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요시다 다이하치 / 출연 간노 미호, 에구치 요스케, 이케와키 지즈루 / 제작연도 2010년
나오코는 남편과 이혼한 후 어린 딸을 데리고 어머니 노바라가 운영하는 작은 미용실로 돌아온다. 염소 똥처럼 동글동글 탱탱한 펌(perm)이 특기인 ‘퍼머넌트 노바라’는 어머니가 평생 운영 중인 작은 미용실이자 동네 모든 여인들이 모여드는 안식처다. 어린이집에 가는 딸의 머리를 묶어주고, 엄마의 일을 돕고, 집 나간 의붓아버지를 종종 찾아가 돌아오라고 설득하는 나오코는 자신의 첫사랑이자 고교 시절 은사인 카지마와 둘만의 비밀 연애를 시작한다. 어느 날 카지마와 함께 온천여행을 떠났던 그녀는 행복한 시간을 보낸 뒤, 아무 말 없이 떠난 카지마를 기다리다 혼자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그에게 전화를 건다. “난 왜 이렇게 외로운거야. 왜 외롭고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는 거야. 왜?”
<퍼머넌트 노바라>를 처음 볼 당시 이 공중전화 부스 장면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내 인생의 영화] 김은주 대표의 <퍼머넌트 노바라>
-
“브라(브래지어)는 액세서리라고 생각해요. (중략) 노브라(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많은 사람의 편견이 없어지면 좋겠어요.” JTBC2 <악플의 밤>에서 가수 설리는 “기승전 노브라”라는 비난 댓글을 읽고 브래지어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악플을 미화하려는 게 아니라 댓글 문화 속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좋겠다”를 비롯해 궁색하고 두서없는 기획 의도를 자꾸 내세우는 이 쇼의 유일하게 유의미한 순간이었다.
<악플의 밤>의 근본적인 문제는 단순한 호오 언급, 비판적 시선, 혐오 표현을 몽땅 ‘악플’로 뭉뚱그려 접근한다는 점이다. 신동엽, 김종민을 향한 악플이 ‘노잼’이나 ‘무능력하다’는 불평 정도인 반면, 송가인이나 박성연 등 여성 연예인들을 향한 외모 비하는 저열하고 악의적이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을 향한 악플을 읽고 웃음 지으며 ‘인정’하는 순간 “대인배의 풍모”나 “쿨하다” 등의 자막을 다는 프로그램의 태도는 결국 악플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재연할
[TVIEW] <악플의 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
※ 해당 영화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가며 흥행을 기록 중인 <토이 스토리 4>. 이번에도 포키(토니 헤일), 버니(조던 필), 카붐(키아누 리브스) 등 개성 넘치는 뉴페이스들이 등장했다. 그중 관객들의 예상을 뒤엎고 눈물샘을 자극한 캐릭터가 있으니, 중반부까지는 악역처럼 등장했던 개비개비(크리스티나 헨드릭스)다. 늘 확실한 악역들이 등장했던 <토이 스토리> 시리즈. 그러나 <토이 스토리 4>에서 개비개비는 차마 악역이라고 말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토이 스토리 4>는 입체적인 악역을 통해 ‘존재의 가치와 의미’라는 주제를 강조, 특유의 눈물 포인트까지 잡아냈다. 그렇다면 개비개비처럼 나름의 사정으로 ‘짠내’를 폭발시켰던 캐릭터에는 누가 있었을까. 주인공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하는, 프랜차이즈 영화 속 악역 아닌 악역들을 모아봤다.
<해리 포터> 시리즈 스네이프 교수
사연 없는 악
차마 악역이라고 말할 수 없는, 짠내 폭발 캐릭터들
-
<누구나 아는 비밀> Todos lo saben
감독 아스가르 파르하디 / 출연 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바르뎀, 리카도 다린, 바바라 레니 / 수입 오드(AUD) / 공동배급 오드(AUD), 티캐스트 / 개봉 8월 1일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 <세일즈맨>(2017)으로 칸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아카데미영화제를 섭렵한 이란의 거장 감독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작품이다. 이번엔 이란이 아니라 스페인을 배경으로 흥미로운 납치극을 펼쳐 보인다. 라우라(페넬로페 크루즈)는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이들과 고향을 찾지만 떠들썩한 결혼식 파티 중 딸이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라우라의 오랜 친구이자 과거 연인이었던 파코(하비에르 바르뎀)까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드러나는 건 가족들 사이의 의심과 이들이 오랫동안 숨겨온 비밀이다. 인간의 윤리와 도덕과 책임의 문제를 즐겨 다뤄온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
[Coming Soon] <누구나 아는 비밀>, 떠들썩한 결혼식 파티 중 딸이 납치되다
-
-
[정훈이 만화] <애나벨 집으로>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정훈이 만화] <애나벨 집으로>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
배우 클레어 포이, 톰 홀랜드, 제이미 벨, 멜라니 로랑, 레이디 가가 등 할리우드의 스타들이 새로운 아카데미 회원으로 임명됐다. 지난 7월 1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에서 842명의 신입 회원 명단을 공개했다. 이 리스트에는 <블랙팬서>(2018)의 윈스턴 듀크, 레티티아 라이트, <어스>(2019)의 엘리자베스 모스, <캡틴 마블>(2018)의 제마 찬,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의 존 추 감독, <레고 무비>(2014)의 필 로드·크리스 밀러 감독, <바바둑>(2014)의 제니퍼 켄트 감독 등이 새로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 회원수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임명된 이들이 모두 수락하면 1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9년 현재, 아카데미는 새롭게 선정한 회원 비율이 여성 50%, 유색인종 29%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적만 59개국에 걸쳐 있을 만큼 다양한 국가와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 2019년 아카데미 신입 회원 명단 공개
-
희대의 살인사건과 마약 수사, 강력반 형사들의 라이벌 의식이 뒤섞인 <비스트>는 악인을 잡으려다 자신 속 악을 목격하는 형사 한수(이성민)의 몸부림을 보여준다. 한눈에 보아도 프로덕션이 만만치 않았으리라 짐작되는 <비스트>는 백경숙 프로듀서의 9번째 메인 프로듀싱 작품이다. 이정호 감독이 트리트먼트를 쓸 때부터 지켜보며 백 프로듀서는 “한마디로 멋있다”고 작품에 확신을 가지게 됐다. 형사 한수는 살인마를 잡고 싶은 정의감과 직업의식이 투철한 한편, 라이벌 민태(유재명)와 경쟁해 승진하길 원하고, 원치 않게 휘말려든 자신의 범죄 사실에 대해서도 숨기고 싶어 한다. “명확하게 선과 악으로 나뉘는 인물 구도, 권선징악의 결말을 기대한 관객에겐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런 복합적인 딜레마는 백 프로듀서의 마음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비스트>의 주제를 시각화하는 데 기여한 것 중 하나는 로케이션이다. 극중 마약 제조의 소굴로 등장하는 창신아파트는
<비스트> 백경숙 프로듀서 - 마음을 잡아끄는 프로젝트
-
폭염을 피해 예년보다 기간을 앞당겼던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아마도 가장 기대를 모았던 특별전 중 하나는 ‘가메라 3부작’의 가네코 슈스케 감독이었을 것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송경원 기자의 말마따나 ‘왠지 한번 왔을 것 같은’ 그의 부천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에 부천 초이스 심사위원이었을뿐더러 최근작 <빽 투 더 아이돌>(2017)까지 선보였다. <씨네21>은 올해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데일리로 참여하면서 그의 표지를 찍었는데, 어떻게 하면 괜찮은 사진을 남길까 하여 무리하게도 그의 (메인) 피조물이 아닌 고지라 피겨를 그의 어깨에 올리고 촬영했다. 그로 인해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고, 역시 ‘범괴수’ 마니아답게 흔쾌히 사진 촬영에 응해주었다. <가메라3: 사신 이리스의 각성>(1999) 상영 후 진행된 메가토크에서도, 역시 송경원 기자의 표현처럼 ‘할리우드로 치면 <스
[주성철 편집장] 부천에서 만난 가메라와 김혜수, 그리고 <토이 스토리>와 함께
-
지난 7월 2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변칙 개봉 논란을 겪고 있다. 7월 1일 월요일에서 2일 화요일로 넘어가는 자정에 개봉한 이 작품은 2일 심야상영에만 스크린 수 711개를 확보하며 관객 5만2546명을 기록했다. 국내 극장가에서는 수요일이나 목요일 개봉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화요일 0시 극장 개봉은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심야 개봉은 “이전 주에 개봉한 영화들이 일주일을 채우지도 못한 채 소니픽쳐스에 스크린을 내주어야 한다”며 이러한 “소니픽쳐스의 변칙 개봉 결정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다른 영화들에 최소한의 상영조차 어렵게 만드는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국내 배급사 소니픽쳐스는 “북미 개봉에 맞춰 국
화요일에 개봉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변칙 개봉 논란
-
다큐멘터리 <김군>(감독 강상우)이 7월 8일 월요일 오후6시30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특별 상영회(주최 국회의원 박광온·송갑석)를 가진다. <김군>은 1980년 5월 18일 광주 곳곳에서 사진을 찍힌 남자 ‘김군’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에서 공개된 후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다. 5월 23일 개봉한 이 영화는 1만5천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불러모았다. 영화에 관심 있는 시민들은 신분증을 지참해 국회의원회관으로 가면 된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강상우 감독과의 대화도 마련되어 있다.
다큐멘터리 <김군>, 7월 8일 국회 특별 상영회 열려
-
야마시타 다쓰로가 시티팝의 아버지라면 가도마쓰 도시키는 시티팝의 삼촌쯤 될까. 굳이 말하자면 나는 아버지보다 삼촌을 조금 더 좋아한다. 특히 가도마쓰 도시키의 1980년대는 뮤지션으로서 그의 총체적 역량을 확고히 증명해낸 10년이었다. 펑크/솔/록/발라드를 넘나들고, 브라스밴드를 대동하다가도 전자음악으로 무장하며, 어제는 도쿄의 밤을 지배하다가 오늘은 해변의 한낮을 노래하는 것이 그가 1980년대를 지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는 1990년대 들어 솔로 활동을 줄이고 프로듀서로서의 역할에 집중한다. 그리고 1996년 발매된 컴필레이션 앨범 《VOCALAND》는 프로듀서 가도마쓰 도시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에서 그는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만든 노래에 여러 신인 여성 보컬리스트의 목소리를 입혀 앨범을 출시했다. ‘일본의 퀸시 존스.’ 어떤 음악 팬이 이 앨범과 관련해 (장난 반으로) 가도마쓰 도시키를 가리켜 한 말이다. 《VOCALAND》에서 가장 잘
[마감인간의 music] 사라 , 딱 여름 노래
-
이정호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속이 복잡해진다. 선과 악의 잣대로 규정할 수 없는 그의 인물들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혼돈의 세계를 헤매며 답을 구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도 영화는 그들에게 명확한 해법을 주지 않는다. 이처럼 비정하고 냉혹한 현실 인식으로부터 출발하는 ‘이정호 월드’는 그러나 뜨겁다. 마치 바위가 다시 떨어질 걸 알면서도 산 위로 돌을 굴리는 시시포스처럼, 이정호 감독이 창조한 세계 속 인물들은 현실이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세계의 부조리에 몸을 부딪힌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부서지고, 누군가는 괴물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의 신작 <비스트>는 연쇄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두 형사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조명한다. <방황하는 칼날>(2013) 이후 5년 만의 복귀작인 이 영화는 더 깊은 절망과 더 복합적인 감정들을 가지고 있다.
-<방황하는 칼날>과 <비스트> 사이, <탐정: 더 비기
<비스트> 이정호 감독, "한수가 모차르트라면, 민태는 살리에리다"
-
성서에서 라자로는 죽음에서 살아난 자다. 예수는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틀 뒤 그의 마을을 방문한다. 이미 썩은 내가 진동하는 그를 죽음에서 일으켰다. 그는 예수 이전에 부활했으며 죽음과 삶을 통해 예수의 영성을 증명해냈다. 하지만 그의 부활을 통해 예수와 하나님을 믿는 것은 오로지 보는 자들의 몫이었다. 누군가는 믿었고, 누군가는 여전히 의심했다. 믿음은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주체의 태도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라짜로>에서 라짜로 역시 성서 속의 라자로처럼 자신을 보는 이들의 욕망을 성실하게 비춘다. 그의 삶, 죽음 그리고 부활의 과정은 노동자와 자본가의 끈질긴 착취의 역사 그리고 지금 이 세계의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서두의 낭만은 오해였으며…
<행복한 라짜로>의 시작은 낭만적이다. 가난하지만 대가족이 기거하는 집에 부족한 전구를 놓고 분쟁이 한창이다. 그때 창 밖으로 구애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방금 전까지 툭탁거리던 자매들
<행복한 라짜로>가 보여주는, 현재 경제구조 안에서 자발적 노예로 살아가는 사람들
-
속세와 거리를 두며 살아가던 소년 세바스찬(아사 버터필드)은 우연히 삶에 대한 울분을 음악으로 토해내는 제라드(알렉스 울프)를 만나면서 일상이 뒤흔들리는 경험을 한다. 사실 영화는 세바스찬의 불안과 성장에 초점을 맞췄지만 러닝타임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 인물은 심장이식의 후유증을 안고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반항적인 펑크록 마니아 제라드다. 제라드를 연기한 배우는 최근 아리 에스터 감독의 <유전>에서 저주에 사로잡힌 아들 피터 역으로 분했던 알렉스 울프로, 그는 온 가족이 함께 영화와 음악 활동을 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배우로도 활동 중인 어머니 폴리 드래퍼가 연출한 모큐멘터리 <더 네이키드 브러더스 밴드: 더 무비>에서 형인 냇 울프와 함께 출연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알렉스 울프는 ‘냇 앤드 알렉스 울프’라는 이름으로 형과 함께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보스턴마라톤 테러 실화를 다룬 <패트리어트 데이>에서 테러리스트 형제를 연기한 그가 &
<하우스 오브 투모로우> 알렉스 울프 - 음악과 영화에 둘러싸인 이 배우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