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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사 버터필드가 영화 <하우스 오브 투모로우>로 돌아왔다. 평단의 지지를 받은 전쟁 영화 <저니스 엔드>로 지난해 관객들과 만났고, 올 초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로 많은 열성팬들을 얻었다. 아역 시절 돋보이는 연기력으로 유망주로 손꼽히던 때부터 어느새 폭풍 성장해 여심까지 사로잡고 있는 에이사 버터필드의 여러 가지 사실들을 모았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브루노
에이사 버터필드가 관객들의 눈에 들기 시작한 작품은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이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순수한 우정을 쌓은 브루노와 슈무엘. 9살 먹은 이 아이들 사이엔 어떤 위계도 없지만,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슈무엘은 유태인 포로수용소에 살고, 누가봐도 단정한 부잣집 아이같은 브루노는 나치 고위 군인의 아들이다. 여기서 브루노 역할을 맡았던 아역배우가 바로 에이사 버터필드. 당시 그의 나이는
폭풍 성장한 아역 유망주, 에이사 버터필드에 관한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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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여러 신작들이 개봉하는 극장가. 기대를 안고 개봉 예정작들을 살피다 보면 의문을 자아내는 것들이 있다. 바로 유명 영화의 제목을 그대로 사용한 영화들이다. 상세 정보를 클릭해보면 이내 깨닫게 된다. 속았구나.
6월에도 이런 낚시성 제목의 영화들이 개봉 리스트에 올랐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의 연작 같은 <파라노말 액티비티: 드림하우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블랙 스완> 속편 같은 <블랙스완: 흑화>다. 그러나 두 영화의 원제는 각각 <The Terrible Two>, <Fantasma>. 국내로 수입되며 홍보를 위해 제목이 비슷한 콘셉트의 유명 영화처럼 변경된 것이다.
이런 영화들은 대부분 극장에서는 실제로 상영하지 않고 VOD 시장으로 직행한다. 이처럼 제목으로 낚시를 유도했던 영화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유명한 사례를 알아봤다. 국내로 수입되며 제목이 변경된 영화도, 혹은 원제 자체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제목 낚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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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어느 일요일 아침, 주말을 끼고 짧은 여행 겸 출장을 다녀왔다. 고기 굽는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햄버거 푸드 트럭 야외 자리에 앉았다.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장발의 스케이터 청년들은 가게 주인과 익숙하게 대화를 나누더니 그들의 재생목록을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했다. 노래 속 일본인 래퍼는 1990년대 웨스트코스트 전성 시대를 추억하는 것이 분명했다. 같이 간 형은 록의 시대에 펫 숍 보이스와 뉴 오더를 ‘몰래’ 듣던 이야기를 했다. 음악을 ‘찾아서’ 듣기 위한 모험담을 들으면서 나는 옆에서 흥겹게 나오는 – 전자기타 선율과 오래된 음악의 샘플링 위에 랩이 어우러진– 노래를 찾기 위해 ‘샤잠’(Shazam) 앱을 켰다.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n3q?’라는 이름이 떴다. 노래 제목은 <Life>였다. 미야자키현 출신의 4인조 밴드라고 했다. ‘나조서드퀘스천.’ 다시 서울에서 이 노래를 찾아 들었다. 일본어 가사가 100% 와닿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자기 이야기
[마감인간의 music] 나조서드퀘스천(n3q?) 《Nazo 3rd Question》, 생경한, 그래서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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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마케터로, 제작자로,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구경만 하다가 직접 인터뷰를 당하는 입장이 되니 어색하다.” 곽신애 대표가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기생충>을 제작한 그는 영화잡지 <키노>의 기자로 활동하다가 제작사 청년필름, LJ필름의 기획마케팅실을 거쳐 바른손이앤에이의 대표이사가 된 흔치 않은 경력의 소유자다.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를 기획, 홍보하고 <모던보이>의 프로듀서를 맡았으며 <여자, 정혜> <러브토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삼거리극장>의 마케팅 총괄을 거쳐 <가려진 시간>과 <기생충>을 제작한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어떤 일관성이 엿보인다. 작가로서 뚜렷한 개성을 가진 감독들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그들의 든든한 지지자이자 서포터로서 업계에 몸담아온 곽신애 대표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과 국내 흥행으로 영화인으로서 가장 화려한 순간을
<기생충> 제작자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고유의 결이 있는 감독을 서포트하는 것이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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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영화가 장르를 변주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봉준호의 영화에서 중요한 지점은 장르를 변주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장르 변주의 필연성에 있다. 이 필연성으로 인해 봉준호의 영화는 영화를 사유하는 영화가 된다. 지난 <씨네21> 1210호 <기생충> 비평 기획에서, 김영진 평론가가 이미 지적했듯, 봉준호는 “삶이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또 다른 형태의 프로파간다”로서의 장르를 이탈한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장르적 규범은 현실을 왜곡하는 프로파간다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추리물은 근대적 사법제도와 합리적 이성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사건 해결을 통해 사회가 다시 안정을 찾는 결말이 있어야 한다. 이런 장르는 사회의 불합리에 대한 일종의 예방주사인 동시에 사회의 불합리가 교정되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보수적 프로파간다이기도 하다. 만약 봉준호의 영화처럼 경찰이 진범을 찾는 것에 관심이 없거나, 피의자들을 고문해서 범인을 찾으려 한다면 이 장르는
<기생충>을 복기할 때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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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계급이란 없다. 신분만이 있을 뿐이다. 계급은 상승할 수 있다. 신분은 세습된다. 시험이라는 계급 사다리에서조차 가로막대가 사라지고 있다. 조건 좋은 월세방이 나오면 가난한 자들끼리 앞을 다퉈야 한다. 열심히 일해온 직장에서 쫓겨나도 해고 사유는 매끄러운 한 문장만 통보받는다. 뭘 잘못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알 수 있는 건 해고자 명단에 들 경우 어떤 신세가 되는지다. 연대해 저항하면 도매금으로 묶여 해고될 뿐이다. 힘을 합쳐 싸울 파놉티콘이 눈에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디지털과 금융자본이 대표하는 현대 권력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글로벌 가치사슬 중 어느 고리가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연대할 수 있는 건 가족뿐이다. 개인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시스템 밖으로 스스로를 추방한다…. 이상은 <기생충> 이야기를 쓴 게 아니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작 <레트로토피아>(Retrotopia)를 한국적으로 해제해본 것이다. 그에 따
<기생충>의 세계에 담긴 회귀 혹은 후퇴한 현재와 유동하는 약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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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2017)의 688만 관객 동원. 강윤성 감독은 ‘소포모어 징크스’를 피할 수 있을까. “찍는 동안은 즐겁게 찍었는데, 지금은 핸드폰 중독자라고 할 정도로 실시간 스코어를 확인 중이다. (웃음)” 참신한 기획으로, 그악스런 범죄도시를 창조해 낸 강윤성 감독이 이번엔 목포를 배경으로 한 코믹, 액션, 멜로의 혼용 장르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으로 돌아왔다. <범죄도시>의 마석도(마동석) 같은 영웅 캐릭터 장세출(김래원)이 메인 캐릭터, 마동석, 윤계상의 깜짝출연, <범죄도시>를 함께 했던 스탭들의 대거 참여, 배우들과의 논의를 통해 만들어가는 캐릭터 모두 전작과 비슷한 과정이지만, 잔혹한 폭력 서사가 배제된 순수하고 착한 면이 부각된 차기작은 ‘강윤성 감독 작품 맞아?’라고 되물을 정도로 사뭇 다른 색깔로 다가온다.
-<범죄도시>의 흥행 성공으로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온 걸로 알고 있다. 개발 중인 작품들도 있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강윤성 감독 - 오락영화의 원칙은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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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라짜로>는 놀랍고 매혹적인 이탈리아 우화라는 평을 받으며 지난해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탈리아 감독 알리체 로르바케르는 이미 자신의 두 번째 장편영화 <더 원더스>(2014)로 2014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바 있다. 양봉업을 하는 아버지를 도우며 외따로 살아가던 12살 소녀 젤소미나의 이야기를 그린 <더 원더스> 또한 리얼리즘에 입각한 주제와 신비로운 무드를 창조하는 연출이 인상적인 수작이었다. 로르바케르 감독은 세 번째 영화 <행복한 라짜로>에 이르러 이탈리아의 주목받는 신예 여성감독이 아닌 이탈리아영화의 예술적 명맥을 잇는 작가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다지게 된다. 이를 두고 <버라이어티>는 “로르바케르의 영화엔 난니 모레티, 에르마노 올미, 타비아니 형제 등의 정신적 DNA가 흐른다. 하지만 로르바케르는 아무도 모방하지 않는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행복한 라짜로>의
<행복한 라짜로> 당신은 신성함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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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돌봄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적용되는 관계는 가족일 것이다. 부모는 아이를 돌보고 자식은 노부모를 돌본다. 돌봄이라는 말은 흔히 친밀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보살핌을 뜻한다. 그러나 돌봄에는 정신적 보살핌뿐만 아니라 물질적 보살핌도 있다. 물질적 보살핌은 자연스럽게 주어지지 않는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대부분의 물질적 보살핌은 구매를 통해 주어진다. 사회복지는 구매력으로만 돌봄이 보장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의거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본 조건들은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은 복지국가의 이상을 표현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은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퇴색되고 있다. 복지는 낭비의 다른 말이고 사회 전체의 돌봄은 경제성장과 직업의 양에 달려 있다. 복지는 기본적 권리가 아니라 극빈층에 제공되는 시혜로 간주된다.
한국의 경우,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산후 조리원에서 상조 서비스까지”라는 말로 대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
끔찍한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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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다크 피닉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행복한 라짜로>는 2018년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수백년 동안 전해져 내려온 동화나 민담의 아우라를 두르고 있다. 순진한 농부들, 사악한 여왕, 반항하는 왕자 그리고 완벽하게 이타적인 거지/성자까지.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은 고색창연한 요소로 이루어졌으되 현대사회의 양극화와 소외를 선명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감독의 영화적 화법은 미래의 것이다. 라파엘의 그림에서 걸어나온 듯한 선량한 청년 라짜로(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는, 마치 피노키오처럼 세월을 가로질러 새로운 불평등이 오래된 불평등을 대신하는 세계를 여행한다.
06/09
<엑스맨: 다크 피닉스>(이하 <다크 피닉스>)는 염동력을 통제하지 못해서 벌어진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8살 진 그레이가 찰스 이그재비어 교수(제임스 맥어보이)의 영재학교에 입학하는 신으로 시작한다. 17년이 흐른 1992년. 진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유효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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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봉준호만큼 자신의 영화를 명쾌하게 설명해내는 이도 드물다. 실은 적지 않은 감독 인터뷰가 영화를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어떤 이는 자세한 설명을 거부하고 누군가는 일부러 모호한 미로를 만들기도 한다. 최악은 결과물보다 많은 의미를 말로 덧붙이는 경우다. 이런 경우 종종 장면이 아니라 말에 설득되는 때도 있다. <기생충>은 다르다. 솔직히 영화의 의미를 알고 싶다면 봉준호의 인터뷰를 읽는 것 이상의 정확한 가이드가 없을 것이다. 정교한 건축물처럼 영화를 설계하는 봉준호는 또 다른 의미에서 비평의 쓸모를 무력화하는 감독 중 한 사람이다. 어쩌면 그의 영화를 이해하는 데 이토록 많은 말과 해석은 필요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기생충>과 관련하여 봉준호 감독이 남긴 무수한 말 중에 특히 눈에 들어온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칸국제영화제 수상 전 “이 영화에 대해선 여한이 없다. 할 만큼 다 했다”는 인터뷰였는데, 겸양의 표현이었겠지만 결과적으
<기생충>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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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당시 두 다리를 잃은 남자 제프 바우만(제이크 질렌홀)이 의수를 딛고 보스턴의 영웅이 되기까지의 힘겨웠던 여정을 다룬 영화다. 코스트코 직원인 제프는 스포츠 경기라면 죽고 못사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는 얼마 전 헤어진 애인 에린(타티아나 마슬라니)을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다. 마라톤이 취미인 그녀가 자선모금의 일환으로 마라톤 경기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제프는 응원을 가겠노라 약속한다. 사실 그전에도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만나지 못해 헤어지기 일쑤였던 제프는 다시 잘해보겠다고 결심하고는 마라톤장을 찾는다. 하지만 그곳은 끔찍한 테러 현장이 되고 만다. 영화는 ‘평범했던 제프가 다리를 잃은 뒤 가족들이 어떻게 변해가는가’, ‘제프는 다리 대신 무엇에 의지하며 생명을 유지해야 하는가’ 같은, 직접 아파보지 않고서는 함부로 대답할 수 없는 삶의 중요한 질문을 쏟아낸다. 제프로 인해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가족들이 무엇에 의지해 버티는지, 그리
<스트롱거> 두 다리를 잃은 남자가 보스턴의 영웅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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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스테이시 마틴)는 심심할 정도로 성실하고 무던한 성격의 여인이다. 아버지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그녀는 어느 날 물건을 배달하러 온 아벨(타하르 라힘)을 만나 종잡을 수 없는 그의 행동에 빨려들 듯이 함께한다. 매사 즉흥적이고 위험을 즐기는 아벨은 엘라를 파리의 지하세계로 이끈다. 평범해 보였던 골목의 이면에 마법처럼 펼쳐지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 처음엔 낯선 세계를 두려워하던 엘라였지만 아벨과 함께 파리의 불법 도박판에서 마치 몸을 불태우듯 열정적으로 향락과 자극을 즐긴다. 단순한 내기에서 시작된 일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고 사랑과 도박에 중독된 엘라는 끝내 돌아올 수 없는 막다른 길로 치달아간다.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자극에 몸을 맡긴 여인의 변화를 따라가는 영화다. 전반부의 빠른 호흡과 편집은 이들의 여정에 동참한 관객의 아드레날린을 치솟게 할 만큼 자극적이다. 마리 몽주 감독은 장편 데뷔작이라 믿기 힘들 만큼 감각적인 연출과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 사랑과 도박에 중독된 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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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뱅상 라코스테)는 20년 전 자식을 떠나 런던에 정착한 어머니를 보러 가자는 누나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머니와의 관계 회복에 기대감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그의 관심사는 이제 막 파리로 이사 온 레나(스테이시 마틴)와의 연애에 쏠려 있다. 하지만 파리 한복판에서 벌어진 테러사건으로 누나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일상은 크게 흔들린다. 누나의 7살 된 딸 아만다(이조르 뮐트리에)는 고모할머니와 다비드의 집을 오가는 상황에 혼란스러워하고, 다비드는 그의 법적 후견인을 고민하는 기로에 선다.
2015년 11월 13일 파리 테러가 연상되는 이야기다. 감독은 가상의 참사를 생략하기보다 직접 보여주는 쪽을 택했는데, 갑작스러운 폭력이 야기한 상실감을 관객 역시 체험하게끔 한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아만다는 고통에 삶이 바스러지는 유약한 어린아이가 아니고, 다비드는 아직은 서툰 어른이다. 어른이 아이를 구원하는 일방적인 관계에서 탈피해 주체적으로 상실의 아픔을 극복
<쁘띠 아만다> 삼촌과 조카의 뭉클하면서도 씩씩한 발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