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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중 누군가 죽으면 그 배급 통장을 활용하기 위해 그를 매장하지 않고 가능한 한 사망신고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어머니들은 약간의 빵 부스러기를 더 타기 위해 죽은 자녀들과 함께 침대에 누웠다. 봄이 올 때까지 얼어붙은 시체들이 아파트 안에 방치되었다.” 전설로 남은 첼리스트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의 아내이자 볼쇼이 오페라의 프리마돈나였던 갈리나 비슈네프스카야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레닌그라드의 참상을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이라고 회고한 적 있다. “전쟁, 휴머니즘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10월6일부터 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제2회 러시아·유라시아영화제에서 소개되는 6편의 영화들 또한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 처한 군상의 비참함을 통해 ‘인간의 조건’을 되묻는다.
개막작 <뻐꾸기>(2002)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핀란드 국경지역에 버려진 독일군 포로와 배신자로 낙인 찍힌 소련군 대위가 맞닥뜨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치 않는 전쟁에서 나치
얼어붙은 땅에서 벌어진 전쟁과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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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사람들이 참 아끼는 사람이구나.’ 카를로 리자니 감독의 초대전이 열린 첫날 시네마 트레비로 들어서자마자 그런 느낌을 받았다. 리자니 감독이 영화관에 들어서자 영화관계자와 마니아들이 그를 둘러싼 채 칭얼거리고 응석부리고 보채는 어린아이처럼 뭐라도 하나 더 주워들으려 열심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인에게는 참 생소한 이름이지만 카를로 리자니는 지난 세기 이탈리아 영화판을 생생히 목격한 몇 남지 않은 감독 중 한 사람이고, 1979년부터 3년간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시네마 트레비는 9월16일부터 30일까지 카를로 리자니 감독 초대전을 통해 20세기를 들여다볼 요량으로 그의 영화 마흔편을 상영하고 있다.
카를로 리자니는 루키노 비스콘티, 로베르토 로셀리니,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조세페 데 산티스 등 20세기 이탈리아 영화계를 풍미한 감독들과 함께 네오리얼리즘 시대를 거쳐온 살아 있는 박물관 같은 영화감독이다. 그는 <꼽추>(il Gobbo), &
[로마] 파졸리니 터프남? 목소리는 미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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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베트남국제영화제가 하노이의 천년 역사를 기념하며 10월 중순 하노이에서 열린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열리게 될 베트남영화제는 내년에는 11월로 시기를 옮길 예정이다. 11월은 동남아시아 영화계가 각종 영화제로 바쁠 때고, 캄보디아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영화제와도 시기가 겹친다.
나는 베트남이라는 나라, 베트남의 영화 역사, 스타들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이 영화제가 더없이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1996년 부산영화제에 맞추어 처음 한국에 갔을 때, 나는 영화제 기간을 미리 정확히 알 수 없어서 아예 4주를 계획하고 갔다. 내 여행 일정과 영화제 기간이 겹치기만을 바라면서 말이다. 한국에서 나는 영화제에 자원 봉사로 참여한 가족과 함께 머물렀고, 그 가족은 내게 영화제 패스를 위조해줬다.
베트남영화제 개막작은 부산 뉴커런츠 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먼저 하는 응유엔 판쿠앙 빈의 멜로영화 <떠도는 삶>이다. 한국 배우 강수연이 심사위원으로
[외신기자클럽] 베트남도 국제영화제 팡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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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시간을 갓 넘긴 평일 오전, 서울 강남 을지병원 앞 사거리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한곳을 흘끔거렸다. 그곳에 몸에 꼭 붙는 누드톤 스커트를 입고 급박한 걸음으로 차에서 내리는 김윤진이 있었다. 잠깐 담배 사러 나온 듯 트레이닝복 차림을 한 박해일이 어디선가 쓱 나타났다. 스탭들은 차량과 사람들을 통제하느라 분주했다. “빨리 좀 지나가주세요.” “신경 쓰지 말고 걸어가주세요.” 9월14일, 을지병원 앞에서 윤재근 감독의 <심장이 뛴다> 35회차 촬영이 진행됐다.
<심장이 뛴다>는 딸을 살려야 하는 엄마 연희(김윤진)와 엄마를 지켜야 하는 아들 휘도(박해일)의 이야기다. 연희의 딸은 한시가 급하게 심장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휘도의 엄마는 사고로 식물인간이 됐다. 연희는 휘도 엄마의 심장이 꼭 필요하지만 휘도는 쉽게 제안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박해일이 맡은 휘도는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거칠게 자란 인물이다. 밤 업소에 나가는 아가씨들의 콜을 받고
[씨네스코프] 내 딸을 살려줘, 울엄마도 살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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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프랑스로 돌아온 로만 폴란스키, <대학살의 신>으로 연출 복귀
->토니상 수상한 동명의 희곡이 원작으로, 케이트 윈슬럿과 조디 포스터, 크리스토퍼 월츠와 맷 딜런이 출연한다고. 감독님, 이제 영화의 모든 배경은 프랑스인가요?
자카르타의 게이·레즈비언영화제인 Q!필름페스티벌,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테러 위협받아
->그들은 건물 파손에 복장도착자 어택 전적이 있는, 악명 높은 집단. 하지만 Q!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꿋꿋이 “영화 상영은 계속될 것”이라고. 나라마다 왜 이렇게 갑갑한 사람들이 많아!
<스타워즈>, 3D로 2012년 재개봉
->6편 모두 3D로 변환될 예정이며, 첫 스타트는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이 끊는다. 이제 좀더 광활하고 깊은 우주를 감상할 수 있을 터.
[댓글 뉴스] 로만 폴란스키, <대학살의 신>으로 연출 복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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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는 확실히 수상한 시기였다. 지난 9월29일 영화 전문 웹사이트 토털필름에서 전세계 영화인에게 ‘영화 사상 최고의 공포영화’를 의뢰한 설문 결과가 발표됐다. 1위를 차지한 토브 후퍼의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1974)과 더불어 윌리엄 프리드킨의 <엑소시스트>(1973), 앨프리드 히치콕의 <싸이코>(1960),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1980), 존 카펜터의 <괴물>(1982)과 <할로윈>(1978),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1979),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1975), 조지 로메로의 <이블 헌터>(1978), 다리오 아르젠토의 <서스페리아>(1977)가 베스트10을 차지했다. <싸이코>와 <괴물>, <샤이닝>을 제외한 일곱 작품이 모두 70년대의 산물이다.
이번 투표에 참석한 면면들은 화려하다. 킴 뉴먼을 비롯한 유
70년대는 공포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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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원들에 7 대 1로 비토당한 조희문 위원장”(<동아일보>), “조희문 위원장 사면초가”(<경향신문>), “조희문 이번에는?”(<서울신문>), “영진위원, 조희문 위원장 해임요구 파문”(<한국일보>), “조희문 해임임박”(<한국경제>).
9월27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제16차 임시회의가 끝난 뒤 쏟아져 나온 기사들은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이 잔여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조만간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영진위 위원 5인의 요구에 의해 개최된 이번 임시회의에서 영진위는 8인 위원 중 7인의 찬성을 얻어 “조 위원장이 2010년 상반기 독립영화제작지원 사업 1차 심사와 관련해 전화로 심사위원에게 특정 작품을 거론한 것은 영진위 임직원 행동강령 22조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며 “임명권자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한다”고 의결했다. 이번 임시회의는 국민권익
[이영진의 영화 판판판] 지금도 그 사람이 위원장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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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땅의 여자>가 지난 9월28일, 전국 극장관객 2천명을 돌파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2천명 돌파기념으로 직접 농사 지은 쌀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 미국에서 열린 판타스틱페스트에서 관객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9월30일,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의회가 영화진흥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 오지호, 하지원 주연의 영화 <7광구>가 지난 9월29일, 크랭크업했다.
* 제4회 여성인권영화제가 오는 10월6일부터 9일까지 씨네코드 선재에서 열린다.
[한줄뉴스] <땅의 여자> 관객 2천명 돌파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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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추석 연휴의 승자는 <시라노; 연애조작단>이었다. 지난 9월16일에 개봉한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개봉 첫주 약 26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기록해 <무적자> <레지던트 이블4: 끝나지 않은 전쟁 3D>에 이은 3위로 출발했다. 하지만 20대 여성 관객의 입소문에 힘입으면서 2주차에는 약 43만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9월30일 저녁 현재까지 관객 수는 약 134만명이다. 이 수치는 2위 <무적자>의 약 125만명, 3위 <레지던트 이블4: 끝나지 않은 전쟁 3D>의 약 99만명, 그리고 이들보다 한주 일찍 개봉한 <해결사>의 약 162만명과 큰 차이가 없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추석 개봉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 수를 동원하긴 했지만 다른 영화들 역시 그만큼 관객을 불러모았다는 말이다.
CJ CGV 이상규 홍보팀장은 “시장을 주도할 만한 작품이 없어 예상
추석 대전의 승자는 <시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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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거르고 그리고 숨도 한 번 고르고, 2010년 여성인권영화제가 다시 찾아왔다. 여성폭력의 심각성과 현실을 알리고 대중과 깊고 넓게 소통하고자 2006년 시작되었던 여성인권영화제. 오는 10월 6일, 더욱 풍성한 내용과 더욱 뜨거워진 마음으로 4회를 시작한다. 10월 6일부터 9일까지 씨네코드 선재에서 열리는 4회 여성인권영화제는 13개국에서 온 35편의 영화와 다양한 부대행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시작했으니 두려움 없이
언제나, 누구에게나 선택과 결정의 시간은 길고도 외롭다. 그 시간이 지나고 당신이 무언가를 “시작”했다면, 무언가를 “시작”하지 않은 사람과는 이미 다른 사람이다. 4회 여성인권영화제는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시작한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고, 그들의 결정과 그들의 용기와 그들의 출발을 격려하고 싶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이제 견디는 건 그만하겠다고 그리고 더 이상 모른 척 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기 시작한 당신, “시작했으니 두려움
시작했으니 두려움 없이, 4회 여성인권영화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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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시즌이 시작되려면 몇달이나 남은 지금, 오스카 여우주연상 레이스는 이미 조용히 시작됐다. 지금까지의 개봉작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여배우로는 한국에서도 개봉 중인 <에브리바디 올라잇>의 아네트 베닝과 줄리언 무어, <밀레니엄 제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누미 래페이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탈리아영화 <아이 엠 러브>의 틸다 스윈튼, 그리고 올해 선댄스필름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상과 각본상 등을 수상한 <윈터스 본>의 제니퍼 로렌스 등이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개봉했지만 미국에서는 올해 3월에 소개된 뒤 원작 소설과 함께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밀레니엄…>의 주인공 누미 래페이스는 조용히 유명 홍보 담당자를 고용했고, 미국 배급사가 그녀를 위해 물밑작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유명 영화업계 블로거 니키 핑크의 ‘데드라인닷컴’(Deadline.com)을 통해 알려졌다. 아네트 베닝과 줄리언 무어는 정자은행을 통
[뉴욕] 19살 소녀,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향해 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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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영화제의 아시안필름마켓은 구매자와 산업관계자를 위해 온라인 상영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러 해 동안 다른 영화제와 마켓들 역시 온라인 서비스를 고려해왔으나 이런 야심찬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시안필름마켓이 처음이다. 기본적으로 아시안필름마켓 참가자들은 10월10일에서 13일 사이 부산에 와서 영화를 볼 필요없이 영화제와 마켓에 제출된 영화를 컴퓨터로 볼 수 있다.
영화 산업지 기자로서 나는 영화제 마켓 상영에 참석해왔다. 부산영화제가 열리는 동안 볼 영화가 많기 때문에 영화제가 끝나고도 2주간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상영 서비스는, 이론적으로는 무척 유용하다. 부산영화제 기간 중 영화를 보는 어려움을 고려하건대(예를 들어 택시를 타고 상영장을 옮겨다니는 어려움) 부산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영화는 온라인 상영 서비스를 통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아시안필름마켓 참가자지만 나는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으리라. 내 개인
[외신기자클럽] ActiveX에 집착하는 한국, 그리고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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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6일,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 2010년 영화산업 임금체불 현황을 발표했다. 추석연휴를 앞둔 시점이라 1쪽 분량의 보도자료가 상당히 안타깝게 보였다. 대부분의 스탭들이 받아야 할 임금은 300만원에서 500만원 정도인데, 많은 스탭들이 4, 5년 넘게 기다려도 받지 못해 결국 영화인 신문고에 신고한 돈이라고 한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절실한 돈이라는 얘기다.
지난 2004년부터 영화인 신문고를 통해 신고된 사건 가운데 해결된 비율은 50% 정도다. 영화산업노조의 입장에서 완전한 해결은 체불된 모든 임금을 받아내는 것인데, 이 비율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그외에는 받아야 할 임금의 일부분만 받는 걸로 합의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임금을 포기하고 사건이 종결된 경우도 있다. 노동부의 진정이 있다고 해도 사업주의 지급의사나 돈이 없다면 체불을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인 신문고를 담당하고 있는 이대훈 국장은 “형사처벌로 교도소에 간 분도 있다”고 말했다. “
[강병진의 판.판.판.] 개봉하고 수익나면 준다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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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쿠엔틴 타란티노, 편파 심사로 곤욕?
=황금사자상은 타란티노의 전 애인 소피아 코폴라의 <섬웨어>에, 공로상은 그의 멘토인 몬티 헬먼에게 돌아갔다. 편파 심사 의혹에 휩싸일 만도….
-<킹콩>이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제작된다.
=인기 공연 <공룡 대탐험>으로 이름을 알린 호주의 글로벌 크리처가 영화 <킹콩>을 뮤지컬로 만든단다. 거대한 킹콩이 춤추고 노래할 상상하니 풉!
-머지않아 중국 영화시장, 할리우드 넘어선다.
=할리우드의 ‘소프트 파워’에 대항해 중국 정부가 영화산업에도 힘 좀 주겠단다. 영화 제작자의 은행 대출을 돕는 것은 물론, 제작비 등 물량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역시 중국은 손이 크다.
[댓글뉴스] 베니스국제영화제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