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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가 눈에 비치는 세계에 반응하는 인물을 관측한다면,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손에 쥐어진 도구로 세계에 대응하는 존재를 다룬다. 비슷한 시기에 톰 행크스라는 배우를 공유하더라도, 스필버그는 창문 바깥과 다리 너머를 응시하는 변호사의 눈빛을 바라보고(<스파이 브릿지>) 이스트우드는 허드슨강에 비행기를 불시착시키는 기장의 손짓을 포착한다(<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이하 <설리>)). 도식적인 구분일 테지만 그만큼 이스트우드 영화에서 손의 활동은 특별한 문제다. 그의 주인공들에게 손은 개인의 전문가적 선택으로 세계와 매개하는 물리적 접촉면이면서, 또한 너무 많은 사람을 죽인 총잡이의 기억과 성흔(stigmata)이 새겨진 장소다. 그들이 더이상 총을 겨눌 수 없는 조건에 놓였을 때 수없이 변주되는 대체물들로 세계와 (재)매개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문제야말로 이스트우드가 구축한 픽션의 사라지지 않는 핵심이라 말할 수 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리차드 쥬얼'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손을 다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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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째 이어진 이동제한령으로 집에 머물게 된 영국인들의 슬기로운 가정생활을 도운 것은 예상대로 TV와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전송 플랫폼이었다. 불법영화 다운로드 사이트 방문율 역시 이동제한령이 내려지기 전인 2월 말과 비교해 3월 말에 57%가량 증가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했다. 또 불법 사이트를 통해 TV와 영화를 불법으로 감상한 이들의 비율도 같은 기간 29%나 증가했다. 집 안에 갇힌 영국인들이 3월 중 불법 사이트를 방문한 횟수는 무려 3억회 이상이라고 한다. TV 마케팅 기관인 싱크박스(thinkbox)도 이동제한령 이후 가구당 TV 시청률이 주 평균 5시간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밝힌 TV시청 동향 보고에 의하면 이동제한령이 떨어진 첫 3주간은 <온리 풀스 앤드 호시스>와 <라스트 오브 더 서머 와인>처럼 오래전 종영한 코미디를 찾는 이들이 평소 대비 40%가량 늘었다. 이 기간 중 무려 30% 이상의 시청률 증가
[런던] 코로나19 이동제한령 조치에 코미디 시트콤 시청률 대폭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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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러니까 이건 대한제국 국민 말도 들어봐야 한다. 입헌군주제 정말 괜찮은 건지. SBS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에서 대한제국 황제 이곤(이민호)은 부산에서 정7품 백마 맥시무스를 타다 대한민국 서울 광화문에 떨어졌는데, 여기가 평행 세계임을 금세 알아채지만 “나는 나라서 나인 사람이라”(줄이면 ‘내가 낸데’) 황제로서의 애티튜드를 당당히 유지하며 홀로 으쓱댄다.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면서도 세금을 내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라는 황제는, 재킷의 다이아몬드 단추를 팔아 명품 쇼핑과 스위트룸 투숙에 탕진하면서도 태연하다.
대한제국이 대한민국과 거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근대국가라는 점은 이곤이란 인물을 둘러싼 위화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80년대생 이곤이 양쪽 세계에서 종종 던지는 농담은 “참수다”인데,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세자 이창(주지훈)도 “삼족을 멸할 것이다” 같은 농담을 했지만 그는 조선시대 사람이기라도 했다. 대한제국 황실은 종묘사직이
'더 킹: 영원의 군주', #세상에_이런_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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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는 누적 조회수 3억뷰를 돌파한 웹드라마 <에이틴> 주인공으로 데뷔해 JTBC 역대 시청률 1·3위 드라마에 출연했다(4월 29일 기준). 감히 확신하건대 그가 넷플릭스 시리즈 <인간수업>의 오지수 역에 낙점된 것은 신예 배우에게 전작이 보여준 흥행 이상의 기회일 것이다. 그리고 김동희는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하게 만들 만큼, 당신을 깜짝 놀라게 할 얼굴을 보여줄 것이다.
-<인간수업>의 오지수는 학업성적은 우수하지만 사회성은 떨어지고, 상상도 못할 범죄로 돈을 벌지만 그게 잘못인지는 모르는 캐릭터다. 신인이 연기하기 꽤나 어려운 인물인데 어떻게 접근해나갔나.
=집에서 대본을 읽으며 대사를 어떻게 치고 몸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미리 정하면 연기가 좋지 않았다. 감독님이 “현장 리허설을 많이 한 후 느껴지는 대로 움직여라, 테이크마다 달라도 된다”고 열어주는 쪽이다. 그런데 지수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던 게 많다. (기자, “전부 이해해
'인간수업' 김동희 - 관찰하고 싶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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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샬롯(다샤 네크라소바)은 학생 비자로 독일 베를린에 체류하면서 주목받는 시인이 되기 위해 애쓴다. 낮에는 카페 바리스타로 일하고 저녁엔 낭송회에 참석해 시를 읊는 샬롯의 특징은 얼핏 소시오패스로 보일 정도로 감정과 도덕에 무감하다는 점이다. 옷가게에서 습관적으로 물건을 훔치던 샬롯은 결국 발각되어 막대한 벌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이는데, 이 때문에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시 보조금을 노리면서 주변 동료들과 경쟁하게 된다. 전 남자친구와 베를린에서 만난 새 연인 사이에서 삼각관계의 스릴을 즐기는 건 덤이다.
신예 조던 블라디 감독의 데뷔작 <샬롯: 욕망의 법칙>은 예술가를 꿈꾸는 가난한 밀레니얼 세대의 권태와 불안 그리고 소비주의 세계의 허무를 유영하는 블랙코미디다. 정신적 교류에 어려움을 겪는 이방인의 향수, 데이트 앱을 뒤적여도 채워지지 않는 고독 등이 힙스터 문화 속에서 묘사된다. 그 속에서 외모와 물질에 대한 강박을 검열 없이 내보이는 샬롯은 쉽게 긍정할
'샬롯: 욕망의 법칙' 예술가를 꿈꾸는 가난한 밀레니얼 세대의 권태와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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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의 전조인가. 여고생 사키(기타하라 리에)는 유학을 앞두고 소꿉친구 유카(고미야 아리사)의 집을 찾는다. 유카는 3년 전 친구들과 토시마엔 놀이공원에 놀러갔다가 흔적도 없이 실종됐다. 유카의 부모는 오랜만에 찾아온 사키에게 토시마엔 놀이공원 티켓을 선물로 준다. 사키는 친구들에게 유학을 떠나기 전에 추억을 만들고 싶다며 토시마엔에 놀러가자고 제안한다. 그곳에서 사키와 그의 친구들이 ‘오래된 문을 두드리지 말 것’, ‘귀신이 불러도 대답하지 말것’, ‘비밀의 거울 방에 들어가지 말 것’이라는 금기어 세 가지를 어기면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헌티드 파크>는 ‘놀이공원 괴담’을 스크린에 펼쳐낸 일본 공포영화다. 사키와 친구들이 금기어를 어기면서 놀이공원에 갇히게 되고, 그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서스펜스가 구축된다. 그러면서 3년 전 같은 공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키의 친구 유카의 실종과 관련된 사연들이 드러난다. 유혈이 낭자하는 장면도, 섬
'헌티드 파크' 놀이공원 괴담을 스크린에 펼쳐낸 일본 공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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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여자중학교 축구부 코치 김수철(정웅인)은 딸아이 병원비를 벌기위해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늘 축구 시합에서 1점도 내지 못하고 패하지만, 권위적이거나 강압적으로 아이들을 대하지 않는다. 축구부 아이들은 기계처럼 운동을 시키지도 않고 폭력적이지 않은 그를 “감독쌤”이라고 부르며 따른다. 축구부 단짝 친구인 윤아(이비안)와 선희(정예진), 민정(정지혜)은 집에 가면 축구화를 버리겠다며 행패 부리는 아버지와불우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축구의 매력에 푹 빠진다. 그러나 동네에서 부유한 축구부원 나진(정하진)이 선한 세 친구와 사사건건 부딪치다가 축구부를 나가버리고, 그동안 나진 아버지의 지원금으로 운영됐던 축구부는 선수도, 지원도 부족한 상태로 전국축구대회에 출전한다.
<슈팅걸스>는 시대에 맞지 않는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다. 어설픈 상황에서 자아 찾기에 나서는 이야기는 눈 높은 현대의 관객이 극장 밖을 나설 때 큰 깨달음을 주지 못한다. 2015
'슈팅걸스' 시대에 맞지 않는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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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티모시 샬라메)와 애슐리(엘르 패닝)는 대학에서 함께 신문을 제작하다 연인으로 발전했다. 애슐리는 곧 새 영화를 발표할 롤란 폴라드 감독(리브 슈라이버)의 인터뷰를 맡게 되었고, 인터뷰가 끝난 후 근사한 데이트를 할 계획으로 두 사람은 함께 뉴욕으로 향한다. 인터뷰 도중 롤란 폴라드 감독은 애슐리에게 자신의 신작을 보여주겠다는 제안을 하는데 관람 도중 자신의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뛰쳐나간다. 당황한 애슐리는 그의 동료 테드(주드 로)와 함께 감독을 찾으러 나선다. 애슐리를 기다리던 개츠비는 영화를 촬영하던 친구와 우연히 마주치고, 갑작스레 그의 작품에 출연하게 된다.
우디 앨런 감독의 신작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각자의 이유로 뉴욕에 당도한 인물들의 서사를 다룬 작품이다.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뉴욕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조명한다. 그 속에서 인물들은 달뜬 얼굴로 배우들을 만나며 파티를 오가고, 또 자신이 마주한 현실로 인해 고민하고 방황
'레이니 데이 인 뉴욕' 각자의 이유로 뉴욕에 당도한 인물들의 서사를 다룬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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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아름다운 미국 여성 제니퍼(마틸다 안나 잉그리드 루츠)는 사냥을 핑계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프랑스 남성 리처드(케빈 얀센스)와 불륜에 빠진다. 가족과 문명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헬기가 필요한 모로코의 사막 한가운데의 저택에서 두 사람은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서로의 외적인 매력만 탐닉한다. 그러던 중 리처드가 사냥에 나설 친구들을 모아놓고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리처드의 친구 스탠(빈센트 콜롬보)에게 제니퍼가 강간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제니퍼는 리처드의 또 다른 친구 드미트리(기욤 부셰드)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내지만 외면당하고, 돌아온 리처드에게도 싸늘한 대우를 받는다. 제니퍼만 없으면 강간을 없던 일로 할 수있다고 착각한 리처드는 급기야 그녀를 높은 벼랑에서 밀어버린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제니퍼는 악에 받쳐 리처드 무리에게 복수를 감행하고, 이들도 제니퍼를 죽이는 데 혈안이 된다. 종래에는 사건에 엮인 네 사람이 서로를 사냥하기 위해 총과 칼을 겨누는
'리벤지' 강간당한 여성이 핏빛 복수를 벌이는 스릴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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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의 <You Belong with Me> 공연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세상에, 틴에이지영화에서 바로 튀어나온 것 같네!” 실제로 테일러 스위프트는 하이틴 스타였고, 노래의 내용도 그랬다. “네 여자친구는 치어리더고 나는 관중석에 있어. 나는 항상 네 곁에 있는데, 왜 너는 모르니. 너는 내 거야!”(<You Belong with Me>) 그 귀여운 노래를 듣던 4분 남짓한 순간, 나는 완벽한 틴에이지영화 한편을 본 느낌을 받았고, 이후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와 공연 영상을 종종 찾아보곤 했다. 하지만 팬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그녀의 노래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건, 그로부터 꽤 많은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러니까 내 이름을 건 작품을 발표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는 일에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던 즈음부터.
어느 날 그녀가 이렇게 노래하는 걸 들었다. “사람들은 내 머리가 비었다고 말해. 파티도 너무 많
[강화길의 영화-다른 이야기] 나의 틴에이지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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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고양이와 할아버지' 타마야, 할아버지는 대나무를 아주 싫어한단다.
[정훈이 만화] '고양이와 할아버지' 타마야, 할아버지는 대나무를 아주 싫어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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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었다. 열여섯의 나이에 열아홉이었던 그와 결혼한 해리엇은 성공한 상인의 딸이었으며, 그의 동생의 친구였다. 그의 집안 역시 몹시 부유했으며 그는 여동생 넷이 있는 외아들로 자라났다. 심지어 똑똑해서 그는 12살이던 해에 이튼에 진학해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그의 부모에게 그는 “창조주 같은 존재”였다. 여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무신론자였던 그는 학교에서 의도적인 도발을 감행해 예상대로 퇴학당하자 아버지에게 매년 상당액의 용돈을 받는 협상을 이끌어냈다. 이즈음 그는 해리엇과 결혼했다. 어머니가 자신의 편으로 넘어오지 않자, 여동생의 남편감이 어머니와 불륜관계라는 아무 근거도 없는 편지를 어머니에게 쓰기도 했다. 가족들은 그의 난폭함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속한 집단의 남자들은 “여성들을 공유하는 생활을 추구했다. 그리고 그가 보기에 여동생들은 그런 생활을 꾸리기 위한 자연스러운 후보였다.” 그의 가족은 이제 딸들을 맏아들로부터 보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지식인의 두 얼굴>, 지성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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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은 노란색 신호등이, <남산의 부장들>은 초록색 신호등이 깜빡거린다. 지난 3월 런칭한 ‘키노라이츠’는 독일어로 영화를 뜻하는 ‘키노’와 신호등인 ‘라이츠’를 합친 말로, 영화를 보고 추천하고 싶으면 초록색 신호등을, 그렇지 않으면 빨간색 신호등을 켜는 영화 추천 사이트이다. 그렇게 달린 신호등이 66% 이상이면 초록색 신호등이, 33% 이상 66% 미만이면 노란색 신호등이, 33% 미만이면 빨간색 신호등이 영화 포스터에 달린다. 1만7천여명의 일반 회원과 800여명의 인증 회원(영화 평점의 조작과 왜곡을 막기 위해 일정한 검증 절차를 거친 회원.- 편집자)이 매일 이곳에 들러 자신이 본 영화를 추천하고,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다른 회원들이 남긴 리뷰를 읽는다. 극장 개봉작, 넷플릭스, 왓챠 등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 등 온·오프라인에서 공개되는 영화들에 대한 평점과 리뷰 그리고 상영 정보를 이곳에서 한눈에 확인할
양준영 키노라이츠 대표 - 영화 덕후들이 신호등을 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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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질문
<인간수업> 넷플릭스: 4월 29일
학업 성취도가 우수하지만 반 아이들과 어울리지는 못하는 18살 소년 지수(김동희)는 부모없이 혼자 살고 있다. 이런 사정은 아이들 눈높이에서 행동하고 배려하려 애쓰는 담임선생(박혁권)도 알지 못한다. 지수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필요한 학원비, 생활비 등을 감당하려면 꽤 많은 돈이 필요한데, 그런 이유로 그는 그 좋은 머리를 해서는 안되는 일에 쓴다. 스마트폰을 통해 조건만남 브로커 일을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이들을 연결시켜주는 일에 뛰어든 것이다. 그의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된 성매매 여성 중에는 같은 반 학생이자 학교의 일진인 민희(정다빈)도 포함돼 있다. 그는 100일을 앞둔 남자친구 기태(남윤수)에게 줄 선물을 포함해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를 시작한 가출 청소년이다. 우연히 지수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비밀을 알게 된 같은 반 학생 규리(박주현)는 지수를 협박해 자신도 끼워줄 것을 요구하며, 자신과
[이주의 스트리밍] '인간 수업' '익스트랙션' '캐스트: 인싸전성시대' '내 남자의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