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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이거 하나만 걸쳐요?” 얇은 환자복 위에 베이지색 스웨터만 달랑 걸쳐 입은 박솔미가 슬쩍 떠본다. 박정우 감독은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려 전대성 촬영감독과 카메라 동선을 상의한다. 감독의 싸늘한 응대에 박솔미로선 눈을 흘기는 수밖에 없다. 추위에 무방비로 노출된 건 이성재도 매한가지다. 날렵한 맵시의 양복 안으로 한껏 움츠린 어깨가 덜덜 떨고 있다. <빙우>를 찍으면서 로키 산맥의 한파 맛을 본 그도 짬이 나자 금세 카메라를 피해 모니터 옆 방한기구로 다가가 언 발을 쬔다. 하긴, <바람의 전설>에서 이성재의 발은 꽤나 중요하다. ‘스텝 삼매경’에서 또 다른 인생을 발견한 남자 풍식이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촬영괄괄한 성격의 연화 또한 좀처럼 입밖에 꺼내지 않은 고단한 현실이 있다. 그녀가 주저하지 않고 풍식에게서 엑소더스의 키를 건네받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12월15일 충남대학교 부속병원 옥상에 차려진 춤판. 전설적인 스텝의 소유자 풍식은 이혼당하고 집
돌리고~ 돌리고~,<바람의 전설>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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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렵긴 어려운 모양입니다. 예전에는 없는 사람만 헐벗고 굶주렸는데 요즘은 없는 사람이나 있는 사람이나 헐벗고 굶주립니다. 있는 여자 연예인들은 누드 찍는다고 헐벗고, 야당 총재라는 분은 단식한다고 굶주리고 있죠.”
개그맨 김형곤(43)이 돌아왔다. 3주 전부터 한국방송 2텔레비전 〈폭소클럽〉 ‘스페셜 클럽 2’의 코너를 맡은 김형곤은 경인방송의 〈김형곤 쇼〉 이후 2년반 만에 텔레비전 무대로 돌아와 40대 개그맨의 재담과 익살을 선사하고 있다. 〈개그콘서트〉류의 말장난 개그에 익숙한 20대 관객들은 이 40대 개그맨한테 세대차이를 느끼는지 약간 썰렁한 반응을 보이지만, 1980년대 말 ‘회장님 회장님’을 기억하는 나이든 시청자들은 그의 개그에서 어떤 동질감을 느낀다.
그의 개그 키워드는 정치와 섹스다. 이 분야에서만큼은 독보적인 입담을 과시한다.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풍자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한다. 때로는 진한 성적 농담까지 섞어 정치인의 행태를 야유
돌아온 김형곤의 ‘40대 기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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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인물과 실제 배우를 혼동하는 것만한 바보짓도 없겠지만 배우 정재영(33)을 만나면 우선 약간의 혼란에 빠지게 된다. <킬러들의 수다> <피도 눈물도 없이> 등 배우로 뚜렷한 인상을 남긴 영화들에서 선굵고 강한 남성의 역할을 맡으며 쌓아온 ‘센’ 느낌이 여지없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설경구, 안성기, 허준호와 나란히 등장하는 <실미도> 포스터를 앞에 놓고는 “이거 봐요. 나만 아주 멀찌감치 서서 찍은 거거든요. 근데 얼굴 크기는 비슷해. 누가 보면 바로 뒤에서 찍었는 줄 알아요.” 킥킥 웃는다.
그동안 각진 얼굴과 날카로운 눈빛이 빚어놓은 팽팽한 인상에 바람이 피식 빠지는 느낌이다. <실미도> 어땠냐고 물으니 “제가 나온 장면 빼고는 좋았는데, 어휴, 식구들이 보면 이번엔 한 술 더 뜨는구나 하겠죠.” 안 그래도 늘 ‘정상’과는 거리가 먼 역할을 주로 해 집안 어른들에게 ”그게 인간이 할 짓이냐”고 핀잔을 받는데 이
[인터뷰] <실미도>에서 상팔이 열연 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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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6일, LA 컬버시티의 소니 스튜디오에서 열린 <피터팬> 해외 기자시사회를 가는 동안만 해도 역사상 처음으로 100% 라이브 액션으로 만들어졌다는, 이 최신 버전 <피터팬> 스토리에 별다른 기대는 없었다. 뜻밖에도 <뮤리웰의 웨딩>과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을 만든 P. J. 호건이 감독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웠을 뿐. 어른이 되길 거부하는 발칙한 꼬마 피터팬의 이야기야 이미 어른, 아이를 막론하고 친숙할 뿐더러 ‘피터팬 신드롬’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네 일상(!)에까지 파고든 이야기가 아닌가.
그런데 시사회가 예정된 스튜디오 내의 ‘킴 노박’ 극장을 찾아 넓디 넓은 스튜디오 세트를 끝없이 걷는 동안, 아무리 생각해봐도 스크린에서 ‘피터팬’의 얼굴을 본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제일 먼저 떠오른 로빈 윌리엄스의 얼굴, 스티븐 스필버그의 <후크>의 기억을 가까스로 제치고 나니 그나마 기억 저편에 초록색 옷에 뾰족 모자와 구두를 신
어른과 어린이를 위한 성장동화 <피터팬> LA 시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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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 다음달 22일 열리는 2004 방콕국제영화제(2004 Bangkok International Film Festival)의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12편이 초청된 경쟁부문에는 이밖에 드니 아르캉의 <야만적 침략>, <진주목걸이를 한 소녀>(피터 웨버), <자토이치>(기타노 다케시) 등이 후보로 올랐다. 모두 40개국 100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개막작으로는 태국영화 <르네상스>(수라퐁 피니지카르)가 선정됐다. (서울=연합뉴스)
<봄여름…> 방콕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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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서울 프랑스영화제 기간 중 개최된 오찬 자리에 갔는데, 프랑스 기자 옆에 앉게 되었다. 나처럼 그도 한 업계지의 필진이었는데, 한국 영화산업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 궁금해하는 것이 많았다. 오래지 않아 그는 각종 통계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왔다.
“지난해에 한국에서 팔린 극장티켓은 얼마나 되나요?” 그가 물었다. “1억700만장. 다 하면 5억달러가 넘어요.” 내가 말했다. “엄청난 숫자군요.” 그가 말했다. 그렇다. 한국은 영화시장 규모가 세계 7위나 8위가 되어 호주나 이탈리아보다도 그 규모가 크다.
“그럼 한국의 스크린 수는 어떻게 되나요?” 그가 계속해서 물었다. “1천개 정도입니다.” 그의 입이 쩍 벌어졌다. “고작 그겁니까? 1천개 정도밖에?” 그는 어리벙벙해했다.
그가 놀란 것은 당연하다. 한국 영화시장의 규모에 비춰봤을 때, 스크린 수가 두드러지게 적은 것이다. 호주는 1900개, 이탈리아는 3천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억8500만장의 티켓이
[외신기자클럽] 재개봉관이 필요해(+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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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영웅>의 대성공으로 다시 한번 중국 내 기반을 단단히 다진 장이모의 차기작 소식은 늘 이곳 언론의 표적이 되어왔다. 그동안 <영웅>의 속편과 이미 수차례 영화화됐던 ‘진시황’ 소재의 이야기를 준비 중이라는 언론매체의 보도내용과 달리 지금 베이징영화스튜디오와 쓰촨성의 영천 등지를 오가며 촬영 중인 장이모의 차기작은 무협영화 <십면매복>(十面埋伏)(국내 개봉 가제는 <영웅2>이다)이다. 100여명의 인원이 동원된 우크라이나 해외 로케를 마치고 지난 11월 초 귀국한 장이모의 신작 <십면매복>은 얼마 전 베이징스튜디오 내에 마련한 실내 세트장이 허락없이 언론에 공개되어 제작자가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영웅>에 이어 홍콩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는 <십면매복>은 명(明)시대를 배경으로 당시 주현(州縣) 등의 죄인을 잡던 하급관리인 두 포리(捕吏)와 눈먼 기생 사이에서
[베이징] 장이모 차기작 <십면매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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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최고의 미국영화는 극장이 아닌 TV에서 볼 수 있었다. 화제의 작품은 알 파치노(사진)와 메릴 스트립, 에마 톰슨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엔젤스 인 아메리카>. 12월7일과 14일 각각 3시간으로 나뉘어 케이블TV <HBO>에서 방영된 이 작품은 레이건 정부 시절, 뉴욕을 배경으로 에이즈에 감염된 인물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야기로, 93년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받은 토니 쿠시너의 희곡을 영화화한 것. 역시 토니상과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베테랑 마이크 니콜스가 연출했다.
<엔젤스…>가 평론가들은 물론 영화팬들에게 주목받은 이유는 크게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장편 희곡을 삭제없이 영화화했다는 것. 아무리 케이블영화로 방영한다고 해도 하나의 희곡에 6천만달러를 투입해 6시간짜리 대작으로 만드는 것은 메이저 네트워크나 할리우드 제작사도 엄두를 내기 힘든 큰 모험이다. 두 번째는 유명배우나 감독을 고용하는 대신, 연극무대에 뿌리를
[뉴욕] 최고의 배우들, 최고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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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방식은 그야말로 ‘원시적’이다. 해당영화의 배급사에 전화를 걸어 불러주는 숫자를 그대로 받아적는다. 말 못하겠다고 버티면 별 수 없다. 턱없이 관객 수를 올려부를 경우야 여러 배급사들에 전화를 돌리다보면 자연스레 드러나지만, 관객 수 기백명을 올려부르는 데는 도리가 없다. 박스오피스 하위권의 경우 기백명으로도 순위가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라고 상황이 그리 다른 것은 아니다. 한달에 한번씩 내놓는 서울관객 월별 집계는 수고로운 손길에도 불구하고 지연되기 일쑤다.
2004년 1월1일부터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하 통합전산망)을 가동하겠다는 영진위의 발표가 그래서 더욱 반갑다. 영진위는 지난 12월15일 전산망 사업자와 영화관을 대상으로 통합전산망 연동 신청에 관한 공고를 내놨다. 영진위 통합전산망 시스템과 연결하는 데 기술적 문제가 없는 전산망 사업자를 연동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하나. 나머지 하나는 극장을
영화관 통합전산망 표류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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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영화, 예술영화를 살리기 위해 마이너리티 쿼터제를 도입하자.” 지난 12월16일 씨네큐브에서 젊은비평가모임의 주최로 열린 ‘작은 영화 어떻게 살릴 것인가’란 주제의 포럼에서 조준형(경희대 강사)씨가 제기한 내용이다. 그는 이날 자리에서 스크린쿼터의 일부 일수를 할애해 마이너리티 쿼터를 만든 뒤,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심의위원회가 선정하는 예술영화에 할당하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의 예술영화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독립영화를 옹호할 수 있으며, 제3세계의 예술영화뿐 아니라 상업영화까지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조씨는 예술영화라는 기준에 대해서도 좀더 융통성 있게 접근해야 이 제도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이너리티 쿼터를 도입하면, 스크린쿼터 제도가 한국 영화인의 ‘밥그릇 챙기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또 미국의 작은영화까지 포함되므로 미국 정부의 압력도
예술영화에 쿼터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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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영화 점유율이 50%에 육박한 걸로 집계됐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맥스무비가 공동으로 조사한 자료는 2003년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을 49.94%라고 발표했으며, 아이엠픽처스가 조사발표한 자료는 1월부터 12월14일까지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을 48.7%라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은 45%였다. 이들 통계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 상승과 더불어 극장관객 수의 증가다. 아이엠픽처스는 2003년 전국 관객 수가 2002년 1억명에서 1500만명 정도 늘어난 1억1500만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급사별 점유율에서는 CJ엔터테인먼트의 약진이 돋보인다. CJ는 <살인의 추억> <동갑내기 과외하기>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위대한 유산> 등 한국영화 흥행작 10편 가운데 4편을 배급해 20.6%(영진위 통계)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외화로는 <캐치 미 이프 유 캔
한국영화 점유율 50% 시대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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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장선우(51)씨가 첫 시집 〈이별에 대하여〉(창비)를 상재했다. “쉰이 넘은 나인데 나는 왜 이렇게 비틀댈까/ 내일은 올 들어 가장 발달한 눈구름이 다가온다는데/ 다 팽개치고 눈 맞으러 달려갈 생각을 한다./(…)/ 구계등 바닷가에 자갈돌 밟으며 소리쳐 통곡을 할 생각을 한다/ 너는 누구니 도대체 너는/ 끝없는 그리움에 때로는 소스라치고 때로는 맥없이 주저앉고/(…)/ 미쳐도 곱게 미쳐야 할 텐데” (〈대설주의보〉)
장씨는 1980년대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다 직접 〈서울예수〉, 〈우묵배미의 사랑〉 등의 영화를 연출하며 평단의 주목을 한몸에 받은 영화인이다. 하지만 〈나쁜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비롯해 최근 몇 년 새 선보인 실험성 강한 작품들은 논란에 휩싸였다. 감독으로서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을 터, “나와 내 영화에 대한 논란 때문에 받은 고통이나 실연의 아쉬움 같은 것들을 쓸어내기 위해 시를 썼다”는 그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들은 영화 〈성냥팔이 소
장선우 감독 영화·실연 고통 담은 시집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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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의 동숭아트센터는 27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하이퍼텍 나다에서 올해 개봉 영화 중 평단과 관객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배급구조 때문에 관객과 만날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한 영화를 모아 상영한다.`마지막 프로포즈'란 이름의 이번 특별상영전에서는 <선택>(사진), <영매>, <지구를 지켜라>, <여섯 개의 시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질투는 나의 힘> 등 한국영화 6편과 <그녀에게>, <기묘한 이야기>, <노보>, <돌스>, <밀레니엄 맘보>, <세크리터리>, <체리쉬>, <토끼 울타리>, <프리다> 등 외화 9편이 선보인다.동숭아트센터는 2000년 하이퍼텍 나다 개관 이후 해마다 연말연시에 특별프로그램으로 `마지막 프로포즈'를 마련해왔으며 올해 초에는 가장 반응이 좋았던 영화를 골라 연장상영
동숭아트센터, 호평 영화 15편 재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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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근, 이문식, 이성진 주연의 영화 <어깨동무>(제작 CK필름)가 최근 촬영을 마쳤다. <조폭마누라>의 조진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어깨동무>는 기업비리 증거물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우연히 손에 쥔 '동무'(이성진)와 이를 수거하려 형사행세를 하게 된 '어깨(건달)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코미디 영화. 후반작업을 거쳐 내년 2월께 개봉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영화 <어깨동무> 촬영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