘아내’가 ‘결혼’했다. 정윤수 감독의 <아내가 결혼했다>는 남편 둘을 거느린 호사스런(?) 여자 이야기다. 남편들은 원톱을 차지하겠다고 아옹다옹이나, 정작 감독 지휘봉을 든 아내는 투톱 시스템에 변화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아니, 스리톱도 가능하다고 한술 더 뜬다. 결혼만 하면 인아(손예진)의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첫 번째 남편 덕훈(김주혁). “사랑은 둘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배로 불어나는 것”이라는 아내의 자유연애론 앞에서 쓰러지고, “그런 인아를 이해할 수 있다”며 세컨드를 자청한 재경(주상욱)의 갑작스런 등장에 코피 흘린다. 벚꽃 날리는 로맨틱한 풍경은 그러니까 분방한 인아를 제대로 실감하지 못한 결혼 전 덕훈의 환상이기도 하다. 제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인 박현욱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 정윤수 감독(<예스터데이>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은 “어느 한편을 동
다부일처는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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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오는 5월9일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열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34번째는 김수용 감독이 기증한 시나리오 58점입니다.
소설과 희곡에 심취해 있던 김수용은 양주남 감독의 <배뱅이굿>(1957)에서 조감독 겸 단역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영화현장에 뛰어든다. 1958년 <공처가>로 데뷔해 유머와 해학이 넘치는 소시민적 희극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으며, <굴비>(1963)를 전환점으로 <혈맥>(1963), <갯마을>(1965), <산불>(1967) 등 현실을 직시하는 작품세계를 펼치며 60년대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40여년간 105편의 다작을 하면서도 고른 작품 수준을 보인 김수용 감독은 손때 묻은 시나리오 58점을 기증했다. 직접 그린 콘티와 현장에서 고친 대사의 흔적들이 낡은 시나리오 곳곳에 남아
[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34] 김수용 감독이 기증한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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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행 비행기표는 끊으셨습니까?
“칸에 가려고 노력은 했지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오락영화다보니 큰 기대는 안 했다. 비경쟁이지만 4편밖에 선정되지 않는 스크리닝이고, 우디 앨런의 영화와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과 나란히 걸린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많은 사람이 고생한 영화인데, 정말 크게 인정받는 것 같아서 기쁘다. 일단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제가 알아준 거니까.”
_경쟁부문을 욕심내긴 했지만, 만약 상을 못 받으면 어쩌나 걱정스럽기도 했다는 바른손 영화사업본부의 최재원 대표
“너무너무 기쁘다. 좋은 영화를 알아봐주고 초청해주니 고마울 수밖에. 지난 2월 초에 <추격자>의 유럽시장 판권을 판매했는데, 그때부터 칸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애초 경쟁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럴 영화는 아니라고 봤다. 비록 심야상영 부문에 선정됐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감독이든 영화든 배우든 해외에 알릴 수 있는 건
[이주의 영화인] 칸영화제행 비행기표는 끊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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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볼 수 있는 통로가 많아져서 예전에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던 영화에 대한 욕구가 감소되었다고들 한다. 그러나 그 많아진 관람 기회가 반드시 좋은 결과만을 낳지는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과거 씨앙씨에나 문화학교 서울에서 기대와 설렘으로 대했던 감정을 얘기하면 고루한 것일까? 독서지도사라는 직업이 생겼듯이 많은 영화들 가운데 삶과 사회에 대해서 조언이 될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문화의 장으로서 서울아트시네마는 영화 조언자의 역할을 해왔고 또 앞으로도 영화와 관객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해나갈 것으로 믿는다.”
[시네마테크 후원 릴레이 113] 유양근 동국대 강사·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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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이다. 나는 지금 이스탄불국제영화제에 와 있지만, 터키의 유명한 감독들의 최근 영화는 한편도 볼 수가 없다. 들고남은 있었지만 나는 지난 20년간 줄곧 이스탄불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이스탄불국제영화제는 국제경선부문과 국내경선부문이 있는데, 터키영화의 영광된 역사를 생각할 때 대부분의 외국 기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국내경선부문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예전에는 기자들이 터키 국내에서 만들어진 최고의 영화를 볼 수 있었거나, 아니면 공식 상영이 아닌 개인적 스크리닝에 참석해서 가장 최근의 터키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소한 다섯명은 되는 이 나라의 이름난 감독들- 누리 빌게 세일란, 예심 우스타오글루, 제키 데미르쿠부즈, 레하 에르뎀, 세미 카플라노글루- 의 영화는 올해 영화제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볼 수 있는 터키영화라곤 다른 곳에는 별로 초대될 일 없는 그저 그런 이류급 영화뿐이었다.
왜 그런 거장 감독들의 영화는 여기에 없는가? 바로 칸영화제가 마지막
[외신기자클럽] 터키 거장들의 영화가 없는 이스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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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여성영화제도 10주년, 한국독립영화협회도 10주년. 올해는 유난히 10살 생일을 맞은 영화계 주인공들이 많다. 경순 감독과 최하동하 감독이 함께 만든 독립영화 제작 단체 빨간눈사람까지. 5월8일부터 14일까지 상상마당에선 완성된 지 2년 만에 개봉하는 <쇼킹 패밀리> 상영과 함께 빨간눈사람 10주년 특별전이 열린다. <애국자 게임> <민들레> <택시 블루스> 등 빨간눈사람에서 만든 장편영화 6편이 상영될 예정. “지난 10년간 잘 버텼으니 앞으로 10년도 잘 버티며 무사히 영화를 찍고 싶다”는 게 경순 감독의 생일맞이 소감이다. 공동연출작인 <애국자 게임>(2001) 이후엔 독립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지만 빨간눈사람은 아직도 “서로에게 영화에 대한 초심의 의미”라고. “처음 빨간눈사람을 시작할 땐 빨간영화선언이란 것도 만들었다. (웃음)” 경순, 최하동하 감독은 아직도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 제작비를 벌고 영화를 완성하면 서로
[인디스토리] 빨간눈사람의 10번째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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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은 한국영화산업에서 왕따다. 제작, 투자, 배급 등 입장이 상충되는 부문들도 극장에 관한 사안이라면 쉽게 의견을 모은다. 영화의 생산자들이 극장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된 것은 90년대 후반 이후 한국영화의 성장 과정에서 극장들이 별로 한 일 없이 과실만 따먹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작, 투자, 배급 부문이 나름의 리스크를 떠안고 사업을 펼쳐온 데 반해 극장은 이들이 만들어준 영화를 내걸면서 편하게 수익을 올렸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극장들은 관객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힘겹게 만든 영화를 1주일도 채 안 돼 내리기 일쑤였고, 몇 주일 더 걸어줄 테니 수익분배 비율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경시켜왔으며, 배급사와 협의도 없이 극장 회원 등을 대상으로 무료 초대권을 나눠주기도 했다.
때문에 이들은 지난 2월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의 4대 멀티플렉스 업체를 상대로 의결한 시정명령을 가뭄의 단비처럼 받아들였다. 이 명령에서 공정위는 1) 배급사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
[문석의 취재파일] 극장은 이유있는 왕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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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 전반기 흥행의 승자는 영화 <라간>으로 한국에도 이름을 알린 아슈토쉬 고와리커가 감독한 인도 중세 무갈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물 <조다 아크바르>가 차지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스릴러물의 최고 콤비로 불리는 압바스와 무스탄 감독이 공동연출한 액션스릴러물 <레이스>가 선두자리를 조만간 탈환할 듯하다. 인도 전역에 700벌의 프린트로 개봉한 이 영화는 아닐 카푸르, 사이프 알리 칸, 악쉐이 칸나 등 발리우드 스타군단이 대거 투입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더니 재미있는 영화라는 입소문까지 돌면서 현재까지 6억840만루피(약 158억원)의 흥행수익을 올리며 무섭게 질주 중이다(한달 먼저 개봉한 <조다 아크바르>의 흥행수익은 약 162억원 정도). 영화의 스토리는 상반되는 캐릭터를 가진 이복형제와 관련된 살인사건이 주축을 이룬다. 어릴 적부터 경쟁심에 불타던 두 형제는 한 여자 모델을 동시에 사랑하게 되고 (보통 인도영화에 등장하는 형들
[델리] 액션스릴러야, 코믹스릴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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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회 칸국제영화제가 4월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상영작을 발표했다. 공식부문을 통해 총 54편의 장편과 26편의 단편이 소개되는 가운데, 개막작과 폐막작이 아직 베일에 가려진 상태이고 20편이 경합하는 장편경쟁부문에서도 19편만 발표됐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체인지링>, 아톰 에고이얀의 <어도레이션>, 다르덴 형제의 <로르나의 침묵>, 아르노 데스플레생의 <크리스마스 스토리>, 필립 가렐의 <오브의 국경>, 스티븐 소더버그의 <아르헨티나> <게릴라>, 빔 벤더스의 <팔레르모 슈팅> 등 거장들이 집결한 가운데, 에릭 쿠의 <마이 매직>, 지아장커의 <24시티>, 브릴란테 멘도사의 <세르비스> 등 아시아의 장인들이 약진한 형세다.
예년보다 발표가 1주일가량 지연되면서 경쟁부문을 둘러싼 추측이 무성했던 가운데, 이스트우드의 <체인지링>이 겨우 완성을 마쳐
칸으로 향하는 거장들의 발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