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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다운로드는 돈이 안 된다’는 것은 한국영화계의 속설이었다. 불법 파일 다운로드가 일반화된 마당에 새롭게 합법 유료 다운로드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생각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과거 무료였던 콘텐츠를 유료화하면서 네티즌의 반감만 불러일으켰던 여러 온라인 업체들의 사례는 이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근거였다. 하지만 씨네21i가 지난 6월20일부터 시작한 ‘웹하드 유료 다운로드’의 성과를 보면 꼭 그렇게 단정할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웹하드에서 파일을 다운로드할 때 이용료를 과금하는 ‘웹하드 유료 다운로드’ 모델을 개발한 씨네21i에 따르면 두달 남짓한 기간 동안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 이용건수는 총 30여만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으로는 5천건 정도. 씨네21i와 비슷한 모델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KTH도 비슷한 이용건수를 기록 중이니 어림짐작으로 두 업체가 만들어내는 매출액의 합산은 한달 평균 10억원 수준이다. 기존 DVD시장과 견줘도 그리 적지 않다. 게다가 이
온라인 합법 다운로드 시장, 잠재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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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를 사랑하는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영화와 친구를 만난 그 도시에서 숱한 감정을 찾아내곤 한다. 그러나 앙헬레스 곤잘레스 신데가 바라본 마드리드는 춥고 쓸쓸하여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의 체온이 아니고는 온기를 찾기 어려운 도시다. 시나리오작가로 시작해 2003년 감독 데뷔작인 <잠들어 있는 행운>(La suerte dormida)으로 고야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신데는 5년 만에 찍은 두 번째 영화 <너의 한마디>(Una Palabra Tuya)에서 애타게 그 온기와 희망을 찾아 헤맨다.
은행 청소부로 일하면서 홀어머니와 살고 있는 로사리오는 새벽에 버스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학교 동창인 밀라그로스를 만난다. 고독한 삶에 지친 로사리오와 생기 넘치고 열정적인 밀라그로스는 함께 거리의 청소부가 되어 싸우고 화해하며 주변 사람들이 레즈비언으로 오해할 정도로 두터운 정을 쌓아간다. 그러나 두 여인은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갓난아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심각한 다
[스페인] 사소한 기억이 뒤늦게 가슴을 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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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세기 폭스가 <왓치맨>의 판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며 <왓치맨>의 제작사 워너브러더스에 소송을 걸었다. 미 연방법원은 폭스의 소송을 계속 지켜보기로 결정했고, 할리우드는 그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왓치맨>은 <300>의 잭 스나이더가 연출을 맡아 촬영까지 끝냈으며, 2009년 3월로 개봉 일정이 잡힌 상태였고, 워너의 자회사 DC 코믹스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기 때문이다. 영화판을 고대하고 있는 <왓치맨>의 팬들은 폭스의 행동을 비난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워너가 모든 계약상의 문제를 꼼꼼하게 검토하지 않아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폭스와 워너의 <왓치맨> 판권 소송 이면에는 할리우드 비즈니스의 어두운 관행이 자리잡고 있다. 통상 ‘턴어라운드’라고 불리는 이 관행은 계약상의 메커니즘으로, 판권은 갖고 있지만 영화화 작업을 하지 않는 프로젝트를 일정 비용을 받고 상대방에게 권리를 양도
할리우드 놀라게 한 판권 소송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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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코시즈가 연출한 <샤인 어 라이트>는 롤링 스톤스의 공연 실황을 그 어떤 록 다큐멘터리보다 생생하게 포착하는 영화다. ‘구르는 돌(a rolling stone)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서양 속담처럼 1962년 결성된 이래 쉬지 않고 질주해온 롤링 스톤스와 그들을 다룬 영화들, 그리고 <샤인 어 라이트>의 제작 배경을 살펴본다.
1. 롤링 스톤스
롤링 스톤스는 현존하는 록밴드 중 가장 오랫동안 정상에서 군림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수차례 멤버 교체는 있었지만, 한번도 해체되지 않은 채 4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이 밴드의 중심에는 65살 동갑내기인 보컬 믹 재거와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즈가 있다. 초등학교 동창인 두 사람은 런던의 블루스 음악계에서 활약하다 한살 위인 브라이언 존스를 만났고, 의기투합해 1962년 롤링 스톤스를 결성한다. 이 이름은 이들 모두 존경하는 블루스 기타리스트 머디 워터스의 노래 <Rollin’ Stone>에서 따왔
[알고 봅시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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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과 안방의 만남이다. 제4회 ‘KBS프리미어페스티벌’이 8월28일부터 열린다. 2005년에 시작된 KBS프리미어페스티벌은 주목할 만한 미공개 신작을 영화관과 TV, 모바일로 접할 수 있는 영화제다. 올해 상영작은 전년의 16편에 비해 다소 줄어든 8편이다. 축소를 벌충하듯 영화제의 모든 영화를 1만원으로 관람 가능한 프리패스 관람권을 발급한다. 8편의 상영작 중 <천상의 길-차마고도>가 눈에 띈다. TV다큐멘터리를 영화화하고 극장과 TV로 동시 상영하게 되었기 때문. 그리고 영화제에서는 유일하게 한국 제작이다. 원작은 6부작 TV다큐멘터리로 2008년 제35회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하고 2008년 백상예술대상 TV작품상을 수상했다. 중국과 티베트를 이었던 또 하나의 실크로드인 차마고도가 배경으로, <분노의 포도>처럼 길 위의 문명과 사람들을 집중 조명한다. 윈난, 쓰촨에서 히말라야를 거쳐 인도에 달하는 까마득한 여행길은 실크로드보다 200년이나 앞서갔던 차마고도
차마고도 순례자의 길을 극장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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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 야스지로의 회고전이 9월2일부터 21일까지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열린다. 이번에 상영될 총 17편의 영화는 1930년대부터 1960년대 작품까지 고루 선정되었다. 무성영화 <태어나기는 했지만>(1932)을 비롯해 <동경이야기>(1953)를 포함한 40, 50년대 흑백영화, <피안화>(1958) 이후의 컬러영화까지 그가 작업한 영화의 다양한 형식도 비교할 수 있다. 흔히 가장 일본적인 감독이자 할리우드식 고전적 영화문법과 대비되는 동양적인 숏을 창안한 감독으로 일컬어지는 오즈는 이 같은 한정된 수식어에 가두기에는 훨씬 더 깊은 세계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이 점에 대해 하스미 시게히코는 “돈가스와 두부”의 비유를 들어 설명한 바 있다. 비슷비슷한 영화를 만든다는 지적에 대해 오즈 자신은 “두부가게 주인이므로 두부밖에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실제 그의 영화에 두부만 있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주로 가족멜로드라마의 틀 안에서 오즈는 “인생은 결국
거장의 영화 속에서 빛나는 소시민들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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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재외동포영화제가 8월28일부터 31일까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영화제는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 중국, 독일, 멕시코, 우즈베키스탄 등 재외동포들의 삶과 한국에서 이주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모아놓은 ‘700만의 발자국’, 이주민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이웃사촌’, 새터민 청소년들을 통해 바라본 분단과 통일에 대한 이야기들 ‘통일, 기억과 구상’, 2007년 재외동포영화제에서 소개된 작품 중에서 한편을 소개하는 ‘2007 CNFF 다시 보기’, 이렇게 4개의 섹션이 준비되어 있다.
개막작은 200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소개된 마티아스 카일리히 감독의 <미카엘과 진희>. 독일인 감독이 한국 입양아 이야기를 첫 장편 데뷔작에서 다뤘다고 해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화제가 된 적이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한국에서 독일로 입양된 미카엘이 독일 부모의 불화로 가정이 붕괴될 처지에 놓이자 베를린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한국 동포 진희를 만나 가
조선, 고려, 꼬레아, 코리아 함께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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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영화산업 임금협약이 지난 7월15일 타결됐다. 5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교섭을 시작한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하 영화노조)과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 위임교섭단은 연출, 제작, 촬영, 조명 등 이른바 4대 부서 스탭들의 최저임금을 2007년보다 6% 인상키로 하는 등 새 임금협약에 서명했다. 그러나 한달여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과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언론들도 올해 4월께 양 단체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2008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시작한다고만 전했을 뿐이다. 7월15일 협약 결과에 대한 추가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씨네21> 또한 마찬가지. 협상 진전이 있는지 문의했던 8월 초, 이미 협약이 끝났다는 통보를 들었다. 특별한 쟁점이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어서일까. 영화노조와 제협은 따로 보도자료를 내지 않고 각각 자신들의 홈페이지에만 결과를 올렸다.
늦었지만 먼저 협약 결과부터 살펴보자. 2008년 영화산업
[포커스] 협상 타결 소식에도 영화계가 잠잠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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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천고마비의 계절이 달려온다.
금속노조, ‘기륭사태’ 해결 총력투쟁 선포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나라,
일한 만큼 돈 받는 나라.
부자 많은 나라 말고, 죽지 않는 나라를.
역도 장미란, 세계신 금메달
펠프스가 어류라면,
장미란은 우주인.
중력은 그저 과학책 속 단어일 뿐.
마이클 펠프스, 8개 금메달 기록 세워
그리고 자네는 어류가 맞네.
그 아찔한 복근이 나를 보고 웃더군. 하. 하. 하.
장대높이뛰기 이신바예바, 세계신 금메달
갑자기 남자들이
장대높이뛰기를 보기 시작했다.
자메이카 볼트, 100m와 200m 세계신 금메달
진지하게 뛰지도 않았는데!
배드민턴 金 타고 ‘이용대 신드롬’ 확산
아아, 태환이인가 용대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응?)
용대야, 니 윙크에 누나 죽었다 살아났다. 훗.
유재석 체조중계 호평 이어, 시청률 1위
모든 게스트 챙겨 버릇 하더니,
올림픽 중계도 솜씨 좋은 살림꾼처럼. You win!
포털, 댓글삭제 불응시
[이주의 한국인] 태환이인가 용대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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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조합 파업으로 <해리 포터6> 개봉 연기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이하 <해리 포터6>)의 개봉일이 2009년 7월17일로 연기됐다. <해리 포터6>의 개봉일 변경으로 자리가 빈 2008년 11월21일에는 하이틴로맨스 소설 원작의 뱀파이어영화 <트와일라잇>이 옮겨왔다. 이로써 2009년 7월 둘쨋주 주말은 <터미네이터 샐베이션: 더 퓨처 비긴즈> <해리 포터6>에 윌 페렐 주연의 코미디 <랜드 오브 로스트>의 삼파전으로 구도가 재편됐다. 워너브러더스는 이번 개봉일 변경에 대해서 작가조합 파업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준비했던 영화들의 각본과 스케줄에 지장이 있어 개봉일정을 수정하게 됐다고. 워너는 2편으로 나눠 개봉하는 시리즈의 7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의 1부는 예정대로 2010년 11월 개봉한다고 덧붙였다.
미개봉 위기에 처한 히스 레저의 유작
히스 레저의 유작 <
[해외단신] 작가조합 파업으로 <해리 포터6> 개봉 연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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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5월9일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연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51번째는 배창호 감독이 기증한 <꼬방동네 사람들> 시나리오입니다.
배창호 감독은 1953년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곧 서울로 이사해 신당동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근처 동화극장과 광무극장의 상영프로그램을 꿰찼던 ‘시네마키드’였다. 영화배우에 대한 동경은 대학 시절 연극반 활동과 시나리오를 쓰며 감독의 꿈으로 바뀌었고, 이장호 감독을 만나면서 현실이 되었다. 배창호는 <별들의 고향> 이후 대마초 사건으로 근신 중이던 이장호 감독의 재기소식을 듣자마자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바람 불어 좋은 날>과 <어둠의 자식들>의 조감독으로 충무로 생활을 시작했다. <어둠의 자식들>의 원작자 이동철은 배창호를 높이 평가해 베스트셀러 <꼬방동네 사람들>(1982)의 연출
[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51] <꼬방동네 사람들>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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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 다큐멘터리 감독
지난해 여름, 미국 북부의 작은 도시에 몇 개월 머물렀다. 어느 날 나는, 그 지역 대학교에 시네마테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 로버트 알트먼 회고전이 열리고 있었고 나는 흥분된 마음으로 극장을 찾아갔다. 극장은 작았지만 객석은 다양한 연령의 관객으로 꽉 찼다. 미국이 저지르는 온갖 악행에도 아직 그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알래스카 유전 개발에 맞서 늑대를 지키려는 사람들과, 블록버스터 상업영화의 홍수 속에서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찾아서 보는 사람들 덕분일 듯! 한국의 중소도시 구석구석 시네마테크가 생기고 그 극장이 늘 관객으로 붐비기를 소망하며, 나는 오늘도 서울아트시네마 티켓을 끊는다.
[시네마테크 후원 릴레이 130] 황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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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타이틀 수집가들에게 희소식이다. 이름에서부터 기준이 느껴지는 DVD의 명가 크라이테리온에서 블루레이 타이틀 출시를 발표했다. 크라이테리온의 첫 블루레이 컬렉션은 <제3의 사나이>(1949),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1976), <바틀 로켓>(1996), <마지막 황제>(1987), <중경삼림>(1994) 등을 포함한 13편으로, 11월18일 <제3의 사나이>와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발매될 예정이다. 영상, 음질, 서플먼트, 디자인 등 소장용 DVD 타이틀의 고급화에 앞장서온 크라이테리온은 이번에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웨스 앤더슨의 <바틀 로켓>은 기존의 스틸을 활용한 커버에서 산뜻한 분홍색 일러스트로 옷을 바꿔 입었다. 2004년 출시한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의 커버와 비슷한 느낌이다. 3명의 사회부적응자들을 따뜻하고 위트있는 시선으로 들여다본
[what’s up] 수집가들이여, 크라이테리온을 찬양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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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의 명성은 은이 천천히 광택을 잃어가듯 오랜 시간에 걸쳐 녹슬게 마련이다. 예전의 가치를 잃고 천천히 쇠망해가면서도 오랫동안 버틴다. 이것은 영화제에 오는 사람들의 좋았던 옛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일 수도 있고 영화제가 열리는 장소나 분위기에 대한 애정이 오래가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단순히 공포- 이미 이름이 높은 영화제 하나를 무너뜨리면 신전에서 기둥을 하나 뽑듯 전체 영화제의 서킷이 무너져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미 한동안 그 명성이 부침을 겪고 있는 로카르노영화제에서 막 돌아온 참이다. 로카르노영화제는 스위스의 이탈리아 언어권에서 매년 8월에 열린다. 지난해에는 60회를 기념해서 그 예쁜 도시의 광장에서 매일 저녁 찬란했던 역사에 대한 다큐멘터리 클립을 보여주었다. 불행히도 그 클립들은 로카르노 최고의 나날들(멋진 스타들이 방문하고 유명한 감독들이 발견되는)은 이미 지나간 과거에 속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었을 뿐이다.
물론 사회도 영화
[외신기자클럽] 로카르노, 그 화려했던 과거는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