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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아가는 곳은 그녀에요. 하지만 나는 그녀를 알지 못해요.” 남부군 병사 인만(주드 로)이 왜 목숨을 건 탈영을 감행하면서까지 에이다(니콜 키드먼)에게로의 먼 길을 택했는지, 자신도 알 수 없다. 그가 가진 건 빛바랜 사진 한 장뿐이며, 에이다와의 추억은 짧은 입맞춤이 전부다. 맹인 할아버지가 10분간의 광명은 10분 뒤에 찾아올 암흑의 공포 때문에 결코 바래지 않는다고 했을 때 인만은 “제 생각과 다르군요”라고 말한다. 그에게 여인은 사랑이 아니라 희망의 이름이다. 그 희망은 10분이라는 시간만큼이나 가냘프고 왜소하다.
미국 남북 전쟁에 내던져진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찰스 프레지어의 소설을 153분 길이의 영화로 옮겨낸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콜드 마운틴>에서 전쟁의 반대말은 사랑이 아니라 부서질 듯 허약한 희망이다. 짧고 무서운 전투와 길고 고통스런 탈영-귀향의 여정에 나선 남자에게나, 홀로 남아 굶주림과 외로움에 시들어가는 여인에게나, 그리움은 너무 강렬
[비평 릴레이] <콜드 마운틴> 허문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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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드라마 <겨울연가>(연출 윤석호)가 창출한 일본 매출 규모가 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돼 한 편의 TV드라마가 갖는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3일 <겨울연가>의 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지난해 4월 NHK 위성방송채널로 일본에서 처음 전파를 탄 드라마 <겨울연가>가 지난달 1일 현재 일본에서 500억원의 매출을 창출했다.먼저 드라마 방영권이 4억5천만원에 체결됐고, 세트당 3만4천엔(34만원)인 드라마 DVD 타이틀이 10만개 팔려 3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드라마 인기와 함께 <겨울연가> OST 음반과 가수 '류'(RYU)의 주제곡을 담은 독집 앨범도 각각 20만장과 2만장이 팔리면서 55억원과 5억원의 현지 매출을 기록했다.여기에 소설 <겨울연가> 번역본이 84억원 규모인 56만권이 판매됐다. 일본에서 해외 드라마 원작 소설이 50만권 이상 팔리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제작사는 설
드라마 <겨울연가> 일본 매출 5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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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운영중인 세계적인 영화전문 인터넷 사이트 IMDB(www.imdb.com)에 강제규 감독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성인영화로 분류돼 있어 네티즌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IMDB 홈페이지에는 란 제목의 영화 장르가 'War(전쟁)'와 'Adult(성인)' 장르로 소개돼 있으며 'more(추가정보)'를 클릭하면 키워드가 포르노를 뜻하는 'hardcore, sex'로 나온다.이러한 사실은 이를 본 한 네티즌(제안자)이 2일 <태극기 휘날리며>의 공식 홈페이지(www.taegukgi2004.com)에 "도대체 어떤 ×이 이런 장난을 한 건지 화가 난다. 관계자는 빨리 시정해달라"란 글을 올려 알려졌고, 미국을 욕하는 댓글이 줄을 이어 때아닌 반미 파문으로 번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태극기 휘날리며>의 배급사인 쇼박스는 IMDB에 영문 제목을 `Taegukgi'로 고쳐줄 것과 장르(Adult)와 키워드(hardcore, sex)를 바로잡을
<태극기 휘날리며>, 해외사이트에 성인물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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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부터 프랑스의 휴양도시 도빌에서 열리는 제6회 도빌 아시아영화제(Deauville Asian Film Festival)에서 김기덕 감독 회고전이 개최된다. 회고전에는 데뷔작 <악어>에서 최신작 <사마리아>까지 모두 10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올해 영화제의 메인 경쟁부문인 '장편 경쟁'에는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이 초청됐으며 '액션 아시아' 부문에서 <천년호>(이광훈)와 <튜브>(백운학)가, '파노라마' 부문에서 <엽기적인 그녀>(곽재용)와 <청풍명월>(김의석),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재용)가 각각 상영된다.
그동안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는 2회부터 4회까지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송해성 감독의 <파이란>이 3년 연속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서울=연합뉴스)
도빌 아시아영화제 김기덕 감독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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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아이언 팜>을 선보였던 육상효(41) 감독이 두 번째 작품 <달마야, 서울 가자>(공동제작 타이거픽처스ㆍ씨네월드)의 메가폰을 잡았다. 단편 <슬픈 열대>와 <터틀넥 스웨터>를 연출하고 <장미빛 인생>, <금홍아 금홍아>, <축제>의 시나리오를 쓴 뒤 미국에서 영화를 공부해 충무로의 기대주로 각광받아온 감독으로서는 <아이언팜>이 다소 `초라한' 데뷔여서 이번 작품에 거는 각오가 남다르다."전편의 인기가 부담이 되기는 했어요. 명색이 시나리오 작가 출신 감독인데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욕심도 있었지요. 그런데 훈훈한 웃음과 감동을 주겠다는 기획안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해 연출을 결심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영화를 보면 이해할 겁니다."오는 7월 개봉을 목표로 지난달 15일 부산 대각사에서 촬영을 시작한 <달마야, 서울 가자>
[인터뷰] <달마야 서울가자> 육상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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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화살이 쏟아지는 갑판 위에 용장 아킬레스가 군신(軍神)도 질투할 위용으로 서 있다. 적의 성채 트로이를 향해 그의 팔이 깃대처럼 솟아오르면 명을 받은 카메라는 공중으로 서서히 부상하고 시야가 넓어짐에 따라 한 척의 배는 수십 척으로, 다시 거대한 선단으로 위용을 드러낸다. 헤아릴 수 없는 함선들이 푸른 바다를 붉게 뒤덮는 순간 관객의 팔뚝도 소름으로 덮인다.2003년 말 <매트릭스 3 레볼루션> 본편에 붙어 공개된 <트로이>의 예고편은 그처럼, 순수한 스펙터클의 원초적 센세이션을 전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말 그대로의 스크린 서사시를 고대하는 관객들에게 약속을 지키기 위해 런던, 말타, 멕시코 등지를 순회하며 1억50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한 <트로이>는 ‘개전’을 석 달 가량 앞둔 상태. 벌써부터 성공하면 <오디세이>가 속편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냐는 둥, 브래드 피트와 올랜드 블룸의 누드 장면이 있다는 둥 이러쿵저러쿵이 많지만,
금발의 아킬레스, 칼을 들다, 해외신작 <트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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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수난과 죽음에 대한 유대인들의 책임 시비, 극사실적 수난장면 묘사로 논란이 된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The Passion of the Christ>가 '재(灰)의 수요일'이었던 지난 25일 할리우드 등 미 전역에서 일제히 개봉, 1억1천75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캘리포니아주 엔시노에 기반을 둔 흥행집계 전문업체인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스이 29일 예측한 지난 27일이후 주말 사흘 입장수입 추정치만 해도 이미 7천620만달러로 확실한 대박.이그지비터 릴레이션스는 "이같은 흥행실적은 1억1천480만달러를 기록했던 지난 2002년 5월 <스파이더-맨>, <매트릭스 리로디드>, <해리포터 시리즈>의 첫 두 작품과 같은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들에 이어 7위이나 개봉한 날로부터 닷새를 기준으로 할 경우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1억2천410만달러) 바로 다음"이라고 밝혔다.극우적으로 평가될 만큼 독실한 가톨
멜 깁슨 영화, 예상대로 美박스오피스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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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9일, 얼어붙은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 전주의 공기는 완연한 봄이 온듯 따사롭기만 했으나 <여고생 시집가기>의 촬영이 한창인 전주의 한 중학교 실내는 빛이 채 통과하지 못한 듯 쌀쌀하기 그지없었다. 교실을 가득 메운 엑스트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잘한 디테일들을 연습하고 있는 가운데 임은경은 휴지를 책상 위에 잔뜩 쌓아놓고 감정을 잡고 있는 중이다.전생에서 열여섯에 바보 온달에게 시집가서 애도 못 낳고 죽은 평강공주의 귀신이 씌운, 만 열여섯에 혼인이나 합방을 해서 애를 낳지 않으면 죽는다는 운명을 가진 평강(임은경). 전학온 운명의 상대 온달(은지원)과 첫 대면을 하게 되는 중요한 신이 그날의 촬영분이었다. 혜숙(임성언)이 울고 있는 평강에게 달려와서 온달의 전학소식을 알리는 장면에 이어서 교실로 달려오다 넘어지는 엑스트라 촬영분. 걸상을 딛고 올라서서 현장을 지휘하던 오덕환 감독은 계속해서 실수를 연발하는 엑스트라에게 “그게 아니잖아. 카메라에 얼
신비소녀, 평강공주 되다 - <여고생 시집가기>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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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영 가능한 가장 오래된 한국영화는? 영상자료원이 보유한 영화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최인규의 <자유만세>(1946)이다. 일제시대의 영화 중 전편이 남아 있는 경우는 없다. 영상자료원의 자료 현황에 의하면 1930년 이전에 제작된 68편의 영화는 전혀 남아 있지 않다. 1970년을 기점으로 보존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필름보관소의 출현(1974) 때문이다. 통계에 의한 전체 한국영화의 보존비율 평균은 61.9%이다. 1996년 납본제의 실시와 2002년 영상자료원의 법제기구화를 통해 2000년대의 경우 제작된 영화를 100% 보유하고 있는 일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픽 뉴스] 30년대 이전 영화는 다 어디로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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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단과 대중의 취향이 다르다는 건 이제 옛말이 됐다. <USA 투데이>는 최근 박스오피스 성적이 영화의 리뷰 및 별점과 비례했으며, 미국 대중이 가장 신뢰하는 영화평론가는 <시카고 선타임스>의 로저 에버트라고 발표했다. <USA 투데이>가 2003년 개봉작의 흥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영화평론가의 별 반개(별 넷 만점 기준)가 발휘한 수익 가치는 1270만달러. 지난해 평단과 대중의 선택이 정확히 일치한 예인 <니모를 찾아서>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등의 대박영화를 이 통계에 추가시키면, 별 반개당 수익금은 2650만달러로 뛰어오른다.
영화비평은 배급 규모와 더불어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자리잡았으며, 제작비나 장르, 출연진의 힘을 이미 능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비평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네티즌의 입소문과 마케팅 홍보의 역할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변
2003년 흥행 분석, 평단과 대중의 선택 일치하는 경향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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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5일 열린 브리티시 아카데미필름 앤 텔레비전 아트(BAFTA)는 예년과 다름없이(!) 할리우드영화들이 강세를 보인 행사였다. 이미 노미네이션에서 예상됐듯이, 각 분야의 후보에 오른 대부분의 영화들이 할리우드영화였던 점을 고려하면 그 수상 결과가 놀라울 이유는 전혀 없는 것 같다. 단지 예외라면 예외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최고 작품상을 수상한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의 피터 잭슨 감독이 최고 감독상을 놓치고, 최고 각색시나리오상을 수상했다는 것 정도. 최고 감독상은 역시 영국산 소설을 바탕으로 한 해양모험영화를 선보인 호주 출신 감독 피터 위어에게 돌아갔다.
한편, 소피아 코폴라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주연을 맡았던 빌 머레이와 스칼렛 요한슨이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특히 <진주 귀고리 소녀>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동시에 두번 오른 스칼렛 요한슨은 영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여우조연상은 &
[런던] 영국 아카데미는 할리우드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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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영화사상 첫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1967) 수상작인 세르게이 본다르추크 감독의 <전쟁과 평화>가 오는 3월7일과 4월11일 오사카와 도쿄에서 상영된다. 모스크바국제영화제 그랑프리 및 심사위원 특별상, 뉴욕 영화비평가협회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에 빛나는 <전쟁과 평화>는 지난해 9월 도쿄에서 첫 상영되었으며 이번 두 번째 상영회는 러시아 정부와 대사관의 후원으로 성사됐다.
대륙적 스케일과 500여 캐릭터를 선명하게 그려낸 문호 톨스토이의 작품을 스크린에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당시 소련의 국력을 동원하고 영화계의 총력을 결집하여 장장 5년에 걸쳐 완전 영화화될 수 있었다.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자됐으며(달러로 환산해 약 1억달러, 1965년 당시의 화폐가치 기준), 상영시간이 가장 긴 영화 3위(696시간), 엑스트라 동원 기록 3위(총등장인물 59만5193명), 가장 많은 로케이션을 거친 영화(164장소) 등의 화려한 기록을 갖
[도쿄] 도시락 먹으며 영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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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삼성경제연구소는 <실미도>가 한국 경제에 3천억원의 순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영화가 단순한 표 판매총액말고도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니 좋은 일이다. 국내 영화산업이 강해서 생기는 장기적인 경제적 이익(문화적 이익은 말할 것도 없이)은 한눈에 바로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로케이션 촬영은 대다수 사람들이 실감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이다. 최근 몇년 사이 프라하나 뉴질랜드 같은 곳은 전세계의 대규모 영화 제작팀들이 들렀다 가는 곳이 되었다. 할리우드, 프랑스 등 어디에서든 이들 제작팀이 오면서 막대한 수입과 많은 일자리가 생기며, 결국 촬영지를 제공한 나라의 무료 홍보까지 해주곤 한다(<반지의 제왕>이 뉴질랜드에 해준 것을 떠올려보라). 다른 대다수 산업에 비해 영화제작은 환경파괴 또한 매우 적은 편이다.
한국 현지에서 세계적인 대규모 작품이 촬영된 적은 아직 없지만 언젠가 그날이 올 수도
[외신기자클럽] 한국을 유명 촬영지로 만들자면?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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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현우가 영화 <그녀의 섹스 다이어리>(제작 아이필름)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다.<그녀의…>는 자신의 비밀스런 ‘연애사’를 꼼꼼히 기록하는 엉뚱하고 귀여운 여자 '지니'가 다이어리 속 과거의 남자들을 차례로 찾아가 벌이는 해프닝을 다룬 유쾌한 코미디. 이현우의 역은 김선아가 맡은 여주인공 지니의 첫사랑인 '구현'. 이현우는 지난 해 TV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서 처음 연기에 도전한 바 있다.
한편, 김수로와 공유는 각각 대학시절 연인인 자린고비 복학생 '정석'과 연하의 만화가 지망생 '유인' 역에 캐스팅됐다.단편 <이발소 이씨> 등으로 알려진 권종관 감독의 장편 데뷔작 <그녀의…>는 이달 중순께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서울=연합뉴스)
가수 이현우, <그녀의 섹스 다이어리>로 영화 데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