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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문사 4층에 사무실이 있는 한 영화주간지의 남아무개 편집장이 갑자기 죽었다. 그 일주일 뒤 내가 원고청탁을 자주 했던 영화평론가 정아무개가, 또 일주일 뒤엔 영화제 프로그래머 허아무개가 차례로 시체로 발견됐다. 아이고, 내 주변에서 이게 무슨 변고야 하면서 컴퓨터를 열다가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만다. 내 컴퓨터에 담긴 전화번호부에 적힌 이름이 숨진 이들의 이름과 숨진 순서까지 똑같지 않은가! (참, 남 편집장과 정 평론가 사이에 문화부 이아무개 부장도 죽었다.) 내가 범인이 아닌 건 내가 안다. 나 말고 내 전화번호부를 갖고 있는 사람이 누굴까? 그가 범인일 터. 아! 나와 함께 영화를 담당하는 후배 김아무개 기자에게 내가 메일로 전화번호부를 보내준 일이 있었다!
영화의 시놉시스를 쓴답시고 여기까지 썼다. 나보다 글 잘 쓰거나 나를 괴롭히는 놈들을 죽게 해서 속은 후련한데 범인은 누구로 한다지? 김아무개 기자를 연쇄살인자로 만들어? 신혼의 단물이 아직 덜 빠진 그 초보 아줌마
[팝콘&콜라] 다중인격·후최면…감흥없는 ‘흥행안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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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명약이라는 말이 새삼 증명됐다. 코미디영화가 심장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가디언>이 3월8일 보도했다. 코미디영화를 보면 혈관이 확장되어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어서 심장의 상태를 호전시킨다는 것이다. 반대로 스트레스를 주는 영화의 경우, 동맥을 좁아지게 해 심장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미국 메릴랜드 대학 메디컬 센터의 심장학자 마이클 밀러는 심장 과학자들이 모인 회의에서 이러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33살의 건강한 비흡연자 20명를 모집한 후 온도가 통제된 방에서 누운 채로 이틀동안 패럴리 형제의 코미디영화 <킹핀>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전쟁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15분씩 나누어 감상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코미디를 볼 때는 20명중 19명의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액 순환이 22% 향상되었고 반대로 전쟁영화에서는 20명 중 14명의 혈액 순환이 35% 저하되었다. 마이클 밀러는 “이 결과로 볼때 웃음이 심장질환
코미디영화가 심장질환에 특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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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이트데이, 찬스 좋다. 사탕바구니 곱게 포장해서 그녀의 취향에 딱 맞는 영화 티켓까지 동봉하면 감동두배 뽀뽀두배다. 몇주동안 그 밥에 그 나물이었던 극장가도 이참에 싹~ 물갈이한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드라마, 스릴러까지 장르도 각양각색이다. 이런 판국에 대책없이 극장앞에 가서 뭐보지? 어리둥절 헤매지 말자. 바구니 들고 왔다갔다 보기 안좋다. 자고로 봉사는 물흐르듯 스무드해야 하는 법. “내 여자친구는 내가 안다”는 신조 하나로 그녀의 취향에 딱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주요 개봉 영화를 소개한다. 영화정보 살펴보고 클릭질 몇번으로 예매까지 마치면 준비완료. 잠깐, 그냥 여친한테 물어보고 고른다고? 그럼 써프라이즈가 없자나~
1. 표준형 그녀를 위한 선택
화이트데이+연인=로맨틱 코미디
<Mr. 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
“난 로맨틱 코미디 진짜 싫어!” 평소 이렇게 말씀하시는 여성분 흔치 않다. “난 공포영화 진짜 싫어!”면 또 모를까. 안 먹어도 배부른
화이트데이 무비데이, 유형별로 골라 보는 영화 총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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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여류 비행사인 박경원의 꿈과 사랑을 그린 영화 <청연>(감독 윤종찬, 제작 ㈜시네라인-투, 투자 배급 코리아픽쳐스㈜)이 지난 3월 7일 양수리에서 마지막 촬영을 끝으로 크랭크 업했다. 2004년 4월 촬영을 시작한 이후 꼭 1년만이다. <청연>은 프리프로덕션 기간만 3년, 촬영에 꼬박 1년이 걸렸고,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해외 로케이션을 한 대작으로 미국내 블록버스터 영화의 항공촬영 스탭들이 직접 항공촬영을 전담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청연>은 지난 2001년 <소름>으로 데뷔한 윤종찬 감독의 두번째 장편영화로 주인공 박경원역은 장진영이, 그녀를 조건없이 사랑하는 남자는 김주혁이 맡았으며 유민과 나카무라 토오루도 출연한다. CG작업에도 공을 들일 예정이어서 후반작업만 6개월이 잡혀 있으며 올가을 개봉예정이다.
장진영 주연 <청연> 크랭크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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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할 때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한국영화 특유의 독특한 특징이 뭔가?” 다른 아시아영화들하고 어떻게 다른가? 성실하게 답변하기 거의 불가능한 질문이다. 한국영화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한국 감독들이 받는 영향들도 워낙 폭이 넓어서 답변을 하면 상투적이고 엄청나게 단순화된 것처럼 들린다. 그렇지만 한국영화들이 낭만적인 관계를 그리는 방법에 어딘가 재미있고 예사스럽지 않은 데가 있다는 것을 느낀 지 오래됐다. 아래는 그 느낌을 표현하려는 서툰 시도다.
외부인의 관점에서 한국영화에서 남녀관계를 다룬 영화들의 가장 두드러진 측면은 “순수/타락”의 이분법이다. 가장 순수한 사랑 이야기서부터 가장 추악한 욕정과 집착의 이야기를 거치는 스펙트럼을 상상하라. 세계적으로, 특히 할리우드에서, 대부분의 영화 러브 스토리들은 중도를 지킨다. 젊은 남녀가 만나 데이트를 하고, 어떤 때는 함께 잠자리에 들기도 한다. 섹슈얼리티에 대해 솔직한 것은 영화에 사실주의를 한 겹 더해준다. 마이크 니콜스의
[외신기자클럽] 한국 러브 스토리들을 좋아하는 이유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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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다음 프로젝트에 대한 다양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최근 TV시리즈<CSI 과학수사대>에 참여한다는 뉴스가 나오더니 이번엔 공포영화 시리즈<13일의 금요일>을 부활시키려 한다는 소식이다.
3월8일 연예뉴스사이트 <E!온라인>은 타란티노가 이과 관련하여 뉴라인 시네마와 만남을 가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타란티노가 먼저 <13일의 금요일>에 대한 아이디어를 <캐빈 피버>의 감독 일라이 로스에게 말했고 “언제가는 꼭 이 영화를 만들고 싶다. 이미 스토리와 오프닝 장면도 생각해놓았다”고 열의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뉴라인 시네마는 이 ‘부활’ 프로젝트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2003년에 <프레디 vs. 제이슨>을 만들어 짭짤한 수입을 올린 후, 그 속편 <프레디 vs. 제이슨 vs. 애쉬>를 제작하려다가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나이트메어>
타란티노 "<13일의 금요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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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6일 파리에서 열린 제30회 세자르상 시상식에서 프랑스는 다시 한번 매너리즘을 거부하는 영화들을 선택했다. 특히 최근 프랑스 영화계의 중요한 쟁점이 된 앵테르미탕(비정규영화스탭) 문제가 이번 세자르 행사에서 다시 거론됐다. 시상식이 끝난 뒤 파리의 극장가에는 색다른 영화 한편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그 영화는 프레데릭 소이체 감독의 <시네아스트>(Cineastes a tout prix)로, 주류 상업영화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아마추어리즘을 지향하는 영화와 그 작업과정을 다루고 있다.
프랑스에서 아마추어 영화가 차지하는 자리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크고 작은 영화제나 영화관련 행사들을 통해 프랑스 전역에서 아마추어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다. 예컨대 지난 2월 한달 동안 프랑스에 열린 아마추어영화페스티벌만 해도 5개가 넘는다. 아마추어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프로페셔널리즘을 거부한 채 자신들의 영화가 관객과 쉽게 만나기를 바
[파리] 아마추어의 영화만들기 다룬 영화 <시네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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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국민 여배우 요시나가 사유리의 111번째 출연작 <북의 영년>이 최근 히트하며, 새삼 ‘사유리스트’들이 화제다. 이는 1960년대 요시나가가 절대적 인기를 누리던 시절, 그의 팬들을 가리키던 말. 지난 1월 개봉된 이 작품은, 최근까지 6주 연속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르며 25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60∼70대가 된 노년의 사유리스트들이 몰리며 ‘노인 할인’ 적용이 많은 탓에 관객 수에 비해 흥행액수는 18억엔 정도로 적은 편이다. 그렇더라도 2시간48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에 19세기 말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요시나가는 1959년 영화에 데뷔한 뒤 닛카쓰와 도에이의 대표적인 여배우로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톱자리를 지켜왔다. 남자로 치면 <철도원>의 다카쿠라 겐과 같은 비중이라 할까. 그에겐 <큐포라의 어느 거리>나 <진흙투성이의 순정> 등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걸작들도 있지만, 뭐니뭐
[도쿄] 요시나가 사유리의 파워 보여주는 <북의 영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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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순간에 위력을 발휘하는 만년필 폭탄, 아슬아슬하고 은밀한 임무를 수행하는 이중공작원, 바다를 통해 목적지에 정확히 닿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간어뢰…. 007 시리즈로 대표되는 각종 첩보영화에는 이처럼 빠질 수 없는 장르적 소품과 상황들이 있다. 실제 첩보활동은 비밀에 싸여 있는 것이 당연한지라, 관객 입장에서는 이 장치들이 상상력과 실제 현실을 어떤 비율로 배합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BBC>는 인터넷판 3월 1일자를 통해 최근 영국의 첩보기관 MI5가 공개한 문서와 사진이, 제임스 본드를 연상시키는 첩보원들의 일상을 상당 부분 반영한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문서는 2차대전 당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고 영국이 동시에 눈독을 들였던 지브롤터를 둘러싼 급박한 비밀전쟁의 실상을 담고 있다. 가장 치열했던 상대는 이탈리아와 영국. 현재 지브롤터를 직할식민지로 거느린 영국은, 특수 어뢰를 타고 목적지에 침투하는 잠수공작원들이 활약하고 있던 이탈리아를
[What’s Up] 007은 리얼리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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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예술공헌상을 비롯해 세개의 트로피를 안은 차이밍량 감독의 <떠다니는 구름>이 정작 고국 대만에서 냉대를 받고 있다. 대만 정부는 이 영화의 공식 상영을 잠정적으로 금지했다. 베를린영화제 기자회견에서 검열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차이밍량은 “대만사회는 열려 있는 융통성 있는 사회이며 검열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결과는 그의 기대와 전혀 달랐다.
영화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대만 홍보처는 처음엔 <떠다니는 구름>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영된 프린트에서 전면 누드와 외설적인 섹스신, 그리고 자위장면 등이 새로이 추가되어 상영되었다며 이후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명시를 하지는 않았지만 영화 속 포르노 배우로 나오는 이강생이 의사로 분해 간호사와 관계를 갖는 첫 장면, 그리고 이강생이 발기를 위해 포르노 잡지를 보며 자위를 하는 장면 등이 대만 당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음모 노출과
차이밍량 <떠다니는 구름> 성적 표현 수위에 따른 검열 삭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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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줄일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충무로의 제작자와 투자자들도 제작비 상승에 몸살을 앓지만, 할리우드는 더하다. 디즈니, 폭스, 파라마운트, 소니, 유니버설, 워너 등 메이저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할리우드 내 평균 제작비는 올해도 큰 폭으로 상승할 전망이라고 <버라이어티>가 보도했다. 스튜디오들이 밝히기 꺼려하므로 아주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미국영화협회(MPAA)가 해마다 발표해온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할리우드의 평균 제작비는 1996년 3980만달러에서 2003년에 6380만달러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평균 마케팅 비용도 1980만달러에서 3900만달러로 큰 오름세를 보였다. MPAA 대표 댄 글릭먼은 3월15일에 있을 2004년도 수치 발표를 앞두고 당연한 상승을 예고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할리우드 6개 메이저 스튜디오가 올 한해 영화제작에 쏟아부을 총금액은 6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마케팅 비용 35억달러를 제외한 수치다. 가장
할리우드 제작비 7년새 두배로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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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와 뼈>의 한 장면이 삭제된 채 개봉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월25일 개봉한 <피와 뼈>는 재일한국인 감독으로도 유명한 최양일의 신작이며, 영화감독이자 코미디언인 기타노 다케시가 주연 김준평으로 출연한 것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재일한국인 1세대 김준평이 폭력과 강간 등을 이어가며 일본사회의 언저리에서 악마적인 근성으로 한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어 늙어간다는 파격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최양일의 연출과 기타노 다케시의 연기가 돋보이는 수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문제가 된 삭제장면은 영화 속에서 사상문제로 감옥에 갔다온 사회주의자 찬명이라는 인물이 일본사회의 냉대를 뒤로하고 북한으로 입북하는 환송식 장면이다. 한 네티즌(ozzyz)은 2월28일 온라인 <씨네21> 독자엽서란에 이 장면이 삭제되었음을 지적하는 글을 올리면서 “그런데 개봉판에서는 이 시퀀스가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결국 관객은 찬명의 출소 이후에 그의 행방
[충무로는 통화중] <피와 뼈> 입북 환송식 장면 삭제한 채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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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를 맞이하는 부산국제영화제(10월6∼14일)의 윤곽이 드러났다. 지난 2월28일 정기총회를 열고 사업계획을 대략 확정한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가장 비중 높은 행사는 그동안의 숙원사업이었던 전용관 부산영상센터 기공식이다. 해운대구 센텀시티 내에 만들어지는 전용관은 총 460억원의 예산을 들여 6층 건물 안에 900석 규모의 대극장과 400석 규모의 중극장 2개관, 소극장 2개관, 예술전용관을 갖추게 된다. 2008년 13회 행사와 함께 개관할 예정이다. 10월7일 열릴 기공식은 부산시 관계자, 영화계 인사, 영화제 게스트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가 될 예정이다.
60여개국 260여편의 영화가 상영될 올해 영화제의 예산은 지난해보다 10억원 정도 늘어난 54여억원이 될 전망이다. 10주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올해 특별전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아시아영화 베스트 50. 역대 아시아영화 중 기념비적인 작품을 선정해 상영하게 된다. 프린트 수급 사정에
부산국제영화제 10돌맞이 큰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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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장가가 오랜만에 물갈이를 했다. 지난주 새로 개봉한 <로렐라이>, <샤크>, <원피스 오마츠리 남작과 비밀의 섬>(이하 <원피스>)은 나란히 1위~3위에 오르면서 침체됐던 극장가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세작품 모두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1위에 오른 <로렐라이>는 일본판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작품. 1945년 8월 2차 세계대전이 배경이다. 동맹국 독일이 항복하고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져 궁지에 몰린 일본이 독일 항복후 극비리에 만들어진 잠수함인 ‘이호 제507 잠수함’의 출격을 결정한다. 이 잠수함은 가공할 전투능력으로 라인강에 산다는 마녀, ‘로렐라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이호 제507 잠수함’의 임무는 제2, 제3의 원폭투하를 막기 위한 것. 이를 위해 함장 키누미(야쿠소 코지)는 잠수함을 이끌고 미군 폭격기의 발진기지인 남태평양의 테니앙섬으로 출격한다.
<로렐라이>는 제작규모와 물량
오랜만의 물갈이, <로렐라이> 일본 흥행 1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