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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만화인생.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작품 하나쯤은 거들 수 있을 만큼 그는 장수 인기작가이다. 30년 전에 발표한 <각시탈>에서 오늘의 <타짜> <식객>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성업 중인 허영만. 그는 한국현대만화의 작은 역사이자 한 정점이다.
침침한 만화방 구석에서 침 묻히고 있던 어린 독자들에게 일제의 앞잡이들을 무찌르던 <각시탈>의 뛰어난 권법은 한마디로 환상이었다. 기절초풍할 만한 권법으로 동네깡패를 패주고 예쁜 여학생과 사귀는 공상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독자들의 환호에 30권이 넘는 시리즈로 나왔던 <각시탈>은 허영만의 작품 철학인 “만화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의 시작이었다. 이 어린 독자들이 20대가 됐을 무렵인 80년대 중반, <무당거미> <카멜레온의 시>에서 주인공 ‘이강토’는 좀 더 비장해졌다. <무당거미>에서 복수를 위해 25kg이나 감량하고 복싱에 나선 이강토
<각시탈>∼<타짜> 허영만의 만화인생 3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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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만화 <타짜>는 재밌다. 본 사람은 안다. ‘재밌다’ 앞에 ‘정말’, ‘너무’, ‘무지’ 등의 부사를 붙이지 않기가 힘들 거다. 이걸 <범죄의 재구성>으로 데뷔하면서 240만명 관객을 끌어모은 최동훈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긴다. 허씨는 47년생, 최씨는 71년생, 24살 띠동갑이다. 데뷔 전부터 허씨의 <각시탈>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할만큼 허씨의 팬인 최씨는 지난 8개월 동안 혼자서 <타짜> 1부를 오리고 두드리고 붙이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대담이 진행된 9일 아침 시나리오 3고를 완성한 그는 대담 장소인 한겨레신문사에 와서 막 프린터로 뽑은, 프린터 열기도 안빠진 따끈따끈한 에이포(A4)용지 80장을 허씨에게 건넸다. 30년 이상 1000권이 넘는 만화를 그려온 중견 작가에게 영화화는 새삼스런 일도 아니건만, 감독 손을 빠져나온 시나리오를 처음으로 받아 쥔 그의 얼굴이 흐뭇하면서도 사뭇 설레 보였다. 두 사람은 만화 &l
영화 <타짜> 첫패 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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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웨인이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생각나게 할 만큼 ‘정통’은 아니지만, 서부영화의 대를 이은 새로운 ‘하이브리드 웨스턴’ 두편이 개봉해 눈길을 끈다. 공상과학과 서부극을 접목시킨 <세레니티>(Serenity)와, 스릴러와 약간의 호러를 가미한 <폭력의 역사>(A History of Violence)가 그 작품들. 이 두 작품은 점점 잊혀져가는 서부영화 장르를 기존 인기 장르에 부합시켜 신선한 느낌을 준다는 평론가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
TV시리즈 <버피와 뱀파이어>의 조스 웨든의 영화감독 데뷔작인 <세레니티>는 <폭스TV>가 조기 종영시켜 골수팬의 원성을 받았던 웨스턴SF TV시리즈 <파이어플라이>를 영화한 것. TV에서 시즌 중간에 종영됐지만, 방송되지 못한 에피소드를 포함한 DVD 세트의 인기 판매(9월 말 현재 50만 세트 판매)에 힘입어 영화제작이 가능해졌다. 유니버설사가 제작한 이 작품은 SF영화로는 작은 규
[뉴욕] 변종 서부극, 관객을 향해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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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있는 중국어권 영화상 중의 하나인 제42회 대만 금마장 영화상 후보작이 발표됐다고 <스크린 인터내셔널>이 10월18일 보도했다. 두기봉 감독의 <흑사회>가 총 21개 부문 중 11개 부문에 최다 후보로 선정됐다. 해당 부문은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이다. <흑사회>는 홍콩 암흑가를 그린 작품으로, 양가휘와 임달화가 권력다툼을 벌이는 인물을 연기했다. 다음으로 많이 지명된 작품은 주성치의 <쿵푸 허슬>. 작품상, 감독상, 특수효과상, 액션안무상 등 10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얼마전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던 허우 샤오시엔의 <쓰리 타임즈>는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이 세 작품은 차이 밍량의 <떠다니는 구름>과 함께 작품상, 감독상을 놓고 경합을 벌인다.
이번 후보작 목록에 관금붕의 <장한가>와 성룡의 <신화: 진시황릉의 비밀>이 빠진 것은 의외다. 일부 언론들은
두기봉의 <흑사회>, 대만 금마장 11개 부문 최다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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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운명>,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하 <내 생애>)에 이어 이번주는 <새드무비>다. 가을이 전형적인 멜로영화 강세기임에는 틀림없지만 한달 이상 멜로 열풍에 휩싸인 극장가도 참 오랜만이다. 대부분의 주요 예매사이트에서 예매율 1위를 차지한 <새드무비>는 일단 박스오피스 1위를 점찍어놨다. 하지만 전통적인 극장가 비수기에 비슷한 멜로풍의 대체재도 많아, 기존 개봉작들을 월등히 뛰어 넘을 흥행기록을 세울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내 생애>가 일곱커플의 사랑이야기를 펼쳐 놓은 것처럼 <새드무비>도 네커플을 한꺼번에 불러 모은다. 게다가 커플의 주인공들이 정우성, 임수정, 차태현, 손태영, 염정아, 신민아, 이기우 등이다. 일단 영화의 속내를 보기전에 시작부터가 끌리는 설정이다. <내 생애>가 해피엔딩을 위해 중반 이후 배우들을 궁지로 몰아가는 것과 달리, <새드무비>는
[주말극장가] 멜로, 멜로, 멜로. 이번주는 <새드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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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베스터 스탤론(59)이 다시 ‘록키’로 돌아온다. 스탤론은 내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촬영에 들어갈 여섯번째 록키 영화 <록키 발보아>에 출연한다고 17일 밝혔다. 다섯번째 영화가 만들어진 뒤 15년 만에 만들어지는 이 영화에서 스탤론은 제작까지 맡는다.
<록키 발보아>는 늙은 록키가 링에 복귀하기를 거부하다 인생의 끝을 보기 위해 결국 링에 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사람들이 생의 마지막을 마주볼 때 느끼는 감정을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동제작자인 댄 테일러 메트로-골드윈-메이어 회장은 “권투보다는 사람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록키의 연인 ‘아드리안’은 이 영화에선 숨진 것으로 나타난다. 테일러는 아드리안이 영화 속 회상장면에서 나올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록키는 1976년 첫선을 보였다. 그 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최고 감독상을 비롯해 세 개의 상을 탔다.
<록키> 15년만에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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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4월의 눈>으로 개봉했던 <외출>이 지난 17일까지 총23억엔의 흥행수입을 기록해 일본내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이 됐다. 그전까지 1위였던 작품은 올 1월에 18억2천만엔의 수입을 기록했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로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기록이 바뀐 셈이다. 한편 <외출>과 <여친소>에 이어 일본에서 개봉됐던 주요 한국영화의 흥행성적은 <쉬리>(18억엔), <태극기 휘날리며>(12억엔), <공동경비구역 JSA>(11억 5천만엔), <누구나 비밀은 있다>와 <스캔들>(각 9억엔), <실미도>(6억엔), <엽기적인 그녀>(5억엔) 순이다.
일본의 영화전문 사이트 에이가닷컴은 <외출>의 기록갱신을 전하면서 “일본에서는 180만명을 동원했고 한국에서는 80만명의 관객을 모았으니 욘사마는 일본으로 아예 이주하는 것이 효율적인 비즈니
<외출>, 일본 개봉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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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가 지난 18일 폐막한 스페인 ‘시체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올해로 38회를 맞는 ‘시체스국제영화제’는 브뤼셀, 판타스포르토 영화제와 함께 세계 주요 판타스틱 영화제의 하나로 손꼽히며 지난해에는 <올드보이>가 작품상을 받았던 영화제이기도 하다. <친절한 금자씨>는 공식경쟁 부문인 ‘오피셜 판타스틱’ 섹션에 초대되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임필성 감독의 <남극일기>는 아시아부문 최고작품상을,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은 음악상을 수상해 한국영화가 세개의 상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또 <혈의 누>, <여고괴담4:목소리> 등도 초청을 받아 예전과는 달라진 한국영화의 위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친절한 금자씨> 이영애, 스페인 ‘시체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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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잭슨 감독이 신작<킹콩>의 시사를 겨우 7주 앞두고 영화음악가를 교체했다고 <BBC>등 외신들이 10월18일 전했다. 잭슨은 <반지의 제왕>때부터 함께 일한 하워드 쇼어 대신 제임스 뉴튼 하워드를 긴급 영입했다. 이유는 ‘창작상 견해 차이’.올해 최고의 기대작인 <킹콩>은 12월5일 뉴욕 시사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피터 잭슨은 “최근 몇 주동안 하워드와 나는 <킹콩>의 스코어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친구와 논쟁하느라 시간을 소모하느니 차라리 다른 사람에게 음악을 맡기자고 합의했다.”고 10월14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영화음악 전문월간지<필름 스코어>의 편집장 제프 본드는 “하워드 쇼어는 굉장히 예술적인 음악을 만들고 싶어하는 작곡가다. 아마도 이런 성향이 감독의 생각과 상반되었던 것 같다. 특히 대작영화일수록 영화음악은 많은 제약을 받기 마련”이라고 풀이했다.
하워드
피터 잭슨, <킹콩> 영화음악가 전격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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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키드먼의 집 근처에 도청 장치를 설치한 혐의로 구속된 연예인 전문 사진가가 증거불충분으로 재판에서 승소했다고 <AP통신>이 10월18일 보도했다. 지난 1월 시드니에 있는 자택 근처에서 도청 장치가 발견되자 같은 시간대에 그곳에 있었던 사진가 제이미 포셋을 경찰이 체포했다. 4월 호주 웨벌리 지방법원이 포셋에게 DNA샘플을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문제의 도청 장치에 남아있는 DNA와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러자 포셋은 상급법원에 항소했고 판사는 “도청 장치가 대화를 녹음하거나 엿듣기 위해 사용됐다는 증거가 없다. 즉, 사진가가 불법적인 행동을 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DNA샘플을 제출해야할 의무도 없다.”고 10월18일 판결을 내렸다. 또 포셋을 기소한 형사 말콤 니모는 포셋의 모든 소송 비용을 배상하게 됐다.
재판이 끝난 직후 제이미 포셋은 “상식이 통해서 너무 기쁘다. 재판이 길어질까봐 걱정했는데 이렇게 끝나서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니콜 키드먼 도청 혐의받은 파파라치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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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영화제에 이례적으로 한국영화 3편이 초청됐다. 지난 9월23일부터 10월9일까지 열린 제43회 뉴욕영화제에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와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 등 3편이, 감독들이 참석한 가운데 소개돼 큰 호응을 얻었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친절한 금자씨>. 프레스 스크리닝과 일반 스크리닝에서 모두 기립박수를 받는 등 미디어와 관객이 모두 열띤 반응을 보여주었다. 박 감독은 영화제를 위한 짧은 체류기간 동안 스크리닝 질의응답 시간 외에도 <뉴욕타임스 매거진> 등 메이저 미디어와 많은 인터뷰를 가졌고, 영화제 행사장 근처에 위치한 ‘타워 레코드’ 매가 스토어에서 팬들을 위한 <올드보이> DVD 사인회를 갖기도 했다.
관객은 박 감독에게 “3부작 계획을 처음부터 했느냐”라는 질문에서부터 “스토리보드를 어느 정도 제작하고 참조하는지”까지, 일반적인 것부터 영화제작
[현지보고] 뉴욕에도 한류? 제43회 뉴욕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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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건물로 자리를 옮긴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예술이 영화에 접목되는 관계를 보여줄 목적으로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르누아르/르누아르’라는 제목의 첫 전시는 아버지(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화폭과 아들(장 르누아르)의 영화를 조망한다. 오귀스트의 회화 옆에서 영사기가 장의 영화에서 발췌한 장면들을 비춘다. 아빠는 그네를 그렸고 아들은 그네를 촬영했다. 아빠는 배를 그렸고 아들은 배를 찍었다…. 이 매력적인 주제는 약간은 무의미한 테마의 전시 방법 때문에 빛을 잃는다.
회화와 영화에 관한 담론은 취급하기 매우 미묘한 문제다. 비평가들은 여러 가지 다른 좋지 않은 이유로 이 문제에 사로잡히게 된다. 첫째는 영화가 다른 예술에 맞서 고급 예술의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 비롯된다. 아직 대중적인 유희 정도에 머무르는 것으로 취급되는 것이다. 회화를 스스로의 근거로 삼음으로써 영화가 예술 목록에서 자리를 차지하는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화두는 회의적인 시기가
[외신기자클럽] 찍는 그림과 그린 그림 사이 (+불어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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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의 비디오 대여업체 블록버스터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2002년 25달러였고, 6개월 전만 해도 10달러 선이던 블록버스터의 주가는 지금 5달러 부근을 맴돌고 있다. 매출은 감소했고, 점포들은 파산하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안방극장을 위해 이 푸른색 간판의 점포를 찾았던 미국인들은 이제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대여업체를 통하거나 비디오 온 디맨드(VOD)로 영화를 보고 있다. 또 월마트 같은 유통업체는 헐값으로 DVD를 세일 판매하고, 케이블 채널들은 공세적으로 영화를 편성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볼 만한 영화가 없다’며 극장을 외면한 관객의 냉담한 반응은 비디오 업계까지도 얼어붙게 했다.
블록버스터는 3/4분기 대여 매출이 1%밖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은행과 대출 협상을 벌이지 않으면 파산할 수도 있다는 건 객관적 사실이다. 블록버스터의 위기는 자초한 면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비디오 대여업이 사양산업으로 지목당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최대 비디오 대여업체 ‘블록버스터’, 파산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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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나면 대박난다”는 충무로 속설이 있지만, 거꾸로 “대박나고 불난” 아드만 스튜디오에는 위로가 될 것 같지 않다. 스타 캐릭터 월래스와 그로밋의 첫 번째 장편영화 <월래스와 그로밋: 거대토끼의 저주>가 개봉 첫주 전미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해 자축 무드에 취해 있던 아드만 스튜디오가 지난 10월10일 월요일 새벽 5시30분(현지시각) 브리스틀 스튜디오에서 발생한 화재로 귀중한 자료들을 잃었다. 30m까지 솟구친 화염으로 창고는 내부 3층이 모두 무너졌지만 요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아드만의 대변인 아서 셰리프는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축연을 벌여야 할 시간에 우리의 역사를 잃어버렸다”고 슬픔을 표했다.
<BBC> <버라이어티> <CNN>에 따르면, 1986년 아드만 스튜디오에 합류한 닉 파크 감독의 초기작 <동물원 인터뷰>와 <월래스와 그로밋> 단편 삼부작 <화려한 외출> <전자바지
월래스와 그로밋의 새옹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