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한국 관객에게 특별히 각인되는 계기를 만들어준 영화는 <배트맨 포에버>(1995), <배트맨과 로빈>(1997)으로, 슈마허의 영화 중 가장 냉혹한 평가를 받은 문제작으로 기억된다. <플랫 라이너스>(1990), <폴링 다운>(1993), <의뢰인>(1994) 등 스타일리시한 스릴러영화 외에도 <밀애>(1989), <사랑을 위하여>(1991) 같은 멜로드라마도 인기를 끌었다. 마지막 연출 크레딧은 넷플릭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2013)의 두 에피소드다.
1939년생인 슈마허는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1970년대에 의상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이후 각본가, 감독으로 차츰 커리어를 넓혀간 그는 60대에 접어든 이후에도 <폰부스>(2002), <베로니카 게린>(2003), <오페라의 유령>(2004) 등의 작품을 활발히 작업했다. 할리우드의 조류를 빠르게 감지하고 대중의 판타지를 실현했던 조엘 슈마허. 그는 따뜻한 품성으로 할리우드 구성원들에게도 사랑받는 선배였다. 2017년 열린 <배트맨과 로빈> 회고전에서 그는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일찍이 부모님을 잃고 영화관을 오가며 자란 소년이었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저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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