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일곤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고 표지판이라도 붙어 있는 듯했다. 촬영장인 양수리 카페의 뒷숲에 스산하게 서 있는 나무 세트는 송일곤 감독의 신작 <마법사(들)>가 지각보다는 상상을 요하는 영화일 것이라고 미리 귀띔해준다. <마법사(들)>는 전주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다. <마법사(들)>라는 제목은 나머지 두명의 삼인삼색 감독(<열대병>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과 <철남>의 쓰카모토 신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Magician(s)’이라는 밴드의 이름이다. 2명의 남자와 2명의 여자로 활동했던 밴드는 매년 12월31일 강원도의 한 카페에 모여 자살한 밴드부원을 추모하는 모임을 가진다. 그리고 모든 것은 원신 원컷(!)으로 찍혀서 30분의 디지털 입자 속에 담길 예정이다.
원신원컷이라니. 이걸 대체 어떻게 찍을 것인가. 수심이 가득한 표정의 기자에게 모자를 푹 눌러쓴 송일곤
“원신원컷의 원칙을 밀고 나갑니다”, <마법사(들)> 촬영현장
-
러셀 크로가 과거에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테러 조직이 ‘문화적 불안 조성’을 목적으로 자신을 납치하려 했다고 호주 잡지 <GQ 매거진>에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2001년 <글래디에이터>로 남우주연상을 받기 한 달 전쯤이었을 때 FBI요원이 협박 사실을 크로에게 알려왔다고 말했다. 이 잡지 3월호 인터뷰에서 “그때 처음으로 ‘알 카에다’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상징적인 미국인을 납치해 문화적 동요를 일으키려는 계획의 일환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계획에 다른 타겟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일이 있은 후 크로는 FBI의 보호를 받았으며 개인 경호요원을 고용했다고 한다.
러셀 크로, 알 카에다에 납치될 뻔하다
-
5월19일 개봉하는 <스타 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Star Wars: Episode III - Revenge of the Sith, 이하 <시스의 복수>)는 가장 어두운 영화가 될 것이라고 조지 루카스 감독이 예고했다. 이 영화는 장장 28년에 걸친 <스타 워즈>시리즈의 6번째 작품이자 마지막편이다.
3월6일 CBS의 프로그램<60분>녹화 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조지 루카스는 “역대 <스타 워즈> 연작 중 <시스의 복수>가 가장 어둡고 폭력적일 것”이라면서 “5,6세 어린이가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시리즈 중 최초로 PG-13등급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예상했다. PG-13등급은 부모의 강력한 주의가 요망되며 13세 미만의 어린이에게는 부적절한 영화에 주어지는 등급이다.
이전 <스타 워즈> 다섯편은 부모를 동반한 어린이가 관람 가능한 PG등급을 받았다. <스타 워즈 에피소드 1 -
<스타워즈> 마지막편, 가장 어두운 영화
-
음악가 윤이상(1917~1995)의 삶이 영화로 만들어진다. 2월 말 윤이상평화재단(이사장 박재규)의 설립 기자회견 때 언급된 고인의 영화화 작업은 엘제이필름의 이승재(41) 대표가 오래 전부터 구상해온 프로젝트이다. 3년 전 중국 선양에서 개최됐던 윤이상음악제 때 이 대표가 고인의 부인인 이수자 여사를 찾아가 만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윤이상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직후부터 독일 영화계에서는 영화화 논의가 많았지만 감독이나 작업의 중심축은 한국인이 되어야 한다는 게 이 여사의 견해였던 만큼 처음 뵙고 말씀을 드렸을 때 호의를 보이셨고, 베를린으로 초대를 받아 그 곳에서 고인의 생전 이야기를 들으면서 프로젝트를 협의하게 됐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베를린에 다녀온 직후 한 정부 기관으로부터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말을 들었지만 그 이후 계속 유족들과 연락을 하면서 고인의 자료를 모아왔고 윤이상평화재단 출범과 함께 진행이 가속화됐다. 최근 발간된 자서전 제목을 따 <상처받은
윤이상 영화 <상처받은 용> 제작하는 이승재 대표
-
-
영화 속 주인공을 보면서 ‘아, 쟤랑 친구 먹고 싶다’ 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한국영화의 여주인공들을 한 줄로 쭉 늘어놓고 보자면 더욱 그렇다. 그들은 대개 지나치게 청순하고 해맑아서 내숭으로 느껴지거나, 속세의 때가 하나도 안 묻은 듯 대책 없이 명랑발랄순수해서 가까이하기에 왠지 부담스럽다. <여선생vs여제자>의 여선생 미옥은, 친구 삼으면 딱 좋을 듯한 여자다. 소주 한 병만 시켜놓으면 몇 시간이고 쿵짝을 맞추어 신나게 떠들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는 인생이 이렇게 재미없을 줄 몰랐다고 한탄하면 미옥은 좔좔좔 수다 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이다. “야, 말도 마라. 나만큼 재미없겠냐. 요즘 애들은 얼마나 싸가지가 없는지 아주 어른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서 갖고 논다. 우리 반에 고미남이라는 애는 내가 몇 번 야단쳤더니 제 딴에는 복수하겠다고, 글쎄, 노처녀라는 시를 써서 수업시간에 읊어대더라니까. 밤마다 허벅지를 바늘로 찌른다, 그 이름은
[정이현의 해석남녀] <여선생vs여제자>의 여미옥
-
우리 신문사 4층에 사무실이 있는 한 영화주간지의 남아무개 편집장이 갑자기 죽었다. 그 일주일 뒤 내가 원고청탁을 자주 했던 영화평론가 정아무개가, 또 일주일 뒤엔 영화제 프로그래머 허아무개가 차례로 시체로 발견됐다. 아이고, 내 주변에서 이게 무슨 변고야 하면서 컴퓨터를 열다가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만다. 내 컴퓨터에 담긴 전화번호부에 적힌 이름이 숨진 이들의 이름과 숨진 순서까지 똑같지 않은가! (참, 남 편집장과 정 평론가 사이에 문화부 이아무개 부장도 죽었다.) 내가 범인이 아닌 건 내가 안다. 나 말고 내 전화번호부를 갖고 있는 사람이 누굴까? 그가 범인일 터. 아! 나와 함께 영화를 담당하는 후배 김아무개 기자에게 내가 메일로 전화번호부를 보내준 일이 있었다!
영화의 시놉시스를 쓴답시고 여기까지 썼다. 나보다 글 잘 쓰거나 나를 괴롭히는 놈들을 죽게 해서 속은 후련한데 범인은 누구로 한다지? 김아무개 기자를 연쇄살인자로 만들어? 신혼의 단물이 아직 덜 빠진 그 초보 아줌마
[팝콘&콜라] 다중인격·후최면…감흥없는 ‘흥행안전판’
-
웃음이 명약이라는 말이 새삼 증명됐다. 코미디영화가 심장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가디언>이 3월8일 보도했다. 코미디영화를 보면 혈관이 확장되어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어서 심장의 상태를 호전시킨다는 것이다. 반대로 스트레스를 주는 영화의 경우, 동맥을 좁아지게 해 심장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미국 메릴랜드 대학 메디컬 센터의 심장학자 마이클 밀러는 심장 과학자들이 모인 회의에서 이러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33살의 건강한 비흡연자 20명를 모집한 후 온도가 통제된 방에서 누운 채로 이틀동안 패럴리 형제의 코미디영화 <킹핀>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전쟁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15분씩 나누어 감상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코미디를 볼 때는 20명중 19명의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액 순환이 22% 향상되었고 반대로 전쟁영화에서는 20명 중 14명의 혈액 순환이 35% 저하되었다. 마이클 밀러는 “이 결과로 볼때 웃음이 심장질환
코미디영화가 심장질환에 특효약
-
이번 화이트데이, 찬스 좋다. 사탕바구니 곱게 포장해서 그녀의 취향에 딱 맞는 영화 티켓까지 동봉하면 감동두배 뽀뽀두배다. 몇주동안 그 밥에 그 나물이었던 극장가도 이참에 싹~ 물갈이한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드라마, 스릴러까지 장르도 각양각색이다. 이런 판국에 대책없이 극장앞에 가서 뭐보지? 어리둥절 헤매지 말자. 바구니 들고 왔다갔다 보기 안좋다. 자고로 봉사는 물흐르듯 스무드해야 하는 법. “내 여자친구는 내가 안다”는 신조 하나로 그녀의 취향에 딱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주요 개봉 영화를 소개한다. 영화정보 살펴보고 클릭질 몇번으로 예매까지 마치면 준비완료. 잠깐, 그냥 여친한테 물어보고 고른다고? 그럼 써프라이즈가 없자나~
1. 표준형 그녀를 위한 선택
화이트데이+연인=로맨틱 코미디
<Mr. 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
“난 로맨틱 코미디 진짜 싫어!” 평소 이렇게 말씀하시는 여성분 흔치 않다. “난 공포영화 진짜 싫어!”면 또 모를까. 안 먹어도 배부른
화이트데이 무비데이, 유형별로 골라 보는 영화 총집합
-
한국 최초 여류 비행사인 박경원의 꿈과 사랑을 그린 영화 <청연>(감독 윤종찬, 제작 ㈜시네라인-투, 투자 배급 코리아픽쳐스㈜)이 지난 3월 7일 양수리에서 마지막 촬영을 끝으로 크랭크 업했다. 2004년 4월 촬영을 시작한 이후 꼭 1년만이다. <청연>은 프리프로덕션 기간만 3년, 촬영에 꼬박 1년이 걸렸고,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해외 로케이션을 한 대작으로 미국내 블록버스터 영화의 항공촬영 스탭들이 직접 항공촬영을 전담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청연>은 지난 2001년 <소름>으로 데뷔한 윤종찬 감독의 두번째 장편영화로 주인공 박경원역은 장진영이, 그녀를 조건없이 사랑하는 남자는 김주혁이 맡았으며 유민과 나카무라 토오루도 출연한다. CG작업에도 공을 들일 예정이어서 후반작업만 6개월이 잡혀 있으며 올가을 개봉예정이다.
장진영 주연 <청연> 크랭크 업
-
인터뷰할 때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한국영화 특유의 독특한 특징이 뭔가?” 다른 아시아영화들하고 어떻게 다른가? 성실하게 답변하기 거의 불가능한 질문이다. 한국영화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한국 감독들이 받는 영향들도 워낙 폭이 넓어서 답변을 하면 상투적이고 엄청나게 단순화된 것처럼 들린다. 그렇지만 한국영화들이 낭만적인 관계를 그리는 방법에 어딘가 재미있고 예사스럽지 않은 데가 있다는 것을 느낀 지 오래됐다. 아래는 그 느낌을 표현하려는 서툰 시도다.
외부인의 관점에서 한국영화에서 남녀관계를 다룬 영화들의 가장 두드러진 측면은 “순수/타락”의 이분법이다. 가장 순수한 사랑 이야기서부터 가장 추악한 욕정과 집착의 이야기를 거치는 스펙트럼을 상상하라. 세계적으로, 특히 할리우드에서, 대부분의 영화 러브 스토리들은 중도를 지킨다. 젊은 남녀가 만나 데이트를 하고, 어떤 때는 함께 잠자리에 들기도 한다. 섹슈얼리티에 대해 솔직한 것은 영화에 사실주의를 한 겹 더해준다. 마이크 니콜스의
[외신기자클럽] 한국 러브 스토리들을 좋아하는 이유 (+영어원문)
-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다음 프로젝트에 대한 다양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최근 TV시리즈<CSI 과학수사대>에 참여한다는 뉴스가 나오더니 이번엔 공포영화 시리즈<13일의 금요일>을 부활시키려 한다는 소식이다.
3월8일 연예뉴스사이트 <E!온라인>은 타란티노가 이과 관련하여 뉴라인 시네마와 만남을 가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타란티노가 먼저 <13일의 금요일>에 대한 아이디어를 <캐빈 피버>의 감독 일라이 로스에게 말했고 “언제가는 꼭 이 영화를 만들고 싶다. 이미 스토리와 오프닝 장면도 생각해놓았다”고 열의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뉴라인 시네마는 이 ‘부활’ 프로젝트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2003년에 <프레디 vs. 제이슨>을 만들어 짭짤한 수입을 올린 후, 그 속편 <프레디 vs. 제이슨 vs. 애쉬>를 제작하려다가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나이트메어>
타란티노 "<13일의 금요일> 만들고 싶다”
-
2월26일 파리에서 열린 제30회 세자르상 시상식에서 프랑스는 다시 한번 매너리즘을 거부하는 영화들을 선택했다. 특히 최근 프랑스 영화계의 중요한 쟁점이 된 앵테르미탕(비정규영화스탭) 문제가 이번 세자르 행사에서 다시 거론됐다. 시상식이 끝난 뒤 파리의 극장가에는 색다른 영화 한편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그 영화는 프레데릭 소이체 감독의 <시네아스트>(Cineastes a tout prix)로, 주류 상업영화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아마추어리즘을 지향하는 영화와 그 작업과정을 다루고 있다.
프랑스에서 아마추어 영화가 차지하는 자리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크고 작은 영화제나 영화관련 행사들을 통해 프랑스 전역에서 아마추어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다. 예컨대 지난 2월 한달 동안 프랑스에 열린 아마추어영화페스티벌만 해도 5개가 넘는다. 아마추어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프로페셔널리즘을 거부한 채 자신들의 영화가 관객과 쉽게 만나기를 바
[파리] 아마추어의 영화만들기 다룬 영화 <시네아스트>
-
일본의 국민 여배우 요시나가 사유리의 111번째 출연작 <북의 영년>이 최근 히트하며, 새삼 ‘사유리스트’들이 화제다. 이는 1960년대 요시나가가 절대적 인기를 누리던 시절, 그의 팬들을 가리키던 말. 지난 1월 개봉된 이 작품은, 최근까지 6주 연속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르며 25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60∼70대가 된 노년의 사유리스트들이 몰리며 ‘노인 할인’ 적용이 많은 탓에 관객 수에 비해 흥행액수는 18억엔 정도로 적은 편이다. 그렇더라도 2시간48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에 19세기 말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요시나가는 1959년 영화에 데뷔한 뒤 닛카쓰와 도에이의 대표적인 여배우로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톱자리를 지켜왔다. 남자로 치면 <철도원>의 다카쿠라 겐과 같은 비중이라 할까. 그에겐 <큐포라의 어느 거리>나 <진흙투성이의 순정> 등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걸작들도 있지만, 뭐니뭐
[도쿄] 요시나가 사유리의 파워 보여주는 <북의 영년>
-
절박한 순간에 위력을 발휘하는 만년필 폭탄, 아슬아슬하고 은밀한 임무를 수행하는 이중공작원, 바다를 통해 목적지에 정확히 닿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간어뢰…. 007 시리즈로 대표되는 각종 첩보영화에는 이처럼 빠질 수 없는 장르적 소품과 상황들이 있다. 실제 첩보활동은 비밀에 싸여 있는 것이 당연한지라, 관객 입장에서는 이 장치들이 상상력과 실제 현실을 어떤 비율로 배합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BBC>는 인터넷판 3월 1일자를 통해 최근 영국의 첩보기관 MI5가 공개한 문서와 사진이, 제임스 본드를 연상시키는 첩보원들의 일상을 상당 부분 반영한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문서는 2차대전 당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고 영국이 동시에 눈독을 들였던 지브롤터를 둘러싼 급박한 비밀전쟁의 실상을 담고 있다. 가장 치열했던 상대는 이탈리아와 영국. 현재 지브롤터를 직할식민지로 거느린 영국은, 특수 어뢰를 타고 목적지에 침투하는 잠수공작원들이 활약하고 있던 이탈리아를
[What’s Up] 007은 리얼리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