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셀 크로가 1억3500만달러짜리 대작 <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의 닻을 내리려 하고 있다.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러셀 크로 자신조차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제작이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십년 동안 다섯개 영화사를 떠돌아다니던 시나리오는 이십세기 폭스가 유니버설과 미라맥스를 파트너로 맞아들이면서 11월14일 미국에서 개봉하기에 이르렀다. 폭스는 <타이타닉>을 찍은 멕시코의 거대한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었고, 한때 폭스를 파산설에 휘말리게 했던 그 스튜디오는 다시 한번 위험한 모험으로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어렸을 때부터 바다에서 살아온 영국 해군 잭 오브리가 서프라이즈호와 197명의 승무원을 이끌고 프랑스 함대를 쫓아 대양을 가로지르는 모험담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 <트루먼 쇼>의 피터 위어는 <마스터 앤드 커맨더…>를 “
파도를 정복하라,<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
-
두세번 만에 오케이 사인을 내리곤 하던 김지훈 감독이 자꾸만 “한번 더”를 부탁한다. 수철(조재현)이 코너에 몰려 얻어터지는 장면도, 관객이 폭소를 터뜨리는 장면도 쉽게 넘어갔는데, 두 선수가 주먹을 맞부딪치는 이 장면만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주먹이 정확하게 부딪쳐야 해요. 이렇게, 멋있게.” 체육관 여기저기엔 “허벌나게 조져버려”, “오빠 꼭! 이겨잉∼ 꼭 안아불팅깨” 같은 원색적인 구호가 붙어 있지만, 링 위에서만은 정색한 권투경기가 벌어져야 하는 것이다. 수철은 폭력조직 안에 파고들기 위해 몸을 던졌고, 여기에서 물러난다면 패배자밖에는 될 수 없으므로.김지훈 감독은 코미디로 보이는 <목포는 항구다>를 “다른 길을 가는 두 남자가 서로를 좋아하게 되면서 하나로 어우러지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경상도 출신 김지훈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목포는 항구다>는 목포 지방 폭력조직에 잠입한 서울 형사의 이야기다. 머리는 좋지만 현장검거 능력이 심각하
허리케인 조? <목포는 항구다> 촬영현장
-
"백수 경험 소중히 살려 영화 만들었어요"오는 24일 개봉할 <위대한 유산>(제작 CJ엔터테인먼트)은 하반기 한국영화의 흥행 가도를 이어갈 기대주로 꼽힌다. 연출 솜씨가 데뷔작치고 범상치 않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 것. 아니나 다를까, 메가폰을 잡은 오상훈(36) 감독은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중고신인'이다.중앙대에서 영화를 전공한 뒤 단편 <뒤로 가는 시계>와 <무덤산 소나무>를 연출했고 1995년 <총잡이>의 조감독을 거쳐 오랫동안 시나리오 작업에 매달리며 화려한 데뷔를 준비해왔다."늦은 데뷔여서 조심스럽습니다. 배워가면서 한다는 심정으로 촬영에 임했는데 주연배우들이 열심히 해줬고, 베테랑 스태프들이 많이 도와줘 어느 정도 만족합니다. 특히 임창정 씨는 깜짝 놀랄 정도의 아이디어를 자주 제공했고, 김선아씨도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성실한 태도를 보여줘 고마웠습니다."<위대한 유산>은 임창정과 김선아를 내세워 고학력 실업의
[인터뷰]<위대한 유산> 오상훈 감독
-
<아이덴티티>의 해외 언론 시사회가 있었던 지난 4월16일 저녁, LA 웨스트 우드의 시사회장을 나서는 기자들의 공통된 고민은 영화의 스토리에 대해 얼마만큼 천기누설을 해야 할까 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이들은 해지기가 무섭게 인적이 끊겨버린 LA의 밤거리로 나서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거짓말처럼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이 영화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둠 속에서 궁리했을지도 모른다. <식스 센스>와 <디 아더스>는 차치하고라도 웬만한 반전에는 어지간히 면역됐다고 자부하는 본 통신원도 동행과 열심히 기억을 더듬어 퍼즐 풀기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케이트 & 레오폴드> <걸 인터럽티드>를 위시한 앙상블 캐릭터드라마가 주장기인 제임스 맨골드 감독과 컬트영화 <잭 프로스트> 시리즈의 작가, 마이클 쿠니가 쇠락한 왕년의 여배우와 전직 경찰인 리무진 운전사 에드(존 쿠색), 살인범을 운송 중인 다혈질의 수
제임스 맨골드 감독과 존 쿠색, 레이 리오타가 말하는 <아이덴티티>
-
-
◆휴 그랜트, 연기 중단 고려?
휴 그랜트가 영화 연기를 그만둘 수도 있다고 <데일리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랜트가 밝힌 회의의 원인은 거대예산 영화의 대규모 개봉이 주는 압박감과 홍보 활동의 피로. 또한 휴 그랜트는 옛 연인 엘리자베스 헐리와 공동 설립한 시미안영화사가 이미 영화제작을 중단했다는 사실도 같은 인터뷰에서 밝혔다.
◆노장 배우들의 신작
진 해크먼, 더스틴 호프먼, 로버트 듀발이 범죄드라마에 함께 출연한다. <덴버>의 작가 스콧 로젠버그가 시나리오를 쓰는 <단역>(Bit Player)은 서부 작은 마을의 삼총사가 마을 사람들의 연금을 갈취하는 월스트리트의 사기꾼을 무찌른다는 이야기. 더스틴 호프먼은 약간 덜떨어진 은행장으로, 해크먼과 듀발은 그를 돕는 친구들로 나온다.
[해외단신] 휴 그랜트, 연기 중단 고려? 外
-
◆로테르담, 라울 루이즈 회고전
칠레 감독 라울 루이즈 회고전이 내년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열린다. 이 회고전은 칠레에서 그가 만든 초기작부터 프랑스 망명기의 작품까지 망라할 예정이며 최근작인 <그날>(사진)도 상영된다. 이 밖에 내년 로테르담영화제 프로그램에는 9·11 사태의 사회적 여파, 비주얼 예술과 게임문화가 영화에 끼친 영향을 보여주는 영화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수난>, 제목 변경 수난
반유대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 논란을 일으킨 멜 깁슨 감독의 문제작 <수난>이 <예수의 수난>으로 제목을 바꿨다. 멜 깁슨의 아이콘프로덕션은, 미라맥스가 지넷 윈터슨의 소설을 각색하는 프로젝트에 ‘수난’이라는 제목을 이미 등록해놓아 부득이 개명하게 됐다고 밝혔다. <예수의 수난>은 아직 미국 내 배급사를 찾지 못한 상태다.
◆잭 스패로 선장 컴백
조니 뎁이 <캐리비안의 해적2>에서 잭 스패로 선장 역을 다시 맡는
[해외단신] 로테르담, 라울 루이즈 회고전 外
-
10월30일까지 중앙시네마에서 단편영화 정기상영 기획전이 열린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들’. 설레는 첫 만남을 다룬 영화를 모은 섹션A에는 서유민 감독의 <지나가는 비>, 임민섭 감독의 <키쓰미>, 오점균 감독의 <단풍잎>이 포함됐고, 사랑의 아픔을 주제로 하는 섹션B에는 박성오 감독의 <연애담>, 임우정·유선동 감독의 <샌드위치>, <거울 속으로>의 김성호 감독이 만든 <I the Eye>가 들어 있다. 사랑의 기억을 다룬 섹션C에는 마대윤 감독의 <하루…하루>, 이우숙 감독의 <오늘이 우리를 기억할까?>, 고은기 감독의 <액체들>이 포함돼 있다. 한국독립영화협회와 중앙시네마가 주최하는 이 행사에서 9편의 상영작들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오후 7시30분에 상영된다. 관람료는 3천원이다 (문의: 인디스토리 02-743-6051, 3).상영시간표10
[시네마테크는 지금] 중앙시네마 10월 단편영화 정기상영
-
◆이장호 특별전이장호 감독(사진)의 1980년대 작품 5편이 상영된다. 한국영상자료원(이사장 이효인)은 10월20일부터 24일까지(매일 오후 2시) 자료원 내 시사실에서 <무릎과 무릎 사이>(1984), <바람불어 좋은 날>(1980), <어우동>(1985), <이장호의 외인구단>(1986), <과부춤>(1983) 등을 연이어 소개한다. 그 밖의 자세한 문의는 www.koreafilm.or.kr이나 02-521-3147(안내번호 1).◆부천영화제 <메가토크 2003> 발간부천영화제가 7회 영화제에서 열린 메가토크의 내용을 정리한 <메가토크 2003>을 펴냈다. <메가토크 2003>에는 쇼 브러더스 회고전과 맞물려 진행된 김홍준 집행위원장, 정성일 평론가의 대담, 발리우드영화 가이드, 공포영화 속 살인을 예술 창작 행위에 빗댄 영화학자 스티븐 슈나이더의 분석 등이 실렸다. 구입문의는 부천영화제 사무국
[국내단신] 이장호 특별전 외
-
‘도심 속의 유럽영화축제’, 제4회 서울유럽영화제-메가필름페스티벌(이하 유럽영화제)이 10월22일(수)부터 26일(일)까지 5일간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열린다. 13개국에서 날아온 총 28편의 다양한 유럽영화들을 선보이게 될 이번 유럽영화제는 클로드 샤브롤의 <악의 꽃>을 개막작으로 그 다채로운 ‘영화의 화원’을 연다.
거장들의 신작을 만날 수 있는 ‘마스터스 초이스’ 섹션에서는 개막작 <악의 꽃>을 비롯, 2002년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의 <바보들의 집>, 빔 벤더스의 <블루스의 전설> 등 쟁쟁한 작품들이 포진되어 있다. 특히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에 이어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마이클 윈터보텀의 <인 디스 월드>,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미카엘 하네케의 신작 <늑대의 시간> 등은 예매를 서둘러야 하는 작품.
‘핫 브레이커스’ 섹션에서는 올해 유럽 박스오피스
유럽영화 익스프레스를 타세요,제4회 서울유럽영화제
-
내 별명이 곰이래요‥곰퉁이현채(배두나)는 별명이 곰이다. 털털한 성격은 장점일 수도 있지만, 눈치가 워낙 없고 자잘한 실수를 연발한다. 할인매장 직원인 그는 소개팅을 받을 때마다 실패한다. 어느날 어려서부터 단짝이던 남자친구 동하(김남진)를 우연히 만난다. 지하철 기관사가 된 동하는 현채를 좋아해, 계속 현채에게 다가오지만 현채는 그걸 눈치채지 못한다. 대신 도서관에서 빌린 화집에서, 사랑 고백의 메모를 보게 된다. 현채는 메모를 남긴 남자를 찾아 나선다.<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는 팬시상품처럼 예쁜 화면으로 포장한 로맨틱 코미디이다. 화집 속의 사랑 고백은 다른 화가의 화집으로 이어달리는데 고야, 르누아르 등의 낯익은 그림이 보이고 그게 똑같은 구도의 실제 화면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같은 사랑이라도 마음이 설레기 시작하는 초심의 단계에 주목하는 이 영화는 다분히 10대~20대 초반 취향이다. 메모 속 남자를 찾아가는 미스테리적 구성을 곁들이면서 실제로는 현채와 동하의,
[새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
지난 18일 폐막한 제30회 플랑드르 국제 영화제 (Flanders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서 <바람난 가족>의 임상수 감독이 '최우수 감독상 (The Robert Wise Award)'을 수상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등을 연출한 로버트 와이즈 (Robert Wise) 감독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 상은 후 샤오시엥, 라스 폰 트리에, 조나단 드미,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등이 수상한 바 있다.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플랑드르 국제 영화제는 벨기에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영화제다. 올해 경쟁부분에는 <바람난 가족>외 12편의 영화가 초청되었으며, 경쟁부분의 심사위원장은 <쥴앤짐>의 프랑스 간판 여배우 잔느 모로(Jeanne Moreau)가 맡았다.
최우수 작품상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나의 왼발> 등을 연출한 아일랜드 출신의 짐 쉐리단(Jim Sheri
<바람난 가족> 플랑드르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수상
-
<아카시아>에서 처음 공포의 주술을 걸어오는 것은, 여섯 살 아이 진성이다. 진성은 엄마를 잃은 뒤 고아원에서, 세상과 사물의 경계가 모호하며 인물은 절규하는 그림을 그린다. 예컨대 그는 여섯살박이 뭉크다. 그가 필사적으로 담고자 하는 것은 죽어 나무가 되었다는 엄마의 형상이다. 죽은 엄마는 그림 속에서 흐릿하게나마 환생해 아이에게 돌아온다.타는 듯한 붉은색 강도가 관객의 내장까지 못파고든다이 주술을 제일 먼저 알아챈 사람이 진성의 그림을 보게 된 미숙(심혜진)이다. 직물공예를 하는 미숙에겐 결혼 10년이 지나도 아이가 없다. 그래서 그녀 가족은 진성을 입양한다. <아카시아>는 공포 영화이므로 이 작은 타자가 집안에 들어 온 후 물론 모든 것이 달라진다. 미숙이 진성의 그림에서 부지불식간에 엿본 그 무엇이 이 집을 기습하기 때문이다. 사실 미숙이 진성의 그림에서 알아 챈 것은 놀라운 재능과 절대적 그리움이다. 그 두 가지가 엄마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 속에서 그림
[영화비평릴레이] <아카시아> - 김소영 교수
-
사투리를 내세운 역사 코미디 <황산벌>이 17일(일부 지역은 16일) 극장에 간판을 내건 지 3일만에 전국 관객 90만5천 명을 불러모았다고 영화사 씨네월드가 21일 밝혔다. 이는 개봉 첫주 금∼일요일의 기록만 따지면 <스캔들>(82만2천 명)과 <장화, 홍련>(73만8천여 명)을 웃도는 호성적이다. 극장가의 호평에 따라 개봉일 267개였던 스크린 수도 288개로 늘어났다. 18∼19일 서울관객은 17만9천 명선.2일 개봉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8만2천 명으로 2위에 랭크됐다. 서울 누계는 105만7천여 명으로 100만 고지를 넘어섰으며, 전국 누계는 277만1천여 명에 이르러 3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이밖에 <이탈리안 잡>이 2만 명 정도로 3위에 올랐고 <아카시아>, <냉정과 열정 사이>, <매치스틱 맨>, <다운 위드
<황산벌> 개봉 첫 주말에 90만명 동원
-
부산영화제에 참가한 뒤, 폐막식 오전에 일본으로 향했다. 10월10일 오후에 열린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003(YIDFF 2003)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필자가 YIDFF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 영화제가 시작한 1989년, 마에카와 미치히로(일본 동북예술공과대학 전임강사)라는 일본의 친구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2001년에 처음 참가했다. 이때 느낀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세계 다큐멘터리 작가들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 형식적인 차원을 넘어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심이 대단하다. 두 번째, 영화제의 주요 스탭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스크린 뒤에서 분주하게 뛰어다닌다는 점이다. 야마가타를 대표하는 인물로 영화제 실행위원인 야노 가즈유키와 아시아 천파만파 디렉터 후지오카 아사코가 있다. 이들은 한국의 국제영화제 집행위원들이 무대에 서는 것을 즐겨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오로지 자원봉사자 중심의 영화제, 다큐작가들의 무대로 만들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003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