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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누군가. 섬세하고 여린 청년의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 서울 강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이뤄진 <연애의 목적> 35회차 촬영. 오후 촬영 시작을 알리는 조감독의 무전 호출을 받고 급하게 뛰어온 박해일은 패딩점퍼를 벗자마자 능글맞은 교사 유림으로 변신한다. “컨닝하지 마! 컨닝하면 만∼원.” 한손에 든 지휘봉으로 책상을 뚝뚝거리며 시험 대열로 맞춰놓은 책상 사이를 호기 가득한 팔자걸음으로 유유히 빠져나가는 그의 모습에 취재진들은 눈을 반짝인다. 좁은 교실에서 카메라 들고 뒷걸음치던 사진기자가 엉덩방아를 찧었던 것도 아마 그때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다. 테스트 촬영이 끝나자 박해일은 누가 뚫어져라 쳐다보기라도 하듯 쏜살같이 옆반 교실에 차려진 모니터 앞으로 몸을 피한다. 생전 처음 단 수염 분장과 양복 의상이 불편한 것일까. 이유를 추궁하자 박해일은 “아직도 못 즐기나봐요. 컷 소리만 나면 앵글에서 곧바로 빠져나가려고 하니까”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린다.
“어멋, 이 손 놓지 못해요?” <연애의 목적>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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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톱스타 배용준의 출연으로 촬영전부터 각국의 러브콜을 받았던 <외출>의 해외 세일즈 결과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외출>의 해외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쇼이스트는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폴, 말레이시아와는 이미 배급계약을 체결하였고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국 등 나머지 국가들과도 막바지 협상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배급사가 확정된 5개국을 포함해 협상이 진행중인 국가와도 계약을 체결하면 <외출>은 최소 아시아 10여개 국가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된다.
7개의 영화사가 과열경쟁을 벌인 일본은 최종적으로 유니버셜 재팬이 파트너로 선정됐고, 홍콩은 골든 씬(golden scene), 싱가폴과 말레이시아는 <태극기 휘날리며>를 배급했던 앙코르 필름(encore film)이, 대만은 <스캔들>을 배급했던 스프링 인터내셔날(spring international)이 동시 개봉을 준비한다. 한국영화가 아
허진호 감독의 <외출>, 아시아 10여개국 동시개봉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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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이어 광주국제영화제도 조직운영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지역 시민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만든 ‘광주국제영화제 개혁 준비 모임’은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광주국제영화제 김갑의 집행위원장은 선임과정에서부터 하자가 있었을 뿐 아니라 선임된 뒤에도 아놀드 슈워제네거 초청 등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프로그램을 제시하면서 예산 낭비성 외유를 하고, 영화제 프로그래머도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으로 일방적으로 교체했다”면서 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 단체 김범태 대표는 같은 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집행위원장은 취임 뒤 올해 광주영화제 프로그램으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 특별전,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메릴 스트립 초청 등 성사 가능성이 희박한 프로그램을 제안하더니 미국 두번, 중국 1번, 일본 1번 등 네차례 출장을 다녀왔는데 보고서 한 장이 없다”며 “1월 말에는 광주영화제 1회부터 4회까지 프로그래머를 맡아온 임재철씨에게 한마디 말도 하지 않
광주국제영화제 조직운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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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김홍준 집행위원장의 해촉으로 한창 시끄럽더니 이번엔 광주국제영화제가 말썽이다. 김갑의 광주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광주국제영화제개혁준비모임’은 최근 김 위원장쪽에서 만든 올해 5회 광주국제영화제 집행계획안을 공개했다. 이 안의 몇몇 항목은 이제까지 영화제에서 보지 못했던 할리우드 영화로 짜여져있다. ‘제임스 카메론의 무비 렌즈- <터미네이터 1,2>, <어비스>, <트루라이즈>, <타이타닉>’, ‘3D영화-<토이 스토리>, <개미>, <벅스>, <트론>’. 영화제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또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메릴 스트립을 초청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다녀오기도 했다.
광주영화제 1회부터 지난해까지 프로그래머를 맡았던 임재철씨는 김 위원장이 이 안을 들고 왔을 때 제임스 카메론 영화는 미국 메이저영화사나 카메론이 필름을 내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팝콘&콜라] 작품성과 흥행성, 현실성…영화제 존재 이유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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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실무자를 기억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보통 ‘과장’ 쯤의 직급을 달고 있는 중간관리자들 말이다. 위에서 시키면 군소리 없이 해야 할뿐더러 동시에 아래를 다그쳐야 한다는 데 그들의 비애가 가로놓여 있다. 보스는 그저 비장하게 명령하고 폼나게 총을 뽑으면 그만이지만, 지저분한 ‘설거지’는 고스란히 실무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그런데 실무자는 로봇이 아니다. 사람이다. 일년에 단 하루도 쉬지 못한 채 격무에 시달리는 제 신세에 화가 나고, 애초에 기대한 ‘공공의’ 그것이 아닌 지극히 ‘사사로운’ 업무내용에 짜증스럽다. 사는 게 권태롭다는 듯 언제나 살짝 이맛살을 찌푸리고 다니는 샐러리맨. “아우 귀찮아. 인생 뭐 있냐”라고 잠꼬대할 것 같은, ‘그때 그사람들’의 주 과장은 그런 인간이다.
1979년 10월26일, 그 깊은 가을 밤. 그는 일생 최대의 소동에 휘말린다. 직속상관이 모종의 결심을 했다. 이유를 캐물을 새도 없다. 사회생활하다 보면 어떤 줄에 서 있느냐가 운명을 결정하는
[정이현의 해석남녀] <그때 그사람들>의 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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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이 3주 연속 일본 흥행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지난 19일~20일 일본 박스오피스는 1위부터 9위까지가 그 전주와 동일해 극심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새로 진입한 작품은 개봉과 동시에 겨우 10위에 턱걸이 한 <마코토> 한편 뿐이다. <마코토>는 <춤추는 대수사선>의 각본가로 유명한 키미즈카 료이치(君塚良一)의 감독 데뷔작. 유령을 볼 수 있는 검시의가 그 특별한 능력을 활용해 의문의 사건을 파헤친다는 판타지 호러물이다.
이번주말에도 일본 극장가에는 대작 개봉이 없어서 전주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것으로 예상된다. 그 다음주나 되야 <샤크> 등이 개봉예정이다. 이런 정체기에 개봉 대기중인 대작들을 서둘러 선보이면 히트하지 않을까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일본 영화시장은 매주 대형 신작이 개봉한다고 무조건 1위가 바뀌지는 않는다. 그만큼 한번 인기를 끈 작품들이 상위권에 오래 머문다는 얘기다. 실제로 작년에 북미지역
<오페라의 유령> 3주연속 일본 흥행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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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혜성처럼 나타나 미국 극장용 포르노그라피(이하 포르노) 전성 시대를 연 기념비적인 영화, 포르노 역사상 가장 유명한 영화이자 최고의 극장 흥행수입을 올렸던 <목구멍 깊숙이>(Deep Throat)에 대한 보고서,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딥 쓰로트>(Inside Deep Throat)가 개봉되어 30년의 논란을 재연하고 있다. 당시, 전직 헤어드레서 출신 감독 제라드 다미아노가 만든 이 저예산 하드코어 포르노는 과감한 섹스신 묘사와 키치적인 스타일로 개봉 뒤 문화전쟁이라 할 만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음란물로 고소되어 경찰이 극장을 봉쇄하는 사태와 법정 소송까지 이어졌던 보수계의 비난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당시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세례를 받았던 진보적인 젊은 세대들은 스크린에 성혁명을 불러일으킨 선구자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것.
HBO가 제작하고, <뷰티풀 마인드> 등 아카데미 수상작을 배출한 랜드 발바토와 팬든 배일리가 각본
[LA] 포르노<목구멍 깊숙이> 다룬 다큐멘터리에 관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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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여름. 소리소문 없이 발매된 비디오영화 하나가 일본 열도를 돌며 습하고 막막한 공포를 전염시켰다. 시미즈 다카시의 <주온>이었다. 입소문으로 시작된 열기는 곧 극장판 <주온> <주온2>로 이어졌고, 제한상영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만한 박스오피스 성적을 거두었다. 한국에서 <주온>은 100만 관객을 돌파한 두 번째 일본영화가 되었다(첫 번째는 이와이 순지의 <러브레터>다). 그 어슴푸레한 다락방의 공포가 태평양을 건너가더니 다시 태평양을 건너오는 중이다. 할리우드에서 새롭게 리메이크된 <주온>의 제목은 <그루지>(The Grudge). ‘원한’이라는 의미다.
태평양 건너에서 <주온>의 리메이크를 기획했던 사람은 <스파이더 맨>의 감독 샘 레이미. 그는 “지금까지 본 가장 소름끼치는 공포영화”라며 시미즈 다카시의 재능을 극찬했고, 직접 설립한 고스트하우스픽처스를 통해 리메이크를
<주온>의 도플갱어, <그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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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8일 이탈리아에서 첫선을 보인 <내츄럴시티>의 개봉 당일 수익이 아시아 해일 피해자들을 돕는 데 쓰인다. 이탈리아 배급을 맡은 모비막스는 <내츄럴시티>가 개봉되는 영화관에서 거둬들인 첫날의 수익 모두를 자선사업회인 ‘메디아프렌츠-온루’에 기증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메두사 소속 극장들이 동참 의지를 밝혀 화제를 모았다.
상업영화 배급사로는 이례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린 모비막스의 마케팅 담당자 마르코 델 우트리는 “아시아영화가 아시아의 어려움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탈리아 영화인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영화를 하는 사람의 과제는 영화를 통해 감동을 전달하는 것인데, 이처럼 어려움에 처해 있는 나라를 돕는 것도 감동을 주는 일이고 감동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며, “이번 일은 대단히 중요한 뜻을 품고 있는데, 수해로 인해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3분의 1이 아직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돕는 일은 더욱 중요하
[로마] <내츄럴시티> 개봉당일 수익 해일 피해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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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관광일주 여행의 코스에서는 잊혀진 프랑스 서쪽 도시 라발에 초청받아 ‘영화와 건강’이라고 이름 붙여진 회고전에서 <오아시스>에 관해 발표하게 됐다. 한국영화에 신체장애나 병에 관해 말한다는 것은 대개 한국영화 역사 자체를 되새겨 서술하는 것으로 귀착된다. <벙어리 삼룡>부터 <아다다>나 <서편제>를 거쳐 <오아시스>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영화목록도 그토록 많은 신체 절단자와 절름발이, 장님, 벙어리, 난쟁이, 광인 등등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절름발이와 병자들이 많다는 것은 우선 현실의 반영이다. 즉 전쟁, 위생 상태, 작업장의 안전 부재 등은 수많은 사고의 명백한 원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분석을 좀더 멀리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 일제 강점시 한국인들을 선도했던 표어는 침략자들과 ‘한몸’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산에 여러 다른 전략적 위치에 쇠말뚝을 박았고, 그것은 마치 그토록 많은
[외신기자클럽] 신체 장애와 영웅주의 (+불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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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월27일 열릴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후보작들의 흥행성적과 TV시청률 사이의 함수관계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AP>에 따르면, 이번 오스카 작품상 후보작 5편은 흥행성적이라는 기준에서 볼 때 근래 들어 가장 부진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에비에이터> <사이드웨이> <네버랜드를 찾아서> <레이> 등 올해 작품상 후보작 5편이 동원한 관객 수는 모두 5100만명으로, <아마데우스>가 상을 받던 20년 전의 4100만명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최근 5년 동안 후보작들이 동원한 총관객 수가 1억명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후보작 중 1억달러 이상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영화가 포함되지 않은 것도 15년 만에 처음이다. 5편 중 가장 성적이 나은 <에비에이터>의 박스오피스는 9천만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올해 오스카 후보작 흥행성적 근래 최악… 시청률 동반하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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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한 영국배우 숀 코너리(74)가 아랫집 이웃으로부터 3천만달러짜리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고 <AP>가 보도했다. 고소장의 내용에 따르면, 숀 코너리는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처럼 바깥에서는 품위있는 신사처럼 행동하면서 실생활에서는 이웃들을 무시하고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고.
소송을 제기한 버튼 술탄은 안과의사로, 부인과 딸들과 함께 맨해튼 이스트 사이드의 6층짜리 건물 4층에 거주하고 있고, 숀 코너리는 아내과 함께 5,6층을 쓰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9월경 숀 코너리가 내부 개조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끊임없는 소음과 악취에다가 물이 새고 쥐가 끓게 되어 술탄이 소유하고 있는 고가구 등이 손상됐다는 것이다.
또 2002년 4월7일에는 큰 음악소리와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와 술탄의 딸이 조용히 해달라고 하자 “코너리가 악담을 퍼붓고 상스러운 말을 하면서 소리를 줄이지 않고 문을 쾅 닫아버렸다”며 “무례하고 입이 험한 뚱뚱한 노인”이
숀 코너리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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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8일 열린 제28회 일본아카데미상에서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가 3개의 상을 석권했다. 수상 부문은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스즈키 교카), 남우조연상(오다기리 조) 등이다. <피와 뼈>는 <키네마준보>가 선정한 2004년의 영화 10편 중 2위에 올랐고 이 밖에 여러 영화상을 휩쓸었다. 재일동포 김준평으로 분해 열연을 펼친 기타노 다케시는 아깝게 남우주연상을 타지 못했다.
이번 시상식에서 주목받은 또다른 영화는 미스터리 휴먼드라마<한오치>(半落ち)다.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석권한 이 영화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베스트셀러를 각색한 작품. 치매에 걸린 아내를 죽였다고 자수한 형사의 이야기다. 제목 ‘한오치’는 용의자가 범죄사실의 일부만 자백하는 상태를 뜻한다. 일본 도에이가 2004년 1월에 배급, 개봉해 1800만달러 수입을 올린 흥행작이기도 하다. 사사베 기요시가 연출했으며 주인공을 연기한 데라오 아키라가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피와 뼈>, 일본아카데미상 3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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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크 폴치/ 감독. <시간의 도망자들>이 PiFan2004에서 상영.
부천시장, 홍건표님께,
저는 엔리크 폴치라고 합니다. <시간의 도망자들>(Tempus Fugit)이라는 영화를 만들어 많은 영화제에 초청을 받은 적이 있는 스페인 영화감독입니다. PiFan이 없어진다는 얘기를 듣고 제가 얼마나 놀라고 충격을 받았는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PiFan은 제가 참가해본 것들 가운데 양적, 질적 측면에서 최고의 인력과 영화를 갖춘 영화제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조직 면에서도 아주 잘 정비된 영화제입니다. 나와 동료들은 작년 7월 PiFan에 게스트로 참가하고서 부천의 영화적 수준과 스탭들의 능력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스페인의 많은 영화인들이 PiFan을 알고 있으며, PiFan은 저와 같은 서구 사람들이 동양의 영화계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이자 양질의 상징입니다. 당신의 결정을 재고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 훌륭한 영화제의 영혼이었던 집행위
부천영화제 파행 세계 영화인들의 항의서한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