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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5일 개봉한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는 중간 부분의 1분50초 가량을 삭제한 채로 상영됐다. 일제 말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초반에서 일본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먹고살기 급급했던 재일교포 가운데 의식있는 청년으로, 주인공 김준평의 딸이 짝사랑하기도 했던 찬명이 출소 뒤 북한으로 떠나는 장면이었다. 찬명은 김준평의 아들 마사오에게 훗날 자신을 따라올 것을 권하면서 사람들의 열렬한 환송을 받으며 인공기로 뒤덮인 역을 빠져나간다. 이 장면이 잘려 나감으로써 영화 초반부에 비교적 주요인물로 등장했던 찬명의 행방은 갑자기 묘연해진다.
영화에 가위질을 한 것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아니라 수입사인 스폰지였으니 사전검열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는 이 영화를 수입추천심의에 넣은 뒤 수입추천소위의 한 위원으로부터 “인공기만 나오는 것도 아니고 북한 노래와 만세까지 부르는 건 너무 심한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북한을 찬
[팝콘&콜라] 꺾이지 않은 검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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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정훈이(33)씨가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 따위를 패러디해 10여년 간 영화 주간지 씨네21에 연재해 온 ‘정훈이 만화’가 책으로 추려져 나왔다. 정훈이의 내 멋대로 시네마(12000원)와 정훈이의 뒹굴뒹굴 안방극장(11000원) 두 권이다. 주인공 남기남. 티브이, 영화 속에 푹 빠져있는데 거동조차 부담돼 보이는 앙바틈한 풍채로 오지랖도 넓다. <옥탑방 고양이>는 물론 <반헬싱>, <트로이> 등 최근의 영화까지 넘나든다.
<다모>의 남기남. 상처받았다. 포졸이라는 이유로 ‘다모’(김꽃달)의 사랑을 받기는커녕 면박까지 당한 탓이다. 좌포청 종사관이 부러울 법한데 무관 시험을 보기로 한 건 당연하다. 욕심만 있을 뿐 실력이 없는 건지 오십견이 온 건지 시간은 많이 흘렀고 어느새 활을 당기기조차 어렵다. 정씨의 <인어 아가씨>에도 드라마 주인공 아리영의 <인어 아가씨>만큼 애증이 담겨있다. 붕어아가씨는 붕어탕집 아들
정훈이, 영화가 만화를 만났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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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뮤지컬로 다시 관객과 만난다. 3월15일자 <로이터>에 따르면, 이 뮤지컬은 2006년 3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막을 올리며 6개월 후에는 런던으로 옮겨 공연될 예정이다.
스크린에서는 판타지 대서사극으로 화려하게 그려졌던 <반지의 제왕>이 공간적, 시간적 제한을 가진 뮤지컬로 어떻게 재현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우선 예산이 많이 소모되는 특수효과를 자제하고 소수의 등장인물들로 원작을 충실하게 담겠다는 것이 뮤지컬 제작자들의 계획이다. “노래하고 춤추는 호빗은 나오지 않는다. 음악은 매우 전통적인 틀 안에서 종족들의 특성을 반영하는 정도로 사용될 것이다.”라고 제작자 케빈 월레스가 밝혔다. “50명의 배우와 뮤지션들이 테크놀로지보다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 텍스트와 음악과 스펙터클이 어우러진 작품이 될 것”이라고.
제작진들은 영국 감독 매튜 워쿠스와 인도의 작곡가 A. R.라만, 캐나다 제작자 에드 머비시 등 다
<반지의 제왕> 뮤지컬 공연, 2006년 3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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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1일 <뉴욕타임스>사이트가 팀 버튼의 소장품들을 파는 창고 세일(garage sale) 소식을 전했다. 고딕적 감각을 자랑하는 감독 팀 버튼이 영화 만들기도 바쁠텐데 웬 세일을 열었냐고 놀랄 필요는 없다. 바로 그의 전 여자친구 리사 마리가 창고 세일을 연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팀 버튼은 2001년 결별하기 전까지 리사 마리와 10년간 연인관계를 유지했고 이 기간동안 자신의 거의 모든 영화에 그녀를 출연시켰다. <슬리피 할로우>에서 조니 뎁의 어머니역을 맡았던 배우가 바로 리사 마리다.
오랜 기간 함께했던 만큼 이별의 충격도 컸던 모양이다. 이번 세일을 관장하는 마리의 변호사는 “정신적 청산(psychic divestment)과 같은 의미”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리사 마리에겐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아픈 기억을 잊기 위해 물건들을 처분하기로 했다”고.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서 열린 이번 세일은 '팀 버튼의 창고 세일'이라는 문구로 팬들과 행인들의 관심
팀 버튼의 창고 세일엔 어떤 물건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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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아톤>이 흥행질주를 하면서 감동으로 물들었던 극장가 풍경이 웃음코드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지난주 엽기 할머니들이 한바탕 웃음보따리를 선사했던 <마파도>에 이어 코미디 전문 여배우 김선아를 톱으로 내세운 <잠복근무>가 가세하면서 극장가가 두편의 폭소대결로 압축되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가 인정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미국에서 크게 히트한 <Mr. 히치>를 가볍게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마파도>는 2주차에도 변함없는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예매율로만 따지면 <마파도>는 <잠복근무>에 압승하고 있는 상황. 씨네21 예매순위 1위는 물론이고(26.6%) 맥스무비(28.09%), 티켓링크(30.9%), 다음영화예매(26.3%), CGV(40%), 씨즐(34.87%) 등에서 모두 1위를 기록중이다. 인터파크 영화예매에서만 <잠복근무>가 1위(28.2%)인데 그나마도 2위인 &l
[주말극장가] <마파도> VS <잠복근무> 웃음대결 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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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기관인 스크린 다이제스트(Screen Digest)가 ‘시네마 인덱스’(Cinema Index)라는 새로운 경제지수를 개발했다. 이는 맥도널드의 빅맥 가격을 기준으로 물가를 측정하는 ‘빅맥지수’와 흡사한 개념이다. 시네마 인덱스는 빅맥 가격 대신에 세계 각국의 영화 티켓 가격과 시간당 평균 임금을 통해 지수를 산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물가를 측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스크린 다이제스트의 시네마 인덱스에 따르면 평균 임금과 비교해 영화 티켓의 가격이 가장 저렴한 나라는 인도, 미국, 중국이다. 인도 사람들은 시간당 평균 0.7달러의 저임금을 받지만 영화 티켓 값은 겨우 0.19(19센트)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도 사람들이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일해야 하는 시간은 단 16분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24분을 일하면 영화 한편을 볼 수 있고, 영국인은 35분, 일본인은 48분을 일해야 한다. 전세계 주요 국가들의 평균적인 티켓가격 대비 노동시간은 57분. 영화
[What's Up] 천 삽 뜨고, 영화 한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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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에서 두번이나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올해 칸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을 맡게 된 감독은 누구인가? 바로 예전 유고슬라비아 출신 감독 에미르 쿠스투리차다. 지난해 칸영화제의 공식선정 부문에서 상영되었던 그의 최신작 <삶은 기적이다>(Life is a Miracle)의 영국 개봉예정일은 3월11일. 그러나 영국 영화등급심의위원회(BBFC)에서, <삶은 기적이다>의 2초 정도의 분량- 커다란 고양이가 비둘기 한 마리를 물어뜯는 장면- 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BBFC의 이런 결정은 1937년 만들어진 영화 내 동물 관련 법에 따른 것으로, 영화상의 동물 학대에 관해 민감하게 반응해온 위원회의 자세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전에도 김기덕 감독의 <섬>이나 줄리앙 슈나벨 감독의 <비포 나잇 폴스>도 동물 학대와 관련해서 영국 내 영화 개봉에 어려움을 겪었었다. <비포 나잇 폴스>의 경우 영화에서 새 한 마리를 상해하
[런던] 영국 영등위, <삶은 기적이다> 일부장면 삭제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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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9일 55회 베를린영화제 금곰과 은곰들의 향방이 발표되기 한참 전부터 아니 올해 영화제가 개막되기 훨씬 전부터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영화제의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 이름은 베를린 시정부. 2월 초 발표된 한 보고서의 내용이다.
기업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는 2002년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회로부터 스페셜 미션을 의뢰받았다. 영화제가 그 개최지인 베를린에 가져오는 반사이익을 조사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훨씬 지나 매킨지가 내놓은 꼼꼼한 보고서는 국제영화제라는 행사가 한 도시의 관광수익과 이미지 홍보에 얼마나 직접적이면서 큰 효과를 가져오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일단 베를린영화제는 행사 기간 동안 베를린에 엄청난 관광수익을 보장해준다. 베를린이 11일 동안 누리는 베를리날레 특수의 총수입이 무려 3천만유로(42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일반 관광객보다 주머니가 두둑한 영화제 참가자들이 하루 평균 이 도시에 뿌리는 용돈은 200유로(28만원,
[베를린] ‘왕곰상’은 베를린시가 챙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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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다. 기차가 버려진 거대한 금속 도시를 가로지른다. 이따금씩 연기 기둥이 회색빛으로 낮게 깔린 하늘을 스쳐지나간다. 왕빙 감독의 첫 작품인, 아홉 시간이 넘는 중국영화의 낯선 물체인 <철서구>는 그렇게 시작하며 다큐멘터리 역사의 중요한 획을 긋는다.
1년6개월간, 이 젊은 감독은 중국 북부 선양의 한 공업도시의 마지막을 찍었다. 그는 한때 100만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고용됐던 어마어마한 작업장인, 마오쩌둥 시대가 만들어낸 이 괴물의 마지막 순간과 노동자들이 거주했던 티엑시의 사라짐을 그린다. SF영화의 실제 풍경을 가진 티엑시는 철길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것들은 엄청난 이동촬영에 이용되고 작품의 구조를 이루기도 한다. 즉, <철서구>는 <녹>, <철로> 그리고 <폐허>라는 제목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어떤 순서로든지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영화는 닫힌 이야기 구조의 원을 이루고 있다.
<철서구>는
[외신기자클럽] 절제된 형식으로 완성한 9시간 다큐 (+불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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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41)가 <13일의 금요일>을 만들고 싶어한다는 뉴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주 3월8일 <할리우드 리포터>는, 타란티노가 <13일의 금요일>12번째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으려고 뉴라인 시네마와 협의 중이며 이는 미라맥스가 아닌 스튜디오에서 만드는 첫 번째 영화라고 가장 먼저 보도했고 뒤따라 여러 언론 매체가 이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타란티노 본인이 이를 부인했다.
지난 주말 영국영화잡지<엠파이어>와 인터뷰에서 “그 뉴스는 너무 때이른 것이다. 뉴라인이 나에게 제안을 하긴 했지만 아직 그 영화를 만들 계획은 없다.”면서 “<13일의 금요일>과 관련해 무슨 일이 있었냐고? 아무 일도 없었다! 그건 완전히 거짓말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13일의 금요일>을 좋아하며 공포영화 만들고 싶은 것도 사실이지만 <13일의 금요일>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타란티노는
타란티노, <13일의 금요일> 안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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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 극장가는 배급사 도호(東宝)가 장악했다. 할리우드 직배사의 작품은 9위인 <인게이지먼트>(워너 재팬 배급)와 10위인 <본 슈프리머시>(UIP 배급) 두편뿐이다. 이번주 1위는 애니메이션 <록맨 에그제/듀얼 마스터즈>(이하 <록맨>). 블록버스터 대작 <로렐라이>를 한주만에 2위로 밀어냈는데 두편 모두 도호의 배급라인을 탔다. <록맨>은 월간지 코로코로 코믹스에 연재중이며 TV만화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극장판으로 게임기로 배틀에 도전해 사악한 세상을 무너뜨리는 소년들의 영웅담을 담고 있다. 카드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극장판 <듀얼 마스터즈>의 캐릭터들도 이번 영화에 등장해 게임계와 카드계의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록맨>의 흥행몰이는 수도권보다는 지방에서 거센데 주말 이틀동안의 동원관객은 32만9천명, 수입은 3억2천만엔으로 전주 <로렐라이> 오프닝
<록맨 에그제/듀얼 마스터즈> 일본 흥행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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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쟁이의 방황과 질주하는 좀비의 공포를 거쳐 어린이의 영혼으로 육신의 정화를 꾀하다? <트레인스포팅>과 <28일 후…>의 대니 보일이 7살, 9살 두 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은 예쁜 코믹소동극 <밀리언즈>를 만들었다. 대니 보일과 ‘어린이영화’의 궁합이라니, 그것도 코믹극이라는 건 좀 생뚱맞아 보이지만 촬영, 음악, 미술 등 주요 스탭들이 <28일 후…>에 이어 그대로 합류한 점이나 종교와 돈에 관한 대니 보일식의 성찰이 담겨 있다니 영 의외는 아니다.
영국은 파운드화를 유로화로 통합시킬 의지를 여전히 보이지 않고, 프랑스에선 유로화 통합과 함께 자국화폐의 유통을 보장한 적이 있지만 <밀리언즈>는 이들 조건이 사라지는 순간을 상상하며 들어간다. 파운드가 유로화로 통합되기 열흘 전, 9살 형 안소니와 7살 동생 데미안 형제가 기찻길 옆에서 놀다가 100만파운드(20억원)가 든 돈가방이 자기들 앞에 뚝 떨어지는 돈벼락을 맞는다.
대니 보일의 어린이판 ‘돈을 갖고 튀어라’, 해외 신작 <밀리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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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의 세계는 생각보다 풍요롭다. 셀애니메이션과 3D애니메이션으로 양분되는 상업애니메이션의 바깥에도 애니메이션의 세계는 존재한다. 인형애니메이션은 인형의 동작을 조금씩 바꾸면서 프레임별로 분리해서 촬영하는 스톱모션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이다. 협소한 분류법으로 재단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인형애니메이션은 인형을 제작하는 재료에 따라 여러 가지 하부장르로 나뉜다.
예를 들어 특수진흙을 사용하면 클레이메이션(Claymation), 종이를 사용하면 종이인형애니메이션(Paper-stand animation), 꼭두각시 인형을 사용하면 퍼펫애니메이션(Puppet animation)으로 불린다. 인형애니메이션은 태생적으로 훌륭한 입체감을 지니고 있지만 속도감이나 감정의 표현에 능하지 못하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분업이 불가능하고 장기적인 제작기간을 필요로 하는 까닭에 상업애니메이션의 세계에서는 소외된 장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같은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와 독특한 작품세
킁킁거리는 종이 북극곰을 만나자, 코 회드만 작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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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애정의 조건>, <해신> 등으로 브라운관에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송일국의 영화 차기작이 결정됐다. 송일국은 이미 김동빈 감독의 <레드아이>로 올해 스크린 신고식을 치뤘지만 영화의 부진으로 큰 주목은 받지 못했었다. 송일국의 차기작은 이미 손예진이 상대역으로 캐스팅되어 있는 오기환 감독의 <작업의 정석>(제작 청어람). 오기환 감독도 지난 2000년 <선물> 이후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한다.
<작업의 정석>은 ‘최고의 매력소유자’인 동시에 ‘이성을 유혹하는 완벽한 기술’을 가진 두 남녀가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 이 작품에서 송일국은 찍으면 무조건 100% 성공하는 메가톤급 ‘선수’인 건축가 서민준 역을 맡아 작업계의 살아 있는 신화라 불리는 상대역 손예진(한지원 역)과 진정한 선수의 제왕을 가리게 된다. <작업의 정석>은 두 주인공의 캐스팅이 결정되었지만 손예진이
송일국, <작업의 정석>에서 작업남 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